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3화 011 Fall in love 100 ~ 욕실에서 사랑을 하는 100가지 방법①
    2022년 03월 02일 02시 59분 2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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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ovelup.plus/story/608567755/834604665

     

     

     제2회 신상품 기획 회의가 열렸다.

     첫회에서 낙선된 안건의 담당자가 줄어든 만큼, 회의실의 빈자리가 조금 생긴 것이 돋보인다. 이번에는 지난번의 문제점을 제각각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발표하는 자리다.

     

     ㅡㅡ오늘은 사장님이 안 계셔.

     

     사장이 있으면 긴장하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약혼을 맺은 상대의 어머니다.

     다른 의미에서도 그녀가 없다는 점에 안도하는 부분은 있다.

     결혼은 아직 그렇게까지 현실로 느껴지지는 않지만, 사히토와 자신 사이에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고 있음은 나나코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ㅡㅡ뭐, 마이가 말했던 것은 틀리지 않았다고나 할까. 상성도 중요하긴 해.

     

     그런데 이렇게 조금 멍해하게 있던 차에, 어째선지 묘한 시선이 느껴진다.

     뭘까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지난번의 회의에서는 보지 못했던 화려한 머리색의 여자가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살결이 희고 호화로운 차림의, 작은 동물 같은 귀여움이 있는 인물.

     miumi의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서 얼굴 절반 가까이나 될 법한 원형 목걸이를 찬 모습에서, 혹시 의류 부문의 사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ㅡㅡ하지만, 왜 모르는 사람을 계속 바라보는지 모르겠어.

     

     일단 신경쓰지 않기로 하고서, 준비해 온 자료를 태블릿으로 확인한다.

     그렇게 하고 있자, 태블릿에 사내 메일이 도착했다. 팝업으로 표시된 이름은 [하루카와 사히토].

     

     ㅡㅡ하, 하루카와 씨!?

     

     무심코 회의실을 둘러보니, 사히토가 이쪽을 보고 싱긋 웃는다.

     이것이 사내연애라고 생각하자, 나나코는 갑자기 낯간지러워졌다.

     이과 출신, 연구직, 26세 남친 없는 기간 4년.

     하지만, 나나코는 딱히 극단적으로 남자가 돌아보지 않게 하려는 것은 아니다.

     본인 나름대로 외모에 노력은 하고 있고, 화장도 머리 손질도 그럭저럭은 하고 있다. 하지만 일 때문에 네일 아트는 하지 않는다. 손톱을 짧게 자르고 있는 편이 세밀한 작업을 하기 쉽기 때문이다.

     자신이 변태 알고리즘이라고 자각하고 있기 때문에, 연애도 결혼도 되도록 피하며 살아왔을 뿐.

     다시 말해 무슨 말을 하고 싶냐고 하면, 연애경험은 있어도 사내연애의 경험은 없는 것이다.

     

     [긴장하고 있어? 프레젠테이션 잘하면, 오늘 밤 식사 쏠게]

     

     메일에는 짧은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사히토의 따스함이 전해져 오는 듯한 기분이 든다.

     

     ㅡㅡ아아, 좋지 않아. 이런 거 진짜 안 좋아. 왜냐면, 하루카와 씨가 있다는 것에 익숙해져 버려.

     

     둘이 실제로 결혼한다고 해도, 그것은 연애결혼은 아니다. 정략결혼도 아니고, 맞선결혼도 아니다.

     비밀을 공유하기 위할 뿐의 결혼이다.

     쇼윈도 부부라고 바꿔 말해도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자기만 점점 그에게 흥미를 갖게 되다니.

     

     ㅡㅡ분명, 호되게 당할 거야.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들 거야. 아무리 내가 변태 알고리즘이라 해도 다른 사람처럼 상처받는다고.

     

     월요일 밤에 사히토가 자택으로 와서 그런지, 그에게로 마음이 기울어지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

     멋지고 귀여운데, 뭐든지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가끔씩 얼빠진 느낌.

     그런 그의 매력을, 이 이상 깨닫고 싶지 않다.

     

     "다음, 개발연구부의 아키노 씨, 부탁합니다."

     "네."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 나나코는 청중들의 시선 속에서 조향 담당한테 만들게 한 샘플의 결과를 발표했다.

     

     

      -------✂--------✂--------✂---------✂--------

     

     

     "상품화 거의 확정 축하해."

     

     화이트와인의 잔을 기울이며, 사히토가 입가를 든다.

     

     "고맙습니다. 하루카와 씨가 밀어준 덕분이에요."

     

     나나코가 제안했던 가칭 [입욕영양제]는 다음 시즌의 라인업 최종 후보로 남았다.

     예년이었다면, 최종 후보로 남은 시점에서 거의 확정이다.

     반년 이상 연구를 거듭해 온 자신작이었기 때문에, 정말로 기쁘다.

     

     "정말 좋은 안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입사 때부터 계속 아키노 씨는 욕조에서 쉬면서 건강도 보조하는 상품을 연구하고 싶다고 해왔잖아."

     "엇......"

     

     ㅡㅡ어째서 그걸 기억하고 있어?

     

     확실히, 나나코는 miumi의 신입연수회에서 그렇게 말했었다.

     자기소개를 할 때다.

     하지만, 연수 그룹도 달랐던 사히토가 기억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싫어하지 마."

     "싫어하지 않아요. 깜짝 놀라기는 했지만."

     "그게, 나는 작은 욕조에 관심이 있어서 말이야."

     

     과연.

     그러고 보니 그의 소원은 결혼한 상대와 욕조에서 이것저것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아키노 씨가 목욕용품에 관한 연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정말 인상에 남었어."

     "그랬었나요."

     

     ㅡㅡ그 무렵에 벌써, 욕조에서 그런 짓을 하려는 꿈을......!

     

     "하지만 왜 목욕용품에 관심을 가졌는지 계기는 물어보지 않았었네."

     "아아, 그건ㅡㅡ"

     

     나나코의 할머니는, 6년 전에 돌아가셨다.

     수년간의 투병생활 동안, 몸이 불편해지자 그때까지 좋아했던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밝은 성격이었던 할머니는 항상 쓸쓸한 듯 마당을 바라보았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무엇보다도 욕조를 좋아하셨어요, 입욕제를 함께 고를 때면, 기운찼던 시절처럼 밝게 웃어주셨어요. 그래서 사실은 할머니가 기뻐하실 입욕제를 만들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 그랬군. 분명 할머님께서도 귀여운 손녀딸이 꿈을 이뤄줬다며 기뻐하실 거야. 네가 노력하는 모습도 보고 계셨을 테고."

     

     테이블 위의 손을 사히토가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그 손이, 정말로 따스하다.

     만져지고 있는 것은 손뿐일 텐데도 왠지 마음까지 감싸인 기분이 들어서, 나나코는 볼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ㅡㅡ안 돼, 좋아하게 되면 안 돼. 왜냐면 하루카와 씨는 비밀을 알려졌기 때문에 나랑 결혼한다고 말했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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