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7화 재회
    2022년 02월 15일 23시 19분 2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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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7752eo/19/

     

     

     

     [아버지를 만나게 해 준다면, 파혼하겠다]

     경우에 따라서는 무시당할 가능성도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무파나한테서의 대답은 '승낙'을 고하는 것이었다.

     무파나가 가져온 추가 조건은, 하리스가 선물한 목걸이의 반환. 이것은 예상대로다.

     이미 쟈네스의 목에는, 하리스가 따로 선물한 붉은 보석의 목걸이가 있다.

     광채는 미묘하게 다르다. 이야기에 의하면, 그냥 홍련석을 부수고는 마술로 굳힌 것이라고 한다. 며칠이나 걸려 정련한 뒤 연마한 진짜와는 내포된 마력량이 다른 모양이다. 그리고 그것이 광채에도 드러난다는 것.

     진짜는 쟈넷의 마력을 품어서, 하리스에서 받았을 대보다 반짝거림이 늘어났다. 마치 발광하는 것처럼 휘황찬란히 빛나고 있다.

     쟈넷은 손으로 살며시 어루만진 다음, 진짜를 손수건으로 감싸 천주머니에 넣고, 그것을 은화와 함께 스스로 자수를 놓은 자루에 넣었다.

     "쟈넷 님."

     구르마스의 목소리가 문 저편에서 출발의 시각을 고한다.

     "갈게."

     쟈넷은 일어서서 방을 둘러보았다. 원하던 생활은 아니었지만, 이 방으로 돌아올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자, 나름대로 감개무량해졌다.

     쟈넷은 눈을 감았다.

     여기에 왔을 때는, 절망의 구렁텅이였다. 상황은 지금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지만, 출구는 반드시 있다고 믿을 수 있게 되었다

    ㅡㅡ출구는, 스스로 만드는 거야.

     쟈넷은 훗 하며 웃고는, 자루를 한 손에 들고 문의 손잡이에 손을 대었다.

     

     "언니."

     저택 바깥에는, 이미 플로라와 라스아, 그리고 와일이 마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마차의 마부석에는 구르마스가 앉아있다.

     "어라라, 많이 모였네."

     쟈넷이 키득거며 웃는다.

     "와일, 채굴장 쪽은 부탁해."

     "......알겠습니다."

     안광에 빈틈이 없는 와일에게, 쟈넷은 미소 지었다. 이 남자는 위험하지만, 쟈넷의 감시역이다. 매정하게 대하는 건 위험하다.

     "라스아, 당신에게 이것을."

     쟈넷은, 라스아에게 자수를 놓은 자루를 건넸다.

     "쟈넷 님?"

     "오늘은 플로라의 생일이야. 저녁 무렵에는 돌아올 거라 생각하지만, 숙모님의 집에 머물지도 모르니까, 이걸로 플로라가 좋아하는 것을 사줘."

     "알겠습니다."

     라스아는 그 자루를 소중히 품에 넣었다.

     라스아와 플로라는, 쟈넷이 나간 뒤 장을 보러 나가서 반란군이 있는 곳으로 도주하게 되어있다.

     자루의 내용물의 의미도, 라스아는 이미 알고 있다ㅡㅡ이제 누구도 돌아갈 수는 없다.

     "고마워, 언니."

     그렇게 말하고, 플로라는 쟈넷에게 안겨들었다.

     "어머나. 그렇게나 기뻤던 거니."

     쟈넷은 플로라의 등을 두드렸다.

     "......무사하세요."

     귓가에서 플로라가 속삭이고는, 몸을 떼면서 싱긋 미소 짓는다.

     "원했던 예쁜 머리장식이 있었거든요! 언니도 분명 마음에 들어 할 거예요!"

     "기대되네."

     플로라의 손을 꾹 움켜쥐면서 쟈넷은 미소 짓고는, 마차에 올라탔다.

     헤어질 때 눈물을 보이면 안 된다ㅡㅡ쟈넷은 저녁에 돌아올 테니까. 플로라는 그냥 쇼핑하러 나갈 뿐이니까ㅡㅡ평소처럼.

     그렇게 자신에게 들려주면서, 쟈넷은 창가로 눈길을 줬다.

     오늘의 하늘은, 한층 더 높고 눈부시게 느껴진다.

     

     

     

     무파나가 지정한 곳은, 역시나 다를까, 남쪽의 별궁이었다.

     호수의 푸르름과 어울리는 아름다운 건물이다.

     정문은 호수와 반대층에 있고, 당연하게도 문지기가 서 있다

     넓은 정원은 잘 관리되어서,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마차는 천천히 정면 현관까지 가서 정차했다.

     "쟈넷 님."

     말을 듣고, 쟈넷은 마차에서 내려갔다.

     백아의 건물의 벽은 생각했던 이상으로 컸다. 쟈넷은 크게 한숨짓고는, 가슴을 폈다.

