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2화 병영3
    2022년 02월 14일 20시 29분 3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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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7752eo/13/

     

     

     

     자신의 아버지를 모른다는데도, 하리스의 표정은 마치 딴 사람의 일인 것만 같았다.

     그것은 [괜찮음]때문이 아니다. 애초부터 결손 된 것이다.

     피가 이어지지 않았어도, 아버지를 공경하는......그런 관계가 아니라.

     분명 하리스는, 올바른 의미에서의 '아버지'의 모습을 자네스에서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도 하리스는 표면상 자네스를 따르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립에 가까운 상태다.

     그리고 그런 관계로 있을 것을 쟈넷도 원하고 있다.

     아버지를 황자의 힘을 빌려 구하고 싶다고 원하는 것......그것은 하리스에게 반기를 들게 하는 것에 가깝다.

     쟈넷은 말없이 하리스를 단지 바라보기만 했다.

     "가능하다면, 발트 황자가 아버지였으면 한다고 생각한다."

     하리스는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들썩이더니, 자조섞어 웃었다.

     "그쪽이 마음이 편해. 폐하가 날 싫어하는 이유도 단순하니 좋고."

     실제로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상당히 많다.

     "애초에 황자의 사인은 불명. 그런 뒤 선제 케이오스도 급사하였다. 수상쩍은 이야기지."

     황자도 케이오스 선제도 돌연사했다. 사인은 모른다.

     성스러운 화염을 유지한다는 명목 하에, 원래 상중인 기간인데도 자네스는 제왕이 되고 아라바를 부인으로 맞아들였다.

     "아라바 님은 애초에 제비가 되기 위해 교육받으셨습니다. 새롭게 다른 여성을 찾는 것보다 손쉬웠을 겁니다. 아라바님께서도 아비 없는 자식보다는 낫다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릅니다."

     루드가 슬며시 끼어들었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쟈넷은 수긍했다. 자신이 하리스의 약혼녀로서 교육을 받지 않은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하리스의 상대가 쟈네스에서 리아나로 바뀐다 한들, 아무것도 곤란하지 않다.

     두 사람 사이에 차이는 전혀 없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재상의 딸로서 자란 리아나 쪽이 훨씬 어울려......그렇게 생각하자, 가슴이 쓰라렸다.

     "발트 황자가 죽은지 2개월이었다. 다른 여성을 고를 기간을 충분했지. 교육은 제비가 된 다음에도 늦지 않아. 그건 변명에 불과해."

     쟈넷의 얼굴에서 무엇을 보았는지ㅡㅡ하리스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차를 마셨다.

     "제비는 자식에게 아버지가 없어도 애초에 공작가의 사람이었다. 생활은 곤란하지 않아. 미혼모라고는 해도, 발트 황자와의 혼인이 가까웠으니 그리 나쁜 소리도 듣지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발트 황자의 상이 끝나기 전까지는 결혼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난 생각한다."

     하리스는 씁쓸히 입을 일그러뜨렸다.

     자신의 부모의 일인데도, 그 시점은 신랄하다.

     "내가 폐하의 아들이라면 제비의 행동은 이해가 가지만, 그건 그거대로 너무한 이야기다. 하지만, 최악은 제비 자신조차 누구의 자식인지 모를 수도 있다는 점이겠지만."

     하리스는 씁쓸히 눈썹을 찌푸렸다.

     자네스의 아이라면......그것은 배신의 증거다.

     최악의 케이스는, 정말로 누구의 아이인지 모르는 상태다.

     아라바의 마음이 어디에 있었는지는 둘재 치고, 형제의 싸움은 제위뿐만이 아닌 아라바 자체를 놓고 다퉜다는 말이 된다.

     "제비님께선, 제가 황자님의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폐하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는 않을까 걱정하셨지만요......"

     쟈넷은 무파나의 말을 떠올렸다.

     하리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부정할 셈은 없는 모양이다.

     "제비가 날 걱정한다고는 생각한다. 사랑이 있다고 생각해......다만, 내가 태어난 날을 알자, 내가 그 사람을 모친으로서 존경하지 않게 되었을 뿐이다."

     창밖으로 눈길을 준 하리스의 눈에는, 아무런 감정도 비춰지지 않았다.

     "지금의 제비를 보고 있으면, 나만을 위해서 결혼했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다면 좋았겠지만."

