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6화 결단
    2022년 02월 15일 20시 51분 1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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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7752eo/18/

     

     

     

     "데니스가 남쪽 별궁에 있는 것은 거의 틀림없을 게다."

     "역시 그런가요."

     비즐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두운 바위굴 속, 조명이 빛나고 물소리가 끊임없이 울린다.

     "홍련석의 사용량을 조사했다. 남쪽 별궁의 반입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 데니스의 실험을 위함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이것을."

     루드가 품에서 지도를 꺼냈다. 남쪽 별궁의 것이다.

     호수와 인접한 쪽에 본관이라 불리는 건물이 있고, 대칭으로 된 좌우에 두 탑이 있다.

     주변은 해자가 파여 있어고, 돌벽. 꽤 방어가 탄탄하다.

     원래는 선제의 어머니가 호수의 경치를 마음에 들어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인테리어는 간소하지만, 경비하기는 쉽게 되어있다. 두 탑 중 하나는 퓨르의 신전. 또 하나는 천문대로 되어있다고 한다.

     "데니스가 있다고 한다면, 아마 이 퓨르 신전이 있는 탑일 거다."

     신전의 지하에는 신관용의 방도 있지만, 현재 신관은 상주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은룡이 입을 열었다.

     "군대를 움직여서 제압하기란 간단하다. 하지만 그래서는 [성스러운 화염]의 비밀을 알기도 전에 화염의 체벌이 발동해버릴 거다."

     "......아버지가 성스러운 화염을 다루기 위한 해답을 알고 있으면 좋겠지만요."

     쟈넷은 가슴의 펜던트를 만졌다. 붉은 돌이 반짝거린다.

     "별궁의 경비병의 정기연락은 1주일에 한 번. 다행히 별궁 주변은 민가도 거의 없다. 소수의 인원으로 공략해서 정보망을 차단한다면, 적어도 1주일은 여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의식을 행한다고 한다면 1주일이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지 않을지?"

     멘켄트가 눈썹을 지푸린다

     "1주일 안에 별궁을 벗어날 예정이다. 화염의 체벌은 직접 멈출 수는 없지만, 홍련석의 루트는 막을 수 있다. 잠복하면서 홍련석을 강탈하며 시간을 벌자.......꽤 난폭한 수단이지만."

     "설령 돌이 없어서 불이 꺼질 가능성이 있어도, 불의 체벌을 내릴 가능성이 있지 않소이까?"

     멘켄트가 걱정된다는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만일 화염이 사라진다면, 이 땅은 신이 버린 토지가 되어버려요. 사람이 살 수 없는 토지가 되어버려요."

     "어찌 되었든, 데니스가 해답을 갖고 있을 경우의 이야기다."

     하리스의 얼굴은 딱딱하다.

     "없다고 한다면, 자네스를 죽일 수밖에 없다."

     쟈넷은 무심코 하리스의 얼굴을 보았다. 하리스의 표정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 표정 짓지 마. 난 자네스를 아버지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했을 텐데?"

     "......네."

     알고는 있어도, 괴롭다. 자신의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하리스에게 존속살인을 시키고 싶지는 않다.

     설령 진짜 아버지가 아니더라도.

     "처음부터 자네스만을 목표로 한다는 방법은?"

     은룡이 끼어든다.

     "그것도 생각은 했다. 하지만 경비가 삼엄해. 자네스는 누구도 믿고 있지 않아."

     하리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왕의 지팡이만을 빼앗는 방법도 모색했지만, 빈틈이 없어. 뭐, 나를 믿고 있지 않을 뿐이니, 재상을 끌어들인다면 잘 될지도 모르겠지만......"

     "아군으로 삼기는 간단하겠지만, 재상공은 믿을 수 없습니다."

     루드는 그렇게 말하며, 쟈넷에게 눈길을 주었다.

     "그렇네요. 황자가 리아나 님을 고르신다면......"

     "그 이야기는 각하다."

     하리스가 언짢은 투로 말했다.

     "애초에 재상은 자네스의 제일가는 충신이며, 단즙을 제일 많이 빨고 있다. 배신해서 이쪽으로 넘어온다 한들, 그건 단순한 기회주의자에 불과하며, 같은 짓을 할 뿐이다."

     "저기."

     쟈넷은 뜻을 굳힌 듯 입을 열었다.

     "저, 무파나 장군과 협상을 해볼까 생각해요."

     "무파나와?"

     "이전에 황자와의 약혼을 파기하라고 듣고, 아버지와 만나게 해 준다면 생각해본다고 대답했습니다."

     "쟈넷!"

     하리스의 항의를, 쟈넷은 미소로 제지했다.

