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속편~평균지장(平均之章)~】08 : 후퇴2022년 01월 05일 09시 30분 1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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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테나가 탑승한 두 앙릴아머가 달려 나갔을 때, 아직 싸움은 시작되지 않은 채 서로를 노려보는 상태였다.
아니, 잘 보면 노려보는 자는 주로 레오노라와 오레인 뿐이다. 사신상의 표정은 잘 모르고, 교황도 등을 보이고 있어서 잘 모른다.
"기다렸지. 상황은?"
"이제야 왔나. 보는 대로다. 공격해오지 않아서, 너희들이 합류할 때까지는 손대지 않았다."
참고로, 진형은 지팡이를 든 교황이 최전열, 중열에 레오노라, 후열에 성궁을 든 오레인이다.
그리고 그 옆에, 두 앙릴아머가 선다. 내가 왼쪽이고 테나가 오른쪽이다.
"쓰러트릴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움직임을 둔화시킬 수 이토록 다리를 집중적으로 노려."
"그래, 알았다."
"맡겨주세요!"
"네, 앙리 님."
"............"
어라?
최전열의 교황의 반응이 없다.
내가 의문을 품고 그를 바라보자, 어째선지 부들부들 떨고 있다.
"저, 저는......"
다행히 사신상은 아직 움직이지 않아. 지금 안에 전투에서 제외시키는 편이 좋을지도.
내가 교황에게 말을 걸려고 하자, 그는 지팡이를 든 채로 고뇌하듯이 머리를 감싸고 말았다.
"역시, 저는 못합니다! 앙리 님께 공격을 감행하다니ㅡㅡ!"
".................."
".................."
".................."
".................."
".................."
걱정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나와 다른 사람들 뿐만 아니라, 왠지 사신상조차도 어이없어하는 느낌이 든다.
어쨌든 전력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나는 그렇게 단정 짓고서, 앙릴아머의 손을 뻗어 그의 옷깃 뒷부분을 잡았다.
"? 앙리 님?"
"퇴장."
"우와아아 아아아 아아 아ㅡㅡㅡㅡ!?"
앞을 향한 채로 뒤에서 우리가 숨어있던 풀숲 쪽을 향해 휙 던지자, 그는 토플러 효과[각주:1]와 함께 퇴장하였다.
"어이어이."
"지, 지독하네요."
"싸우지 않는다면 방해야."
실제로도, 싸우지 않는다면 이 자리에 있어도 위험할 뿐이다.
"자, 자아 기분을 다잡고 가자."
그 레오노라의 목소리에 반응했는지, 아니면 교황을 뒤로 내던진 것에 반응했는지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움직임을 멈추고 이쪽을 보고 있던 사신상이 앞으로 손을 뻗으며 다가왔다.
"조심하세요!"
후방에서 전장을 바라보던 오레인이 경고를 하자, 우리들은 순식간에 정신을 차리고 사신상의 공격에 대비했다.
내가 조종하는 앙릴아머가 오른쪽에, 테나가 조종하는 앙릴아머가 왼쪽으로 가며 제각각 들고 있던 방패를 합치는 듯 들어서 사신상의 손을 받아낸다.
금속끼리 부딪히는 새된 소리와 함께, 가공할만한 중압감이 앙릴아머의 방패를 통해 전해졌다. 역시 거대한 만큼, 중량도 힘도 대단하다.
"아, 앙리 님!"
"버텨!"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를 테나에게 짧게 대답한다.
실제로 이대로 가면 밀릴 것은 시간문제였지만, 남은 두 명이 분명 움직여줄 터.
"핫!"
그런 나의 희망에 대답하는 것처럼, 후방에서 몇 발의 빛의 화살이 날아갔다. 오레인의 성궁에 의한 호위공격이다.
빛의 화살은 전부 사신상의 머리에 꽂혔다. 하지만 대미지를 준 듯한 느낌은 안 들었다.
"통하지 않네요."
하지만, 그거면 됐다.
대미지는 없지만 공격을 받고 그쪽에 주의가 쏠린 만큼, 다른 쪽에 여유가 생겼다. 방패 너머로 느껴지는 중압감이 왠지 가벼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고, 무엇보다도 발치까지 달려간 그녀에게 반응을 못하고 있으니까.
"먹어라!"
레오노라가 주먹에 흑마법의 위력을 실은 혼신의 일격을 사신상의 오른발에 먹였다. 종을 울리는 듯한 소리가 근처에 울려 퍼지자, 사신상은 잠깐 밸런스를 잃고서 후퇴했다.
"아얏!"
사신상에 일격을 가한 레오노라였지만, 얼굴을 찌푸리며 조금 전 공격했던 손을 부여잡았다. 사신상을 공격하자 주먹이 아픈 모양이다.
금속을 쳤으니, 그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미안, 여러 번 할 수 없을 것 같다."
"무리하지 마세요, 레오노라 씨."
