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43화 태동
    2022년 01월 29일 23시 57분 4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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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105gk/43/

     

     

     ㅡㅡ어딘지 모를 석회굴의 안.

     

     여러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서, 모험가길드연맹조차 장소를 모르는 비경.

     

     그런 신비한 미답의 땅에, 발을 디디는 세 사람이 있었다.

     

     "히, 힐다여......정말로, 이런 장소에 내 명예를 회복시킬 방법이 있는가.....?"

     

     불안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자는, S랭크 파티 [아이기스]의 리더인 크레이.

     

     그를 안내하며 앞서가는 사령술사 힐다.

     

     "그래, 그 말대로야. 기나긴ㅡㅡ아니, '영원한' 시간을 들여서, 이제야 발견한 장소인걸. 그래서 날 믿고 따라와, 크레이.....후후후."

     

     요염한 입술에, 수상쩍은 미소를 짓는 힐다.

     

     그런 그녀의 옆에는, 생기를 잃은 탱커인 사이러스가 동반하고 있다.

     

     ㅡㅡ인간의 기척은커녕, 몬스터의 기척조차 없는 기분 나쁜 석회굴.

     

     안으로 나아갈 때마다, 답답한 분위기가 점점 강해진다.

     

     "크레이, 당신 드래곤이라는 거 알고 있지? 분명, 전에 쓰러트려 본 일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갑자기, 힐다가 그런 질문을 던졌다.

     

     "그래, 과거의 한번 쓰러트린 적이 있었지. 드래곤이라고 하면 몬스터의 왕이나 하늘의 패자라고도 불리는, 최상위 클래스의 몬스터니까. 비할 데 없이 강한 상대였다. ......사이러스가 없었다면, 못 이겼을지도 몰라."

     

     크레이는 언데드가 되어버린 사이러스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에게, 사이러스가 눈길을 보내는 일은 없었다.

     

     "그래, 드래곤이란 정말 강대한 생물인걸. ......하지만, 지금의 드래곤과 고대의 드래곤ㅡㅡ에인션트 드래곤은 다른 존재였다는 전승이 있어."

     

     힐다는 왠지 즐거운 느낌으로, 말을 이어나간다.

     

     "전승에 의하면 에인션트 드래곤은 불사신의 존재이며, 살아있는 재앙이며, 신 그 자체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들은 지상에서 모습을 감추었고, 그 후손인 현재의 드래곤은 힘의 대부분을 잃었다ㅡㅡ라고 해."

     

     힐다의 말을 조용히 듣는 크레이.

     

     왜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는 그였지만, 길가는 도중의 잡담이겠지 하며 딱히 되묻지는 않았다.

     

     그렇게 석회굴의 최심부라고 생각하는 장소에 도착하자,

     

     "뭐야, 이건......신전?"

     

     크레이가 목격한 것은, 정말 오래된 석조 건조물.

     

     모양으로 모야, 그것은 아마도 신전이라 불리는 종류일 것이다.

     

     설마 이런 장소에 인공물이 있을 줄은......하고 크레이가 놀라는 것도 잠시,

     

     "저기 크레이, 저 커다란 돌이 보여?"

     

     힐다가 신전의 중앙을 가리킨다.

     

     그곳에는 거대한 키스톤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모르는 글자가 대량으로 새겨져 있었다.

     

     "크레이, 저 돌을 당신의 검으로 베었으면 해. 그렇게 하면, 당신은 명예를 회복할 수 있어."

     

     "저것을......? 하, 하지만 저 돌을 베는 것과 나의 명예에, 무슨 관계가....."

     

     "부탁이야, 크레이♪ ......내가 여태까지, 당신한테 거짓말을 한 적이 있었어?"

     

     확실히ㅡㅡ적어도, 힐다는 내게 거짓말을 했던 적은 없었다.

     

     사이러스의 건은 있지만, 뭐 그녀가 사이러스를 죽인 것은 아니니.....

     

     그렇게 생각한 크레이는, 허리춤에서 검을 빼들었다.

     

     "......알았다, 좋아. 저런 돌 하나쯤, 이 크레이가 쉽게 잘라내 보이겠어."

     

     크레이는 신전 안으로 들어가서는, 키스톤의 앞에 섰다.

     

     그는 검을 들고는ㅡㅡ

     

     "ㅡㅡ<신파참>!"

     

     칼을 한번 휘둘러서, 커다란 키스톤을 두쪽으로 잘라내었다.

