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3화 013 Fall in love 100 ~ 욕실에서 사랑을 하는 100가지 방법③
    2022년 03월 02일 16시 34분 5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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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ovelup.plus/story/608567755/878963244

     

     

     

     일단, 좋았다고 말해야 할까.

     따라간 곳은, 사히토의 친가가 아닌 그가 실거주지였다.

     나나코의 친가의 일로 완전히 지쳐있어서, 이제부터 그의 어머니와 누나를 만날 기력은 없다.

     문제는, 그의 거주지가 상상을 초월하는 저택이었다는 점이다. 거기다 단순한 저택이 아니다. 멋들어진 콘크리트 외벽으로 부지를 빙 두른 연구소 같은 외관이다.

     

     "...... 이것은, 개인의 주택인가요?"

     "아아, 그래. 익숙하지 않으면 조금 이상하려나."

     

     ㅡㅡ이상하다기보다, 왠지 어느 연예인이 파파라치 대책으로 세워놓은 것 같은 집인데요!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부지 안에는, 벽가에 높은 나무들이 심겨 있다.

     도내에서 이만한 가옥을 유지하는 비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어질어질해진다.

     그렇다, 그는 국내 유수의 대기업 miumi의 도련님인 것이다.

     입사동기에다가 싸구려 주점에서 함께 술을 마셨다고 해도, 처음부터 자란 환경이 다르다.

     

     "입구는 여기."

     "아, 네."

     

     콘크리트 상자 같은 부지 안에 들어서자, 좁은 통로가 갑자기 정원으로 연결되었다.

     현관으로 간다고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나코는 말문을 잃었다.

     어둠 속에서 투명하게 빛나는 물이 차 있는 수영장.

     그 옆에는 접힌 파라솔이 세워져 있고, 나무 바닥의 테라스 위에는 휴양지에나 있을 법한 수영장 의자, 소파, 그리고 멋들어진 칸막이가 배치되어 있다.

     

     "지금 우리들 휴양지에 있나요?"

     "아니, 그건 과장이 지나쳐."

     "하지만, 마당에 수영장이 있는데요?"

     "핏시나라고 하는 모양이야. 어원은, 정원에 딸린 소형 수영장을 프랑스어로 피신, 이태리어로 피시나라고 부르던 것에서 왔다고 들었어."

     "핏시나......!"

     

     전혀 듣도보도 못한 단어였다. 인간은 자신과 관련 없는 단어는 모르는 법이다.

     프랑스어는 봉쥬르, 이태리어는 젤라토 정도만 떠오른다.

     

     "현관은, 여기."

     "...... 정원에 현관이."

     "조금 알기 어렵게 만들었지?"

     "저기, 하루카와 씨."

     "응?"

     "혹시,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나요? 인어의 고기를 먹으면 불로불사가 된다는 전설이......"

     "위협받지 않으니까, 그런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럼, 왜 이렇게 경비가 삼엄한가요!"

     

     그를 가볍게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손바닥으로 수영장을 가리켰다.

     

     "수영장을 쓸 때 외부에서 보면 곤란하니까."

     "아아......!"

     

     수영장에 들어간다는 말은, 몸의 6할 이상이 물에 잠긴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인어의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콘크리트 벽과 수목으로 둘러싼 집을 만든 거구나.

     하지만 지금의 계절은 안타깝게도 야외 수영장을 즐기기에는 아직 수온이 낮다.

     

     "하나 질문해도 될까요?"

     "그래."

     "풀에 들어갈 때는 수영복을 입나요?"

     "뭐?"

     

     애초에, 다리가 꼬리지느러미로 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입고 있는 옷은 어떻게 되어버릴까.

     나나코로서는, 그런 쪽이 신경 쓰여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사히토는 어둠 속에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그건 그, 아키노 씨가 알몸으로 수영해준다면 나로서는 기쁘겠지만."

     "아, 아닌데요. 제가 아니라 하루카와 씨 말이에요."

     

     그가 눈에 띄게 어깨를 떨군다.

     솔직하다고나 할까, 알기 쉬운 면이 있는 사람이다.

     

     "...... 아, 응. 알몸이지. 그보다 인어일 때는 수영복이 안 맞으니까."

     "다시 말해 저택에서 수영장으로 이동할 때도 알몸!"

     "물가에서 벗는데."

     "....... 에이 뭐야~"

     "하루카와 씨는 내 몸을 보고 싶은 거야?"

     "엑, 그건, 뭐...... 근육이 멋져서요."

     "오오."

     "야...... 약혼한 사이라면 알몸을 보여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주제에 어울리지 않게, 욱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 피부와 비늘의 경계를 다시 만지고 싶다. 가능하다면 차분히 보고 싶다.

     흉근도 복근도 배근도 이두박근도 승모근도 흥미롭다.

     

     "꺄악......!?"

     

     갑자기, 그가 나나코를 끌어당긴다.

     안겨지면서도, 무슨 일이 일어났나 하며 당황했다.

     

     "하루카와 씨......?"

     "...... 제대로 약혼자의 마음으로 있어줬구나."

     "부모한테도 소개했으니까요."

     "응. 기뻤어. 무리한 말을 하고 있다는 자각은 있었으니까. 날 약혼자로 인정해준다는 느낌이라서,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고나 할까."

     

     오늘 밤은 달이 안 보인다.

     둘만 있는 정원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숲 속에 있는 듯한 소리를 내고 있다.

     

     "지금 바로, 아키노 씨랑 키스하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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