테나의 말대로, 무리하지 말아줬으면 해.
하지만 그렇게 되면, 공격할 수단이......라고 생각하던 차에, 나는 어떤 물건의 존재를 깨달았다.
그래, 그거라면......
곧장, 아이템박스에서 그것을 꺼내도록 떠올린다.
그림자에서 솟아 나온 그것을 앙릴아머의 두 손가락으로 거머쥔 다음, 레오노라 쪽을 향해 던졌다.
"레오노라, 그걸 써."
"!? 이, 이건 아바마마의!?"
레오노라는 내가 던진 그것을 멋지게 양손으로 거머쥐더니, 놀란 표정으로 수중에 있는 물건 바라보았다.
그렇다. 내가 꺼낸 것은, 그녀의 아버지인 마왕 아저씨가 던전 공략을 할 때 쓰던 마검이다.
검을 받아 든 레오노라는, 그걸 양손으로 들고 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은 실로 늠름하여, 공주기사라는 호칭이 잘 어울린다.
"될 것 같아?"
"......맡겨둬."
믿음직한 말을 들은 나는 미소 짓고서, 다시금 앙릴아머를 사신상에게로 향했다.
◆ ◆ ◆
마검을 휘두르는 레오노라의 공격은 맨손일 때보다 강력해서, 사신상에게 확실하게 대미지를 주고 있었다. 나와 테나도 틈을 보아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환하여, 네 명이 달라붙어 사신상의 다리에 집중 공격을 가하였다.
진형은 적절했고, 전술도 적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배의 손길은 천천히 우리들의 발치로 숨어들고 있었다.
"하아......하아......."
"아, 아직......아직도 쓰러지지 않는 건가요?"
패인은, 거대한 사신상의 내구력을 잘못 측정했다는 점이다.
"아......"
피로가 극에 달했는지, 사신상을 향하여 공격하려던 레오노라의 다리가 휘청거리더니 밸런스를 잃었다. 바로 손에 들고 있던 마검을 지면에 꽂아서 어떻게든 쓰러짐을 모면했지만, 그건 이 상황에서 치명적인 틈이라 할 수 있었다.
"아, 아뿔싸ㅡㅡ!?"
"레오노라!"
"레오노라 씨!"
"도망치세요!"
사신상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녀를 향해 오른손을 뻗더니, 그녀의 몸을 움켜쥐었다.
사신상은 거대한 만큼, 손의 크기도 정말 크다. 레오노라는 온몸을 사신상의 손에 잡혀서, 머리만 보이는 상태다. 이대로 으스러트리면, 그녀의 몸은 순식간에 고깃덩이로 변할 것이다.
나도 테나도 오레인도, 그리고 레오노라 자신도 다음에 일어날 참극을 예상하고 몸이 굳었다.
..................
..................
..................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해서 사신상을 잘 보니, 레오노라의 손을 거머쥔 손을 꾹 움켜쥐다가 느슨하게 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 모습은, 가볍게 쥐고서 감촉을 확인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사신상의 의문의 행동에 누구나 움직일 수 없이 마른침만 삼키고 있었다. 그런 우리를 무시하고서, 사신상은 왼쪽 검지손가락을 펴서, 오른손에 거머쥔 채인 레오노라의 풍만한 가슴을 쿡쿡 찔렀다.
"아, 잠깐, 뭐 하는 거냐!?"
갑주 드레스의 붉은 천에 휩싸인 그녀의 살덩이가, 멀리서 보고 이는 우리들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부들부들하며 흔들리고 있었다.
"어, 어이! 그만둬! 그만하지 못해!"
한껏 레오노라의 가슴을 쿡쿡 찌르던 사신상은, 이번에는 그 손가락을 자신의 가슴에 갖다 대었다. 당연하게도 모델이 모델인 만큼, 흔들리지는 않았다.
아니, 잠깐. 금속이니까 누가 모델이라 해도 흔들릴 리가 없어. 흔들리는 건 결코 내 탓이 아냐.
그리고 순수한 가슴 사이즈로 말하자면, 사신상은 레오노라의 그것을 크게 상회한다. 몇 미터나 앞선다.
하지만, 그런 달램은 닿지 않았는지, 사신상은 거머쥐고 있던 레오노라를 던지고는 지면에 양손과 무릎을 대었다.
낙담한 기분은 조금 이해하지만, 이것은 좋은 기회. 이 이상 싸움을 계속해도 패색이 짙은 이상, 지금 도망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나는 공중에 내던져진 레오노라를 받아 들고는, 지면에 떨어진 마검을 회수하면서 테나에게 지시를 내렸다.
"후퇴하자, 테나는 오레인을 안고 달려."
"네, 네에! 알겠습니다!"
이렇게, 사신상과의 첫 접전은 우리들의 패주라는 형태로 막을 내렸다.
- 어떤 파동의 파동원과 관찰자의 상대 속도에 따라 진동수와 파장이 바뀌는 현상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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