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0화 병영12022년 02월 14일 05시 14분 2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7752eo/11/
"언니!"
숙모의 집에 도착하자, 플로라가 뛰어왔다.
해는 이미 기울어지고 있다.
신전 쪽에서 무사하다는 연락은 도달했을 테지만, 역시 마차의 사고라고 하니 걱정되었을 것이다.
"그럼, 저는 이만."
신관한테서 부탁받은 [농부]를 연기하고 있는 은룡은, 낮게 고개를 숙였다.
"고마워. 멘켄트 님께 잘 부탁해."
붙잡아두면 오히려 민폐일 것이다.
은룡은 가능한 한 [얼굴]을 드러내고 싶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
쟈넷은 짐마차에서 내려오자, 곧장 등을 돌렸다.
"언젠가, 다시."
그렇게 말한 은룡은 돌아갔다.
"걱정을 끼쳤네."
쟈넷은 플로라의 손을 쥐면서 문을 지나쳤다.
현관의 홀에는 숙모인 미라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에 말만 돌아와서 깜짝 놀랐단다. 그리고 오전 중에 사고의 알림을 받았는데, 정말 네가 무사해서 다행이구나."
미라가 쟈넷을 들여보낸다.
"먼저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는 편이 좋겠네. 식사고 준비했으니, 오늘은 편히 쉬렴."
"고맙습니다."
쟈넷은 고개를 숙였다.
"신경쓰지 마. 괜찮아 보여서 안심이네."
사람 좋은 푸근한 미소다.
"말만 돌아왔을 때는, 정말이지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단다. 대뜸 궁전에서 자고 오나 생각해서......"
"죄송해요."
"깊은 밤길이라 불안하지는 않았나? 너, 혼자서 도움을 부르러 갔다고 들었단다."
"네. 하지만 저는 괜찮았으니까요."
쟈넷은 웃었다.
"사고의 알림이 조금만 늦었다면, 헌병한테 부탁하려던 참이었는데."
"정말 심려를 끼쳐드렸습니다."
쟈넷은 진심으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언니. 알림이 오고 나서도 좀처럼 돌아오지 않아서 걱정했단 말이에요."
플로라는 정말로 걱정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말하면서, 쟈넷의 소매를 붙잡았다.
"미안. 라니아스가 중상을 입어서 의사 분과 상담했었어. 그리고 신전에는 마차가 없어서 수배하느라 늦어버렸어."
쟈넷에게는 불가항력적인 일이었지만, 다른 곳에 들러서 늦어졌다고는 말할 수 없다.
정말로 미안한 마음으로, 플로라의 얼굴을 살짝 어루만진다.
"하지만, 언니가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고마워."
쟈넷은 그렇게 말하고서.
"숙모님, 죄송하지만 내일 밤도 묵게 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래. 그건 상관없단다. 사고가 난 것이니, 내일은 물론이고 언제든 편히 있다 가렴."
미라는 부드럽게 웃었다.
"감사해요."
쟈넷는 고개를 숙였다.
"플로라를 부탁할게요. 전 내일 제도로 가야 하는데,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언니?"
플로라가 불안한 듯 쟈넷을 올려다보았다.
"사고의 보고를 해야만 해. 라니아스도 부상으로 쓰러지고 말았으니, 그 일도 포함해서."
사고 그 자체는 내버려둬도 문제없지만, 라니아스는 제왕의 명으로 쟈넷을 모시고 있는 것이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보고만이라면 다른 사람을......이라 말하고 싶지만, 너는 그런 아이였지."
뭔가 포기한 듯, 미라가 그리 중얼거렸다.
"적어도 오늘은 편히 쉬어."
"네."
쟈넷은 미라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걱정 마." 라면서 플로라의 볼을 살며시 어루만졌다.
사고의 수속이라기보다, 정확히는 라니아스의 부상을 알리기 위해서 군의 사무국을 방문했다.
구르마스와 라니아스는, 일단은 군의 소속인 것이다.
의사의 진단서와 휴직요청서를 제출하자 사고에 대한 간단한 취조가 있었지만, 쟈넷은 사고였다고 보고했다.
누가 일부러 그랬다고 말해도, 증거가 없다. 섣불리 소란을 피우면 더욱 성가셔진다.
후임에 대한 여러 수속에 대해 상사의 의견을 여쭤봐야 하니 조금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무관의 말에, 쟈넷은 사무국 바깥으로 나갔다.
