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8화 의도
    2022년 02월 13일 15시 55분 3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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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7752eo/9/

     

     

     

     쟈넷은, 스스로 밝힌 빛구슬의 광량을 올렸다.

     "이쪽이에요."

     어두운 밤길을 빛으로 비추면서 인도한다.

     "아무리 마술사님이라지만, 젊은 아가씨가 혼자서 이 길을 걸어왔다니."

     남자는 감탄한 것처럼 말했다.

     길은 정비되어 있지만, 주변에 조명이 전혀 없다.

     숲 깊숙한 곳에서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쟈넷은 온몸에 긴장감을 느끼면서 언덕을 내려갔다. 싸늘한 밤바람과 긴장으로 몸이 굳는다.

     언덕 밑으로 시선을 향하자, 암흑 속에 번져 드는 듯한 조명이 있다. 아마 라니아스가 있는 장소일 것이다.

     "정말 불안했겠습니다."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쟈넷을 지나쳤다.

     남자의 눈에도 불빛이 보였을 것이다.

     "전 혼자인 쪽이 편하니, 괜찮아요."

     쟈넷은 대답했다.

     이번 상황은, 채굴장에서 원망의 시선을 받던 것보다 훨씬 낫다.

     누군가가 위험에 빠졌는데도 그냥 보고 있는 것보다는, 자기 몸에 위험이 닥치는 편이 낫다.

     "홍련의 마술사님은 용감하시군요."

     "저를 아세요?"

     쟈넷은 남자의 등에 질문을 던졌다.

     은룡은 몰라도, 이 남자와 면식은 없었을 터.

     "화염의 신을 모시는 자들 사이에서 당신을 모르는 자는 없지요. 저는 화염의 신 퓨르를 모시는 멘켄트라고 합니다."

     남자는 고개를 돌려 싱긋 웃었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당신은 화염의 사랑을 받고 계십니다."

     "......그럴까요."

     쟈넷은 쓴웃음을 지었다. 화염에게 사랑받는 홍련의 마술사의 이름에 거짓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성스러운 화염]은 쟈넷에게 응해주지 않는다.

     "화염이 당신에게 변혁의 힘을 줬다고, 이전부터 속삭이고 있습니다."

     "네?"

     말의 의미를 몰라서, 쟈넷은 고개를 갸웃하였다.

     이윽고 시선 끝에 넘어진 바퀴가 보였다.

     "이건 심한데."

     사고현장을 바라본 남자ㅡㅡ멘켄트는 신음소리를 내었다.

     "잘도 무사했군요."

     "악운에는 강해요."

     쟈넷은 그렇게 대답했다. 다시 현장을 보자, 쟈넷 자신이 거의 멀쩡한 것은 기적에 가까워 보였다.

     "저기."

     쟈넷은 은룡 쪽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여기서 기다리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괜찮습니다."

     은룡은 그렇게 말하며 미소 지었다.

     "당신은 무슨 걱정을 하는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전 이렇게 보여도 음험한 책략가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긴 했네요."

     부드러운 어조 안에 숨은 뜻을 느끼자, 쟈넷의 몸이 부들거렸다.

     "그런 모습으로는 춥겠죠."
     은룡은 싱긋 웃고는 쟈넷의 어깨에 자신의 상의를 입혔다.

     "신사네요."

     쟈넷은 미소 지으며 예를 표했다. 하지만, 부르르 떤 것은 추위 때문이 아니다.

     물론, 은룡도 알고서 한 짓이리라.

     "이쪽이에요."

     쟈넷은 멘켄트와 은룡을 숲 속으로 안내했다.

     고정된 빛구슬의 옆에, 쓰러져 있는 남자가 있다.

     "라니아스."

     쟈넷은 달려가서 말을 걸었다.

     "쟈........."

     라니아스의 눈은 쟈넷을 바라보고 있지만, 목소리가 신음소리로 바뀌어 알아들을 수가 없다.

     호흡도 어려운 듯하다.

     "말하지 않는 편이 좋아. 가슴도 다쳤을지도 모르니까."

     멘켄트는 그렇게 말하고서, 들고 온 덧문짝을 라니아스의 옆에 두었다.

     "다리를."

     멘켄트가 은룡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셋이서 함께 라니아스를 들어 올려서, 덧문짝 위에 눕혔다.

     "바로 옮기자. 상당한 중증이다. 아가씨는 불빛을 부탁합니다."

     "네."

