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화 사고2022년 02월 13일 04시 36분 0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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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노랫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쟈넷은 시끌벅적한 홀을 가로질러서, 문 옆의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이대로 마차가 있는 곳 때까지 걸어간다 해도, 라니아스는 아직 오지 않을 테니까.
남자가 부하들의 대기실로 떠나는 것을 바라보면서, 근처에 있던 차가운 물을 마셨다.
그리고 나서 긴 복도를 천천히 걸었다. 취기는 가셨지만, 몸은 아직 휘청거린다.
이 시간에 돌아가려는 자는 정말 파티가 싫은 자거나 노인일 뿐이라서, 현관에는 사람의 모습은 드문드문 있다.
하늘에는 별이 가득 빛나고, 차가운 밤바람이 볼을 어루만진다.
"꽤 빠르군요."
마차에 도착하자, 라니아스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래. 조금 취하고 말아서."
쟈넷은 라니아스의 손을 빌리면서 계단에 발을 디디고, 좌석에 올라탔다.
홍련의 마술사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화려한 쌍두마차다.
하지만 마차는 흔들린다.
피곤하고 졸림에도 불구하고, 흔들릴 때마다 상처가 쑤신다.
ㅡㅡ그건 그렇고.
쟈넷은 눈썹을 찌푸렸다. 오늘 밤은 너무 [튀는] 모양이다.
아픔에 각성을 재촉당하면서도, 머리는 멍하다.
바깥의 어둠은 짙다. 그것은, 쟈넷의 무언가를 자극했다.
하늘에는 별이 한가득. 볼에 닿는 바람은 싸늘하다.
"뭐하는 거야."
마차 정류장으로 돌아가자, 구르마스가 바퀴의 옆에 쭈그려 앉아있다.
"바퀴가 흔들거려서 조정을 해야하니, 당분간 기다려 주십시오."
구르마스는 풍채 좋은 몸을 쪼그리고는 램프를 기울이면서 바퀴를 확인하고 있었다.
"조명이 필요해?"
"가능하다면요."
쟈넷은 손을 저어서 마차 위에 빛의 구슬을 불러냈다.
주변이 밝아지자 주변의 마차에 탄 사람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지만, 조명 아래에 쟈넷이 있는 것을 확인하자 누구도 곁으로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ㅡㅡ나, 꺼려지고 있는 거네.
쓸쓸함에 한숨을 쉰다.
그리고, 작업을 하는 구르마스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마차가 다시 튀어오른다.
ㅡㅡ지금 것은.
졸음 속에서 떠오른 것은, [지난번]의 [야회의 귀가]의 기억이다.
그때는 지금보다도 귀가가 늦었고, 라니아스가 아닌 구르마스가 마부였다.
'바퀴가 흔들거려서.'
떠오르는 구르마스의 목소리.
ㅡㅡ바퀴?
마차가 흔들린다. 갈 때와 같은 길이었을 텐데, 이상하게 흔들거림이 심하다.
"라니아스! 마차를 멈춰!"
쟈넷이 외쳤다.
마차의 [객차] 바깥에 있는 마부석에는, 쟈넷의 외침이 들리지 않는가.
창문 저편의 어둠은 짙다. 희미한 빛은, 마부석의 램프일 것이다.
불안정한 흔들림에 이어, 점점 커다란 소리가 나고 있다.
"무슨 일이십니까?"
라니아스가 외쳐왔다. 속도가 약간 느려진다.
"멈춰!"
마차가 커다란 커브를 돌았다.
콰당!
커다란 소리가 나며 [객차]가 기울어지더니, 쟈넷은 반대 측의 벽에 몸이 짓눌렸다.
소리에 놀란 말의 울음소리와, 라니아스의 외침.
충격과 함께 시야가 회전한다.
당분간 딱딱한 지면을 긁는 듯한 소리가 이어지면서, 차체가 흔들린다.
말이 풀려났는지, 발굽소리가 멀어진다.