     현관의 옆에는, 무장한 병사 두 명과 당번병으로 생각되는 한 소년병이 서 있다.

     쟈넷은 소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홍련의 마술사님이시죠?"

     소년은 쟈넷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

     "무파나 장군님께서 기다리십니다. 이쪽으로."

     "잠깐. 그도 함께 가도 괜찮겠니?"

     쟈넷은 뒤를 돌아보았다. 쟈넷의 뒤에서 구르마스가 슬쩍 고개를 숙였다.

     "예."

     소년은 약간 주저한 모양이지만, 승낙하고는 안내했다.

     쟈넷과 구르마스는 천천히 소녀의 뒤를 따라갔다.

     현관의 문을 지나치자 커다란 홀이 나왔는데, 좌우로 복도, 정면에는 계단이 있다. 천장은 뻥 뚫려서 햇살이 새어 들어오고 있다.

     쟈넷은 전에 보았던 지도를 떠올리면서, 소녀의 뒤를 쫓아갔다.

     안내받은 곳은 퓨르 신전이 있다고 알려진 탑으로 이어진다고 생각되는 문이었다.

     "무파나 님."

     소년이 문을 두드린다.

     그러자, "들어와." 라는 짧은 말이 돌아왔다.

     "들어가세요."

     소년이 문을 열었다.

     방의 창문은 닫혀있고, 양초의 불이 혼자 타오르고 있다.

     전체적으로 약간 어둡다. 향을 피우고 있는 것 일까. 단내가 난다.

     방의 안쪽에는 칸막이가 있고, 그 앞에 장군이 서 있다. 아무래도 귀인이 칸막이 저편에 앉아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안쪽에 금속의 문이 둔탁하게 빛나고 있다.

     "실례할게요."

     쟈넷은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방으로 들어갔다.

     "이번에 제 부탁을 들어주신다고 들었는데요?"

     "거기에 앉도록 해."

     방 중앙에 놓인 간소한 의자. 마치 심문을 받는 것 같다고 쟈넷은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일을 신경 써도 별 수 없다.

     쟈넷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의자에 앉았다.

     소년은 떠났고, 구르마스는 문을 닫고는 안쪽에 섰다.

     무파나는 구르마스 쪽으로 눈길을 줬지만, 쫓아낼 셈은 없는 모양이다.

     "그전에, 전하한테 받았던 것을 돌려주도록 할까."

     쟈넷은 무파나한테 시선을 던졌다.

     "아버지를 만날 수 있는 거죠? 아버지는 어디에 있나요?"

     "먼저, 돌려받은 다음이다."

     "돌려주는 건 상관없지만, 약속은 지켜주실 건가요?"

     "만나주게는 할 거다. 걱정할 필요는 없어."

    ㅡㅡ만나주게는 한다는 뜻은, 단순한 대면은 아닌 모양이네.

     "왜 갑자기 파혼할 생각이 들었지?"

     무파나는 의심스러운 듯 쟈넷을 노려보았다.

     "어머. 저를 바보라고 생각하셨나요?"

     쟈넷은 쿡쿡대며 웃었다.

     "최근, 전 몇 번이나 죽을 뻔했지요. 이유는 각하 쪽도 잘 아시겠지만요."

     그렇게 말하며, 무파나 쪽을 노려보았다. 의식하면서, 필요 이상으로 도발적인 어조를 쓴다.

     "협박에 굴하고 싶지는 않지만, 솔직히 사랑도 없는데 목숨을 거는 건 바보 같다고 생각해서요."

     쟈넷은 과장되게 어깨를 들썩였다.

     "물론 그런 일들에 증거는 없고, 각하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에요. 애초에 전 아버지를 구하려고 황자님의 약혼녀가 되려고 한 것뿐이죠. 아버지를 만날 수만 있다면, 꼭 목숨을 위협받는 입장에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그렇다 해도, 성인이 된 딸이 언제까지나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는 것은, 너무 의존하는 게 아닐까? 네 아버지는 중대한 연구를 위해 폐하의 곁에서 일하고 있는 걸 모르는 건가."

     무파나가 심술궂은 미소를 짓는다.

     "그렇네요."

     쟈넷은 의식을 집중했다.

     촛불의 빛이 갑자기 크게 불타오르더니, 갑자기 방이 새하얗게 될 정도로 밝아졌다.

     "히익."

     칸막이 쪽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났다.

     "죄송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아직 미숙한 인간인지라 힘도 제어하지 못하고 있네요."

     "......정말, 야만스러운."

     놀람을 숨기고는 있지만,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아마 제비일 것이다.

     "성인이 된 아들의 결혼의 이의를 제기하는 어머니도, 자식에 너무 의존하는 게 아닐까요?"

     쟈넷은 키득거리며 웃었다.

     "뭐ㅡㅡ무례한!"

     무파나가 소리쳤다.

