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아무래도 좋으니까 돌아가게 해줘-12화]
    2021년 12월 06일 02시 20분 5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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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8337dy/78/

     

     ※※※※※※※※※※※※※※※※※※※※※※※

     

     

     태연한 기사단장에게 짜증을 숨기지 않고, 입술을 악문다.

     ...... 어째서, 포기해주지 않아? 어째서, 납득해주지 않아?

     

     서둘러서, 기사단장에게 일어날 수 있는 미래를, 설득할 수 있는 이유를 찾는다.

     

     ㅡㅡ눈에 비치는 것은, 인간도 마물도 무서워하여 다가가지 않는, 그 한복판에 있는 공허한 표정의 기사단장.

     그 분기의 앞에는, 역시 내가 있었다. .......그 두 려움에, 손끝이 차가워진다.

     

     

     "......내가 있으면, 뭔가의 여파로 기사단장이 지금 이상으로 강해져서, 괴로워할지도 몰라."

     "??그건, 내 수련 부족이로군. 돌아가면 정신을 단련 하마."

     

     주저 없이 말하는 기사단장.

     

     아, 아냐, 그게 아니라.

     전하고 싶어서 안타까워하며, 기사단장과 관련되는 미래에 집중한다.

     

     ㅡㅡㅡ마물에 뒤덮인 나라, 피 분수와 함께, 인간들의 아비규환의 목소리로 가득 차 있다.

     내가 말하고 만, 겨우 하나의 말 때문에. ......울고 싶어질 정도의 후회가 밀려들어온다.

     

     

     "그리고 내가 잘못하면, 전쟁도 일어날지도 몰라!!! 지금처럼 평화롭게 지내고 싶잖아!?"

     "ㅡㅡㅡ그렇다면, 내가 전력으로 막겠다. 그걸 루루리아 양이 원한다면."

     

     

     당연하다는 듯이 넌지시 고한 그 말에, 벌려진 입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뭔가에 매달리고 싶어서, 발버둥 치고 싶어서, 필사적으로 나쁜 미래를 자세히 찾는다. .......어라, 나는 왜.

     

     ㅡㅡㅡ메마른 대지, 지금보다 더욱 기괴하고 거대한 마물이 활보하는, 인적이 없고 황폐한 세계.

     몇 사람과 내가 선택한 것, 행동, 모든 것이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이어져 있던 결과.

     ...... 이런 거, 나로서는 피할 수 없어. 견디지 못해서 눈앞이 어두워진다.

     

     

     "....... 멸망할지도 몰라, 세계가..... 내, 탓에. 내가, 잘못 선택했기 때문에."

     "세계가 멸망한다라."

     

     

     처음으로, 기사단장은 생각하는 것처럼 눈을 깔았다.

     ...... 이제야 알아준 모양이다.

     자신의 주장이 통했을 텐데도, 약간의 섭섭함이 마음을 저민다.

     

     생각에 잠긴 기사단장을 보면서, 문득 그를 보는 건 이걸로 마지막인가 하고 깨달았다.

     

     어느 사이엔가 다가와 있던, 기사단장의 얼굴을 바라본다.

     계속 내가 바라보던 것을 깨달았는지, 기사단장은 내리고 있던 시선을 올려서, 내게 묻는 것처럼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라라면 몰라도, 세상을 반드시 구한다,라고는 말할 수 없어ㅡㅡㅡ하지만."

     

     

     그렇게 말하고서, 기사단장은 더욱 다가왔다.

     서로 닿을 정도로, 그 이외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하는 한, 내가 가능한 한 전력을 다하마."

     

     

     모든 것을 거는 것처럼, 진지한 말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살짝 나의 손을 붙잡았다.

     

     

     "....... 그러니 부디, 나와 함께 돌아가자."

     

     

     부들부들 거리며, 발치가 떨린다.

     

     모처럼 뜻을 굳혔는데, 모처럼 마음을 정했는데.

     잡은 손끝이 정말 따스해서, 마음 안쪽이 녹아버릴 것 같다.

     

     

     "....... 어째서, 어째서 그렇게나, 포기하지 않아......?"

     

     

     견딜 수 없어서, 입에서 의문이 튀어나온다.

     그것은 작고 쉬었으며 듣기 어려웠을 터인데, 기사단장은 제대로 들었다.

     

     약간 곤란하다는 듯, 단어를 골라가면서 찬찬히 말한다.

     ㅡㅡㅡ아버지의 일, 철이 들자 놓인 환경의 일, 비디카 씨를 만났던 일.

     

     마치 그 자신도 잘 모르는 듯한, 더듬어서 찾아내는 듯한 말로.

     

     비디카 씨와 만날 때까지는 좋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그 상황에 괴로워져서 눈썹을 찌푸리는 나를 달래는 것처럼, "나는 어떻게 취급받아도 아프지도 괴롭지도 않았다."라고 기사단장은 태연히 말했다.

     

     그리고 좋은 만남도 있었다고 온화하게 이어 말했다.

     

     [스승(비디카 씨)]은 존경하는 존재이며.

     [아레이(마술 사단장)]는 신뢰할만한 존재이며.

