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3화 병영4
    2022년 02월 14일 23시 34분 0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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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7752eo/14/

     

     

     "그렇게까지 말씀하실 것까진 아니었는데요."

     무파나가 나가버린 문을 바라보면서 쟈넷이 그렇게 말하자, 루드가 어깨를 부르르 떨며 웃기 시작했다.

     "뭐가 이상한가요?"

     "아닙니다."

     루드는 헛기침을 했다.

     진지한 표정을 만들고는 있지만, 눈이 웃고 있다.

     "하리스 님은, 쟈넷 님의 다리를 장군에게 보인 것 때문에 화나신 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하리스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서둘러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물론 저는 보지 않았습니다."

     "다리?"

     그 말을 듣고, 쟈넷은 하리스의 상의를 내려다보았다.

     다리를 보인 일보다, 그것을 하리스가 신경 썼다는 쪽이 의외로 더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건 됐다. 그보다도, 뷰라 장군을 만나야겠어."

     하리스는 언짢은 투로 말했다.

     ".......아아, 그랬습니다. 마술사공의 경비를 늘려야만 합니다."

     루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당번병 소년에게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새롭게 군 소속의 누군가가 붙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는데요."

     뭐, 쟈넷의 호위가 아닌 [감시]의 의미지만.

     애초에 라니아스도, 쟈넷을 지키려던 결과로 부상을 입지는 않은 것이다.

     "무파나 장군을 보고 있자니, 인사에 참견해서 [감시]가 아닌 [자객]을 준비할지도 모릅니다."

     "설마요."

     부정하려던 쟈넷은, 조금 전 장군의 눈을 떠올렸다.

     증오가 깃든 눈이었다.

     "저, 그렇게나 장군이 싫어할 일을 했던 걸까요?"

     "너는 불씨다. 제비는 내 입장을 위태롭게 만든다고 믿고 있다."

     하리스는 어깨를 들썩였다.

     "내가 황자이기 때문에, 제비는 제비로 있을 수 있다. 측근인 무파나도 장군으로 있을 수 있고."

     "제비님은 분명 황자님의 몸을 걱정하고 계신거예요."

     "걱정하고야 있지. 내 기분 따윈 생각도 하지 않겠지만."

     쓴웃음을 지으면서, 하리스는 쟈넷이 내민 상의를 받아 들었다.

     "요즘은 재상 각하와 몰래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루드가 입을 열었다.

     "서로의 이해가 일치하니까."

     흥미 없다는 투로 하리스가 결론지었다.

     그때 서두르는 발소리와 함께, 당번병이 돌아왔다.

     "가십시다."

     당번병에게 빈방을 맡기고, 루드는 문을 열었다.

     "가자."

     자연스럽게 뻗어온 하리스의 손을, 쟈넷은 무심코 만졌다ㅡㅡ그 손은 정말 따스하고 컸다.

     

     

     

     장군의 집무실은, 루드의 집무실보다 약간 넓다.

     뷰라 장군은 노령의 장군이다.

     다만, 외모는 듬직하며 굳세보인다. 등도 곧추서 있고, 단련된 몸을 하고 있다.

     이미 50이 넘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나이를 느끼게 하는 것이라면, 희끗해진 머리카락의 색 정도일까.

     방 안에는, 뷰라 장군 외에도 당번병이 한 명.

     "전하와 홍련의 마술사공이 함께 이런 장소에 오시다니, 깜짝 놀랐소이다."

     뷰라는 그렇게 말하며 앉도록 권유했다.

     루드는 입구 주변에 오도카니 서 있다.

     "쟈넷의 호위로, 실력 좋은 사람이 필요하다."

     하리스가 대뜸 그리 말했다.

     "구르마스로는 부족하셨는지?"

     "구르마스의 능력이 부족한 건 아니지만, 그 혼자서는 부족해."

     "그렇다는 말씀은?"

     "쟈넷은 위협받고 있다. 상대는 몰라."

     하리스의 말에, 뷰라는 눈썹을 찌푸렸다.

     "이제는 빨리 결판내는 쪽이 좋지 않을지?"

     "아직 무리다."

     하리스의 말에, 뷰라는 한숨을 쉬었다.

     "제 뜻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턱에 손을 대며 생각한다.

     "루드, 라스아는 스케줄이 비어있는가."

     "제6대가 약간 허술해지긴 하지만, 괜찮다고 봅니다."

     "흠. 그럼 라스아를 전하께 빌려드리겠습니다."

     "내게?"

     당번병에게 지시를 내린 뒤, 뷰라는 싱긋 웃었다.

     "마술사공의 호위로 붙이는 것은, 제 임의로는 못하는지라."

     "미안하군."

     하리스는 고개를 숙였다.

