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5화 야회 전편2022년 02월 12일 15시 49분 2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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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기념의 밤에는, 제도 전체가 축제판이 되어 시끌벅적한 상태가 된다.
시민들은 늘어선 노점을 즐기거나 댄스를 즐기면서, 그야말로 잠들지 않는 밤을 보내는 것이다.
귀족들은 황실 주최의 [야회]에 참석한다.
쟈넷은, 혼자 마차를 타고 있다.
원래는 플로라도 사교계 데뷔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지만, 숙모와 상담한 끝에 플로라는 아직 야회에 데리고 가지 않기로 했다.
쟈넷의 입장이 매우 미묘한 이상, 쟈넷보다도 더욱 기반이 약한 플로라를 데려가는 일은 그다지 좋은 결과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다.
자기자신의 힘 이외에, 쟈넷에게는 커다란 후원자가 없다.
전에는 자신과 황자의 약혼에 반대하는 귀족들을 어떻게든 설득하려고 의기양양했었지만, 이제 그럴 기력은 없다.
어찌되었든, 전에는 쟈넷의 마음이 완전히 공회전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궁궐 안은, 램프의 불빛이 켜져 있다.
회장 전체를 부드러운 조명으로 밝히고 있지만, 그래도 대낮처럼 밟게는 안 된다.
그 빛의 어슴푸레함이, 더욱 환상적인 화려함을 연출하고 있다.
쟈넷의 드레스는 전번과 마찬가지로 어두운 보라색. 기나긴 장갑을 착용한 이유는, 팔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기 때문. 크게 트인 가슴가에는 황자가 선물한 보석의 목걸이를 차고 있다.
쟈넷은 천천히 황족들의 앞으로 걸어갔다.
야회에서는 황족에게 뭔가의 [공물]을 선물하는 것이 관례지만, 쟈넷은 빈손이다.
주변에서 기이한 눈으로 바라보지만, 이것은 전과 마찬가지. 쟈넷이 가진 것은 [힘]뿐이니까.
"오늘은 초대해 주셔서 감사드리옵니다."
눈앞에서 제왕 자네스와 제비 아라바가 의자에 앉아서, 단상에서 쟈넷을 내려다보고 있다.
"먼길을 오느라, 고생이 많았다."
자네스가 싱긋 웃으며 쟈넷의 노고를 치하했다.
"......저는, 아무것도 드릴 수 없지만."
쟈넷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제왕 자네스 님의 영광을 빌며."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한다.
그러자 홀 중앙에 내걸린 커다란 샹들리에의 양초의 불꽃이, 눈부신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마치 대낮의 태양이 내려온 듯한 밝기다.
이 사태에, 다른 자들도 일제히 숨을 멈췄다.
".......여전한 그 힘, 멋지군."
자네스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송구하옵니다."
쟈넷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제왕 부부의 앞에서 물러난 쟈넷은, 홀 중앙에서 고관들과 담소를 나누는 하리스 황자를 발견했다.
ㅡㅡ이렇게 보면, 황자도 힘들겠네.
황자의 옆에는, 제비의 심복인 무파나 장군. 그리고 제왕이 총애하는 재상 파르. 황자의 측근도 있지만, 여러 입장의 인간이 그의 옆에 진을 치고 있다.
ㅡㅡ역시, 인사는 안 하면 안 되겠지......
쟈넷은 하리스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재상의 딸 리아나가 슬며시 하리스와 거리를 좁히는 것을 눈치챘다.
ㅡㅡ방해, 되겠네.
직함이야 어쨌건, 황자의 옆에 자신이 있을 곳은 없다면서 쟈넷은 쓴웃음을 지었다.
전에는 꾹 참고 황자에게 인사를 한 다음, 웬만한 사람들한테 전부 고개를 숙이며 돌아다녔다.
황자의 약혼녀라면 해야만 하는 예절이기는 하다.
ㅡㅡ하지만, 외형적으로는 아직 약혼녀인가.
파혼할 생각이지만, 아직 정식으로 신청하지는 않았다.
ㅡㅡ그렇다고는 해도, 내가 인사한들 누가 기뻐할까.
쟈넷은 어깨를 움츠렸다.
홍련의 마술사인 쟈넷은 누가 보아도 다루기 어려운 인물이다. 만나서 기쁘다는 생각은 안 들 것이다.
황자에게 목걸이의 감사를 표하지 않았다고는 생각하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이미 구르마스를 통해 전해졌을 것이다. 애인의 선물인 것처럼 자랑하면 황자도 불쾌할 것이다.
샹들리에의 빛의 양을 늘린 덕분에, 그곳에서 떨어진 벽가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ㅡㅡ돌아가면 안 되려나.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 할 일이 없다.
