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99 결혼식 비화②
    2022년 01월 18일 03시 30분 0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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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9795dx/223/

     

     

     [소아라의 증언]

     

     석양이 비치는 알현실로 이어지는 복도를 걷고 있자, 알현실에서 나온 나의 님이, 저를 눈치챘습니다.

     

     "오오, 소아라. 마침 잘 됐어."

     

     나의 님이 그렇게 말하자, 저는 깊게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나의 님과 시선을 교환했습니다.

     

     "네, 나의 님께서 제게 용건이 있다니, 기대해버리겠네요."

     

     제가 농담 섞어 그렇게 말하자, 나의 님은 놀란 것처럼 눈을 부릅뜨며 저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대단해. 여자의 감이라는 걸까? 소아라는 그 방면으로 날카로웠지."

     

     "어머, 그건......마치 기대해도 된다는 듯한 말투네요."

     

     제가 그렇게 말하며 미소짓자, 나의 님은 곤란하다는 듯 웃었습니다.

     

     "그래, 뭐 기대대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님은, 그렇게 말하고는 부끄러운 듯 자기 뺨을 손으로 건드립니다.

     

     ......엥?

     

     뭔가, 평소와 분위기가 다른 듯한......

     

     그렇게 생각하자, 자연스레 저의 가슴은 고동쳤습니다.

     

     그리고 나의 님은 입을 열었습니다.

     

     

     "결혼하자, 소아라."

     

     

     

     분명, 그런 한 마디였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저의 기억으로는 그러하니, 그렇겠네요.

     

     저는 아마, 놀람과 혼란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저는 나의 님한테 대답을 하고는, 눈물을 흘리며 뜨거운 포옹과 입맞춤......은 하지 않았네요.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어서 완전히 사고가 정지되고 만 것은 기억하지만, 육체적 접촉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야 의식을 되찾은 저는 나의 님을 향해 입을 열었습니다.

     

     "네......이제부터 잘 부탁드려요, 서방님."

     

     이렇게 말할 셈이었지만, 실제로는 눈물 콧물 때문에 제대로 말할 수 없었습니다.

     

     평생의 오점입니다.

     

     하지만, 이 날은 저의 기억에서 사라지기는커녕, 희박해질 일은 없겠죠.

     

     아아, 역시 서방님입니다.

     

     서방님을 만나러 이 복도를 걸을 때마다, 저는 심장이 춤추는 것처럼 두근거릴 것이 틀림없습니다.

     

     나, 소아라는 이 몸이 다할 때까지, 서방님을 모실 것입니다.

     

     

     

     [셰리의 증언]

     

     그날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성에서 저녁식사를 들고 있었다.

     

     아직 그렇게 날짜가 지나지 않았는데, 그 싸움은 마치 꿈만 같은 느낌이었다.

     

     가끔 그 싸움을 돌이키면 들뜬 마음이 되고, 번화가로 돌아와서 모두의 성대한 축복을 받은 것을 떠올리면 멍해지고 만다.

     

     그런 정신이 나간듯한 나날.

     

     하지만, 종자분들은 당연하다고 해도, 함께 싸웠던 미래의 영웅으로서 나와 아버지도 동상이 세워진 것이다.

     

     믿기지 않아.

     

     마술학교를 다니던 시절의 제가 들었다면 뭐라 말할지. 코웃음 칠지도 모른다.

     

     그건 그렇고, 익숙함이란 무서운 법이라서, 정신 차리고 보니 성에서 멋진 음악을 들으며 식사를 먹으며 웃고 있는 자신이 있다.

     

     거기다가, 이 시간대라면 악사대 분들이 연주해줄 거라고 시간을 확인하고는 그에 맞춰서 밥 먹으러 오기까지 한다.

     

     수인국에서 온 린샹 씨도, 꽤 연주를 잘하게 된 듯한 기분이 드네, 라는 생각을 하며 잘난 듯이 연주를 평가하거나 한다.

     

     그런, 어느 나라의 귀족과 왕족보다도 훨씬 호화찬란하고, 참을 수 없을 만큼 평화롭고 평온한 나날.

     

     그런 나날을 보내고 있으면, 어떤 때에는 이게 꿈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때가 있다.