     [기사단의 부하들]은 이끌어야 할 존재이며.

     [국왕 폐하]는 충성을 바친 존재이며.

     

     

     "모두가 나를 신뢰하고, 마주 대해준, 소중한 존재다."

     

     

     ㅡㅡㅡ그렇지만, 그건 [어른으로서의 거리]이며.

     마음이 흐트러지는 일 없이, 흔들리는 일 없이 평범한 거리였다고, 약간 섭섭한 듯 기사단장은 말했다.

     

     

     "...... 그런데 너는, 너무나도 쉽게, 내게 마음을 맡기니까."

     

     

     그런 일을 당해본 적이 없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기사단장은 내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그래서, 그에 맞춰서 나도 눈을 뗄 수 없어서, 그 시선을 제대로 받고 말았다.

     

     

     "네 말에 마음이 술렁였고, 네가 없으면 마음이 괴로웠다.

     ㅡㅡ하지만, 그 무게가 기분 좋아서, 이제 놓고 싶지 않아 졌다."

     

     

     그 말을 드러내는 것처럼, 부드럽게, 그러면서도 강하게 내 손을, 기사단장이 붙잡았다.

     마치 나 자체를 놓아주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내 의사와 관계없이, 심장이 꾸욱 조여든다.

     ㅡㅡㅡ아아, 잠깐만, 이건 조금 반칙이잖아.

     

     

     "ㅡㅡ그러니, 부디, 그 누군가들 보다도, 나를, 우리들을, 선택해주지 않겠나."

     

     

     따스해진 손끝에서, 미세한 떨림이 느껴진다.

     ....... 그 기사단장이, 두려워하고 있, 어? 내가, 돌아가지 않는 사실에.

     

     진지한 표정이 조금 허물어지더니, 당황하는 것처럼 푸른 눈이 흔들린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발치도 세계도 일그러져서는 떨어지고 말 것 같다.

     ......아아 안 되겠어, 흔들려버려. 돌아가고 싶다고, 원하게 되어버려, 모두에게ㅡㅡㅡ

     

     ㅡㅡㅡ괜찮아, 눈을 질끈 감고, 감정을 지우고, 귀를 막아.

     ㅡㅡㅡ대세가 찬성해주는 길로, 너의 친구를 구하는 길로 나아가면 되는 거야.

     ㅡㅡㅡ그것이, 올바른 선택이니까.

     

     스윽 손을 놓는다.

     

     귓가에서 속삭이는 목소리를 따라,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

     억눌렀던 마음의 한 구석이, 찡 하고 아프다.

     그에 상관치 않고, 흔들리고 만 마음을 접는 것처럼 점점 작게 만든다.

     

     사그라들어 사그라들어 하며 외우고 있자, 점점 마음이 가라앉았다.

     

     괜찮아, 이것이 올바르고, 이걸로 누구도 상처 입는 일이 없어지고, 이거라면 나도 상처 받지 않아.

     잔잔해진 마음으로 천천히 눈을 뜨고는, 기사단장과 똑바로 대치한다.

     

     목소리가 속삭이는 대로, 천천히 입을 연다.

     

     

     "올바른 선택을, 할 거야. 나는, 올바른, 선택을"

     "ㅡㅡ루루리아."

     

     

     기사단장과 눈이 마주친다.

     흔들리던 그 눈이, 보는 사이 험악해진다.

     

     

     "올바름 따위,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아..... 무엇을 골라도 좋아. ㅡㅡ다만."

     

     

     조용히, 그러면서도 눈에 보일 정도로, 기사단장의 온몸에서는 깊고 강한 압력이 솟아 나왔다.

     감정을 억누르는 듯 낮고 억제된 목소리로 말하는 그는, 날카롭게 노려보는 것처럼 나에게로 추궁해왔다.

     

     

     "나의 세계는, 네가 있는 세계다."

     

     

     으르렁거리는 듯 흘린 그 말에, 가라앉았을 마음이 철썩하고 일렁인다.

     그것은 점점 커져서, 억누르려 해도, 돌려보내도 돌려보내도, 가장자리부터 새어 나와서 아무리 노력해도 제대로 수습이 안 된다.

     

     

     "그래서, 설령 루루리아라 해도."

     

     

     목덜미에 소름이 끼친다.

     정신을 차리자, 기사단장이 내 목가에 검을 들이대고 있다.

     

     기억나는 그 자세로, 익숙해지고 만 살기에 휩싸인다. ......어, 왜.

     

     

     "ㅡㅡ루루리아를 없애는 것은, 용서할 수 없어."

     

     

     ㅡㅡㅡ끝장을 내려는 듯 가장 강한 시선과 살기가 덮쳐오더니, 찰싹하고는 손바닥으로 뺨을 맞았다.

     

     그 충격으로, 멍하게 있던 머리가 점점 또렷해진다.

     그에 반하여 계속 들려오고 있던 속삭임도 멀어지더니, 이윽고 의미 없는 소리가 되었다.

     

     ..... 아~, 난 뭘 생각하고 있었더라, 왠지 무진장 소극적이었던 듯한...... 아아, 아니 그전에.

