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8화 부녀2022년 02월 16일 10시 07분 5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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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넷 님, 잠시만. 일단 창문을 닫읍시다."
구르마스는 그렇게 말하고서 방에 하나만 있는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아무래도, 창문의 개폐는 창가의 끈을 당겨서 할 수 있는 모양이다. 구르마스는 신중하게 이동해서 창문을 닫았다.
어두워지는 것을 기다리고서, 쟈넷은 빛을 만들었다.
"아버지."
쟈넷은 구르마스가 고개를 끄덕인 것을 보고,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왜 이런 곳에."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데니스는, 당황한 표정을 있고 있다.
쇠약해지기는 했지만, 머리카락도 수염도 정돈해놓고 있다. 침구류도 의복도 청결하다. 완전히 열악한 환경은 아닌 모양이다. 적어도 죄인처럼 다뤄지지는 않는 것에, 쟈넷은 안심했다.
"성스러운 화염에 대해 알고 싶어서 왔어요."
쟈넷은 단도직입적으로 꺼내 들었다.
"그건......"
크흠.
데니스가 괴롭게 기침을 했다.
"의사분께 진찰받으셨나요?"
아버지의 등을 쓸면서, 쟈넷이 물어본다.
데니스는 문득 쓴웃음을 지었다.
"그 의사 때문에 죽어가고 있는 거란다."
"네?"
데니스는 침대맡의 테이블에 놓인 약봉지를 가리켰다.
"병에 걸린 뒤로 2개월째다. 3일에 한번 의사가 오지만, 주는 약은 독이거든."
데니스는 씁쓸히 웃었다.
"약을 먹고 나서 눈치채서 먹는 건 그만두고 있지만, 한번 떨어진 체력은 도무지 개선 되지를 않아. 어쩌면 식사에도 뭔가 들어있을지도 모르고."
"왜 아버지를 이렇게 하는 거죠?"
"아마 폐하가 필요한 연구 데이터는 모두 모았기 때문이겠지."
데니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폐하는 [성스러운 화염]을 병기로 쓰고 싶을 뿐이니까."
"그래도......"
"언젠가 이렇게 될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데니스는 한숨을 쉬었다.
"바로 처형하지 않는 건, 아직 내 연구가 뭔가에 쓸만할지도 모른다는 미련이 있어서겠지."
욕심도 많다면서, 데니스는 냉소를 지었다.
"쟈넷 님."
문을 조사하던 구르마스가 소리 내었다.
"왜 그래?"
"완전히 갇힌 모양입니다. 자물쇠뿐만 아니라, 마술에 의한 장벽도 만들어져 있습니다."
구르마스가 떨떠름한 얼굴로 보고했다.
".......날 가둬서 뭘 하고 싶은 걸까?"
쟈넷이 미간에 주름을 만든다.
"하리스 님이 재상의 딸과 무사히 약혼할 때까지는 가둬둘 셈인지, 아니면 쟈넷 님을 죽일 셈일지."
조금 전의 저격도 있다. 살의가 없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아마도, 제비의 온정을 얻어 아버지를 만난 홍련의 마술사가 아버지를 데리고 [도주]하려고 폭력을 행사해서, 어쩔 수 없이 살해했다......가 아니겠습니까. 그거라면 폐하나 하리스 님도 설득할만한 이유입니다."
구르마스의 말에, 쟈넷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까지 해서 날 죽이고 싶은 이유는 대체 뭘까."
"쟈넷 님은 홍련의 마술사. 그 힘은 폐하에게 정말 위협적입니다. 폐하의 위협을 황자님의 옆에 두는 것은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거기다, 재상 각하의 의향도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구르마스가 휴우 하며 숨을 토했다.
"재상 각하는, 예전부터 당신을 위험시해왔습니다. 리아나 님의 일뿐만이 아니라, 당신을 만난 탓에 하리스 님이 자신에게 반항적이 되었다고 생각하여 당신을 미워하고 있습니다."
"무슨 뜻이야?"
"쟈넷 님과 알게 되기 전의 하리스 님은, 학업면에선 유능했지만 세상과 정치에 흥미가 없는 분이었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좀처럼 말하지 않는 면이 있었습니다."
"그건......"
아마 레리어트 백작의 일 이후, 하리스가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쟈넷 님만 없었다면 마음대로 조종했을 거라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황자님은 그렇게 약한 사람이 아닌데."
쟈넷은 무심코 웃었다.
"실제로 하리스 님이 어떤 분이지는 문제가 아닙니다. 재상 각하께서 그렇게 믿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제비님과 장군 각하께서, 쟈넷 님과 하리스 님의 약혼에 정치적 의도 이외의 것이 없다고 믿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쟈넷, 너, 황자와 약혼을?"
데니스가 경악의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는 모르셨나요?"
"바깥의 정보는 대부분 몰라. 대우는 나쁘지는 않지만, 완전히 감시당하고 있어서 바깥에 나가는 것도 기껏해야 이곳의 안뜰 까지랄까. 만나는 사람도 한정되어 있고."
병에 걸리고 나서는, 바깥으로 나갈 수도 없어진 모양이다.
"설마 폐하가 너와 황자의 약혼을 허가했을 줄이야....."
데니스는 눈썹을 찌푸렸다.
"아버지?"
"폐하와 황자의 마력은 그리 차이가 없어. 하지만 제비님과 네 마력은 천지차이지ㅡㅡ그렇다는 말은, [성스러운 화염]을 놓고 같은 조건으로 싸운다면, 반드시 황자가 이긴다. 위험한 이야기다."
쟈넷은 데니스의 말에 따라, 아무렇게나 놓인 서류를 손에 들었다.
