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20화 짙은 안개
    2022년 02월 16일 20시 51분 0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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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7752eo/22/

     

     

     

     착수하자 커다란 물보라가 일어난다. 차가운 물에 잠겨서, 옷이 무겁게 몸에 달라붙는다.

     "쟈넷!"

     비즐의 목소리다.

     하지만 이미 체력의 한계까지 온 쟈넷의 몸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려고 하면 몸이 더욱 물안으로 잠겨버리려 한다.

     "무리하게 움직이지 마십시오."

     구르마스가 쟈넷을 안은 채 말했다.

     쟈넷은 등을 수면에 갖다 대고, 구르마스가 이끄는 대로 몸을 맡겼다.

     "마술사공을 이쪽으로."

     루드의 목소리가 들리고, 쟈넷은 배 위로 끌어올려졌다.

     옆에는 데니스가 물에 빠진 생쥐처럼 되어서 기침을 하고 있다.

     자그마한 배다. 구르마스도 올라오자, 세 사람의 몸에서 흐른 물로 배 밑이 흥건하다.

     타고 있는 자는 루드와 비즐 뿐. 아마 호수에서 낚시할 때 쓰는 작은 어선일 것이다. 쟈넷의 발치에 투망이 놓여있다.

     "농무(濃霧)!"

     비즐이 외치자, 주변이 안개에 휩싸였다.

     기울기 시작한 햇빛이 짙은 안개에 가로막혀 주변이 어두워졌다. 보이던 호숫가도 안개 때문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부상은 없습니까?"

     루드가 쟈넷에게 물어봤다.

     "전, 괜찮아요."

     쟈넷은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젖어서 정말 무겁다. 체력적으로도 마력적으로도 꽤 아슬아슬하다.

     "춥겠지만, 물가까지는 참아주십시길."

     "네."

     루드는 노를 손에 들었다.

     "바로는 쫓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서두릅시다."

     천천히 노가 움직인다.

     쟈넷은 젖은 머리를 쓸어 올리며, 별궁 쪽을 바라보았다.

     안개 때문에 확실히는 안 보이지만, 아직 불이 나는 모양이라서 아주 약간 빛이 번져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조금 지나쳤으려나."

     "쟈넷 님을 정벌하기 위한 이유를 주고 말았습니다."

     옆에 앉은 구르마스가 쓴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병사들은 쟈넷 님을 두려워하고 있을 겁니다. 사기는 낮아질 거라 생각합니다만."

     "무서워서 도망쳐주면 고맙겠어."

     쟈넷은 그렇게 말하며 아버지의 등을 쓸어줬다. 몸이 무리한 탓인지, 기침이 멎지 않는다.

     "무파나 장군이 개인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병사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헌병 쪽은 어디까지나 별궁의 경비가 직무. 연락책만 잘 끊어놓으면, 그렇게 무섭지는 않을 것입니다."
     루드가 소곤거리듯이 말하면서 노를 저었다.

     

     

     짙은 안갯속에서 물가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저물어 있었다. 부두의 오두막에서 젖은 옷을 갈아입었다. 쟈넷은 남자용 옷을 입고, 빵모자로 금발을 가렸다.

     저녁의 어둠은 쟈넷 일행의 모습을 가려주지만, 한번 물에 젖은 몸은 차갑고 무겁다.

     그리고 마술의 것이 아닌 진짜로 짙은 안개가 주변의 숲을 감싸고 있다. 짐승의 소리조차 안 나는 조용함이다.

     데니스는 걸어갈 체력을 잃고 구르마스에게 업혔다. 쟈넷도 한계이기는 했지만, 기력을 쥐어짜 내며 걸었다.

     이윽고. 숲의 나무들로 에워싸인 작은 신전에 도착했다. 불의 신 퓨르를 모시는 신전이지만,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불을 지피고 있지 않다. 안뜰의 모습을 보아도 거의 손질이 안 된 상태라서, 쇠퇴해가는 모습이다. 다만 마구간 쪽에서 말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마술사공."

     맞이한 자는, 뷰라다.

     외견은 폐허나 마찬가지의 신전이지만, 안에는 조명이 켜져 있었다.

     하지만, 문도 창도 제대로 닫혀서 조명이 한줄기도 바깥으로 나가지 않도록 되어 있다.

     신전은 그리 넓지 않다. 제단이 있는 공간. 신관들이 잤었다고 생각되는 침실이 하나. 식당과 부엌을 겸한 방이 하나뿐. 구르마스의 등에서 의식을 잃은 데니스를 침대에 눕히고, 쟈넷은 이제야 한숨을 내쉬었다.

     식당의 의자는 앉기 좋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조잡한 것이었지만, 난로의 불이 따스하게 불타고 있어서 차가운 몸을 덥혀주고 있다.