     "미리 아버지가 해답을 가졌는지 아닌지를 확인해둔다면, 그 자리에서 도와줄 수는 없어도 계획의 방향이 바뀌어요. 물론 아버지를 구하고 싶지만요. 하지만 성스러운 화염에 의한 화염의 체벌을 막지 못하면 의미가 없지 않겠어요?"

     "......하지만, 무파나 장군은 마술사공을 암살할지도 모릅니다. 거래에 응하는 척을 하다가 무슨 짓을 할지."

     루드가 얼굴을 찌푸린다.

     "그건 그렇겠지만, 저 혼자의 문제니까요."

     하리스가 병사를 일으키면 뒤는 없다.

     쟈넷 혼자서 행동한다면, 설령 실패해도 회복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어느 쪽이든, 아버지가 해답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해야죠."

     "저쪽에서, 마술사공 스스로 파혼하겠다는 걸 진심으로 받아들일지 아닌지도 문제 아닙니까?"

     은룡이 의문을 입에 담는다.

     "그에 대해 말하자면, 마술사공의 말씀하신 것은 장군이 납득할 거라 봅니다."
     루드가 대답했다.

     "장군도 제비님도, 마술사공의 신분 차이를 이유로 하리스 님과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두 분의 결혼은 정치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쟈넷을 전하의 상대로 추천한 이후, 내게 대한 제비님의 비난이 심해졌긴 했지."

     비즐이 어깨를 들썩인다.

     "더욱 말씀드리자면, 마술사공은 [약혼녀]임에도 불구하고 자각이 희박한......아니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건 하리스 님쪽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는데요?"

     쟈넷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은룡은 재밌다는 듯 웃었다.

     "과연. 확실히 마술사공은 자신의 가치를 전혀 모르고 있으니, 파혼을 해도 이상하지 않겠군요."

     "하지만 보석을 넘기는 조건을 달 가능성도 있을지 모릅니다만."

     "이거요?"

     멘켄트의 말에, 쟈넷은 걸고 있는 목걸이를 만졌다.

     투명하고도 붉은, 아름다운 보석. 각도를 바꿀 때마다 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린다.

     "그럴 가능성은 있겠군."

     하리스의 얼굴이 진지하다.

     "하지만, 무파나한테는 보석의 마력을 알아챌 힘은 없다고도 생각한다. 모조품으로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마력?"

     "그 보석은 홍련석의 분말을 전하의 마력으로 정련한 것. 현재는 쟈넷의 힘도 깃들어 반짝임이 늘어난 게다."

     비즐의 말에, 쟈넷은 깜짝 놀랐다.

     "그럼ㅡㅡ이게 성스러운 화염의 전승에 필요한 보석인가요?"

     "놀랄 일도 아니잖나? 넌 내 약혼녀니까."

     하리스의 목소리에 토라진 느낌이 있다.

     "과연. 마술사공이 이런 반응이니, 파혼한다고 해도 믿을 자는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은룡이 수긍했다.

     "제비님은 진짜 보석을 본 적이 있다고는 해도, 마술사공과는 마력이 다릅니다. 이렇게까지 빛나는 보석은 아니었을 터. 모조품으로도 괜찮을지도 모릅니다."

     쟈넷은 루드의 말을 들으면서, 보석을 바라보았다.

     지난번에도......그래. 지난번에도 이 보석을 하리스한테서 선물 받았다. 하리스는 그전부터 [화염을 다스릴] 셈이었던 것일까?

     어째서 난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까.

     아버지를 구하고 싶다고 원하면서, 하리스의 일을 전혀 봐주지 않았던 자신을 깨달았다.

     "쟈넷?"

     하리스의 이상해하는 목소리.

     "난 얼마나 바보였던 거람......"

     쟈넷은 중얼거렸다.

     그때, 루드의 손을 뿌리치고는 도주했다. 하리스가 배신했다고 생각하여 절망했다.

     하지만, 쟈넷은 하리스가 아버지를 처형하는 [현장]을 직접 본 것은 아니다.

     라니아스가 자네스의 친서를 손에 들고 그렇게 말했을 뿐.

     이제 와서 그 사실을 깨닫는다. 아버지는 정말로 하리스에게 처형당했을까?

    ㅡㅡ그것조차도, 모른다.

     치밀어 오르는 이 마음은, 후회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

     스스로도 알 수 없어서, 쟈넷은 가만히 눈을 깔았다.

     크흠, 하고 멘켄트가 헛기침을 했다.

     "전하와 마술사공의 대화 부족은 언젠가 메꿔나가기로 하고. 확실히 마술사공이 움직여주신다면, 데니스 씨의 구출로 화염의 체벌이 발동하는 일은 없겠죠."

     "하지만, 위험합니다."

     루드가 이의를 제시했다.

     "위험은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래 뵈어도 저 역시 산전수전 다 겪은걸요."

     쟈넷은 그렇게 말하고는, 은룡을 보며 웃었다.