     

     어쩌면, 나는 이때 아버지와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죽어있고, 지금은 천국에 있을지도 몰라.

     

     그런 슬픈 상상도, 매우 현실감을 느낄 때가 있다.

     

     부디 이런 나날이 계속되기를...... 나는 자주 그런 기도를 올린다.

     

     그날도, 부모님과의 대화가 끊긴 약간의 사이,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 우리가 앉은 테이블에 렌 님께서 불쑥 찾아오셨다.

     

     조금 전까지 묘한 생각을 하고 있던 나는, 무심코 렌 님을 응시하고 말았다.

     

     소년처럼 귀엽지만 남자답게 뚜렷한 이목구비. 거대한 마물을 맨손으로 압도하는 힘의 소유주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스마트한 체형.

     

     정말로, 신화의 영웅 이야기의 책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사람이다.

     

     "실례해도 될까?"

     

     "오오, 그런 말씀은 필요 없습니다. 부디 앉아주시길."

     

     렌 님의 말씀에, 아버지가 서둘러 대답했다.

     

     마침 내 옆자리가 비어있어서, 렌 님은 내 옆에 앉았다.

     

     사실, 난 렌 님의 방에 가서 저지르고 말았었다.

     

     그 후부터는 리아나 님과 함께 몇 번인가 렌 님의 침실을 방문했었지만, 내 쪽에서 말을 거는 일은 거의 없다.

     

     누군가를 끼워서 대화하는 거라면 괜찮지만, 1대1로 얼굴을 맞대며 대화하는 일은 내게 아직 짐이 무겁다.

     

     그런 렌 님의 옆얼굴을 흘끗거리며 훔쳐보고 있자, 렌 님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미안. 사후보고가 되겠지만, 셰리와는 남녀의 사이가 되었어."

     

     응?

     

     지금, 렌 님은 무슨 말을 한 거람.

     

     나는 포크를 떨어트리면서, 이상한 소리를 내고 말았다.

     

     "꺄악."

     

     내가 서둘러 포크를 줍는 도중, 렌 님은 부모님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 여러 사람들과 혼인하려고 생각해. 셰리가 괜찮다고 하면, 그때 셰리도 함께 부인으로 맞이하고 싶은데."

     

     렌 님이 이어서 그렇게 말하자, 아버지와 어머니도 포크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어째선지, 나는 혼란스러운 머리로 빨리 수습해야겠다고 생각하여, 두 사람이 떨어트린 포크를 주우러 다녔다

     

     "결혼을, 허락해줄 수 있을까."

     

     렌 님의 그런 목소리가, 테이블 밑에 있는 내 머리 위에 도달했다.

     

     "무, 무, 물론이죠. 이쪽이야말로, 딸내미를 잘 부탁드립니다. 자, 당신도......셰리? 뭐 하고 있니?"

     

     어머니의 그런 목소리가 들려서, 나는 무심코 일어나려다 테이블에 머리를 부딪히고는, 테이블 밑에서 기어 나왔다.

     

     "괜찮아?"

     

     렌 님한테서 쓴웃음 섞인 말을 듣자, 나는 바로 일어나서는 고개를 숙였다.

     

     "자, 잘 부탁드려요!"

     

     그것만 말하는 게 겨우였다.

     

     안 되겠다. 머리가 뜨거워.

     

     지금 떠올려도 당황하고 만다.

     

     이것은 분명 꿈일 거야. 그렇지 않으면 너무 행복해서 죽어버릴 것만 같아.

     

     

     

     

     [리아나의 증언]

     

     결혼식 당일은 왕녀로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울고 말았지만, 결혼식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잘 모르는 채로 하루를 보낸 느낌이 드네요.

     

     그날, 렌 님은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결혼의 인사를 하러 크레이비스한테 가야겠어."

     

     무심코, 저는 되묻고 말았습니다.

     

     "네? 결혼, 인사요?"

     

     제가 고개를 갸웃거린 것이 의외였는지, 렌 님은 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습니다.

     

     "역시 왕녀한테 손을 댔으니 책임을 져야겠지만......결혼할 생각은 없어?"

     

     "......공주님?"

     

     렌 님의 발언에, 저의 뒤에 있던 키라가 낮은 목소리를 냅니다.

