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편~사지장(邪之章)~】21 : 사신 애버리지2021년 12월 22일 12시 05분 2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537cm/21/
던전 코어에 손을 대면서, 오래간만에 계층 증축을 한다.
하지만, 이번에 하는 것은 여태까지 해왔던 것과는 근본부터 다르다. 여태까지 했던 것은 평범한 층계의 증축. 동굴형인 던전은, 지하 계층을 늘릴 수 있다. 그에 반해 지금 내가 하는 것은, 던전의 형태에 반하는 특수한 계층의 증축이다.
처음에 3천만 포인트라고 하는 말도 안 되는 마력치를 소비할 필요가 있지만, 이것에 의해 지하 던전이라 해도 지상 계층의 증축이 가능해진다......히잉, 모처럼 모아뒀었는데. 드래곤은 나중으로 미뤄야겠다.
일단 특수계층을 만들면, 이후로는 평범한 층계증축으로도 지상 계층을 늘릴 수 있다. 지상 계층은 방뿐만이 아니라 외부 모양도 설정해야 해서 귀찮지만, 대략적인 디자인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척척 설정을 진행시킨다.
옆에서 레오노라가 굳은 표정을 짓고 있지만, 신경쓰지 않고 마지막 공정을 끝냈다.
이 방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지만, 이제 퍼포먼스는 이루어졌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옆에 놓인 거울을 통해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
포진을 끝낸 왕국군, 그리고 순교의 각오를 다진 사교도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자들이 경악과 경외심을 담아 이 장소를 바라보고 있다.
조금 전까지 건조중이었던 신전의 기초 부분이 노출된 듯한 상태였던 광장에, 갑자기 하늘을 꿰뚫을 것 같은 거대한 건축물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검정을 기조로 한 그 궁전은, 신성함과 불길함이 절묘한 밸런스로 융합된 의장으로 장식되어, 그것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 같았다.
분명 누구나 본능적으로 이해했을 것이다. 이 건축물이야말로 사신이 사는 신전이라는 것을.
그렇다, 나는 지상층계에 5층에 달하는 신전을 창조한 것이다.
다른 던전마스터라면, 필요한 마력치가 너무 많다며 지하 던전에 지상 던전을 만들려 하지 않을 터. 그래서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를 모를 거라 생각해서, 충분히 화려한 퍼포먼스가 되었을 것이다.
사신의 힘이라고 착각해준다면 더욱 효과적이다.
나는 마무리를 짓기 위해, 레오노라와 테나를 데리고 최상계층으로 전이했다.
첨탑의 발코니에서 보니, 멍하게 서 있는 왕국군과 사교도의 모습이 보인다.
"레오노라, 테나, 부탁해."
"그래, 알겠다."
"네, 앙리 님."
레오노라와 테나가, 동시에 마법의 영창을 시작한다.
그녀들한테 부탁한 것은, 자리의 연출이다.
레오노라가 영창한 것은, 주변을 강제적으로 밤으로 바꿔서 흑마법의 효과를 높이는 마법.
테나가 영창한 것은, 공중전용 발판을 구축하는 마법.
신전을 중심으로 반경 수km가 밤의 어둠에 휩싸이자, 나는 레오노라와 테나를 데리고 발코니에서 공중으로 걸어 나갔다.
본래라면 그대로 지상에 곤두박질해버릴 행동이지만, 지금 이곳에는 테나의 마법에 의해 검은 연기로 된 계단이 만들어져 있어서, 나는 그걸 밟으며 천천히 내려갔다.
계단은 지상까지 이어져 있지만, 나는 중간 부분의 널찍한 곳에서 걸음을 멈추고는 다시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자, 마무리의 시간이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으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이곳의 연출을 레오노라와 테나한테 부탁하면서까지 온존 시켰던 마력을 써서, 화려한 폭죽을 하나 하늘로 쏴 올릴 것이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게 하여, 두 번 다시 공격할 생각이 안 들게 하면 된다.
나는 눈을 부릅뜨며 마법의 영창을────
ㅡㅡㅡㅡ어, 어라? 왕국군이 없는데, 어디로 갔지?
보여야 할 관객이 사라져 버린 무대에서, 나는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굳어버렸다.
"저기, 앙리 님?
이제 끝난 모양인데요."
"왕국군이라면 널 보자마자 도망쳤다."
뭐라고?
아니, 그럼 이 열심히 모은 마력을 어떻게 해야?
허용량을 무시한 거라 폭발 직전인데요.
"자, 언제까지 그렇게 하고 있어?
빨리 돌아가자."
아니, 쏴버릴래.
그럴듯한 폭죽을 쏠 셈이었지만, 영창을 거른 탓에 공격력은 그럭저럭이니 마을이 없는 방향으로 쏘면 괜찮을 거야.
"앗!? 뭐할 셈인가!?"
무리, 이제 멈출 수 없어.
"바, 바보! 그만둬어어어어어ㅡㅡㅡ!!!"
투웅.
[자격자 '앙리'의 신앙과 공포가 일정량을 넘겼습니다]
[종족이 '인간족'에서 '신족'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직업이 '마도사'에서 '관리자'로 변경되었습니다]
[칭호 '사신의 자식'에서 '전율의 사신'으로 클래스 업했습니다]
[칭호 '제3관리자'를 습득했습니다]
[스킬 '어드미니스트레이션'을 습득했습니다]
뭐?
◆◇◆◇◆◇◆◇◆◇◆◇◆◇◆◇◆◇◆
왜 이렇게 되었지.