이윽고, 흔들림이 멎더니 조용함이 찾아왔다.
"아얏."
온몸이 아프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
쟈넷은, 아픔을 내쫓으려는 듯 천천히 몸을 펴 나갔다.
등을 맞았는지, 꽤 아프다. 어둠 속에서, 쟈넷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이 앉아있는 곳은 아무래도 [벽면] 부분 같다. 머리 위에 밤하늘이 약간 보인다.
[창문]이다.
"빛이여."
쟈넷은 손끝에 자그마한 빛을 일으켰다.
신중하게 몸을 조사했는데, 다행히 커다란 외상은 없어 보인다. 온몸이 꽤 아프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건 아니다.
차체는 완전히 전복되어서, 출구가 머리 위에 있다.
"라니아스!"
외쳐보지만, 대답은 없다.
쟈넷은 좁은 차내와 아픔 때문에 상당히 고생하며 일어나서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마차의 벽에 손을 뻗었다.
어떻게든 머리를 내밀어 보았지만, 사람은 커녕 라니아스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이 모습으로는, 힘들겠네."
드레스 차림으로는 몸이 자유롭지 않다. 쟈넷은 얼굴을 찌푸리면서 문을 오르기 시작했다.
차체가 흔들거린다.
아픔과 두려움을 견디면서, 상체부터 바깥으로 기어올랐다.
하늘에는 별이 가득하다.
주변은 조용해서,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조차 안 나고 있다.
조명의 빛에 기대어서, 쟈넷은 차체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차체는 멋지게도 눕혀져 있다.
거의 교외로 나온 부근일 것이다. 주변은 숲으로 되어있다. 마차는 커브 지점에서 전복해서, 차체를 길 옆의 나무들이 지탱하고 있다. 커브 앞의 언덕 위에 희미한 조명이 보인다. 아마, 교외에 있는 신전일 것이다.
마차는 앞바퀴 하나가 사라져서 차축이 구부러져 있다.
"라니아스!"
대답은 없다. 말의 모습도 없다.
"빛이여."
손끝에 밝힌 빛의 광량을 늘려서, 공중에 띄운다.
마차의 차체와 반대 측 방향의 길가에 바퀴가 놓여있다.
길에는 바퀴가 만든 자국과, 차체가 눕혀지며 긁고 지나간 자리가 남아있다.
"라니아스!"
마부석은 텅 비었다. 쟈넷은 숲 속으로 눈길을 돌렸다.
누워있는 사람이 보였다.
"라이나스!"
아마 마부석에서 내동댕이쳐진 모양이다.
쟈넷은 걷기 어려운 숲속으로 발을 디뎠다.
"쟈넷......님."
낮게 신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빛구슬을 이동시켜서 비춘다.
나무 밑동에, 누워있는 인물이 보인다.
"괜찮아?"
"......일단은요."
라니아스는 가까스로 그리 말했다. 괴로운 모양이다. 이마에 땀이 솟아있다.
언뜻 보면 외상은 없지만, 다리가 이상한 방향으로 굽혀진 것처럼 보인다.
"움직일 수 있어?"
"......무리입니다."
쟈넷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말은 없다. 근처에 신전이 보이지만, 쟈넷이 라이나스를 떠 매고 가기란 무리일 것이다.
"사람을 불러올게."
쟈넷은 빛의 구슬을 라니아스 쪽으로 고정시켰다.
땀을 가볍게 닦아주고, 편한 자세로 다시 눕혔다.
"여기에 있어."
쟈넷이 고하자, 라니아스는 신음을 내는 것처럼 수긍했다.
야회에 나올 때의 복장은, 길을 걷기에 적합하지 않다.
귀족 아가씨와는 다르게 매일 채굴현장을 걷고 있던 쟈넷은 체력적으로 문제없을 터인데도, 언덕을 오르는 일에는 힘들어했다.
이대로 가면 라니아스의 목숨은...
