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3화 012 Fall in love 100 ~ 욕실에서 사랑을 하는 100가지 방법②
    2022년 03월 02일 12시 03분 2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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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ovelup.plus/story/608567755/772821772

     

     

     

     화사한 토요일, 나나코는 평소에 가지 않는 롯폰기역 근처에서 사히토와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일할 때와는 다르게, 조금 굽이 높은 신발을 골랐다.

     옷도 남몰래 샀던 이번 시즌 miumi의 신작을 입었다. 회색기가 감도는 티아블루의, 조금 고급져 보이는 원피스. 7부 소매의 반소매에다, 옷과 같은 색의 굵은 벨트. 그리고 주름 스커트가 예쁘게 코디되어서 좋다.

     귀걸이만은 평소에 달고 있는 파라이바 투르말린. 이것은 4번째 전남친과의 작별 이야기가 겨우 일단락되던 날에, 자신에 대한 포상으로서 알바비로 샀던 것이다.

     그와 동시에, 결혼을 꿈꾸지 말고 혼자서 살아가자고 정했던 증표이기도 하다.

     

     "아키노 씨."

     "아, 하루카와 씨, 안녕하세......요......?"

     

     정장 이외의 그를 보는 것이 처음이라서, 무심코 현기증이 났다.

     

     ㅡㅡ뭐야, 이 멋진 생물은!!

     

     네이비블루의 여름 재킷과 흰색 셔츠. 애쉬그레이의 바지가 시원해 보여서 잘 어울린다.

     넥타이를 매지 않으면 이렇게나 인상이 다를 줄이야.

     그러고 보니, 오늘은 머리카락도 업무 때보다 조금 편한 세팅을 하고 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 그 원피스, 회사 때와는 인상이 다르네. 정말 예뻐."

     "으윽......! 하, 하루카와 씨, 괜찮은가요? 열이라도 있는 건가요!?"

     "아키노 씨는 평소대로네."

     

     구김 없는 미소를 보여준 그는, 나나코에게 "가볼까."라고 말을 걸어줬다.

     생각해보면, 여태껏 둘이서 만날 때는 온통 밤뿐이었다.

     저지르고 말았던 하룻밤.

     자택까지 그가 왔던 밤.

     

     ㅡㅡ미남의 휴일 모드, 너무 위험해.

     

     반지의 리사이즈를 주문한 뒤에는, 근처 가게에서 점심을 먹었다.

     자, 오늘의 진짜 볼일은 이제부터다.

     

     "나, 옷 어때?"

     "아~ 엄청 멋지다고 생각해요."

     "...... 마음이 담겨있지 않은데."

     

     쓴웃음을 짓는 사히토가 눈부신 것은, 창가의 자리에 있어서만은 아니다.

     진심이었기 때문에, 되려 국어책 읽는 투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눈치채면 곤란해.

     점점 그에게 이끌린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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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에에에에에에에! 엄마~ 언니가 미남을 데려왔어!"

     

     오늘의 메인 미션.  그것은, 나나코의 친정 방문이다.

     가능하다면 여기서 가족들이 "우리 딸내미는 못 줘요!"라고 말해주면 좋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아버지는 10년 전에 병으로 돌아가셨으며, 한류드라마를 좋아하는 어머니와 남자 밴드를 좋아하는 여동생은 아마 사히토를 마음에 들어할 것이다.

     

     ㅡㅡ하나코, 그렇다고 해서 인사도 안 하고 갑자기 달려가는 건 좀 그래!

     

     "죄송해요, 칠칠맞은 여동생이라......"

     "기운차서 귀엽고 좋은걸 뭐. 아키노 씨랑 조금 닮았어."

     "..........."

     

     20세의 여동생은, 어머니를 데리고 재빨리 현관으로 되돌아왔다.

     사히토를 본 순간, 어머니 또한 흐뭇해하여 눈웃음을 지었다.

     

     "어머나, 이런 멋진 분이 있었다고 말하지 그랬니, 나나코."

     "아, 응."

     "그래! 언니는 변태 알고리즘인 주제에 이런 미남을 데리고 오다니, 무슨 일이래!?"

     "나나코, 조용히 해."

     "어머머머, 계속 현관에 세워둬서 미안하네요. 어서 올라오세요. 저기 이름은......"

     "하루카와 사히토라고 합니다. 오늘은 급하게 방문하게 되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사히토 씨! 오, 이름도 멋지지 않아!?"

     "고마워요, 하나코 씨."

     "꺄아~ 형부!"

     

     양껏 소란을 핀 다음, 이제야 거실로 안내된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살았던 친가였지만, 이제 자신이 모르는 집이 되어있었다.

     

     "...... 저기, 왜 거실에 달력이 4개나 있어?"

     "어머니가 좋아하는 머시기 군하고~ 하나의 스페오키의ㅡㅡ"

     "아, 이제 됐어. 고마워."

     

     매우 평범한 거실이었던 공간은, 한류배우와 비주얼 밴드의 달력으로 둘러싸인 의문의 방으로 변해버렸다.

     일단 홍차를 마시면서, 나나코는 거의 말없는 채로 대화가 진행되었다.

     

     "사실 이 아이, 절대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말해서 어미로서는 참말로 걱정되었지 뭐니."

     "그래도 이런 멋진 형부가 생기다니, 하나 기뻐."

     "이 엄마도 자랑스럽단다."

     "송구스럽습니다."

     "근데, 형부는 언니의 어디가 좋았던 건가요? 이 사람, 좀 이상하잖아요. 꽤 미인인데도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더니 연구만 하면서 살고 있는데요?"

     "저는 아키노 씨와 입사동기인데, 처음 만났을 때부터 멋진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헐~ 한눈에 반해버렸다는 뜻!?"

     "아, 애아빠한테도 보고해야겠네. 사히토 군이 갖고 온 과자, 잠시 바치고 올게요."

     

     어찌할 도리도 없이 자유로운 가족이다.

     

     ㅡㅡ그리고, 아마 한눈에 반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런 쪽은 사히토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별 것 아닌 대화에서, 그의 높은 의사소통 스킬이 느껴진다.

     

     "애아빠도 대찬성이라네요."

     "그거 기쁜 일이군요."

     "그보다, 형부 좀 들어봐. 요즘 울 엄마, 아빠의 불단을 향해서 추천하는 한류배우를 말하지 뭐야. 좀 위험하지 않아?"

     "돌아가신 뒤에도 어머니가 잘 지낸다고 알게 된다면, 아버님도 안심하시지 않겠습니까?"

     "사히토 군, 역시 뭘 좀 아네~"

     

     누구 하나도, 사히토와 나나코의 결혼에 반대하는 자는 없었다.

     나나코는 돌아갈 때 할머니와 아버지의 사진이 늘어선 불단에 목욕용품의 샘플을 놓고서 합장을 했다.

     

     ㅡㅡ할머니, 아버지, 저 꽤 곤란한 상황에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좀 도와주세요! 저 사람을 좋아하지 않게 될 방법을 부디 전수해주세요!!

     

     지친 몸으로 친가를 뒤로 하자, 사히토가 역으로 향하는 도중 나나코의 손을 살포시 거머쥐었다.

     

     "어, 저기."

     "오늘 밤, 우리 집에 올래?"

     

     저녁노을 속에서 미소 짓는 그에게 대항할 방법을, 나나코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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