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화 003 그날 밤의 일은 잊자구요!②2022년 02월 28일 11시 36분 5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novelup.plus/story/608567755/822576087
인어.
그것은 상상 속의 환상적인 생물의 명칭이다.
적어도 나나코의 인생에서 유년기에 읽었던 인어공주의 이야기 이외에서 인어가 등장한 일은 없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손이 만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이 수생생물의 꼬리라고 생각되는 것이었다.
"일단 확인하겠는데요."
"응."
"저희들, 어젯밤 했죠?"
"........... 뭐?"
"하지 않았나요?"
"아니요, 했습니다."
어째선지, 갑자기 사히토는 볼을 발그레하였다.
목욕 중인 사히토는, 평소의 상쾌하고 건강한 미모 이상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때는 인어가 아니었는데요."
"아아, 그거. 기본적으로는 인간의 모습으로 생활하니까."
"조건은?"
"응?"
"인어가 되는 조건을 알려주세요. 정말 이상하단 말이에요!"
개발연구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나나코는, 근본부터가 이과녀다.
대학시절에는 연구를 좋아했고, 그걸 높이 평가한 주식회사 miumi의 연구원이 된 것이다.
연구를 좋아하는 사람의 대부분의 공통점은, 호기심이 왕성하다는 것.
"기분 나쁘지는, 않아?"
"전혀 그렇지 않은데요! 오히려 흥미 있어요!"
앞으로 몸을 기울인 나나코를 보고, 사히토는 약간 안심한 것처럼 미소 지었다.
ㅡㅡ그 미소는 파괴력이 장난 아닌데요!
"간단히 말하자면, 온몸의 대략 6할 이상이 액체에 잠기면 이렇게 돼."
"액체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물, 더운물, 얼음물 어느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비에 온몸이 흠뻑 젖는 경우엔 어떻게 되나요?"
"그건 딱히 문제없어. 수영장이나 바다, 욕조 이외에서 몸이 변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없어."
"그런가요...... 조금 더 만져봐도 될까요?"
"아아, 그래."
먼저 꼬리지느러미 부분.
각도에 의해 색채가 변하는 아름다운 비늘에 뒤덮여 있으면서도, 가볍게 눌러보면 내부는 의외로 부드러워 보인다.
하지만 인어의 이미지로 보면, 꼬리지느러미만 써서 바닷속을 자유롭게 헤엄칠 거라 생각된다. 부드럽다고 느껴도, 그 비늘 아래에는 탄탄한 근육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음으로 인간의 몸과 꼬리지느러미 부분의 경계.
위치로 보면 골반의 반 정도부터 꼬리지느러미가 되어있다. 경계는 인공적인 느낌이 아니어서, 코스프레가 아니라는 것이 명백하다.
ㅡㅡ허리둘레, 좋아!
쭉 뻗은 허리뼈, 복사근, 꽉 조이고 갈라진 복근은, 참을 수 없다.
경계에는 비늘이 적어서, 까슬까슬한 기분 좋은 느낌이 든다.
"하반신은 어떻게 되어있나요?"
"어떻게라니?"
"다시 말해, 그것은 어디에 수납되어있나, 싶어서요."
"인어일 때는 나도 잘 몰라. 일단 배설기관은 있는 모양이지만."
정말 흥미롭다.
하지만 그것은 연구대상으로서만이 아닌, 하루카와 사히토라는 남자에 대한 흥미이기도 하다.
나나코는 결혼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남자가 싫다는 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연애를 했던 시기도 있고,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기분도, 호의를 받는 행복도 알고 있다.
ㅡㅡ...... 뭐, 누군가가 나를 좋아할 때의 무서움을 자세히 알 뿐이지만.
"슬슬 일어나고 싶은데, 아키노 씨는 조금 더 들어가 있을 거야?"
"아, 인어에서 인간이 되는 순간을 보고 싶어요!"
"그건 좀 보여주기 꺼려지는데."
싱긋 미소 짓자, "그렇겠네요~" 라며 나나코는 바로 포기했다.
하반신이 어류가 되어있다고 해도, 그는 인간의 정신을 지니고 있다. 이번에는 우연하게 나나코한테 보이고 말았지만, 평소에는 누구한테나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을 것이다.
ㅡㅡ하루카와 씨가 인어라고 알려졌다면, 사내에서 반드시 소문이 퍼졌을 거야.
그가 신경 쓰지 않아도 좋도록, 나나코는 먼저 욕조에서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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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목욕 가운을 입을 때, 자신의 피부에 어젯밤의 상처가 조금 나 있음을 깨달았다.
나나코는 일부러 그걸 신경쓰지 않으려고, 재빨리 가운의 허리띠를 매었다.
그녀의 뒤를 쫓아서 인간 모습의 사히토가 욕실에서 나왔다. 타월로만 물을 닦았는지, 머리카락이 아직 젖어있다.
"방금 전, 잠깐 생각했는데."
"네."
"혹시 아키노 씨, 어젯밤의 일 기억 안 나?"
"윽......!"
사실, 거의 기억이 안 난다.
요즘은 다음 시즌의 신상품 후보로서 개발하고 있는 입욕제의 일이 막혀버려서, 스트레스가 쌓여있었다. 그래서 어젯밤 오랜만에 동기들끼리 마시다가 평소보다 빗장을 풀어버리고 만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아니 그, 무무물론 그거라구요. 기억나지 않을 리가 없다고나 할까. 그래, 몸은 어떻게든 기억하고 있는 느낌!"
"...... 꽤 대담한 발언이네."
둘이서 침대에 나란히 앉고는, 서로 고개를 숙인 채 중얼거리는 대화가 시작되었다.
"저, 어제 너무 마셨나 봐요."
"음~ 평소보다 많이 마셨을지도 몰라. 하지만 뭐 그런 기회를 틈타서 이런 곳에 데려온 건 나였고......"
"빈틈을 노린 건가요?"
"...... 죄송합니다, 노리고 있었습니다."
ㅡㅡ허술한 여자라고 생각한 걸까ㅡ.
실제로도, 나나코는 연구만 하고 연애와는 인연이 없다고는 하지만, 외모만이라면 나름 괜찮다고 친구들이 말하고 있다. 나름이라는 뜻은, 나름 미인이나 나름 귀엽다라기보다는 '나름 할 것 같은'이라는 그다지 기쁘지 않은 평가다.
학생 시절부터 동성친구들은 정말 신랄한 면이 있다.
연애감정이 메말랐다고 해서, 사회인으로서 외모가꾸기를 게을리하지는 않는다.
특히 여성용 상품을 많이 취급하는 miumi의 연구원으로서 일하고 있으니, 자사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나나코의 업무의 일환이다.
일하는 여성을 위한 다각적인 지원을 모토로 하는 miumi는, 패션, 화장품, 가방과 구두, 직물제품에다가 침구류, 건강보조제, 거기다 기업 내 어린이집의 설치 및 운영 등의 여러 가지 사업에 손대고 있다.
miumi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4년.
나나코의 정장과 화장품은 모두 miumi제품이다.
"빈틈을 노렸던 주제에 이런 말을 하는 건 좀 그렇지만."
"아, 아뇨. 제가 허술했던 것도 사실이니까요."
"...... 그래? 아키노 씨, 평소에도 이런 일이 자주 있거나 하지는......"
"그렇지 않은데요."
"아, 다행이다."
왜 안심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한숨을 지으며 미소를 보인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는 이쪽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와, 결혼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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