     "약속을 지켜주시지 않으면, 저,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는데요."

     쟈넷은 그렇게 말하며 일어났다.

     "네가 약속을 깨트리지 않는다는 보증은?"

     무파나가 외치는 듯이 말했다.

     "없기는 해요. 다만, 아버지와 대화한 다음, 아버지께서 [원해서] 폐하의 밑에서 연구하고 있다고 알게 된다면, 제가 황자님과 결혼할 필요는 사라져요."

     "각하는 납득할까?"

     "글쎄요? 홍련의 마술사의 힘, 황자님이 얼마나 원하실지는 모르는 일이라서요."

     쟈넷은 싱긋 웃었다. 스스로도 심한 언동이라고 의식은 하고 있지만, 여기선 철저하게 무파나와 제비가 생각하는 대로의 [불씨]로서 자신을 연기하려고 결심해놓았다.

     쟈넷과 하리스 사이에 사랑은 없다. 있는 것은 서로의 손익계산뿐. 무파나와 제비가 믿는 대로의 관계를 강조하는 것이다.

     "무파나."

     칸막이 저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됐다. 결국은 정략결혼. 그 소녀의 마력 따위, 제왕의 자리를 계승하는 일에 비하면 사소한 것. 보석만 돌려준다면, 하리스도 납득하겠지ㅡㅡ예정대로, 만나게 해 주도록 하게나."

     "알겠습니다."

     예정대로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걸 입에 담는 건 주저되었다.

     쟈넷도 [정직하게] 행동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서로 마찬가지다.

     "이쪽이다."

     무파나는 일어섰다. 쟈넷은 그의 뒤를 쫓아갔다.

     칸막이 옆에 있는 금속문 앞에, 무파나가 섰다.

     "보석을 넘겨. 진짜라면, 이 문을 열어주마."

     쟈넷은 천천히 목걸이를 풀어서 무파나에게 건네줬다. 가짜이지만, 하리스와 쟈넷의 마력이 약간이나마 섞여있다. 웬만큼 마술에 소양이 있지 않다면 차이를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틀림없이 마력을 품고 있는......계승의 보석이 틀림없구나."

     무파나한테서 받아 든 모양인지, 여자가 단언했다.

     쟈넷은 내심 가슴을 쓸어내렸다.

     제1관문, 돌파다."

     "안내해주거라."

     "알겠습니다."

     무파나는 수긍하고는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정면에 또 하나의 문이 있었고, 위로 올라가는 계단의 층계참이 있었다.

     "여기다."

     무파나가 문을 연다.

     전체적으로 어둡다.

     가느다란 외광이 방의 중앙을 비춰주고 있다.

     연구실로 보인다. 실험기구가 햇빛에 비치고 있다. 옆에는 잡다한 서적이 쌓여있고, 어두운 방구석에는 홍련석이 쌓여있다.

     빛의 띠의 저편이라서 잘 안 보이지만, 아무래도 침대가 놓여있는 모양이다.

     쿨럭거리며 격하게 기침하는 소리.

     사람의 기척이다.

     "아버지?"

     쟈넷은 말을 걸었다.

     "쟈, 쟈넷?"

     쇠약해졌지만, 그래도 그리운 목소리.

     "아버지!"

     쟈넷은 침대로 달려가려 했다.

     "쟈넷님!"

     빛의 띠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쟈넷은 구르마스에게 밀쳐져서, 바닥을 굴렀다.

     챙, 하고 뭔가가 닫히는 소리. 그리고 다시 바람을 가르는 소리.

     "빛이여!"

     차가운 바닥을 구르면서, 유일한 창문을 향해 빛의 구슬을 날렸다.

     "터져라!"

     쟈넷은 빛을 창문 옆에서 격하게 발광시켰다.

     방 전체가 새하얗게 된다. 아마도 [바깥]에서 안을 들여다보던 자의 눈도 멀었을 것이다. 

     발광이 사그라들자, 방에 색채가 돌아왔다.

     "쟈넷 님, 무사하십니까?"

     "그래."

     쟈넷은 구르마스의 부축을 받으면서, 몸을 일으키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닥에 화살이 두 개 굴러다니고 있다.

     "구르마스, 당신은?"

     "괜찮습니다."

     구르마스는 그렇게 말했지만, 보아하니 오른팔에 피가 흐르고 있다.

     "다쳤잖아. 빨리 치료를."

     "긁힌 상처입니다."

     쟈넷은 손수건을 매어 구르마스의 상처를 막았다. 다행히 깊은 상처는 아닌 모양이다.

     "이것은 대체 무슨?"

     그렇게 말하고서.

     무파나의 모습이 사라지고, 문은 닫혀있음을 깨달았다.

     "쟈넷?"

     연약한 목소리와 함께 침대에서 사람이 일어선다.

     "아버지?"

     그것은, 야위어서 명백하게 병에 걸린 모습의 데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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