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장 29. 안젤리카 side2022년 02월 21일 09시 59분 0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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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맛없는 것, 안 먹는다고 했잖아."
"...시, 실례했습니다."
"다른 걸 내놔! 지금 바로."
"그건...!"
"칫...그럼 커티스를 불러와!!!"
"안젤리카 님, 커티스 전하는 바쁘셔서......"
ㅡㅡㅡ쨍그랑!!
던져버린 식기가 벽에 맞아서 깨진다.
시녀들이 작게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화는 가라앉지 않는다.
'성녀 따위, 이제 진저리가 나...!! 성녀를 위한 수행, 공부, 목욕재계...... 바보 같은 작업을 매일매일!!'
성녀로서의 역할은 어느 정도 하고 있을 텐데, 요즘은 태도가 나쁘고 방자하다는 험담까지 듣고 있다.
처음에는 견디고 있었지만, 성녀의 일은 정말로 귀찮은 작업 뿐이다.
사람에게 친절히 대하고 미소를 계속 지으며 자애의 마음을 갖고 민중을 대한다.
교회에 인사하러 가서는, 모두의 앞에서 여신께 기도를 올린다.
참고 있었지만, 요즘은 그런 작업이 따분하고 귀찮아서 숨이 턱 막혀버릴 것만 같았다.
약한 자에게 손을 뻗으면서 상냥하게 말을 걸며 성녀의 힘으로 부상과 병을 치유한다...... 성녀의 힘은 그런 하층민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닐 터였다.
'뭐가 성녀야...!! 이딴 거 노예랑 똑같잖아.'
요즘에는, 그렇게나 사랑을 속삭였을 커티스도 얼굴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대결계를 친 다음에는 나와 결혼해줘]
[안젤리카를 평생 소중히 할게]
[안젤리카는 이 세상에서 제일 예뻐]
달콤한 말을 매일 질리지도 않고 해댔으면서.
시녀도 처음보다 절반 이상이나 줄어버렸다.
처음에는 기쁘게 봉사했던 주제에, 요즘은 조금만 불만을 말하면 싫어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도 용서해줬는데, 대부분은 스스로 원해서 떠나갔다.
'정말, 머리 나쁜 녀석들만 있어!! 순백의 성녀를 모실 수 있는데, 뭐가 불만이야.'
남은 시녀는 라이나스 여신의 신자이거나, 설교만 하는 시끄러운 시녀들 뿐이다.
성녀는 이래야 된다.
성녀라는 것은.
나라를 위해, 백성을 위해, 여신을 위해.
이제, 진저리가 났다.
'...... 짜증 나!'
잘 되었어야 했을 성에서의 생활은, 어느 사이엔가 형태를 바꾸며 붕괴되었다.
*
열불이 나서 잠들지 못하자, 기분전환이라도 할까 하고 성 안을 걷고 있었다.
그러자 문 안쪽에서 빛이 보이길래 멈춰 섰다.
국왕과 재상이 술잔을 나누며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와서, 살짝 귀를 기울였다.
"폐하... 저런 게 정말로 성녀입니까?"
"모른다....... 그런 심성이 비뚤어진 성녀 따윈 처음으로 봤으니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뭐라고!?'
불평해주려고 문에 손을 대었을 때였다.
"이세계인의 성녀가 없는 지금, 라이나스 왕국의 성녀를 이용할 수밖에 없으니까."
"다음 이세계인을 소환할 때까지의 이음새입니까....?"
"......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겠지."
"그렇군요. 그것밖에 없겠군요."
"하아...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모두에게 그 여자의 돌봄에 힘쓰도록 전해두게."
"정말 다루기 어려워서 힘들군요. 어째서 여신 라이나스는 그런 여자를 고른 걸까요."
"조금만 더 순종적이고 솔직한 여자라면 좋았을 것을...... 후작한테는 불의의 사고라고 하며 납득시키면 돼. 그 고집 센 바보년은 도움이 되지 않으면 곤란하니까."
"하지만 대결계를 칠 때, 그 여자 하나로 괜찮겠습니까?"
"다행히 성녀의 힘은 그럭저럭 있는 모양이니까 괜찮겠지. 성녀의 방에 들어가기만 하면 전부 잘 수습돼."
'성녀의 방......! 대결계를 치는 성녀만 들어갈 수 있다는, 그 방!?'
"다음 이세계인 성녀가 올 때까지 대결계가 버텨주면 되니까."
"그렇지요."
"빨리 끝내고, 사라졌으면 좋겠구먼."
"...... 정말 그렇습니다."
'설마, 날 희생해서 대결계를 칠 셈이야!?'
붙잡았던 문의 손잡이에서 천천히 손을 뗀다.
떨리는 다리로 조용히 방에 돌아왔다.
침대에 누워서, 자신의 몸을 끌어안았다.
'어떻게든 해야 돼...! 어떻게든 해서 도망쳐야만 해!! 아버지한테 도움을 요청하고 싶지만 편지의 내용도 빠짐없이 확인하고 있으니...... 서, 설마!?'
국왕의 행동을 되새겨보니, 확실히 부자연스러운 점도 많다.
왜 이렇게나 윤택한 생활을 하게 하면서, 왕성에 가둬두는가.
왜 항상 주변에 사람이 있는가.
'...... 나를 의식까지 놓치지 않게 하려고!'
분명 의식이 다가온 지금은, 변명을 해서 도망치는 일도 불가능.
지금까지 제멋대로 해왔던 탓에, 성에는 아군이 한 사람도 없다.
'따로 대신할 자도...... 아, 있어!'
대신할 사람이 한 명 존재하지 않은가.
이세계에서 소환된 날에 행방불명되었던 사라도 성녀다.
'그 이세계에서 소환된 여자!! 사라만 있으면...... 나는 나는 살 수 있을지도 몰라.'
탐색대를 보내서 온 나라를 뒤져도, 사라의 정보는 전혀 파악되지 않는다.
아직도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어쩌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라에게 걸어보는 수밖에 살아날 길은 없다.
'어떻게든 사라를 찾아내야 해...! 대결계를 칠 때까지, 앞으로 1개월밖에 없어.'
입술을 깨문다.
'...... 반드시 도망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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