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22 화2022년 02월 09일 13시 43분 1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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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지의 시야에 들어온 그림자의 정체, 그것은 하나의 인형이었다.
어린아이가 좋아하는 완구 같은 자그마한 인형이 아니라, 옷가게에서 옷을 입히는 마네킹 같은 커다란 인형이 십 수 미터 앞의 수풀 속에서 슬그머니 일어섰던 것이다.
사이즈는 텐지보다 약간 커서, 키가 180cm가까이는 될 것 같다.
그 마네킹이 관절을 삐걱거리면서 수풀 속에서 일어나자, 밋밋한 얼굴을 텐지에게 향하더니 눈을 맞췄다. 없을 터인 눈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게 반응한 거네......마네킹 군. 애초에 참가자 측에서의 공격행위는 금지되어 있고, 반대로 내가 참가자를 공격하는 일도 규칙상 금지되어 있어. 그렇다는 말은ㅡㅡ넌 참가자 측에서의 자객이 아니라는 걸로 이해하면 되겠지?"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거라 알면서도, 텐지는 그렇게 묻고는 대담하게 웃어보였다.
마네킹은 하늘에서 실로 조종당하는 것처럼 기묘한 몸짓으로 일어서더니, 마치 의사가 깃든 것처럼 적의의 스위치를 넣었다. 갑자기 텐지에게 적대심을 드러낸 것이다.
그걸 빠르게 탐지한 텐지는 바로 허리를 약간 낮춰서 전투태세를 취했다.
오른쪽 어깨에 메고 있던 무기 케이스에 들어있는 무기의 손잡이에 오른손을 대어 언제든 뽑을 수 있도록 준비를 끝내 놓았다.
'마네킹의 가슴에 있는 저것은 지문인증의 우묵한 곳과 비슷한데. 그보다 똑같지 않아?'
그 마네킹의 가슴 중앙 부분에는, 설명의 영상에서 봤던 지문인증시스템과 완전히 같은 디자인으로 파인 곳이 있었던 것이다. 잘못 보지는 않았다고 생각하여, 텐지는 곧장 확신을 얻었다.
'수박뿐만이 아니라 이 방해물도 제대로 포인트가 되는 구조구나. 의외로 친절한 설계일지도......아니,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싸움에 익숙지 않은 선수를 떨어트리는 방해물이라고 해야 하나. 뭐 내게는 관계없는 일이지만.'
텐지가 예선의 의도를 깨닫기 시작한 그때였다.
마네킹이 자세를 낮추더니, 갑자기 텐지를 향해 고속으로 달려왔다.
"오오, 대단해."
처음으로 지옥의 퀘스트를 했을 때의 자신은, 저렇게 가볍게 숲 속을 달리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걸 쉽게 해내는 눈앞의 마네킹에게 질투의 마음이 든 것이다.
그럼에도 텐지는 곧장 진지한 표정으로 바꾸었다.
그대로 익숙한 동작으로 자신의 눈에 힘을 천천히 주입해나갔다. 어느 사이엔가, 텐지의 눈동자 색은 마네킹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붉은 눈동자로 변화하였다.
'머리에 있는 MP광석을 핵으로 삼아, 온몸에 MP원자가 혈관처럼 치밀하게 흐르고 있네. 대단해, 부분적으로 모세혈관처럼 섬세하게 MP원자를 배치하고 있어. 저걸로 마네킹을 조작하는 걸까? 정말 대단한 기술력과 천직이야......학생 중에서도 이 정도까지 MP원자를 섬세히 다루는 사람은 후유키 군밖에 모르는데. 거의 틀림없이, 프로 탐색사의 짓이겠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마네킹은 기세 좋게 접근해온다.
하지만, 어째선지 텐지는 자세를 유지한 채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침착하게 이 상황의 분석에 뇌의 사고력을 할애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것도 1년 간의 훈련의 성과일까.