     언뜻 보면 정숙해보이는 제비다. 하지만 하리스한테는 다른 면이 보이는 걸까.

     쟈넷은 컵으로 시선을 떨궜다.

     부드러운 향기다.

     "저는 행복할지도 모르겠네요."

     언뜻 생각한다.

     어머니는 빠르게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붙잡혀서 억지로 일을 하고 있다지만.

     쟈넷의 옆에는 여동생 플로라가 있다. 숙모인 미라도 친근히 대해주고 있다.

     부모를 존경하며 사랑한다고 솔직히 생각하는ㅡㅡ그런 당연한 일이, 하리스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것일까.

     쟈넷은, 하리스의 조용한 눈동자에서 강한 고독의 그림자를 엿보았다.

     "너는 아버지를 구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무리하게 나의 약혼녀에 자원했다."

     하리스는 불쑥 그렇게 말했다.

     "신선했다. 육친을 위해 그렇게까지 하는 네게, 먼저 놀랐다. 나한테는 없는 감각이니까."

     "전......"

     쟈넷은, 슬며시 손을 움켜쥐었다.

     자신의 요구는, 하리스를 괴롭게 했을지도 모른다.

     "너무한 여자네요. 자기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서, 황자님한테 아버지를 배신하라고 말한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나는 너와는 다르다. 부모라는 것에게 사랑받으며 커온 것이 아니다. 폐하는 폐하일 뿐이고, 일반적인 의미로 내 아버지였던 적은 없다."

     하리스의 말은 진심일까.

     그렇기 때문에. 그 말은 쟈넷의 가슴을 더욱 옥죄었다.

     볼에 눈물이 흐른다. 하리스의 마음은 조용하다. 그 조용함이, 애처롭다.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내가 불행한 것은 아니다."

     그런 말을 하며, 하리스는 일어서서는 손수건을 쟈넷에게 건넸다.

     "적어도 너와는 다르게 [모든 것을 버리는] 일에 주저함이 없거든."

     "......버리시면 곤란합니다."

     루드가 눈썹을 찌푸렸다.

     "당신은, 이 나라의 희망이기 때문에."

     "......그랬지."

     하리스는 어깨를 들썩였다.

     "각지에서 반란분자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화염의 체벌]이 발동하기 전에 어떻게든 해야 합니다."

     "차라리 화염을 꺼트려도 된다면......편할 텐데."

     성스러운 화염은 자네스의 권력의 상징. 하지만, 이 제국의 생명의 원천이다.

     "높은 세금에 괴로워하며 나날이 살아가기 바쁜 백성들한테 그냥 따르라고 하는 건, 무모한 이야기다."

     하리스는 그렇게 말하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직 해는 높고 밝다.

     "성스러운 화염은, 프리마베라의 주민들이 살아갈 수 있게 가져온 것이다. 죽이기 위해서가 아닌. 그걸 가르쳐 준 사람은, 성스러운 화염에 불태워지고 말았다. 너무나 무력했던 그날을, 난 잊지 않아ㅡㅡ"

     "하리스 님."

     "초조해서는 안 된다. 아직 힘이 부족해. 화염을 제압하려면, 아직......"

     하리스의 말은, 자신에게 들려주는 것 같았다.

     꾹 움켜쥔 주먹. 그것에는 흔들리지 않는 결의가 담겨있다.

     반년 뒤, 아버지는 역시 하리스에 의해 죽을지도 모른다ㅡㅡ하지만, 하리스에 의해 살아나는 생명도 있을 것이다.

     프리마베라는 변한다. 지금이 아니라도. 가까운 미래에.

     그렇게 느꼈을 때, 쟈넷의 마음에 남아있던 반년 후의 하리스에 대한 불신감은 희박해졌다.

     하리스는 자기 몸의 안전을 위해서만 사람을 처형하지는 않는다.

     아버지는 제물이었을지도 모른다......그렇다고 해서, 그 운명을 받아들이기란 어렵다고는 생각한다.

     자신은 몰라도, 아버지 데니스는 자신의 힘으로 구해야만 한다ㅡㅡ쟈넷은 손을 움켜쥐었다.

     "어쨌든, 쟈넷의 경비를 강화해라."

     "알겠습니다."

     루드가 수긍했다.

     "......저는, 괜찮아요."

     쟈넷은 웃었다.

     "구르마스도 있고, 마술로 질만한 상대는 그렇게 없어요."

     "마술사공은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입장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겁니까."

