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장 30. 행운
    2022년 02월 21일 14시 07분 0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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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2353gu/33/

     

     

     

     국왕의 이야기를 들은 다음날이었다.

     

     

     최악의 기분으로 잠을 깼다.

     사이드 테이블에 놓인 물을 쭉 들이켜고는 입가를 닦았다.

     

     오늘은, 그 열받는 국왕한테 사라의 탐색을 본격적으로 부탁해야만 한다.

     

     '......왜 내가 그런 틀딱한테 머리를 숙여야 해? 말도 안 되잖아!'

     

     지금부터 정보를 모아 반드시 사라를 찾아낸다.

     그리고 커티스의 주의를 끌어서 다시 반하게 만들어야 한다.

     여차할 때에는 커티스한테 성에서 도망을 돕게 하기 위해서다.

     

     전부 성가신 일이기는 하지만 대결계의 비밀을 듣게 된 이상, 의식에서 도망치기 위해 전력을 다할 뿐이다.

     

     

     ㅡㅡㅡ그런 때였다.

     

     

     묘하게 성이 소란스러움을 깨달았다.

     

     평소라면 '아침 기도를 드리러 가세요.' 라며 시녀가 잔소리를 하러 왔을 텐데, 오늘은 누구도 방에 들어오지 않는다.

     

     복도를 바라보니, 사람들이 허둥지둥 뛰어다니고 있다.

     

     

     "ㅡㅡ성녀님이 돌아왔다!!"

     

     "거짓말이지!?"

     

     "......기적이다."

     

     "정말로 성녀님이...!?"

     

     

     복도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성녀가 돌아왔다니... 사라가!? 분명 그래!!'

     

     아침식사를 들고 온 시녀를 붙잡아서 자세히 이야기를 들었다.

     행방불명이었던 둔색의 성녀가, 갑자기 종자와 함께 방문했다는 것이다.

     

     곧바로, 창문을 통해 사라가 있을 문을 내려다보았다.

     

     

     "......국왕폐하께 배알을."

     

     

     문 앞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진다.

     후드를 깊게 눌러썼기 때문에, 표정은 엿볼 수 없다.

     커다란 천은 몸 전체를 두르고 있어서, 사라인지 아닌지도 모른다.

     

     뒤에는 두 명이 더.

     검은 후드를 쓴 낮은 키의 아이와, 사라보다 키가 높고 안경을 낀 청년이 서 있다.

     

     불쾌한 기분이 앗 하는 사이 사라졌다.

     

     이제 제대로 일이 진행되면, 아무것도 모르는 사라를 속여서 살아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힘이 없어도 이세계인의 성녀인 사라가 희생당하면, 대결계를 칠 수 있지는 않을까.

     

     '이게 무슨 행운이람...!! 이걸로 사라한테 성녀의 의식을 떠맡기고 내가 살아남을 수 있어!'

     

     아침식사도 먹지 않고, 시녀를 향해 외쳤다.

     

     

     "빨리! 빨리 옷을 갈아입혀."

     

     "네, 네에.......!"

     

     "꾸물대지 말고! 서둘러."

     

     

     순백의 성녀의 옷을 두르자, 커다란 거울 앞에서 몇몇 시녀들이 몸단장을 해준다.

     이제야 그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뻐서 견딜 수가 없다.

     

     지금부터 사라가 부럽다는 듯 이쪽을 바라보며 슬픈 표정을 지을 거라 생각하자 마음이 두근거린다.

     사라는 이렇게 생각할 거다.

     '내가 만약 순백의 성녀였더라면 좋았을 텐데.'라고.

     

     

     "후훗......"

     

     

     시녀들은 고개를 마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울에 비친 것은 1년 전보다 훨씬 예뻐진 자신의 모습.

     매일 오일 마사지를 받아서, 피부도 이전보다 훨씬 곱다.

     

     꼼꼼하게 화장을 받은 뒤 알현실로 향했다.

     

     

     

     

     옥좌에 앉은 국왕과, 그 옆에 서 있는 커티스.

     안젤리카는 다른 쪽 옆에서 사라가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대체, 무슨 표정을 지어줄까!?'

     

     커다란 문에서, 사라가 천천히 걸어온다.

     거적때기를 입고 있는 사라와는 다르게, 아름다운 순백의 성녀의 옷을 두르고 위에서 내려다본다.

     

     '후후...... 최고의 기분.'

     

     사라와 두 종자는 무릎을 꿇고 국왕의 말을 기다리고 있다.

     

     

     "...... 고개를 들라, 편히 있게나."

     

     "네, 폐하... 실례하겠사옵니다."

     

     "오오... 확실히! 그때의 둔색의 성녀가 아닌가!!"

     

     

     사라는 작게 대답하고서, 스윽 일어섰다.

     위에 걸치고 있던 거적때기를 벗자, 수녀복을 입은 사라의 모습이 있었다.

     소환되었을 때보다 훨씬 어른스러워진 느낌이다.

     

     검은 머리카락은 찰랑거렸고, 긴 속눈썹의 틈새에서 유리구슬같은 눈동자가 국왕을 바라보고 있다.

     표정은 미동도 하지 않았지만, 청렴한 분위기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움직이자, 틈새에서 흘끗 하얀 피부가 엿보인다.

     그녀는 기도하는 것처럼 손을 맞잡았다.

     

     성녀로서 완벽한 행동을 하고 있는 사라를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그 기품 어린 몸짓에 모두가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

     

     어째선지 눈을 뗄 수 없다.

     마치 마성의 여자다.

     

     사라의 붉은 입술이 천천히 호를 그렸다.

     어딘가에서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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