     은룡은 "흠." 하며 수긍했다.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저쪽도 마술사공의 마술을 막을 수단을 생각해 놓았겠죠."

     "어떤 방법을 취해도, 위험을 따라오는 법이에요. 그렇다면 희생이 적고 가능성이 높은 계획을 실행해야 해요."

     "소용없다, 루드."

     한숨을 한번 쉬고서, 하리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눈을 한 쟈넷은, 멈출 수 없다. 그리고ㅡㅡ이 눈을 하고 있기 때문에, 쟈넷은 지지 않을 거다."

     하리스의 말에, 루드는 "하지만." 이라며 이의를 제기하려 했다.

     "쟈넷 님은 제가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내겠습니다."

     계속 한걸음 물러난 위치에 있던 구르마스가, 넌지시 입을 열었다.

     "아마 말려도 소용없을 겁니다. 쟈넷 님은 그런 분이라서."

     "맞아. 말린다 해도, 자기가 결정했다며 멋대로 해버리겠지. 멋대로 해버리면 지원해줄 수 없어."

     하리스가 질렸다는 듯이 말했다.

     "......뭔가 심한 말인데요."

     쟈넷은 입을 삐죽였다.

     "그건 마술사공이 변혁의 기치이기 때문입니다."

     멘켄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당신은 어둠을 밝히는 화염. 저희들은 그 빛에 매료되어 모였으니까요."

     "......과대평가예요."

     쟈넷은 쓴웃음 지었다. 실제로, 자신이 한 일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군을 통솔하던 자는 하리스이며, 반란의 횃불을 지핀 자는 은룡과 멘켄트다.

     지난번에는 물 흐르는 듯 살다가 끝났다. 이번에는 똑같은 결말이라 해도, 스스로 골라서 나아가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근심은 덜어내야 한다.

     "하나, 부탁이 있는데요."

     쟈넷은 은룡과 멘켄트를 보았다.

     "당신들한테 여동생을 맡기고 싶어요."

     지난번에는 플로라가 스스로의 의지로 은룡에게 갔었지만.

     이번의 플로라는 아직 쟈넷의 옆에 있다. 이대로 옆에 두는 것은 위험하다.

     "제왕 자네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두고 싶어요."

     ".......알겠습니다."

     은룡이 진지하게 대답했다.

     

     

     

     

     바위굴에서의 회담이 끝난 뒤, 쟈넷과 플로라는 하리스와 함께 호숫가에서 식사를 즐겼다.

     만일을 위해, 은룡 일행과는 바위굴에서 헤어졌다.

     어쨌든 신중하게 일을 진행시켜야만 한다.

     해가 기울기 시작한 무렵, 한때의 평온한 시간은 끝나고 쟈넷 일행은 마차에 올라탔다.

     편자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리며, 차 안이 달그닥거린다.

     "저기, 플로라. 부탁이 있어."

     쟈넷은 말을 꺼냈다.

     "아버지를 구해내려고 생각하고 있어. 그러니 너를 어느 사람한테 맡기려고 생각해."

     플로라는 놀란 듯 눈을 부릅떴다.

     "언니, 혹시 무모한 일을 하실 셈인가요?"

     "그래. 아마 두 번 다시 지금의 생활로는 못 돌아갈 거야. 네게도 고생을 끼치겠네. 미안."

     쟈넷은 그렇게 말하며 플로라의 손을 쥐었다.

     플로라는 고개를 흔들었다.

     "전 언니가 괴로워하는 지금의 생활에 미련은 없어요. 단지, 또 언니가 다친다고 생각하면....."

     "그래. 괜찮다고는 말할 수 없을지도 몰라."

     쟈넷은 솔직하게 고했다.

     "하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좋은 방향으로 바뀌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지난번과 같아진다.

     같은 [죽음]이 기다린다 해도, 스스로 선택한 길을 나아가고 싶다.

     플로라는 쟈넷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말릴 수 없는 건가요."

     "미안해."
     "하지만, 안심했습니다. 언니의 그 눈. 제가 정말 좋아하는 반짝임이 돌아온걸요. 계속......계속 슬퍼 보여서, 꺼질 것만 같았거든요."

     플로라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 지었다.

     말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계속 언니의 변화에 가슴 아파했을 것이다.

     부상을 입고 눈을 뜬 뒤로 계속, 쟈넷은 항상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있나요?"

     플로라의 눈동자에 강한 빛이 깃든다.

     "만일 내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쟈넷은 플로라의 손을 꾹 움켜쥐었다.

     "다음에는, 네가 변혁을 인도해."

     "그건 무리예요. 그러니......언니는 무슨 일이 생겨도 돌아오지 않으면, 안 돼요."

     플로라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지었다. 쟈넷은 플로라를 살포시 안아주어다.

     마차는 땅거미가 진 길을 천천히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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