군의 훈련시설이 늘어서 있고, 병사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심플한 드레스라고는 해도, 남자만 있는 군의 시설을 걸으면 눈에 띄는 모양이다.
가만히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시선을 모으고 만다.
몸둘 곳이 없는 기분으로, 쟈넷은 정처 없이 걸었다.
건물로 둘러싸인 안뜰에서, 검격의 소리가 난다.
쟈넷은 그곳에서 아는 얼굴을 발견했다.
ㅡㅡ황자?
군의 훈련장에 황자가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지만, 쟈넷 안의 하리스의 이미지와 다르다.
꽤나 다부진 인상이다.
솔직히 검을 쓸 수 있다고는 생각치 못했다.
움직임이 기민하고 격하다. 꽤 잘 쓰는 것은 틀림없다.
하리스의 상대를 하는 자는, 뷰라 장군 휘하의 검호인 루드 대장이다.
쟈넷의 등에 서늘한 것이 달린다.
가늘고 치켜오른 눈을 하고 있고, 안광도 날카롭다. 나이는 하리스보다 약간 위.
군에서의 인망은 있는 편이라고 들었다.
지금까지 직접 면식은 없다ㅡㅡ면식이 있던 것은 미래다.
쟈넷의 머릿 속에, [지난번]의 기억이 떠오른다.
"하리스 황자님이, 반역죄의 명목으로 데니스 씨를 처형했습니다."
라니아스가 봉인된 서류를 내밀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제왕 자네스 님께서 당신에게 질문장을 보내셨습니다."
"질문?"
서둘러 연 서장에는, 아버지 데니스가 제왕에게 반역을 꾀했다는 것과, 쟈넷도 그에 가담했다는 의심이 있으니 해명하라고 쓰여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아버지가 황자에게 살해당했다ㅡㅡ그런 의미조차 몰랐던 사이에.
저택에 정규군이 나타났다. 완전히 무장하고 있다.
"함께 가십시다."
구르마스의 안내로 들어온 루드는 그렇게 말하며 쟈넷의 손을 잡았다.
날카로운 안광으로 쟈넷을 본다.
ㅡㅡ살해당한다.
쟈넷은, 그 손을 뿌리치고는 도주했다......
예리하게 바람을 베는 소리가 났다.
"쟈넷!"
하리스의 커다란 목소리가 들린다.
하리스의 손에서 벗어난, 날카로운 칼날이 공중을 가른다.
"에?'
그 흰 칼날이, 쟈넷을 향해 날아오던 화살을 쳐냈다.
"쟈넷!"
"괜찮습니까?"
얼굴이 새파래진 하리스와 루드가 달려왔다.
"괜찮아요."
생각에 잠겨있던 탓인지, 사태에 현실감을 느끼지 못한 쟈넷은 멍하게 대답했다.
둘 외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화살은 어디서 날아온 것일까.
"부상은?"
"없어요."
하리스는 쟈넷의 손을 잡고, 화살이 날아온 방향에서 엄폐되는 위치로 데려갔다.
"볼에 상처가."
하리스의 손가락이 쟈넷의 볼을 만진다.
"그건 아마, 오늘 것이 아니에요."
무의식적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소리를 내며, 쟈넷은 고개를 숙였다.
"군의 지급품인 일반적인 화살입니다."
루드가 쟈넷을 노렸던 화살을 주워 들었다.
"잘못 쏜 것은 아닐 겁니다."
신중히 주변을 확인한다. 주변에 사람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어쨌든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황자님께서 저를 신경 쓰시다니, 신기한 일이네요."
안심한 듯 웃는 하리스에게, 쟈넷은 무심코 그렇게 말했다."오, 그렇습니까?"
루드는 흥미롭다는 듯이 말하면서, 하리스의 단검을 주워 들었다.
"......하리스 님은, 의외로 서투르신 모양입니다."
"쓸데없는 말 마."
하리스는 언짢다는 투로 대답하면서, 단검을 받았다.
"그건 그렇고 오늘의 부상이 아니라는 뜻은?"
"아마 어제 돌아가는 길에 생긴 것이에요. 그리고 이 정도는 별 것 아니고요. 저는 이미 온몸에 부상을 입고 사지도 몇 번이나 헤쳐 나온 여자예요. 이제 와서 이 정도야 뭐."
"하지만, 당신처럼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에 상처가 나면......"
"검의 달인인 대장님은, 말씀도 잘하시네요."