'머리를 몸체에서 분리시키면 행동이 정지될 거라 생각해. 그리고 MP광석을 적절히 파괴하던가, 구속해서 조용하게 만들던가......뭐 일단 시험해봐야겠지. 만날 때마다 구속시키는 건 시간낭비이니, 이번에는 실험적으로 파괴해보자. 이번에 안 된다면 다음부터는 구속시키는 쪽으로 하면 될 뿐이고.'
곧장 결단을 내린 텐지는 어깨에 메고 있던 무기 케이스의 지퍼를 천천히 내리고는, 케이스 안에서 하나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지옥의 무기가 아니었다.
단순한 5등급 무기ㅡㅡ아이언 소드.
그렇다, 텐지가 처음으로 샀던 최초의 무기였던 것이다. 어째선지 텐지는 자신의 애도가 아닌 그걸 뽑아 들고는, 역수로 쥐어 가볍게 어깨 위로 휘둘렀다.
자세를 아주 약간 내린 반동을 이용해서, 그걸 가볍게 던져버린다.
다음 순간ㅡㅡ아이언 소드는 마네킹의 머리에 깊게 박혀 쓰러졌다. MP광석이 깨지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오자, 텐지는 마네킹 쪽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응, 동작은 완전히 정지되었네. 자, 핵을 부숴도 포인트는 습득되려나."
아무 주저도 없이, 텐지는 마네킹의 가슴에 있는 지문인증 자리에 집게손가락을 대었다.
곧장 삑 하는 기계음이 울리더니, 마네킹의 가슴 부근에 '아마시로 텐지 1P' 라고 푸른색의 글자가 투영되는 것은 확인했다.
"좋아! 예상대로 마네킹을 조종하는 MP회로와 지문인증의 전자회로는 따로 만들어져 있네. 이거라면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아서 다행이야."
운 좋게 점수를 얻을 수 있었던 텐지는, 기쁜 듯한 목소리를 내었다.
그대로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에서 아이언 소드를 뽑고는 다시 익숙한 동작으로 무기 케이스를 열었다. 케이스의 지퍼를 내리고 그걸 수납한ㅡㅡ그때였다.
"역시 대단해, 아마시로."
갑자기, 누군가가 텐지에게 말을 걸어온 것이다.
"오랜만이야 미즈에 군."
텐지는 부드러운 어조로 대답했다.
그렇다, 그곳에 있던 자는ㅡㅡ미즈에 카츠나리.
채리엇의 입단 시험에서 함께 싸웠던 친구 중 하나로, 1년 연상의 청년이었다.
그런 미즈에는, 약간 불만스러운 듯 삐진 표정을 지었다.
"더 놀랄 거라 생각했는데."
미즈에는 악의 없이 텐지를 향해 걸어왔다.
"나도 제대로 성장했으니까. 미즈에 군도 이제 '그것'은 보이지?"
"그래, 단장님 정도는 아니지만 보여. 그래서 아마시로의 존재도 눈치챈 거고."
"아하핫, 역시~ 하지만 진짜 오랜만이네. 미즈에 군의 활약은 마죠르카에서도 계속 뉴스로 보고 있었어! 아~ 친구들이 점점 멀리 떠나버려~ 하는 느낌으로. 다음에 만나면 [미즈에 선배]라고 부르는 편이 좋으려나~ 하고 생각했지 뭐야."
미즈에는 채리엇에 입단 후, 곧장 스스로의 힘으로 천직을 각성하여 대단한 속도로 이 업계에서 출세하였다. 요즘은 젊은이 중에서도 상당한 주목을 끌고 있어서, 25세 이하의 기대도 랭킹에서는 톱 30 안에 들어갈 정도다. 그야말로 인기인이 된 것이다.
미즈에는 약간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면서도, 조금 미소 지었다.
"설마, 네가 나 따위를 봐주고 있었을 줄이야. 고마워."