     그 말에 안심했는지, 라니아스는 의식을 잃은 모양이다.

    ㅡㅡ아직, 구한 것은 아니지만.

     쟈넷은 라니아스의 눈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쟈넷은 신전 안쪽에 있는 식당에서 난로의 불을 쬐도 있는 중이다.

     조잡한 테이블과 의자지만, 정말 조심스레 다루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테이블에 놓인 촛대의 촛불이 일렁거리면, 그때마다 그림자가 흔들린다.

     지금, 라니아스를 위해 의사를 불러놓았다.

     멘켄트에게 여기서 쉬라고 들었지만, 진정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의료를 모르는 쟈넷이 있어도 방해만 된다. 거기다 은룡의 본거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아무리 쟈넷이라도 돌아다니는 것은 주저되었다.

     "탕약 좀 드시겠습니까."

     수증기가 일어나는 컵을 들고 온 자는, 멘켄트와 은룡이었다

     "고맙습니다."

     쟈넷은 긴장을 숨기면서 미소 지었다.

     "저 남자는, 아마 움직이지 않게 하는 편이 좋아 보입니다."

     멘켄트와 은룡은 그렇게 말하며 의자에 앉았다.

     "당신한테 알려드릴 일이 있습니다."

     멘켄트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뭔가요?"

     "그 마차의 바퀴가 부서진 것은 사고가 아닙니다."

     "네?"

     의외로운 말에, 쟈넷은 눈을 부릅떴다.

     "조금 전 조사를 했는데, 차축이 고의로 느슨해진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은룡이 조용히 고했다.

     "고의로?"

     "사고로 보이게 하려고 했겠지요."

     멘켄트는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들썩였다.

     "당신의 마부가 조금 더 주의 깊었다면, 막을 수 있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요......"

     쟈넷의 뇌리에, [지난번]의 구르마스의 모습이 떠오른다.

    ㅡㅡ아아, 그런가.

     이전에는 구르마스였기 때문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다.

     그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구르마스가 얼마나 진지하게 일해주고 있었는지 쟈넷은 눈치채지 못했다.

     주변에는 적들만 있다. 그렇게 생각하여 아무것도 바라보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난 얼마나 심한 여자였던 걸까.

     "......그건 그렇고, 누가 그런 짓을?"

     쟈넷의 시선을 느낀 듯한 은룡은, 입가를 조금 들어 올렸다.

     "말해두지만, 저는 아닙니다."

     "그렇겠죠."

     쟈넷은 수긍했다. 쟈넷을 사고로 보이려는 수법은, 은룡에게는 걸맞지 않다.

     쟈넷을 죽이려면, 민중의 눈앞에서 [제왕 자네스의 앞잡이]로서 피의 축제를 벌이는 편이 효과적이다.

     "아마 재상 각하의 부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만."

     "재상?"

     "의외입니까? 당신은 누구보다도 재상의 미움을 사고 있을 텐데요."

     은룡을 쿡쿡 웃었다.

     "하리스 황자와의 약혼의 일 때문인가요."

     쟈넷은 납득했다. 확실히 쟈넷이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았다면, 황자의 약혼녀는 재상의 딸 리아나로 확정되었을 테니까.

     "......그럼, 제가 파혼을 한다면 해결될까요."

     "그건 비추천합니다."

     멘켄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째서요?"

     "무엇보다, 하리스 황자가 곤란해지겠지요."

     은룡은 재밌다는 듯 웃었다.

     "황자는 이미 당신을 부인으로 결정하셨습니다."

     "설마요."

     무슨 말을 하는 거냐고 부정하려다가, 부드럽게 안겨진 일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라진다고 생각하여 오기에 찼을 뿐일 것이다.

     "성스러운 화염을 다루려면, 화염과의 계약이 필요합니다."

     "계약"

     처음 듣는다. 어떤 화염의 속삭임도 느꼈을 쟈넷에게, 성스러움 화염이 응해주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었나.

     "정확한 일은 저희들 신관한테도 알려지지 않았고, 황족들만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멘켄트는 그렇게 말해두고서,

     "먼저 황제 가문의 혈통이 있을 것. 그리고 부인이 될 여자에게 일정 시간 맡겨둔 보석을 바치는 일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그런가요."

     딴 사람의 이야기처럼 듣고 있던 쟈넷의 표정을 보고, 멘켄트는 한숨을 쉬었다.

     "그 목걸이는 황자가 선물한 것이 아닙니까?"

     "네?"