그렇게 말하며 루드한테 싱긋 웃어 보인다. 하리스의 얼굴이 약간 언짢음으로 일그러진다.
"그런데 너는 왜 이런 곳에 있지?"
"야회에서 돌아가는 길에 사고가 나서, 라니아스가 중상을 입었습니다. 당분간 휴양이 필요해서, 그 신청을 하러 왔어요."
쟈넷은 대답했다.
"채굴장으로 돌아가는 건 늦어지겠지만, 이건 불가항력이에요."
"사고?"
하리스는 눈을 부릅떴다.
"네. 마차의 차축이 느슨한 상태였어요. 그래서 차체가 전복했답니다. 다행히 저는 거의 무사했지만, 라니아스는 늑골과 다리가 부러졌습니다."
"정말로 단순한 사고였나?"
"사고 이외에 뭐가 있나요?"
쟈넷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리스는 굳은 얼굴로 루드와 시선을 교환했다.
"......왜, 이번에 구르마스와 오지 않았지?"
"채굴장의 입구에 균열이 발견되어서, 보강공사를 부탁했어요."
쟈넷은 하리스가 말하려는 바를 이해했다.
구르마스라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했을 거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실제로도, 지난번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다음부터는, 어딘가에 나갈 때는 구르마스를 옆에 둬라."
"......믿고 있기 때문에, 그한테 공사를 부탁한 건데요?"
쟈넷은 씁쓸히 웃었다.
그 선택에 의해, 사고가 일어나서 라니아스는 환자가 되었다. 사태가 좋아졌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선택이지만, 암반 사고가 가끔씩 일어나서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도 있다.
전체적인 수지로 본다면, 어느 쪽이 현명한지 따지기는 미묘하지 않을까.
"이후의 이야기다."
하리스는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지었다. 험악한 눈매.
"어떻게 생각하나?"
"아마, 하리스 님의 생각이 올바를 겁니다."
루드가 굳은 얼굴로 끄덕였다.
"라니아스의 후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 그보다, 그걸 기다리느라 여기에 있는 중이에요."
"호위는?"
하리스는 눈썹을 찌푸렸다.
"없어요. 돌아갈 땐 순회마차에 타서 돌아갈 셈이었고요."
"혼자서 이런 남자투성이의 조직에 찾아온 건가?"
"뭐 항상 있는 일이지만, 무슨 문제라도?"
루드가 어깨를 들썩이며 큭큭거린다.
"홍련의 마술사공은, 소문대로 용맹한 분입니다......하지만, 조금만 더 주의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주의?"
"군의 시설에서 여자란 정말 눈에 잘 띕니다. 남자들만 있어서, 아무리 군율이 엄하다 해도 이상한 짓을 할 녀석이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사람, 있을까요. 홍련의 마술사의 악명은 높다고요."
쟈넷은 쓴웃음을 지었다.
"실제로 그렇게 할 용기가 있을 녀석은 소수파겠지만."
루드는 그렇게 말하며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여기뿐만 아니라, 당신은 황자님의 약혼녀. 신변에 주의를 기울임은 필요합니다. 조금 전의 화살도, 우연이 아니라 당신을 저격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쟈넷은 언젠가 죽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묘하게 마음은 평온했다.
"저, 그렇게나 황자님한테 어울리지 않는 걸까요."
쟈넷은 후훗 하며 웃었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반대한다면, 직접 말하면 될 것을."
"쟈넷."
"많은 귀족 분들은, 저보다 리아나 님 쪽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걸요. 폐하의 허가를 받았는데도, 저는 아직도 약혼녀후보 중 한 명인 채."
해가 구름 사이에 숨자, 주변이 약간 어두워진다.
"너는 나의 약혼녀다."
하리스는 그렇게 말하고서, 쟈넷의 손을 이끌어 의자에서 일어나게 했다.
"일단, 여기는 위험하다."
"맞습니다. 그럼 저의 집무실로 갑시다."
루드는 그렇게 말하고서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은 바람 한 점 없어서, 기분 나쁠 정도로 조용했다.
728x90'연애(판타지) > 그리고, 나는 화염에 불태워진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12화 병영3 (0) 2022.02.14 제11화 병영2 (0) 2022.02.14 제9화 폐허 (0) 2022.02.13 제8화 의도 (0) 2022.02.13 제7화 사고 (0) 2022.02.13 다음글이 없습니다.이전글이 없습니다.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