"그건 역대의 제왕과 홍련석의 소비량이다. 이 경우, 홍련석의 소비가 많다는 것은 제어의 마력이 낮다는 뜻의 의미하지만......"
데니스는 페이지를 넘겼다.
"이 제어의 힘은, 제왕의 마력도 중요하지만 보석에 관여하는 '여성'의 힘도 중요하다......하지만 [성스러운 화염]을 다루려면 반드시 왕의 지팡이가 필요하니, 그게 폐하의 손에 있는 한 황자가 [성스러운 화염]을 다룰 수는 없지만."
"왕의 지팡이 없이 제어는 불가능하다는 말씀인가요?"
쟈넷은 아버지를 보았다.
"왕의 지팡이는 에라흐의 유골로 되어있다는 전승이 있지."
"유골이요?"
데니스는 수긍했다.
"에라흐는, 바라프가 진정하기를 빌며 산을 오르고 몸을 던졌다."
"그랬나요?"
건국신화는 식전의 내용만 알고 있는 쟈넷이었다.
"그 유체를 주워 든 퓨르가 성스러운 화염으로 불태운 다음, 왕의 지팡이로써 그 유골을 자식에게 건네주고 화염의 힘을 부여했다......"
데니스는 잠시 뜸을 들였다.
"왕의 지팡이를 시작으로, 성스러운 화염의 전승에 필요한 것은 모두 비전으로 되어있다. 에라흐의 마지막이 시전에서 생략된 것은 그 때문이겠지."
실제로도, 식전에서 화염을 계승하는 자는 에라흐의 자식이지 에라흐는 아니다.
"기나긴 제국의 역사 속, 여러 실험을 시도한 제왕들이 있었다. 보석의 힘에 관여하는 여성의 마력이 관여한다는 사실은 꽤 이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부인]이 되는 여자 이외의 마력으로 만들게 한 제왕도 있었지만, 결국 전승의 방법 이외로 화염을 다스릴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데니스는 어깨를 들썩였다.
"성스러운 화염은 신의 힘. 그것에 관여하는 힘은, 신이 정한 규칙으로서 존재한다. 사람이 찾아낸 규칙으로 조종하는 마술과는 다른 법이야. 오랫동안 연구했지만, 결국 [성스러운 화염]없이 프리마베라를 지키는 방법은 찾지 못했구나."
말을 끝내고서, 데니스는 다시 크게 기침을 했다.
"아버지......"
쟈넷은 아버지의 등을 쓸어주었다.
"쟈넷 님, 어쩌시겠습니까?"
구르마스가 멀리서 말을 걸었다.
"면회는 끝났으니, 돌려보낸다고 말해도 돌려보내 줄 것 같지 않네."
쟈넷은 닫힌 문을 바라보았다.
"출구는 저곳뿐인가요?"
"아니, 저곳에도 문이 또 하나 있는데, 안뜰로 나갈 수 있게 되어있지."
데니스는 더욱 안쪽의 벽가를 가리켰다.
"문제는, [바깥]에서만 열 수 있는 문이라는 거지만."
구르마스는 조심스레 문을 조사해나갔다. 문의 위치는 알겠지만, 손잡이도 잡을 곳도 전혀 없이, 거의 벽처럼 된 1장의 금속판이다.
"......이쪽은 마술장벽이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문 자체의 소재는 마술의 간섭을 받기 어렵게 만들어졌습니다만."
"저쪽으로 나가 달라는 게 아닐까?"
쟈넷은 어깨를 으쓱했다.
"안뜰이라는 말은, 거기서 포위할 셈이려나."
"그럴게 생각할만합니다."
구르마스가 수긍한다.
"이쪽이 움직일 대까지 방치할 셈인지, 아니면 조금 전처럼 저 창문으로 뭔가 공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찌 되었든, 새장 속의 새입니다."
"예상대로라고 한다면 예상대로네."
쟈넷은 그렇게 말하고서 데니스를 바라보았다.
"아버지, 일어서서 걸을 수 있나요?"
"나는 놓고 가. 걸리적거릴 테니."
데니스의 표정은 진지하다.
"안 돼요."
쟈넷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아버지를 구하지 못한다면, 여기로 온 의미가 없잖아요."
"하지만ㅡㅡ"
"아버지는, 왕의 지팡이 없이 황자님이 화염을 제어할 방법을 찾으셔야 만 해요."
데니스는 쟈넷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황자가 일어설 것을 결심했다는 뜻이구나."
쟈넷은 작게 끄덕였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데니스는 그렇게 말하고서, 침대맡에 놓아둔 약에 손을 대었다.
"아버지? 그건 독이라고 아까......"
"그래. 하지만 몇 시간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작용이 있단 말이지. 약이 듣게 되면 심한 상태가 되겠지만 말이야. 괜찮다. 한번 먹는 정도로 죽지는 않을 테니."
언뜻 나았다고 착각시키는 그 약은, 이른바 흥분제다.
담긴 독은 미량이기는 하다.
다만 몸에 질병이 있는 경우는, 확실하게 목숨을 갉아먹는 것이라고 데니스가 설명했다.
"......그래서, 어떻게 여기를 나갈지는 생각해둔 것은 있나?"
"딱히 없어요. 잠가놓은 것은 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정도죠."
구르마스는 표정을 지우고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다.
"아버지는 뭔가 아이디어가 이나요?"
"저곳에 홍련석이 있다."
데니스는 방구석에 잡다하게 쌓인 홍련석을 가리켰다.
"어머나. 그럼, 아버지도 같은 생각인 거네요."
쟈넷은 후훗 하며 미소 지었다.
"출구가 없으면, 만들면 되지. 하지만 그 행동은 저쪽도 예상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데니스는 입을 약에 털어 넣고는, 천천히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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