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화 002 그날 밤의 일은 잊자구요!①2022년 02월 28일 02시 21분 4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novelup.plus/story/608567755/863749061
왠지 머리가 매우 무겁다. 머리뿐만 아니라 허리도 무겁다. 무겁다기보다, 뭘까, 이 권태감은.
ㅡㅡ그 일을 한 다음 같은, 그런 느낌. 꽤 오랫동안 하지 않았으니 착각이려나......?
눈을 뜬 아키노 나나코는, 침대 위에서 이불을 말고 몸을 크게 뒤척였다. 거기서 위화감을 느꼈다. 나나코의 침대는 이렇게나 넓었던가.
"으음......?"
베개에 눌린 머리를 쓸어 올리면서, 덜 깬 머리로 멍하니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샤워를 하지 않았다. 화장도 지운 기억이 없다.
26세한테는 꽤 위험한 아침이다. 피부가 거칠어지면 큰일이다. 화장한 채로 잠들면 못 쓴다.
ㅡㅡ하지만, 이 이불, 기분좋다. 매끈매끈하고 좋은 향기.
이불을 피부로 직접 느끼면서, 위화감을 느낀다. 어깨, 팔, 등, 엉덩이. 그 모든 부위를 이불로 감싸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나나코는 알몸으로 자는 습관은 없다.
ㅡㅡ으음, 어젯밤은 분명 동기와의 술자리였고, 꽤 마신 다음......
[아키노 씨, 괜찮아? 꽤 취한 모양인데]
[갠차나요오. 하루카와 씨야 말로, 휘청거리면서~]
[우리들 그다지 괜찮아 보이지 않으니, 같이 택시 타자]
[그 의견에 동감이에요~]
[그럼, 택시를 잡을게]
[네, 잘 부탁해요~]
"앗!"
생각났다.
어젯밤, 올해 첫 동기회가 끝난 다음의 일을.
".......... 그래, 나, 어제."
기억나는 것은, 하루카와 사히토의 일이다.
나나코가 일하는 주식회사 miumi의 회장의 손자이며 사장의 아드님이기도 한, 하루카와 사히토. 동기이기는 해도, 그는 미국에서 석사를 취득하고 나서 입사했기 때문에 나나코보다 2살 많은 28세다.
경영자 일가는 모두가 피부의 색소가 옅고 아름다운 이목구비를 하고 있다. 물론 사히토도 예외는 아니다. 하루카와 가문 유일의 남자이며, 경영기획부 주임.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는, 사내에서도 굴지의 유명인이다. 여성사원 대부분이 사히토와 친해질 기회를 노리고 있다.
ㅡㅡ그 하루카와 씨와 저지르고 만 겁니까!
나나코는 결혼을 희망하고 있지 않다.
애초에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제반 사정에 의하여 대학을 졸업할 즈음에는 결혼 따위 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아, 라며 크게 한숨을 짓는다.
상대는 하루카와 사히토다. 이것은 서로에게 있어 하룻밤의 실수에 불과하다. 그가 자신에게 흥미를 가졌다고는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ㅡㅡ하지만 역, 러브호텔은...... 아니겠지?
커다란 침대와 넓은 식사 공간. 적어도 나나코가 아닌 러브호텔과는 전혀 다르다. 자신과는 연이 없는 럭셔리한 호텔이었다.
그러다, 욕실에서 사람의 기척이 났다.
혹시 그는 목욕 중인 걸까.
ㅡㅡ잠깐! 정말로, 어젯밤 상대는 하루카와 씨?
조금 불안해진다.
확실히 어젯밤, 사히토와 의기투합하여 같이 택시를 탄 기억은 나지만, 어쩌면 다른 누군가와 하룻밤을 보내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나나코는 목욕 가운을 두르고는 알몸인 채로 두려워하며 욕실로 향했다.
하루카와 사히토한테 특별한 감정을 지녔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만일 상대가 그였다면, 분명 여자에 익숙한 사히토는 관계를 가졌다고 해서 여태까지의 거리감을 바꾸지도 않을 것이다.
일에 매진하는 나나코로서는, 동기의 남자와 그런 일을 벌였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저기, 하루카와 씨?"
욕실 앞에서, 살짝 말을 건다.
하지만 대답은 없다.
"하루카와 씨, 계신가요?"
여전히 소리가 없자, 나나코는 조금 불안해졌다.
결심하고서, 욕실의 슬라이드 도어를 열었다. 이런 때, 나나코는 주저하지 않는 타입이다. 좋게 말하자면 호쾌, 나쁘게 말하자면 섬세함이 없다.
"엥, 아, 아키노 씨!?"
방수가 되는 무선 이어폰을 서둘러 뺀 하루카와 씨가, 욕탕 안에서 당황한 기색으로 이쪽을 돌아보았다.
그때, 믿기지 않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 그거, 뭔가요?"
욕조의 가장자리에, 환상적인 색채의ㅡㅡ꼬리지느러미 같은 것이 보인 것이다.
보통, 사람한테는 꼬리가 없다. 하반신에는 두 다리가 있다.
나나코는 눈을 문지르고는, 다시 한번 욕조로 눈길을 향했다.
"어라? 없네......"
"왜 그래? 뭐 이상한 거라도 봤어?"
색채가 옅은 머리카락이 물에 젖어서 평소보다도 색을 진하게 나타내 주고 있다.
나나코는 이래 뵈어도 연구원 소속이다. 호기심이 왕성하여,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직면하면 확인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잠깐 실례할게요."
"엇, 아, 아키노 씨......!?"
호쾌하게 목욕 가운을 벗어던진 나나코는 욕조에 난입했다.
유백색의 입욕제에서 부드러운 허브향이 난다.
"...... 밝은데에서 이렇게 갑자기 벗어제끼면 눈둘 곳을 못 찾겠는데."
"괜찮아요. 이건, 어디까지나 확인할 뿐이니까."
"아니, 진정해. 일단 욕조에서 나가서, 방에서 대화하자."
"지금 확인해두지 않으면 분이 안 풀려요."
어젯밤에도 그 이전에도, 회사나 술자리에서 만났던 사히토는 훤칠하고 긴 다리가 인상적인 남자였다.
적어도 꼬리지느러미는 나 있지 않았다.
"하루카와 씨."
"응."
"이건, 혹시......"
욕조 속에 있는 것을 만지며, 나나코는 눈을 번쩍 떴다.
그는 곤란하다는 듯 눈꼬리를 내리며 미소 지었다. 어딘가 포기한 것처럼 보이는 표정이었다.
"들켰네. 사실은 나, 인어야."
믿기지 않는 말에, 나나코는 눈을 두세 번 깜빡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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