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37화 이몸이 틀렸다
    2022년 01월 29일 02시 25분 1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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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105gk/37/

     

     

     ㅡㅡ잊을 리가 없다.

     

     내 눈앞에 나타난 모험가, 그는 예전에 비리네를 파티에서 추방한 끝에, 던전에서 자신의 파티를 괴멸시켰던 남자, 사르비오였다.

     

     나로서는 가능한 한 만나고 싶지 않았던 최악의 모험가다.

     

     "......무슨 볼일이지, 비리네라면 우리 쪽에서 제대로 맡아두고 있다. 이제 와서 돌려달라고 말해도 거절이야."

     

     "어이어이, 섭섭하기는. 누구도 그런 말 하지 않았잖아? 참고로, 복수하러 온 것도 아니라고. 이몸은 너랑 대화하러 온 거다."

     

     사르비오는 그렇게 말하고는, 허리춤의 검을 검집 채로 지면에 던졌다.

     

     아무래도 복수할 셈이 아닌 것은 정말인 모양이다.

     

     그리고, 방금 전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도 있다.

     

     난 약간 경계를 풀며,

     

     "...............들어보지."

     

     "좋아, 잘 들어? 확실히 말할 테니까, 제대로 들으라고!"

     

     사르비오는 목소리를 높여 말하고는ㅡㅡㅡㅡ두 무릎과 두 손을 지면에 대고는, 동시에 머리를 숙였다.

     

     

     

     "이몸을......이몸을, 네 사제로 삼아줘어!"

     

     

     

     ㅡㅡ사르비오는, 외쳤다.

     

     깊게 고개를 숙인, 도게자의 자세로.

     

     그가 내뱉은 말에, 나는 생각이 멈춰버렸다.

     

     "......뭐? 도대체 무슨ㅡㅡ"

     

     "정말 미안했다! 이몸이 틀렸었다! 자신이 파렴치한 건 잘 알고 있어! 그러니......부디 네 밑에서, 이몸을 바로잡아줬으면 해!"

     

     나는 망연자실해졌다.

     

     바로잡다니, 내가?

     

     정말, 도대체 무슨 변덕이지?

     

     "이몸은......이몸은, 자신이 구제할 수 없는 무능한 바보녀석이라는 걸 잘 알았다. 너와 비리네의 도움을 받았으면서도, 마치 죽은 사람처럼 되어버려서, 이몸이 죽이고 만 동료들의 일만 계속 생각해서...... 이제 모험가 따윈 그만두는 편이 좋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네 말대로, 이몸은 리더가 되지 말았어야 했어....."

     

     '파티 리더 실격이다.'

     

     그건 확실히, 내가 사르비오한테 했던 말이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하지만, 하지만 말야, 너희들 [추방자길드]가 아쿠아 히드라를 쓰러트렸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생각했다. 이대로 끝내도 될까 하고. 추방자를 업신여기던 망할 자식인 채로 끝나도 되는 건가 하고...... 그래서 이몸은, 자신의 근성을 고쳐먹기로 했다."

     

     "......네 뜻은 알았다. 하지만, 왜 나의 사제지? S랭크 모험가인 당신을 단련시키는 데에는, 더 적임자가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아니, 그러면 안 된다! 네 밑이 아니면, 이몸은 자신을 인정할 수 없어! 이몸의 착각을 깨닫게 해 준, [추방자길드]의 길드마스터가 아니면......!"

     

     사르비오는 이제야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날 바라보는 그의 눈매는ㅡㅡ진지함 그 자체였다.

     

     "......넌 애초에 스테이터스 지상주의자였고, 추방자도 아냐. [추방자길드]는 저스탯을 이유로 추방된 자들의 모임. 그리고 비리네도 있어. 자신이 어떤 환경에 몸담게 되는지, 이해하고 있어?"

     

     "각오한 바다!"

     

     "그럼, 이제부터는 저스탯 추방자를 차별하지 않겠다고 맹세할 거냐?"

     

     "맹세한다!"

     

     ㅡㅡ즉답, 이었다.

     

     그의 사상에, 거짓이 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그 말은 진심으로 보이지만......

     

     하지만 설마, 사르비오가 이렇게까지 자신을 반성하는 인물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리고 한번 자신을 규탄했던 상대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터.

     

     스스로의 행동이 틀렸다고 인정하는 것도, 간단치 않다.

     

     ......정신적인 의미로, 상당한 지옥을 맛보았을 거다.

     

     ㅡㅡ믿어야 할까......?

     

     

     하지만 곤란한데.

     

     바로잡아 달라고 해도, 난 [감정안]을 가졌을 뿐인 길드마스터.

     

     전투에 관해서는 초보자고, 무엇보다도 분명 비리네가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 용서하지 않을지도 모르고......

     

     애초에, 사르비오는 어찌 되었든 S랭크의 모험가.

     

     나도 길드마스터 육성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신출내기인 D랭크나 C랭크라면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의미로 훈련시킬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S랭크 쯤 되면......생각과 사상의 공유는 둘째 치고, 그가 원하는 근성을 바로잡는 지도라는 것은.....

     

     나는 생각하다가ㅡㅡㅡㅡ문득, 어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재능과...........환경인가......"

     

     그런 말을 중얼거리면서, 옆에서 지켜보던 코렛트를 돌아보았다.

     

     

     '저는 끈기와 근성만이 장점이지만ㅡㅡ'

     

     '모험이 좋아서, 모험가를 하려고ㅡㅡ'

     

     

     코렛트의 입에서 나왔던 말들을 떠올렸다.

     

     눈보다 귀가 진실을 가르쳐주는 일도 있다고 한다면ㅡㅡ그것에 걸어보자.

     

     "뭐, 뭐임까......"

     

     "코렛트, 방금 [추방자길드]에 있을 수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하겠다고 말했었지. 그건 진심이야?"

     

     "네? 무, 물론임다! 여자는 두말하지 않슴다!"

     

     "알았어. 먼저 말해두지만, 난 절대 너를 버리지 않을 거고, 길드마스터로서의 책임을 포기하지도 않아. 약속해. ......이제부터의 말에 놀라겠지만, 부디 진정하고서 들어줘."

     

     코렛트한테서 확인을 받은 나는, 다시 사르비오를 바라보았다.

     

     "이 아이는 코렛트 허스크바나. [추방자길드]의 멤버 중 한 명으로, B랭크 파티에서 추방된 모험가다. ......사르비오, 네가 정말로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면ㅡㅡ부디 이 아이를 훈련시켜줬으면 해."

     

     "이, 이몸이......?"

     

     "그래. 이 아이는 추방자지만, 비리네처럼 '숨은 스킬'이 하나도 없어. 하지만 모험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누구보다도 강해. 그래서 그녀를 훈련시켜서, S랭크에도 지지 않을 모험가로 만들고 싶어. 그동안 네가 추방자를 차별하지 않고 코렛트를 버리지도 않는다면ㅡㅡ [추방자길드]와 이 아이젠 테슬라는, 널 동료로 인정할게."

     

     예전에, 육성학교에서 이런 말을 배웠던 일이 있다.

     

     

     "그 사람의 성실함을 시험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권한을 줘보도록"

     

     

     코렛트의 말ㅡㅡ사르비오의 말ㅡㅡ

     

     그것들을 음미하고서, 나는 둘을 시험해보려고 생각한 것이다.

     

     

     내가 지도하는 것이 무리라면ㅡㅡㅡㅡ지도를 시킨다, 라는 것은 어떨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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