목걸이를 만지면서, 쟈넷은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했다.
전처럼 조금이라도 인맥을 만들려는 노력하려는 기분도 안 들어서, 쟈넷은 글라스에 손을 뻗었다.
풍성한 요리도 신나는 음악소리도 자신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되자, 어딘가 딴 세상 같다.
북적이는 야회를 바라보면서, 쟈넷은 알콜로 갈증을 해소했다.
고르고 고른 술은, 쟈넷의 마음을 아주 약간 가볍게 했다.
"술로 도망쳐서는 안 되겠네."
쟈넷은 씁쓸히 웃었다.
벽가에서 글라스를 기울인다.
"......차라리, 미인계라도 써볼까."
누구에게랄 것 없이 중얼거리고서, 쿡 하며 웃는다.
쟈넷의 인생은, 미인계와는 연이 없다.
잘 생각해보면, 황자와의 약혼을 확실한 것으로 만들고 싶다면 먼저 황자의 마음부터 농락하는 일부터 손대는 것이 보통인데, 쟈넷은 정치적인 기반다지기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다.
마술을 쓴 싸움법, 정치적인 기반다지기의 상황 같은 것은 항상 의식해온 쟈넷이었지만, 여자로서의 매력을 써본 일은 없었고, 어떻게 해야 좋은지도 모른다.
"너무 마시는데?"
새로운 글라스에 손을 뻗으려 하는 것을, 남자의 손이 제지한다.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너무 무방비해."
"당신은?"
설마 하던 목소리에 놀란 쟈넷은, 아연실색했다.
은룡이다.
은룡은 마치 쟈넷의 손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붙잡아서는 끌어안았다.
"괜찮은데, 요?"
살갗이 닿을 정도로 가깝자, 쟈넷은 당황했다.
"괜찮지 않잖아? 나처럼 지나가던 남자한테 이렇게 간단히 안기면서."
"농담이 지나치네요."
도망치려고 하지만, 쟈넷의 몸은 남자의 몸에 찰싹 달라붙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농담이 아니라......당신은, 더욱 자신의 가치를 신경 쓰는 편이 좋아."
"홍련의 마술사로서의 가치는 충분할 정도로 알고 있거든요."
애인처럼 안긴 상태로, 쟈넷은 은룡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걸어간다.
"당신이야말로 이런 짓을 하다니, 부주의한 거 아닌가요?"
쟈넷의 말에, 은룡을 키득거리며 웃었다.
"당신한테라면 죽어도 상관없다고, 전에도 말씀드렸습니다."
갑자기 여기서 정체를 까발려도, 후회는 없다는 것일까.
은룡은 그렇게 말하고는 쟈넷의 귓가에 키스를 했다.
"떨어져."
쟈넷은 몸을 비틀었지만, 은룡에게 안겨진 채다.
"내 힘을 손에 넣어보았자, 성스러운 화염은 어떻게 할 수 없어."
만일 은룡이 [성스러운 화염]을 빼앗기 위해 자넷을 이용하려고 한다면, 큰 착각이다.
"그런 일은 알고 있습니다."
은룡은 태연한 표정으로 그리 말했다.
"만일, 당신에게 그 힘이 있다면, 제왕이 당신을 살려둘 리가 없지요."
"......그렇네."
쟈넷은 쓴웃음을 지었다. 듣고 보니 그 말대로다. 그런 간단한 사실도 모른 채 불속으로 뛰어들었던 이전의 자신은, 너무나도 어리석었다.
"당신은 성스러운 화염의 목소리가 들렸어?"
"아니요."
은룡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가능했다면, 그 자리에서 반격의 기치를 내걸었을 겁니다."
"그렇겠네."
쟈넷은 수긍했다.
"그래서, 이건 무슨 의미야?"
자신을 붙잡아서, 어떻게 할 셈인가.
"제정의 근원을 뒤흔들기, 랄까요."
은룡은 무언가에게 눈길을 향하면서, 이제야 쟈넷의 몸을 놓아줬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는 손등에 키스를 했다.
"의미를 모르겠어."
"적어도 당신은, 화염에게 사랑받고 있지요."
은룡은 싱긋 웃었다.
"이 나라를 바꾸려면, 화염을 제어 할 필요가 있다......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렇군."
어느 사이에 그곳에 있던 걸까.
냉랭한 눈을 한 하리스의 팔이, 쟈넷의 어깨를 끌어당긴다.
"그녀가 내 약혼녀라고 알면서 하는 건가?"
"소중히 대하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습니다만."
답답한 공기가 내려앉은, 다음 순간. 샹들리에가 깜빡인다.
"언젠가, 다시."
눈을 불태울 듯한 빛이 사라졌을 때에는, 은룡의 모습이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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