     루드가 한쪽 눈썹을 치켜들었다.

     "당신은 하리스 님의 약혼녀입니다만?"

     "......약혼녀후보인데요."

     쟈넷은 어깨를 들썩였다.

     루드는 그걸 보고, 크게 탄식하며 하리스 쪽으로 눈길을 줬다.

     "데니스를 구하면, 후보에서 벗어날 셈인가?"

     "네?"

     그래서는 마치, 쟈넷이 스스로 [후보]라는 입장으로 있고 싶다고 원하는 모양새다.

     쟈넷이 '약혼녀'라고 단정 짓지 않는 것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다ㅡㅡ그렇게 말하려던 때, 노크소리가 들렸다.

     "예."

     루드가 문 저편으로 말을 건다.

     "루드 님, 저기......"

     아마 당번병일 것이다. 매우 곤란하다는 기색이 목소리에 묻어 나오고 있다.

     루드는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비틀면서, 스스로 문을 열었다.

     "무파나 장군."

     몸을 움츠린 듯한 당번병 소년의 옆에, 중년의 외눈 남자가 서 있다.

     "실례하지."

     그렇게 말하며, 대답과 상관없다는 태도로 무파나가 방으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역시 계급이 위인 장군을 상대로는, 제지하기란 어렵다. 루드는 고개를 숙이면서도 하리스와 쟈넷을 보호하는 것처럼 섰다.

     "각하, 접객 중입니다. 무슨 볼일이십니까?"

     무파나는 루드를 지긋이 노려본 다음, 쟈넷에게 눈길을 주었다.

     "홍련의 마술사공께 동행을 요청하고 싶소만."

     "제게 무슨 일이죠?"

     일어서려던 쟈넷을, 하리스가 제지한다.

     "쟈넷에게 무슨 볼일인가."

     "이것은, 각하. 격조하셨습니까."

     무파나는 하리스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군부의 라니아스의 건으로, 홍련의 마술사공의 말씀을 듣고 싶다고 생각해서."

     "이야기라니?"

     "사고의 경위를 여쭐까 합니다. 왜냐하면 본인의 확인이 되지 않은 휴가신청서가 제출된 것은 이상한 일. 사고의 신고도 있었지만, 기술이 애매합니다."

     말은 정중하지만, 의심을 품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

     "라니아스의 장소도 본인이 못 오는 이유도 보고했는데요."

     "왜 라니아스 뿐입니까?"

     무파나는 굳은 표정으로 쟈넷에게 질문을 던졌다.

     "라니아스는 움직이지 못할 정도의 상처를 입었는데 당신은 아무러지도 않다니, 이상하지 않습니까?"

     "저를 의심하세요?"

     "그렇다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만."

     쟈넷은 한숨을 지었다.

     "이걸 보면 납득해주시려나요?"

     드레스의 옷자락을 들어 올려서, 하얀 민다리를 드러내었다.

     남자 3명의 시선이 쏟아졌지만, 쟈넷은 그 수치심을 견뎠다.

     아름답고 가는 다리에는, 검고 푸른 멍이 있었으며, 거기다 그 상처에는 붉은 생채기의 흔적이 무수히 나 있었다.

     "그만."

     쟈넷의 다리에 뭔가가 덮였다.

     하리스의 상의다.

     "무파나 장군."

     하리스의 말에 분노가 깃든다.

     "쟈넷은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은 모양이지만, 장군은 사고에 대해 의심하는 모양이니 사실을 이야기 하마."

     "황자님, 그건......"

     쟈넷의 입이 벌려지는 것을, 하리스가 눈으로 제지했다.

     "쟈넷의 마차는, 야회 도중 누군가에 의해 차축이 느슨해져 있었다. 야회의 경비담당은 장군의 담당이었을 텐데?"

     하리스는 무파나를 노려보았다.

     "자신의 근무태만으로 내 약혼녀를 위험에 빠트렸음에도 오히려 그 말을 의심하다니, 도가 지나치지 않은가."

     "전하, 저는 마술사공을 의심했던 것이 아닙니다."

     "그럼, 물러나. 이제 볼일은 없을 터."

     "......실례했습니다."

     무파나는 하리스의 기세에 질린 것인가.

     고개를 숙이며 방을 나갔다.

     무파나의 증오로 가득 찬 날카로운 눈과 한순간 마주치자, 쟈넷은 등줄기에 서늘한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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