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35화 절대 버리지 않습니다
    2022년 01월 28일 15시 06분 1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105gk/35/

     

     

     "라이도우가 말했네만? 그대는 타인의 숨은 능력을 간파하는 눈을 갖고 있다고 말일세. 그것이 그대가 추방자들을 무능하지 않다고 판단한 이유겠지?"

     

     "그건......예, 확실히 그렇습니다만......"

     

     나는 이 물음에 대해, 약간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숨은 스킬'이 보이는 건 틀림없지만, 코렛트의 '스킬 없음'을 보고 만 뒤에는 의미가 더욱 무겁게 느껴지고 만다.

     

     그것은 정말로, '보았다'고 말해도 되는 것인가ㅡㅡ하고.

     

     그런 나의 거북함을 즉시 간파했는지, 제라크 총대표는 의이한 듯 수염을 어루만졌다.

     

     "흐~음......? 생각보다 시원치 않은 대답이 돌아왔군. 이만한 공적을 세우고서 실은 거짓이었다고 말해도, 난 믿지 않겠네."

     

     "거, 거짓이 아닙니다! 제게는 [감정안]이라는 스킬이 있어서, '숨은 스킬'이 보이는 건 정말입니다!"

     

     "그럼, 뭔가 고민이라도 품고 있는 걸로 보이는데. 이래 뵈어도 총대표를 맡고 있는 이 몸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네만?"

     

     "아, 아니, 그건......! 여기서 말할만한 일은......!"

     

     "푸하하, 이 정직한 놈. 고민하는 것은 부정하지 않는구나. 괜찮다, 말해보거라. 젊은이의 고민거리를 들어주는 것도 늙은이의 역할 아니겠나."

     

     윽, 그렇게까지 말하면 말하지 않을 수도 없잖아......

     

     사실은, 길드마스터인 내가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인데.

     

     자신의 부끄러움을 감추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제라크 총대표한테 현재의 고민을 밝혔다.

     

     그렇다ㅡㅡ무능력자인 코렛트의 일을.

     

     "......과연, '숨은 스킬'을 갖지 않은 추방자가 나타나서, 그자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라."

     

     "예......사람은 누구나 '숨은 스킬'을 갖고 있어서, 스테이터스만을 이유로 추방되는 이 세상은 이상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설마...... '숨은 스킬'이 없는 모험가가 있을 줄은......"

     

     실제로도, 나에게 있어서는 코렛트의 존재가 충격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강한 흥미를 끌었던 것도 사실.

     

     "다만......그녀를 보고 있으면, 저는 예전부터의 의문이 생각납니다. 사람은 도대체 언제부터 '숨은 스킬'을 갖게 되었을 까 하는. 아마 많은 사람들이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겠죠. 하지만 후천적인 '숨은 스킬'도 존재하지는 않을까? 애초에 '숨은 스킬'이란 변화하지 않는 것일까? ㅡㅡ그런 생각을 하게 되어버립니다."

     

     "그 말투로 볼 때, 그대한테도 '숨은 스킬'은 미지의 영역이 많은 모양이군."

     

     "예, 여태까지는 조사할 방법도 없었으니까요. 코렛트를 만나서 오랜만에 생각났을 정도입니다. 결국......아직 의문은 의문으로 남았지만요."

     

     제라크 총대표는 잠시 말이 없어지더니, 생각하는 것처럼 턱수염을 어루만지며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서ㅡㅡ

     

     "아이젠이여, 확실히 말하면 어떤가? [추방자길드]에 도움이 안 되는 자는 필요 없다고."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은ㅡㅡ그런 말이었다.

     

     "뭐......라고요?"

     

     "그대의 눈은, 우수한 스킬을 가진 자를 선별할 수 있지 않나? 그럼 유능한 추방자만을 모아서, 그대의 이상적인 길드를 만들도록 하게. 그럼 보다 빠르게 공적을 쌓아 올려서, 그대의 사상을 세간에 인정시킬 수 있을 것 아닌가."

     

     ㅡㅡ믿기 어려웠다.

     

     자신의 귀가 이상해졌나 생각했다.

     

     수많은 모험가를 통솔하는 제라크 총대, 그런 그의 입에서 그런 냉담한 말이 나오다니.

     

     그 순간, 나는 마음속에 형용할 수 없는 분노가 샘솟는 것을 느꼈다.

     

     "그 코렛트라는 모험가는, 그대의 갈림길이 되겠지. 가치 없는 자는 버리고, 진정 능력 있는 자만을 모은다, 그것이ㅡㅡ"

     

     "버리지 않습니다."

     

     제라크 총대표가 말을 끝내기보다 빠르게, 나는 대답했다.

     

     "절대 버리지 않습니다. 이 세계에 가치 없는 자는 없습니다. 확실히 코렛트는 스테이터스도 낮고 '숨은 스킬'도 없는 무능력자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과연 길드마스터의 올바른 모습일까요?"

     

     "......."

     

     "저에게 있어서의 [감정안]은 사람의 진가를 해방하기 위한 것이지, 무능함을 추궁하고 박해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코렛트는 이미 저희들의 소중한 동료입니다. 여기서 그 아이를 버리면, 분명 저는 평생 동안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잘 말했다!"

     

     

     탁! 하고 제라크 총대표가 자신의 무릎을 쳤다.

     

     "잘 말했네, 아이젠이여! 역시 그대는 기대했던 대로의 남자다!"

     

     "예? 어, 어라? 저기......"

     

     "아니, 시험해보는 듯한 말을 해서 미안했네. 먼저, 그대의 본심을 듣고 싶었던 게다. 만일 여기서 내 말에 따랐더라면, 그대는 '추방 붐'의 덕을 보려는 무능한 놈들과 마찬가지였으니까."

     

     아, 그런가.

     

     듣고 보면, 그는 스테이터스 지상주의자의 주장을 '숨은 스킬'로 바꿔 말한 듯한 느낌이었다.

     

     "시, 시험하셨던 거군요......저를......"

     

     "그래, 하지만 이걸로 잘 알았네. 그대는 틀림없는 추방자의 희망이네."

     

     제라크 총대표는 몸을 쑥 기울이더니,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난 모험가길드연맹의 총대표로서, 여러 사람들을 오랜 기간에 걸쳐 보아 왔네, 그래서, 약간의 조언을 해주려고 생각하는데."

     

     "! 부디 듣겠습니다!"

     

     

     

     "ㅡㅡ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가능성이 보이는 것은 시야뿐'."

     

     

     

     "......? 그건, 어떤......"

     

     "반드시 재능이 길을 열어준다고는 할 수 없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지다. 자네가 추방자를 구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여기까지 온 것처럼. 그러니 코렛트라는 모험가의 의지를 한번 물어보는 게 좋을 걸세. 때로는 눈보다 귀가 진실을 가르쳐줄지도 모르는 법이네."

     

     제라크 총대표는 일어나서는, 지팡이를 짚으며 자신의 책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자네의 [감정안]과, 조금 전 말했던 논설은 정말 흥미로워. 특히ㅡㅡ'숨은 스킬의 변화'라는 발상이. 그 의문에 대해, 재미있는 대답을 해줄 지인이 있다네."

     

     "예? 정말인가요!?"

     

     "그래, 오래 알고 지냈지만, 방심할 수 없는 녀석이라서...... 기회를 봐서 물어보도록 하게."

     

     그는 쓴웃음 섞어 말하고는, 나에게 한 장의 명찰을 건네주었다.

     

     거기에 쓰인 이름은ㅡㅡ나도 아는 것이었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