"뭐!? 미즈에 군이 웃었다!? 그 미즈에 군이!? ......그보다 여전히 칭찬받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네."
"어이, 악의가 다 드러난다고."
"미안, 미안. 하지만 진짜 기뻐서 말야."
두 사람은 이 재회를 축하하는 듯, 농담을 나누면서 하이파이브를 교환했다.
듬직하게 성장한 두 사람의 커다란 손바닥이, 이 자연 속에 메마른 소리를 울린다.
"반대로 네 뉴스는 하나도 듣지 못했어. 설마 방송에 한 번도 나오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연락도 요 1년 동안 거의 없었고. 그래서 아마시로가 뭘 하고 있는지 계속 신경 쓰였는데...... 그런 걱정은 필요 없었던 모양이야, 오늘 널 만나고 나서 안심했어."
"아마 세간에서는 나보다도 후유키 군에 집중할 테니까. 결코 내가 존재감이 없는 게 아냐. 후유키 군이라는 태양이 너무 커다랄 뿐이라고."
"그 별 뜻 없는 가벼운 말도 오랜만이네. 뭐, 오늘은 일부러 이런 이야기를 하러 온 건 아냐."
"내게 볼일이라도?"
미즈에는 갑자기, 허리에 차고 있던 쌍칼 중 하나에 손을 뻗었다.
그대로 뽑지는 않고, 칼자루에 손을 댄 채로 입을 열었다.
"이미 프로로서 채리엇과 계약하고 있는 내가, 학생만 나오는 시커 올림피아에 참가하는 이유를 알겠어?"
"뭐 딱히 프로의 출장이 금지된 것은 아니잖아. 이번의 나이제한 완화 덕분에 프로도 나올 거라 생각하고 있었어. 뭐 프로가 출장하는 목적이라면 길드의 지명도 향상이나, 현재 전력의 어필이 대부분 아닐까? 아니면 보다 수준 높은 길드로 가고 싶은 사람이 참가한다던가?"
"그래, 그 말대로다. 난 쿠죠 단장님한테서 정식으로 지시를 받고 출장나왔어. 압도적인 실력으로 본선까지의 길을 열고서, 본선에서 반드시 상위에 입상하고 오라고 들었거든. 가능하다면 쿠로우 후유키를 쓰러트리고 오라고도 들었다. 하지만 그것뿐만이 아냐ㅡㅡ"
미즈에는 한숨을 쉬고는, 진지한 눈동자를 텐지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허리에 차고 있던 쌍칼 중 하나를 뽑아 들고는, 그 칼끝을 텐지를 향하며 선언했다.
"난 진심의 너와 싸우기 위해, 내가 먼저 쿠죠 단장님께 출장을 가겠다고 했다."
"......미즈에 군이 나랑?"
"그래, 그날부터 난 계속 네게 지고만 있다. 아무리 프로의 세계에서 실적을 쌓아 올려도, 아무리 필사적으로 노력을 계속해도, 아무리 지금의 좋은 환경에 지내고 있어도......반드시 네 오니의 환영이 머리 구석에 있었다. 계속 네게는 당해낼 수 없다는 잠재의식이 있었다. 그래서ㅡㅡ"
예리한 적의가, 텐지를 향한다.
미즈에의 그 눈동자는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의 이 대사는 거짓도 겸손도 아닌, 진심이라고 텐지는 이해하였다.
"나는 널 이긴다. 그걸 위해 난 여기에 왔다. 그것만을 말하러 왔다."
선언을 끝낸 미즈에는, 익숙한 동작으로 납도하고는 텐지에게 등을 돌렸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던졌다.
"난 이 대회 중에 반드시 네게 싸움을 건다. 거절한 이유가 없으면 받아줘."
"응, 그 승부 기대하고 있을게."
텐지는 그의 결의를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난 우승할 생각이야."
"그래, 나도다."
그 대화를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다른 방향으로 걷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 만화 나왔습니다. 밑의 링크에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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