아니, 스스로의 생각 없는 행동 탓이니 자업자득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한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일 지도 모르겠지만, 바다보다 깊이 반성하고 있다.
반성하고 있으니까ㅡㅡ
"슬슬 용서해 줘."
"안 돼. 조금 더 무릎 꿇고 있어."
ㅡㅡ너무 해.
왕국군과 하교도의 대치상황에 끼어들어서 일생일대의 연극을 해버린 후,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아연실색하면서도 어떻게든 평정심을 유지한 태 던전으로 돌아간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격노하는 레오노라에 의한 체벌이었다.
레오노라가 화난 것은 내가 사신이 되고 말아서......가 아닌, 그렇게 된 원인인 '모은 마력을 억누르지 못해 이상한 방향으로 쏜' 일 때문이다.
당초의 예정으로는 화려할 뿐이고 대미지가 없는 마법을 써서 왕국군을 겁줄 셈이었지만, 어느 사이엔가 도망쳐버린 왕국군의 행방에 정신이 쏠린 사이에 타이밍을 놓치고 말아서 허용량을 넘긴 마력이 폭주할 뻔했다.
참지 못하게 되어서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쏴버렸는데, 마법을 그대로 쏴버리면 피해가 나올 터라서, 그 정도의 분별은 남아있었던 나는 마을이 없는 방향으로 쏴버렸다.
그야 마을이 없을 터다. '마족령'의 방향이니까.
내가 한 일을 깨달은 레오노라는, 서둘러 마법에 의한 통신으로 마족령의 피해상황을 확인함과 동시에 나에 대한 설교를 시작했다. 그런 일은 하지 않아도 되니, 피해상황의 확인에 전념했으면 좋겠다.
"듣고 있는 건가, 앙리!"
"듣고 있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만, 적어도 귀에는 제대로 들어오고 있다.
레오노라의 설교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흘려들으면서, 나는 몰래 '스테이터스'라고 중얼거렸다.
이름:앙리
종족:신족 [New]
성별:여
연령:17
직업:관리자 [New]
레벨:1
칭호:전율의 사신[New], 던전마스터, 제3관리자[New]
마력치:27193018
스킬:사신 오오라(Lv.5)
악위의 마안(Lv.5)
가호부여(Lv.7)
상태이상내성(Lv.9)
흑마법(Lv.9)
아이템박스(Lv.9)
던전 크리에이트(Lv.7)어드미니스트레이션(Lv.5)
장비:악귀의 단도
사신의 흑의
타락의 란제리
음마의 스캔티
어둠의 펌프스
권속 : 테나 [New]우와......
안 되겠다. 말이 나오질 않네.
도대체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목소리]가 들린 시점에서 알고는 있었지만, 다시 봐도 여러 가지로 너무하다.
<제3관리자>
세계의 관리자의 제3석
내가 제3석이라는 말은, 그 외의 관리자가 2명(2신?) 있다는 것이고, 레오노라가 가르쳐 준 신화가 올바르다면 빛의 신과 어둠의 신이 그에 해당할 것이다.
이름:테나
종족:사도족 [New]
성별:여
연령:14
직업:무녀 [New]
레벨:1
칭호:앙리의 무녀 [New]
마력치:187530
스킬:상태이상내성(Lv.6)
흑마법(Lv.6)
장비:사신의 무녀복
나와 더불어 테나까지 인간족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말아다. 미안.
덤으로 노예에서 풀려나서 내 무녀가 되었다.
[.....이상이 이쪽의 상황입니다]
"그래, 알겠다.
또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지."
[알겠습니다]
레오노라가 확인하려던 마족령의 피해상황을 알게 된 모양이다.
내가 매달리는 듯한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자, 눈을 돌리면서 가르쳐줬다.
"다행히, 인적 피해는 나타나지 않은 모양이다."
다행이다. 난 내심 안도했다.
"하지만, 산이 하나 반파된 모양이다."
실화인가요.
그런 생각을 하던 나에게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이상하게 생각하여 올려다보자, 레오노라가 내 앞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은발 머리에 가려져서 눈이 보이지 않지만, 입가가 씰룩이며 떨리는 것이 보인다.
뭔가 불운한 분위기다.
"......이야기를 듣지 않았지?"
"들었어."
"그럼, 내가 뭘 말했는지 말해봐."
"................."
......죄송합니다.
"테나, 앙리가 다리를 마사지해달라고 한다."
"알겠어요, 레오노라 씨!
리리도 도와줘."
"응."
정말로 죄송하다니까요!?
아, 잠깐. 지금 그건 정말 위험해.
손을 꼼지락거리면서 천천히 다가오지 마!
끄아ーーーーーーー!!!
테나가 여태까지 봤던 적이 없을 정도의 좋은 표정으로 웃고 있다.
테나와 함께 노는 리리도, 화내고 있을 터인 레오노라도 즐거워 보인다.
내가 사신이라는 것이 되어버렸음에도, 그녀들은 여태까지와 다름없이 접해주고 있다.
정말 위엄이 없는 광경이기는 하지만, 아마 이것은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평균적인 인생이 될 터였지만 사신 기준의 평균이 되어버리고, 마지막에는 드디어 진짜 사신이 되어버렸지만,
그녀들과 함께라면, 분명 즐겁게 지낼 수 있다.
초보 사신인 나이지만, 그녀들과 함께 웃으면서 지내기 위해, 적어도 평균적으로 지내도록 노력하자.
"여기는 어떤가요, 앙리 님."
"콕콕."
"좋아, 나도 도와주지."
정말 이제 좀 봐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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