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02 용의 왕
    2022년 01월 18일 17시 18분 5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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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9795dx/226/

     

     

     푸른 용의 뒤를 따라 하얀 용에게 다가가자, 얼굴을 바닥에 대고 누워있던 흰 용의 눈꺼풀이 반쯤 뜨였다.

     

     흰 용이 있는 마루에 올라가기 전에 푸른 용이 멈춰 서더니, 그 자리에서 몸을 낮췄다.

     

     "알드가르즈 님. 바깥에서 온 손님을 데려왔습니다."

     

     푸른 용이 그리 말하자, 알드가르즈라 불린 흰 용은 기다란 목을 들었다.

     

     "......바깥에서?"

     

     알드가르즈는 낮고 무거운 쉰 목소리로 그렇게 되새기고는, 눈을 가늘게 뜨며 우리를 보았다.

     

     ".......신기하군. 나도 모르는 용종과, 인간......인가. 수천 년 만인가.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

     

     알드가르즈는 조용히 혼잣말을 하였다.

     

     "경! 컬러 드래곤이 아닌 것 같소. 무슨 종으로 보입니까?"

     

     사이노스가 그렇게 말하자, 푸른 용은 믿을 수 없다는 시선으로 사이노스를 돌아보았다.

     

     "모습은 화이트 드래곤이지만, 그것 치고는 조금 작고......거기다 화이트 드래곤이라면 이런 고운 느낌은 아니니 말이오."

     

     사이노스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자신의 턱을 손가락으로 거머쥐었다.

     

     "너, 너, 너희들!? 왜 조용히 하지 않는 거냐!? 그렇게나 조용히 하라고 말했잖아!?"

     

     푸른 용은 사이노스보다도 커다란 목소리로 주의를 줬다. 그 탓에, 성내에 있던 용들이 고개를 들어 우리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난 조용히 했는데? 이 녀석한테만 말해."

     

     "시끄럽다! 그런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너희들이 사형이 결정되면 내가 몸을 조각조각 내주마!"

     

     푸른 용이 그렇게 말하자, 라그레이트가 으르렁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사이노스와 소아라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나의 님을 죽인다? 누구인가요? 당신이? 이 하얀 드래곤이? 아니면 용족 전원이 도전한다는? 만일 그럴 셈이라면 설령 죽는다 해도 저는 당신들을 전부 죽이겠어요."

     

     소아라가 냉랭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푸른 용은 입을 몇 번이나 뻐끔거리며 소아라를 보았다.

     

     "꽤 대담한 말을 하는 인간들이다......그리고 저 젊은 용도, 그 인간을 위해 살의를 품고 있군....."

     

     알드가르즈는 그렇게 말하고서, 몸을 일으켰다.

     

     "......흥미롭고 재미있는 용과 인간들이기는 하다. 하지만 왕의 앞에서 그런 태도는 간과할 수 없다. 그러니, 죽이지는 않겠지만, 팔다리 하나 정도는 두고 가기로 할까. 아니면 용의 몸을 가릴 정도의 돈을 갖고 오든지.....마음에 드는 쪽을 선택하도록 해라."

     

     알드가르즈는 그렇게 말하며 우리를 관찰하는 것처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말 그대로 흥미로움과 호기심을 곁들인 것으로 보인다.

     

     난 그 눈을 마주 보며, 입가를 올렸다.

     

     "뭐, 어느 쪽도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면 문제없겠지. 팔은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면 되고, 돈도 낼 수는 있다. 하지만 들은 대로 해도 재미없지."

     

     나는 그렇게 말하고서, 모두의 앞에 걸어 나왔다.

     

     "묻겠는데, 상대가 일국의 왕이라고 한다면, 용의 나라에서는 어떻게 대응할 거지?"

     

     "......흠. 그건 생각해본 일이 없었다. 하지만 그 말투로 보면, 인간국의 왕이 나와 동등하다고 들리는데......남아돌 정도로 많은 인간의 왕과, 1만 이상의 시간을 보낸 유일한 용의 왕인 나를 동급으로 취급할 셈인가....."

     

     알드가르즈가 그렇게 말하자, 성내의 용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푸른 용도 날카로운 눈으로 이쪽을 노려본다.

     

     "철회해라, 인간. 우리의 왕을 너희들과 비교하는 일조차 주제넘는다는 걸 알아라."

     

     푸른 용이 그렇게 말하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야. 용의 왕은 드무니까 더 대단하다고 말할 셈인가? 그런 재미없는 판단기준으로 누가 대단하다고 들어도 납득할 수가 없잖아?"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푸른 용은 얼굴을 이쪽에 가까이하고는 커다란 입을 벌렸다.

     

     "바, 바보 같은! 재미있는지 없는지로 우열이 정해질까 보냐! 그보다 네게 인정받을 필요 따윈......!"

     

     푸른 용이 호통을 치려고 하자, 갑자기 성내를 뒤흔드는 충격과 함께 낮은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니, 알드가르즈의 긴 꼬리가 흔들리고 있다.

     

     "......그럼 묻겠다. 어떻게 용의 왕과 인간의 왕을 비교한다고 하는 건가. 힘은 약하고, 마력도 적고, 백 년의 지식조차 없는 인간이여. 너희들이 생각하는 왕의 그릇이란 무엇인가?"

     

     알드가르즈는 고압적인 말투로 그런 말을 내뱉었다.

     

     과연. 무례한 자라고 생각해도 곧바로 화내지 않고, 상대의 의견을 들을 도량도 갖고 있구나.

     

     나는 고개를 좌우로 젓고는 알드가르즈를 올려다보았다.

     

     "힘과 마력에 더해 지식도 갖춘 용의 왕. 확실히 왕의 그릇에 합당하겠지.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재미다."

     

     "인간이여. 너희들이 자랑하는 그건 용기와 담대함이 아니다. 어리석음과 무지다. 하지만, 확실히 재밌군. 그것이 인간에게 있어 왕의 자격이라고 한다면, 나도 너를 인간의 왕이라 인정하마!"

     

     알드가르즈가 그렇게 말하며 웃자, 성내의 용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술렁거렸다. 그러자, 소아라가 풍만한 가슴을 펴면서 고개를 들었다.

     

     "당연해요. 렌 님은 왕 따위보다 훨씬 위에 계십니다. 그리고 저의 서, 서, 서방님이기도 하고요."

     

     소아라는 귀까지 빨갛게 물들이며 그런 발언을 했다.

     

     그 정보는 과연 필요한 것이었을까.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알드가르즈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너 혼자서 납득해서 다른 용은 납득하지 않겠지. 그러니 네가 자랑하는 것들을 하나씩 비교해줄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여태까지 웅성거리던 용들이 점점 조용해졌고, 알드가르즈는 눈을 가늘게 하였다.

     

     "알드가르즈. 나랑 승부를 해보자. 만일 네가 지면, 널 누구보다도 뛰어난 왕이라고 인정하지. 하지만 만일 내가 이긴다면, 네 비늘을 조금 얻어갈게."

     

     "......비늘, 이라고?"

     

     "그래. 오랜만에 처음 보는 소재를 찾았으니, 꼭 갖고 싶어."

     

     내가 용의 왕을 소재 취급하자, 성내의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뭐, 거짓말을 해도 어쩔 수 없으니, 후회는 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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