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장 54. 나락2022년 02월 24일 13시 54분 5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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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과 위화감에 눈을 뜬 안제리카는, 처음에는 당황하면서도 상황을 파악해보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자신이 놓인 상황을 알아챘는지, 이전의 사라와 마찬가지로 질질 끌려가는 것에 저항하려고, 이를 악물며 마법진에 손톱을 세웠다.
다리는 절반까지 삼켜져 있다.
이렇게 되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다는 걸 몸소 체험하여 알고 있다.
사실은 지난번의 안젤리카가 했던 것처럼 손을 짓밟고 싶었지만, 어둠의 보옥이 움직이기 시작한 이상 이제 안에는 들어갈 수 없다.
그 일이 정말 아쉬웠지만, 어두운 감옥 속에서 괴로워하며 발버둥 치는 안젤리카를 볼 수 있었다.
금이야 옥이야 하며 커왔던 안젤리카로서는 상당한 고통이었을 것이다.
죽을 때에 진실을 밝혀주고 싶었지만, 이미 안젤리카는 이 의식으로 성녀가 죽는다는 걸 알고 있다.
두려움도 더해, 최고의 비명을 들려줄 것이다.
"꺄아아아아아아...... 아, 안돼에에에에엣!"
새된 목소리가 방 전체에 울려 퍼진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낸 듯, 큰 소리로 외친 것이다.
하지만 도움을 바라는 안젤리카한테 손을 내미는 자는 누구도 없었다.
손은 허공을 가르며 지면에 떨어졌다.
그리고 필사적인 저항도 소용없이, 마법진에 천천히 끌려간다.
"죽고싶 죽고 싶지 않....!! 살려줘어어!!"
그리고 무엇보다, 안젤리카의 절규는 사람들을 더욱 커다란 두려움에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꼴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마법진이 그려지지 않은 약간의 장소로 도망치고 있다.
'...... 이걸로 모두의 마음이 보답받을 거야.'
안젤리카가 늪에 잠기는 것처럼 마법진에 삼켜지는 모습을 보고, 죽음이 목전까지 다가왔음을 깨달은 사람들은 큰 소리로 외치고 있다.
"ㅡㅡ히익!?"
"우와아아아!!"
"열어줘~!!"
거슬리는 소리가 귀에 희미하게 들린다.
이 목소리를 들으면서, 역대 국왕들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던 걸까.
조금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던 걸까.
가슴 아파하지 않았던 갈까.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걸까.
'......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으니, 이 의식은 계속 전해져 왔어.'
이 나라의 중추는, 근본부터 부패한 것이다.
ㅡㅡㅡ탕탕.
커티스가 필사적으로 벽을 치면서 사라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커티스와 눈이 맞은 것을 확인하고서, 곤란하다는 듯 미소 짓고는 작게 손을 흔들었다.
그때, 커티스가 사라한테 했던 것처럼.
커티스는 눈을 크게 부릅뜨더니, 그 자리에 철퍼덕 주저앉고 말았다.
배신당한 것이 정말 충격이었으리라.
공허한 눈으로 실실 웃으면서 뭔가 말하고 있다.
그런 커티스는, 안젤리카 다음으로 마력이 높았던 모양이다.
저항하는 일 없이 마법진 안으로 금방 사라지고 말았다.
시끄러운 비명과 오물을 흩날리면서 몸부림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맞아서 기절한 바람에 정신을 잃은 사람도 있다.
그런 추한 싸움을, 그냥 바라보고 있었다.
"죽고 싶지 않, ...."
"ㅡㅡ살, 려줘어어어어."
"그아아아아...!!"
벽 하나를 건넌 저편.
절망이 드리워진 눈과 단말마의 비명은 안식으로 인도해주는 자장가와도 같다.
'......... 더러운 쓰레기들이 사라져 가네.'
한 명씩 한 명씩, 마력이 많은 순으로 계속 마법진에 끌려가는 사람들.
이세계인을 속인 벌을.
성녀를 이용하고 깔본 보복을.
너희들이 비웃었던 성녀의 마음의 아픔을 뼈저리게 깨달아라.
죽음에 삼켜지는 두려움을 느껴봐라.
썩은 뿌리를 불태우고 벌을 주는 것은 신도 마왕도 아니다.
같은 '성녀' 인 사라여야만 한다.
지금까지 '성녀' 로 불린 사람들의 희생 위에서 이루어진 행복이, 소리 내며 무너져간다.
"아핫......... 죽을 정도로 괴로워하라지."
이걸로, 전부 끝난다.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그렇지...?"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 이 나라는 필요 없어."
방이 조용해질 때까지 계속 웃었다.
뜨거운 눈물이, 한줄기 또 한줄기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전부, 사라져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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