     "그건 그렇고, 화려하게 저지르셨더군요."

     따스한 수프에서 수증기가 난다. 쟈넷은 자신이 공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슬며시 컵에 손을 뻗는다.

     "자잘한 일은 잘 못해서."

     쟈넷은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기껏해야 시골의 일. 보고 있던 자는 소수에 불과합니다. 이번에는 무파나 장군이 [제멋대로] 저지른 일이라서, 저쪽의 병사도 많지 않습니다. 헌병은 중앙의 명령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으니, 추격자는 그리 무섭지 않겠지요."

     "여동생은 잘 지내나요."

     쟈넷의 물음에, 뷰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멘켄트 공이 합류했다는 연락을 했습니다. 내일 즈음엔 만날 수 있겠지요."

     "그런가요......"

     쟈넷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버지는요?"

     쟈넷의 말에, 뷰라는 굳은 표정을 지었다.

     "사실은 움직이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마차로 데려가겠습니다. 걱정되시겠지만, 군의도 있으니 안심하시길."

     쟈넷은 수긍했다.

     "뷰라 장군께선, 왕의 지팡이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멀리서는 봤지만, 그게 [진짜]라는 보증은 없습니다."

     뷰라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아버지의 말로는, 왕의 지팡이는 에라흐의 유골이라고 하던데요."

     쟈넷의 말에, 뷰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가 아는 한, 그것은 금속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뼈는 아니었는데......"

     "금속?"

     "둔탁한 은의 광채를 가졌고, 붉은 보석이 박혔습니다. 현재 하리스 님의 지도 아래, 멘켄트 공 일행이 비슷한 것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가요......"

     정말로 에라흐의 유골이라고 그것이 유일하다면, 손쓸 수가 없다. 하지만 금속으로 된 [사람이 만든 것]이라면, 희망은 있다.

     "신관들도 어떻게든 신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는 모양이지만, 결국은 당신에게 변혁의 힘을 부여했다는 말 이상을 화염은 말하지 않는 모양이더군요."

     "제게 힘 따윈 없는데 말이에요."

     쟈넷은 한숨을 지었다.

     "당신한테는 불가사의한 힘이 있답니다."

     뷰라가 웃는다.

     "저는 하리스 님을 어린 시절부터 알고 있습니다. 너무 영리해서 [아버지]여야 할 폐하의 냉대를 받아왔습니다. 특히 화염의 체벌로 레리어트 백작이 죽은 뒤부터는 모든 것을 포기한 눈을 하게 되셨습니다."

     제왕 자네스의 압정을 지지하지도 반발하지도 못한 채.

     "당신을 만나고서. 당신이 필요로 하고서. 하리스 님은 빛을 요구하게 되었다. 빛이 되려고 생각하시게 되었다. 저 또한, 당신이기 때문에 하리스 님을 말리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무슨 뜻인가요?"

     "그분은 가족을 모릅니다. 사랑에 목말랐음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하지만 당신이라면, 아버지를 위해 목숨을 거는 당신이라면 하리스 님의 가족이 될 수 있습니다."

     "과찬이세요."

     쟈넷은 누구라도 괜찮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리스가 품고 있던 것을 전혀 보려고 하지 않았다.

     "저는 황자를 원했을 뿐인데요."

     "하리스 님께는, 무엇보다도 그게 구원이 되었습니다."

     뷰라는 웃었다.

     "저희들 모두가 레리어트 백작의 건으로 움츠려 있었습니다. 하리스 님께 말을 거는 것조차 주저할 정도로. 마술사공이 보기에는, 늙은이 주제에 기개가 없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그런 일은......"

     "그분께 빛을 보라고 정면에서 말했던 자는, 당신과 레리어트 백작뿐이었습니다."

     뷰라는 일어나서는 옆에 놓아둔 모포를 쟈넷의 등에 걸쳐주었다.

     "당신이 있기 때문에, 하리스 님은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 늙은이도 그분을 따라기로 했다ㅡㅡ당신은 변혁의 기치인 것입니다."

     "저는 제멋대로의 여자일 뿐인걸요."

     쟈넷은 중얼거렸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은 할게요. 홍련의 마술사로서, 모든 능력을 걸고 저도 싸울게요."

     "그건 좀 다릅니다."

     뷰라는 쓴웃음을 지었다.

     "당신은 마술사 이전에, 하리스 님의 약혼녀입니다. 그 점을 잊지 마시길."

     ".......잊지는 않았는데요."

     쟈넷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약혼녀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건 쟈넷으로선 전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당신은 당신으로 있기만 하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이 대사를 듣는 것은 세 번째. 그 진정한 의미를,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떠날 때까지 쉬십시오. 그럼 이만ㅡㅡ"

     "네."

     일어나서 자리를 뜨는 뷰라를 배웅하며, 쟈넷은 의자 위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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