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1화 병영22022년 02월 14일 13시 49분 3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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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의 집무실은 안쪽으로 들어간 장소에 있었다.
당번병인 소년한테 뭔가를 말하고서, 루드는 방으로 하리스와 쟈넷을 들여보냈다.
그리고 창문에서 보이지 않는 위치로 의자를 옮긴 다음 두 사람에게 권했다.
"뭔가 마시겠습니까?"
"그럼 알콜 이외로."
하리스가 그렇게 말했다.
"......확실히, 여기서 술을 마실 수는 없겠네요."
쟈넷은 야회의 일을 떠올리면서, 무심코 하리스를 바라보았다.
시선이 교차하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렇게 해. 넌 취하면 경계심이 희박해져서 위험하니까."
쟈넷은 뭐라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루드는 방구석에 있는 선반에서, 찻잔을 가져왔다.
"그럼, 허브티를 가져올 텐 잠시만 기다리시길."
그렇게 말하고서, 다기를 들고 방을 나갔다.
루드가 나가자, 좁은 방에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쟈넷과 하리스는 벽에 등을 돌린 모습으로 앉아있지만, 의자와 의자의 간격은 미묘하게 떨어져 있다. 가까운 듯하면서도 먼 듯한 이상한 거리라고, 쟈넷은 느꼈다.
"사고의 경위를 말해봐."
하리스가 그렇게 말했다. 굳은 얼굴이네.
이건, 어느 정도 솔직히 말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쟈넷은 생각했다. 거짓은 통하지 않는ㅡㅡ그런 눈이다.
"마차가 이상하게 덜컹거린다고 생각했는데......숲길로 들어선 부근에서 전복되었지 뭐예요."
"그 외의 사람은?"
"없어요. 숲속인걸요."
누군가가 습격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차 안에서 탈출하기까지 상당히 시간이 지났으니 절대라고는 말할 수 없다.
"말도 도망쳐버렸고, 라니아스는 숲으로 내동댕이쳐져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라서 근처의 신전에 도움을 부르러 갔어요."
"......너, 혼자서 말인가?"
"네. 저밖에 없었는걸요."
쟈넷의 말에, 하리스는 눈썹을 찌푸렸다.
"너, 군부의 부하 말고도 종자 한 명 정도는 고용해야 하지 않을까?"
"군부의 부하가 두 명이나 딸려있는데요? 두 사람한테 허드렛일도 시키고 말아서 미안하다고는 생각하지만요."
쟈넷은 쓴웃음을 지었다.
"저는 하급귀족 출생이에요. 종자를 데리고 걸어 다니면, 유서 깊은 귀족 분들이 [벼락출세]라며 더욱 비웃어요."
"널 비웃는다면, 비웃게 놔두면 되잖아."
하리스는 화가 난 것처럼 말했다.
"그래서?"
"신전 분들이 도와주러 오셔서, 라니아스를 신전으로 옮겼답니다. 의사를 불러서 진찰시켰더니 늑골과 다리가 부러져서 움직일 수 없다고 해서요."
"라니아스의 일은 됐다."
"......그럼, 무엇을?"
"왜? 차축이 느슨해졌지?"
예리한 눈으로 바라보자, 쟈넷은 무심코 고개를 숙였다.
어디까지 말해야 할까.
"신관 분께서 현장의 상태를 조사해주셨어요......사고는 아닐지도 모른다고는 들었습니다."
쟈넷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헌병에게 연락도 생각했지만, 큰일로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증거도 거의 없으니까요."
"뭐, 그렇겠지."
하리스는 납득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조금 전의 화살도 있다. 너를 노린다고 봐도 틀림없겠지."
"날 위해 손을 더럽힐 필요도 없을 텐데."
쟈넷은 중얼거렸다.
앞으로 반년 후, 쟈넷은 죽는다.
아무것도 안 해도, 파멸로 향하는 여자인 것이다.
"이전부터, 너는 이상해."
일어선 하리스가, 쟈넷의 턱에 손을 댄다.
무리하게 맞춰진 시선. 그 앞에 있는 것은, 뭐든지 꿰뚫어 볼 것만 같은, 브라운의 눈동자다.
"무슨 일이 있었지? 마치, 뭐든지 포기하고 만 듯한 눈을 하고 있는데."
"......기분 탓이에요."
쟈넷은 중얼거렸다. 가슴이 아프다.
포기한 것은 아니다. 알고 있는 거다.
황자가 자신을 선택하지 않음을. 성스러운 화염도 자신에게 응해주지 않음을.
"그렇다면...... 좀 더 자신을 소중히 해."
하리스는 손가락으로 쟈넷의 입술을 뒤덮었다.
하리스의 눈동자에 쟈넷의 모습이 비치더니, 그것이 점점 커다랗게 된다.
쟈넷의 심장이 경종을 울리기 시작한다......그때.
똑똑
노크소리가 났다.
"루트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래."
하리스는 쟈넷한테서 손을 떼고는, 창가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더니 다시 의자에 걸터앉았다.
루드는 찻주전자에서 찻잔으로 차를 따르고는, 두 사람에게 천천히 컵을 내밀었다.
"너무 빨랐습니까?"
루드는 하리스에게 속삭였다.
"딱히."
냉담한 하리스의 대답에, 루드는 미소를 지었다.
"고집부리는 건 좋지 않습니다."
두 남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쟈넷은 알 수 없었다.
빨라진 심장이 좀처럼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찻잔의 수증기에 얼굴을 쐬며 마음을 진정시킨다.
"역시, 쟈넷을 누군가 노린다고 봐도 틀림없을 거다."
찻잔을 입에 대면서, 하리스가 그렇게 말했다.
"재상입니까?"