     

     별 것 아닌, 단순한 돌인가ㅡㅡ크레이가 그렇게 생각한 찬라,

     

     "............역시. 드래곤을 쓰러트린 자는, 이 '봉인'을 풀 수 있는 거였네."

     

     힐다가 중얼거렸다.

     

     직후ㅡㅡㅡㅡ석회굴 안에 땅울림이 들리며, 지면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뭐, 뭐야!? 지진!?"

     

     "물러나, 크레이. ......사이러스, 방어태세."

     

     크레이는 힐다의 옆까지 물러났고, 대신 사이러스가 거대한 방패를 들고 2명의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신전이 무너지자ㅡㅡㅡㅡ지면을 꿰뚫고, 세 발가락의 '무진장 커다란 뼈의 팔'이 나타났다.

     

     뼈의 팔은 크레이 일행을 짓누르려 했지만, 사이러스가 몸으로 막았다.

     

     "히이......!? 뭐, 뭐야 이 팔은ㅡㅡ!?"

     

     "안 돼 클레이, 움직이지 마."

     

     놀라는 크레이와는 대조적으로, 냉정히 대처하는 힐다.

     

     뼈의 팔은 바로 물러났지만ㅡㅡㅡㅡ동시에 거대한 용의 머리가ㅡㅡ아니, 뼈가 된 용의 머리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뼈의 용은 이미 눈을 잃고 있어서, 숨을 죽인 크레이 일행을 발견할 수 없다.

     

     그리고 분노와 원념에 찬 포효를 지르면서, 석회굴의 천장을 꿰뚫고 그대로 어디론가 가버렸다.

     

     "뭐......뭐......뭐야, 저것은......!? 뼈의 드래곤......!?"

     

     "ㅡㅡ방금 전의 이야기의 다음인데, 불사신인 에인션트 드래곤을 죽이지 못했던 태고의 사람들은, 그들을 봉인하는 걸로 승리를 취했대. 하지만 봉인은 어디까지나 봉인. 지하 깊숙이 잠들 에인션트 드래곤의 살은 살아있는 채 썩어 문드러지고, 추한 모습이 되어서도 인간에게 복수할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해. ......다시 말해, 저것은 '에인션트 드래곤좀비' 라고 해야 되려 나아."

     

     "불사신의 드래곤좀비라고......!? 왜 그런 것을 세상에 풀어놓았지! 저, 저런 괴물이 사람을 공격하면, 대체 얼마나 많은 희생이 나올지ㅡㅡ!"

     

     "어라, 그래서 좋은 거잖아♪"

     

     후훗, 하며 힐다가 웃었다.

     

     "저 아이한테 많이, 아주 많이 사람과 마을을 공격하게 해서, 누구나 절망했을 때 [아이기스]가 나타난다. 그리고 이상적인 타이밍에 에이션트 드래곤좀비를 쓰러트리면, 일약 영웅으로ㅡㅡ아니, 당신은 '용사'가 될 수 있어. 재밌는 줄거리라 생각하지 않아?"

     

     "내......내게, 자작극으로 활약하라는 건가......? 그걸 위해 사람들을 공격하게 만들라고......? 미, 미쳤어.....!"

     

     "영광을 되찾고 싶지? 명예가 필요하지? 누구도 쓰러트릴 수 없는 에인션트 드래곤좀비를 쓰러트리도록 해. 볼크 님은 다시 한번, 아니 여태까지 이상으로 당신을 신뢰해줄 거야. 그를 위한 수단은......아무래도 상관없잖아."

     

     크레이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솟아 나온다.

     

     구역질을 참으려고, 입가를 손으로 막는다.

     

     그의 안에 남아있던 최후의 양심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하, 하지만, 하지만, 불사신의 괴물을 죽이라니, 어떻게......"

     

     "괜찮아. 내가 알고 있는걸......후후, 그래, 내가 알고 있어. 그러니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아도 돼."

     

     힐다는 성모처럼 부드럽게 타이르고는, 떨고 있는 그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의 머리를 어루만지면서,

     

     

     

     ".......그래. 모처럼이니, 그 아이가 우리의 앙갚음을 돕게 하자. 우릴 얕보인 나쁜 아이들은, 분명 [추방자길드]라고 했었나? 지금은 [데이토나]라는 마을을 거점으로 하고 있는 모양인데. ......크레이 이거 알아? 나, 이래 뵈어도 양동작전이 특기야♪"

     

     

     [추방자길드] ㅡㅡㅡㅡ그 이름을 들은 순간, 크레이의 마음이 검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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