     쟈넷은,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에 손을 대었다.

     붉은 보석은 화염처럼 붉게 일렁였다.

     "하지만......"

     이 보석이 특별한 것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다. 남자가 상대의 환심을 사려고 보석류를 선물하는 일은, 자주 있는 이야기니까.

     "납득하지 못한 모양이군요."

     멘켄트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그 일은 제쳐두고. 사건에 관해 말씀드리자면, 황자가 정말로 당신을 선택할지 아닌지는 문제없습니다. 당신이 선택될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범인의 동기니까요."

     지난번에도 이 목걸이를 차고 야회에 나갔다.

     그때는 다행히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구르마스가 우수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 목걸이가 원인인 것도 납득할 수 있다.

     "목숨을 직접 빼앗는 일이 없었다 해도, 당신은 재상에게 거슬리는 존재임에 변함없습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항상 신변을 조심하는 편이 좋습니다."

     은룡의 말에, 쟈넷은 씁쓸히 웃었다.

     "꽤나 상냥하네. 당신한테는 나도 거슬리는 여자일 텐데, 이대로 돌려보내 줄 거야?"

     "보내고 싶지는 않지만."

     은룡이 훗 하며 웃는다.

     "하지만, 그 이유는 거슬리기 때문은 아닙니다."

     "그만둬."

     멘켄트가 은룡을 책망하는 것처럼 노려본다.

     "무슨 의미인가요?"

     쟈넷의 물음에, 멘켄트는 어깨를 들썩였다.

     "......황자도 고생할 만 하네."

     "너무 방치하고 있는 거죠. 뭐, 제왕에 대항하느라 연애를 할 겨를이 없겠지만."

     은룡이 실실 웃는다.

     "그럼에도 흔들기에 간단히 낚이는 모습을 보면, 마술사공보다는 자각이 있다고 보입니다."

     "그런 이유로 거절당하면 어쩔 거냐. 자중하도록 해."

     메켄트는 한숨을 쉬었다.

     테이블 위의 촛대의 촛불이 일렁인다. 잠시 침묵이 있은 뒤, 멘켄트는 은룡에게 수긍했다.

     "이제 와서 숨겨도 별 수 없지. 저희들은, 자네스 타도를 노리고 있으며ㅡㅡ그를 위해 꼭 당신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저의? 무리한 말인데요."

     쟈넷이 배신하면 아버지는 죽는다. 그리고, 쟈넷은 민중에게 원망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공짜는 아닙니다. 데니스 씨를 구출하는데 협력해드리겠습니다."

     멘켄트는 조용히 고했다. 눈이 제대로 쟈넷을 바라보고 있어서, 거짓을 말하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고마운 일이네요. 제게 무엇을 시키려고요?"

     "현시점에서는 딱히 아무것도. 당신은 당신으로 있으면 됩니다."

     "무슨 뜻이죠?"

     그래서는, 너무 이쪽에만 좋은 일이다. 나중에 난제를 들이밀려고 저러나.

     "승낙하신다면, 마부의 남자를 여기서 간병하는 대신, 당신을 백작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쟈넷은 갑자기 웃었다.

     "안됐지만, 전 그 남자를 버리는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은 여자인데요."

     "그럴까요."

     멘켄트는 고개를 저었다.

     "정말로 괜찮다면, 적어도 저희들을 현장까지 안내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그건....."

     단순히 눈앞에서 목숨을 잃는 것이 싫었을 뿐이다. 자신은 그렇게나 올곧은 인간이 아니다.

     하지만, 아버지를 구하려면 쟈넷 혼자서는 힘들다.

     "알았어요."

     나중에 뭘 요구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를 구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

     어차피 이대로 시간이 흘러가면, 아버지도 자신도 죽으니까.

     "저로서는 거절해주시는 편이 재미있는 일이 될 것 같지만요."

     은룡이 아쉬운 듯 덧붙였다.

     "프레드릭, 그만해."

     멘켄트가 다그친다.

     "재미있는 일?"

     쟈넷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신의 그 목걸이를 황자에게 보내고, 당신을 인질로 삼아볼까, 하는."

     "......소용없어. 당신들이 위험에 빠질 뿐. 아무 요구도 들어주지 않을 거라 생각해."

     쟈넷은 보석을 만졌다.

     이윽고. 황자는 제왕의 명령으로 아버지를 죽인다. 그다음, 내몰린 쟈넷을 구하려고 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건, 당신만이지요."

     은룡은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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