"......그렇게 단정 지을 수도 없어."
하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제비일지도 몰라."
"제비님?"
쟈넷은 고개를 들었다.
파혼하라고 전해 들었지만, 죽이고 싶을 정도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 그렇다면, 폐하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루드가 조용히 고했다.
"......왜 그렇게 되나요?"
"폐하께서 하리스 님과 당신의 약혼을 인정하신 것은, 하리스 님을 실각시키고 싶어서였습니다."
루드는 소리 낮춰 그리 말했다.
"황자님을, 실각?"
쟈넷은 깜짝 놀랐다.
자네스와 아라바와의 자식은 하리스밖에 없을 것이다. 그를 실각시켜서 어쩌려는 걸까.
"그래서......폐하가 쟈넷을 노리는 이유란 뭔가?"
하리스는 조용히 루드에게 물어보았다.
"하리스 님이 가장 잘 아시지 않습니까."
"얼버무리지 마."
루드는, 휴우 하며 한숨을 쉬었다.
"간단합니다. 이 이상의 게임은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게임?"
루드는 수긍했다.
"폐하께선 마술사공의 행동은 예측하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하리스 님이 진심으로 게임에 응할 거라 생각지 않으셨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해가 안 되는데요."
루드는 쟈넷의 항의에, 어깨를 약간 들썩였다.
그리고 포기한 것처럼 하리스 쪽으로 눈을 돌렸다.
"죄송하지만, 이 건에 대해 제가 해설하는 건 좀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하리스는 쟈넷과 눈이 맞자, 크흠 하며 헛기침을 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내게 제위를 양도할 생각은 없다는 거다."
그렇게 말한 하리스는, 일어섰다.
"이 나라의 제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성스러운 화염과의 계약이다. 그러기 위해선 세 가지가 필요하다."
"세 가지요?"
"첫째는 에라흐의 피를 이었다는 것. 둘째는 [왕의 지팡이], 셋째는 지팡이에 박아 넣기 위한 보석이다."
"보석."
쟈넷은 멘칸트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당신이 선택될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범인의 동기니까요.'
이 목걸이가 그 보석일까ㅡㅡ쟈넷은 말하려다가, 주저하였다.
"내게 제위를 양도할 생각이 없다면, 처음부터 재상의 딸을 들이밀었으면 되었을 것을."
하리스는 그렇게 내뱉었다.
그 말이 쟈넷의 가슴을 찌른다.
역시, 황자는 그걸 원하는 것이었다. 그 목걸이는 페이크는 아니지만, 그리 중요한 의미가 없이 그냥 쟈넷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한 것이었다.
"제가 황자와의 약혼을 원했던 것이 잘못이었네요."
가슴이 아프다.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크흠, 하고 루드가 헛기침을 했다.
"하리스 님. 마술사공을 누가 노리는지는 모릅니다. 물론 대책도 곧장 세워놓겠습니다. 하지만 말해둬야 할 것은 말해둬야 합니다."
"알고 있어."
하리스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수긍했다.
루드는 슬며시 하리스의 비어있는 컵에 차를 따랐다.
"기분 나쁜 이야기가 되겠지만......"
하리스는 크게 숨을 토했다.
"몰드 공작비를 알고 있나?"
"음. 이름만요."
쟈넷은 긍정했다.
자작가 태생으로, 아라바의 시녀를 하고 있던 여성이다.
몰드 공작가는, 아라바의 친가다. 누나인 아라바가 주최한 다과회에서, 몰드 공작의 눈에 들어 결혼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몰드 공작비는, 제왕 자네스의 애인이다."
"네?"
쟈넷은 눈을 부릅떴다. 몰드 공작한테는 아직 어린 남자아이가 있을 터.
"몰드 공이 남색가라는 것은, 일부에서 꽤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루드가 옆에서 덧붙였다.
"그 사실을 아라바 님은 아시는지요?"
"알고 있지. 제비는, 제비로 있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 좋다는 사람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하리스는 그렇게 말했다.
몰드 공은, 결혼하는 조건으로서 누나가 제국비에서 내려오게 된다 해도, 공작가의 안녕을 약속받았을 것이다.
실제로 남색인지 아닌지는 놔두고, 제왕의 비밀을 인질로 삼은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꽤나 복잡하네요."
쟈넷은 휴우 하며 한숨을 지었다.
결국, 몰드 공작비의 자식은 제왕 자네스의 자식일 것이다.
하리스의 인기가 위협적이라면, 애인의 자식을 후계자로 내세우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뭐 그렇지. 그리고 몰드 공작비와의 자식을 제위에 올리고 싶은 이유는, 그 외에도 있다."
하리스는 컵의 차를 머금고는, 눈을 깔았다.
"제비는, 약혼자였던 발드 왕자가 급사하고 나서 불과 2개월 만에 동생인 자네스와 결혼한 것은 알고 있을 거다. 문제는......나는 그 황자가 죽기 전부터 제비의 뱃속에 있었던 모양이다."
하리스가 자네스의 자식이 아니라는 설은, 꽤 유명하기는 하다.
하리스가 태어난 때는, 자네스와 아라바가 결혼하여 불과 7개월째라고 한다.
계산이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하리스는 자네스의 친자식이라고 인지되고 있다.
그것은 실로 복잡한 의미를 갖는다.
자네스는, 자기 자식이 아님을 알고서도 하리스를 자기 자식으로 삼은 것일까. 아니면 형인 황자가 죽기 이전부터 아라바와 사랑하던 사이였을까.
"아바마마가 어느 쪽인지, 난 모른다. 하지만 그런 상태로 태어난 나다. 자네스가 날 꺼림칙하게 느끼고 있어도 당연한 일이지."
하리스는 냉랭한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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