     "앞날이 짧은 노인이라서, 목숨이 아깝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몸이 도움이 될 무대는 다른 곳에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은 아직 파란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습니다."

     "알고 있다."

     하리스는 수긍했다.

     "하지만, 마술사공한테는 데니스의 일에 힘이 되지 못해 죄송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도움이 되고 싶다고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뷰라는 그렇게 말하며 쟈넷에게 고개를 숙였다.

     "아는 사이인가?"

     "군에 있던 무렵의 데니스와 아는 사이입니다. 제 지휘하게 있던 적도 있었습니다."

     뷰라는 그리운 듯 쟈넷을 바라보았다.

     "아버지께서 계신 곳을 알고 계신가요? 남쪽 별궁에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요."

     "남쪽 별궁."

     뷰라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그곳은 자네스 제왕이 몰드 공작 일가를 자주 불러 다과회를 하고 있는지라 항상 경비가 삼엄하지. 그것도 군이 아닌 헌병대의 관할이라서, 정보도 부족하고."

     "그런가요......"

     "내가 아는 한, 데니스의 장소는 확실하지 않다. 그렇다는 뜻은, 남쪽 별궁에 있을 가능성은 한없이 높다는 뜻이겠지."

     쟈넷은 속으로 그렇구나 하며 맞장구쳤다.

     제왕 자네스가 있든 없든 경비가 삼엄하다면, 그곳에 데니스가 잡혀있어도 이상하지는 않다.

     "쟈넷."

     하리스는 예리한 눈매로 쟈넷을 보았다.

     "혼자서 돌입하자......라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겠지?"

     쟈넷은 대답하지 않고 눈을 깔았다.

     너무 간단히 생각을 읽혀서, 조금 껄끄럽다.

     ".......정말로 화염을 닮은 여자로군."

     하리스가 질렸다는 듯이 한숨을 쉰다.

     "그렇기 때문에, 하리스 님께도 불을 붙인 것입니다."

     "확실히 그러하이."

     루드의 말에, 뷰라가 흥미롭다는 듯이 수긍했다.

     쟈넷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라스아한테는, 마술사공이 무모한 짓을 하지 않도록 지켜보라고 명하는 건 어떨는지?"

     뷰라는 미소를 지었다.

     "전 아무것도 말씀드리지 않았는데요."

     쟈넷은 무심코 항의했다."

     "하지만, 도전적인 눈을 하는 편이 너다워서 좋아."

     왠지 상냥한 빛이 담긴 하리스의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치자, 쟈넷의 가슴이 크게 소리 낸다.

     마치 이 방에 있는 모두에게 들리고 말았다고 생각될 정도로 고동이 심해졌다.

     크흠, 하며 뷰라가 작게 헛기침을 했다.

     "그래서, 범인찾기 쪽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내버려 둬도 상관없다. 어차피 명령하는 녀석이 꼭 1명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까."

     하리스는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들썩였다.

     "무엇보다도, 쟈넷이 너무 경계심이 없어. 혼자서 병영에 오는 것도, 순회마차로 돌아간다는 것도, 위협받지 않는다 해도 부주의하다."

     "저, 이래 봬도 사선을 헤쳐 나온 마술사인데요? 귀족 아가씨처럼 나비야 꽃이야 하며 온순히 커온 것이 아니에요. 목숨이 위협받는 일은 일상다반사고요."

     얼마 전까지도, 은룡한테 죽을 뻔한 참인 것이다.

     그 일은 하리스도 잘 알고 있을 텐데, 하고 쟈넷은 생각했다.

     "홍련의 마술사공은."

     뷰라는 쟈넷 쪽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이제부터는, 마술사공이기 전에 전하의 약혼녀라는 사실을 자각하시길. 우리들은 그럴 셈으로 당신을 대할 것이고, 당신도 그렇게 처신하시면 됩니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데도요?"

     쟈넷은 무심코 중얼거렸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생각을 고쳐야 합니다. 당신은 어둠을 밝히는 화염이니까."

     "제게 그런 힘은 없어요."

     "쟈넷?"

     쟈넷의 마음은 괴롭다. 원하는 것은 [힘]. 그런데도.

    ㅡㅡ내게, 성스러운 화염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어.

     그 힘을 기대하여 [약혼녀]로 인정한들, 자신은 그에 부응할 수가 없다.

     "어려운 일은 생각하지 마. 너는 너로 있으면 돼."

     "......똑같은 말을 하네요."

     쟈넷은 중얼거렸다. 멘켄트도 하리스도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는 걸까.

     애초에,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은가.

     해답이 나오지 않은 채, 쟈넷은 슬며시 눈을 깔았다.

     하리스는 그 이상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쟈넷의 머리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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