     

     저는 어째선지 매우 당황해서, 키라를 돌아보았습니다.

     

     "자, 잠깐 기다려요! 이건 다른 것이에요!"

     

     무심코 묘한 부정의 말투를 내뱉고 말았습니다. 혼란의 와중이었으니, 그것도 어쩔 수 없었겠죠.

     

     하지만, 렌 님도 키라도 표정을 바꾸고 맙니다.

     

     "......말하면 안 되어나? 왕녀의 스캔들......확실히 위험한 이야기인가. 몰매를 맞을지도......"

     

     렌 님은 뭔가 주문 같은 말을 하면서 고개를 비틀었고, 키라는 얼어붙은 듯한 눈동자를 제게 향했습니다.

     

     "공주님......아니, 리아나 왕녀......당신은, 평생의 반려로 정한 분 이외와 그런......"

     

     "아, 아뇨! 결코 그런 경박한 기분은.....! 그리고, 렌 님은 저따위와 결혼을 하실 리가......!"

     

     제가 손짓발짓을 더하며 해명하지만, 키라의 눈에는 온도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상하네요. 그 렌 님께서 책임을 진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만?"

     

     "네? 책임? 무엇을 말이죠?"

     

     "......공주님에 흠을 낸 책임 이외에 뭐가 있을까요."

     

     키라가 그렇게 말하자, 렌 님이 얼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습니다.

     

     "어이, 말투를......"

     

     "실례했습니다. 처녀를 빼앗은 책임 이외에......"

     

     렌 님의 말을 들은 키라가 단어를 바꾸자, 저와 렌 님은 동시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무슨 말을 저렇게 하나요.

     

     이 자리에서 사라지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 저에게, 키라는 더욱 탓하는 듯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갑니다.

     

     "그래서, 그런 렌 님의 프로포즈를 공주님은 거절하는 것처럼 대답하셨던데...... 거절하시는 겁니까?"

     

     "저, 전혀 그렇지 않아요! 결혼할 수 있다면 물론 하고 싶다고 정해......엥!?"

     

     "그럼 그렇게. 렌 님, 내일이라도 폐하께 보고 드리려고 생각합니다만, 괜찮으시겠습니까?"

     

     제가 반사적으로 말한 단어는 듣는 둥 마는 둥, 키라는 저의 말을 가로막고는 렌 님을 돌아보았습니다.

     

     너무해!

     

     그렇게 생각하여 입술을 삐죽이며 키라의 등을 바라보고 있자, 지금까지의 이야기의 흐름이 이제야 머릿속에 침투하였습니다.

     

     결혼?

     

     내가, 렌 님과?

     

     아바마마께 인사하러 가?

     

     내, 내일?

     

     "제가 렌 님과 결혼하는 건가요!?"

     

     제가 무심코 그렇게 확인하자, 키라가 다시 냉랭한 시선을 보냈습니다.

     

     "어, 어어. 리아나만 괜찮다면."

     

     당혹해하는 렌 님의 그런 대사에, 저는 가슴 앞으로 양손가락을 끼우고는 고개를 들었습니다.

     

     "당연히 좋지요! 자, 그럼 오늘이라도 아바마마께! 렌 님의 마음이 변하지 않도록 서둘러 보고 드리러 가요!"

     

     제가 흥분하여 그렇게 말하자, 키라가 눈을 가늘게 하며 저를 돌아보았습니다.

     

     "이미 밤입니다, 공주님. 오늘은 편히 쉬시고, 내일 제대로 준비를 갖춰서 향하도록 하죠."

     

     "아, 그, 그렇네요. 그렇게 할게요."

     

     저는 키라에게 그렇게 말하며 심호흡을 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키라는 왜 저렇게 냉랭한 태도일까요. 평소였다면 저 대신에 울어줄 것 같은 상냥한 사람이었는데요.

     

     아, 그러고 보니 키라 님은 렌 님을......

     

     

     

     참고로, 다음날 아바마마께 혼인의 보고를 하자, 아바마마는 반색하며 한 마디.

     

     "오오, 결혼입니까! 해냈구나, 리아나!"

     

     대신도 있는데 이런 곳에서 들어 올리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기쁘다 해도, 들어 올리면서 돌다니 당치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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