아무리 마음에 안 드는 남자라고는 해도, 눈앞에서 생명의 불이 꺼지는 것은 싫다.
언덕 위의 신전은 매우 작은 것이었다. 최상부에 불을 지피고 있는 램프가 있다. 화염의 신 퓨르를 모신다는 증거다.
신전 앞에는 작은 밭이 펼쳐져 있는데, 신전에서의 조명으로 희미하게 비추고 있다.
성스러운 화염 그 자체는 아니지만, 화염의 신을 숭상하는 기도를 드리는 작은 장소다.
"실례합니다."
쟈넷은 문을 두드렸다.
"밤중에 죄송합니다! 도와주세요."
쟈넷은 문을 두드리며 외쳤다.
발소리가 문 저편에서 다가오더니, 천천히 문이 열린다.
"누구십니까?"
부드러운 빛과 함께 나타난 자는, 초로의 남성이었다. 아마 신관일 것이다. 청빈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그런 남자였다.
"마차 사고가 나서, 부상자가 있어요. 도와주세요."
쟈넷은 고개를 숙였다.
"사고입니까?"
남자는 쟈넷을 보며 눈썹을 찌푸렸다.
"아가씨도 심한 꼴을 당한 모양이군요."
"전 괜찮아요."
쟈넷은 그렇게 말하며 언덕 아래의 방향을 가리켰다.
"숲 속에 부상자를 놓아두고 왔어요. 저 혼자서는 옮길 수가 없어서요."
"부상자가 몇 명 있지요?"
"1명이요. 성인 남자 한 사람. 아마 다리뼈가 부러졌을 거예요."
남자는 수긍했다.
"사람을 불러오지요. 당신은 안에서 기다리시죠."
"아뇨, 안내해드릴게요."
"그렇게나 상처가 많은데......정말 듬직한 공주님입니다."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쟈넷은, 이때 처음으로 자신의 손발에 작은 생채기가 많이 있음을 깨달았다.
드레스는 이미 흙으로 더러워졌고, 묶어 올린 머리카락은 풀어져서 산발이 된 상태다.
아마 화장도 다 지워졌으리라.
하지만 사람의 목숨이 걸려있다. 그런 것, 지금은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조금 지나자.
안에서 몇 사람의 발소리가 났다.
조금 전의 남자의 뒤를 따라온 젊은 남자를 보고, 쟈넷은 얼어붙었다.
"당신은......"
목소리가 떨린다.
조금 전의 남자와 마찬가지로, 청빈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복장이다.
야회에서 만났던 복장과도, 채굴장에서 싸웠을 때의 복장과도 달랐지만, 틀림없다.
은룡이다.
쟈넷은 무심코 뒷걸음질 쳤다.
남자도 쟈넷의 얼굴을 보고 놀란 모양이다.
"오, 아는 사이인가?"
남자는 은룡과 쟈넷을 바라보면서 커다란 덧문짝을 손에 들고 쟈넷의 옆을 지나쳤다.
"부상자는 어디죠? 안내하실 수 있습니까?"
"아, 네."
쟈넷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망설였다.
라이나스는 은룡의 얼굴을 알고 있다. 거기다가, 완전히 [제왕 자네스]의 개다.
사실 반란군의 수장인 은룡이, 라니아스를 도와줄 의리는 없다. 오히려 구하는 쪽이 이상하다.
하지만.
"이쪽입니다."
쟈넷은 결심했다. 여기서 방치한다면, 라니아스는 어차피 살아날 수 없다.
라니아스를 어떻게 할지는 은룡이 결정하면 된다. 죽는 것도 사는 것도, 라니아스의 운이다.
그리고 이 상황은, 극장과 야회 때와는 다르다. 쟈넷 자신의 목숨을 빼앗아도 이상하지는 않다.
ㅡㅡ그렇게 된다면, 전보다도 죽음이 빨라질 뿐이야.
가볍게 어깨를 들썩이면서.
쟈넷은 숲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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