     

     잡아먹을 것처럼 날 바라보면서도, 아직도 내 목가에 검을 들이밀고 있는 눈앞의 녀석을 노려본다.

     

     

     "ㅡㅡㅡ그, 러니까."

     

     

      묘하게 무거운 자신의 다리를 차올린다. ㅡㅡㅡ뭔가를 떨쳐내는 것처럼, 뿌리치는 것처럼. 

     

     

     "나한테, 이유 없는 살기를, 내보이지 말라고, 말했잖아아아아아아아!!!!"

     

     

     ㅡㅡㅡ다리를, 있는 힘껏, 기사단장을 목표로 차 버린다.

     

     어딘가의 부위를 노린 것은 아니었지만, 마침 그의 정강이에 맞은 모양이다.

     ....... 하지만, 녀석은 전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크윽 이 무슨 일이냐!! 내 다리 쪽이 아프다니!!??

     

     마음이 따르는 대로, 항의와 유감의 뜻을 있는 힘껏 내 표정으로 드러낸다.

     그러자, 기사단장은 나의 그 모습에 두려움을 느꼈는지, 서둘러 검을 물리고는 항변하려는 듯 뭔가를 말했다.

     

     

     "이, 이유는, 있다고......? 설득을, 하려고, 그, 생각해서."

     "설득하는 상대한테 검을 들이밀며 살기를 부딪히는 녀석이 어디 있냐아아아아아아!!!"

     

     

     전혀 이유도 뭣도 아니잖아!!! 나만 살기를 뒤집어써서 손해 봤다고!!!

     내 지극히 정당한 지적에, 그 기사단장도 불명확한 변명밖에 할 수 없는 모양이다.

     

     일단 그 피를 멈추게 하려고, 내 손수건을 던졌다.

     서둘러 받아 든 내 귀여운 손수건을 움켜쥐면서, 기사단장은 두고 온 자식 모냥 멍하게 있었다.

     

     말없이 기사단장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그 말대로 천천히 이마를 만져보고 놀란 표정을 짓는다.

     ...... 엥?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했어? 그렇게나 큰 상처였는데??

     

     일단 아직도 뭐라고 변명 같은 것을 말하는 느낌이 드는 기사단장은 내버려 두고.

     

     ㅡㅡㅡ천안룡 님을 다시 바라본다.

     

     천안룡 님은,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선택하기를, 내가 어떤 자가 되는가를.

     

     ㅡㅡㅡ슬며시 눈이 감긴다.

     

     나한테 선택하라고 세상이 말한다면, 좋아 선택해주고말고.

     

     ㅡㅡㅡ하지만 말이야, 나는 결국 나야. 그러니 나의 대답밖에 낼 수 없단 말이야.

     

     마음을 굳히고, 눈을 뜬다.

     떨리는 듯한 다리로 힘껏 밟고서, 위축될 듯한 입을 힘겹게 연다.

     

     

     "내가 있는 세계는, 내가 고른 길의 선택지의 연장선의 세계로 있고 싶어. 함께 걸어온 모두가 있는 세계로 있고 싶어.

     그러니, 설령 선택을 잘못해서 나쁜 상황에 처한다 해도, 마지막까지 발버둥 치며 살아가고 싶어.

     ㅡㅡ내가 살아가며 선택한 이 세계에서, 난 살아가고 싶어."

     

     

     여기까지 내뱉고서, 있는 힘껏 숨을 들이마신다.

     

     

     "ㅡㅡㅡ나는 선택한다, 그러니, 돌아갈게요!! 저의 세계로."

     

     

     나의 선택을 들은 천안룡 님은, 아무 말 없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ㅡㅡㅡ어딘가 먼 곳에서, 쨍그랑하는 소리가 났다.

     

     

     "큐루우!!!"

     《――선택한 모양이구나》

     

     

     오랜만에 듣는 듯한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머리에 가볍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금강룡 님, 그리고 엉드!! 난 연약한 숙녀니까, 머리에 뛰어들면 안 되잖아요!!!"

     "큐루우??"

     《......숙녀??》

     

     

     당연한 항의인데도, 어째선지 두 드래곤이 똑같은 의문을 던졌다.

     

     달라 붙는 엉드를 떼어내려고 고생하고 있자, 갑자기 머리가 가벼워진다.

     돌아보니, 기사단장이 엉드를 떼어낸 모양이다.

     

     ....... 하지만, 어째선지 그 얼굴은 무표정이다. 잠깐, 아니, 많이 무서운데요.....?

     

     

     "ㅡㅡ아간, 다고......"

     "에?"

     

     "돌아간다고, 말했나?"

     "네, 말했는, 데요?"

     

     

      내가 열심히 선택한 일을, 되풀이해서 확인했다. 어떻게 된 거람?

     그렇게나 여러 가지를 쥐어짰는데, 그것도 기사단장도 열심히 돌아가자는 설득을 한 주제에, 듣지 않았던 거야, 기사단장?? 거짓말이지???

     

     이건 불만을 말해야겠다며, 운 나쁘게도 기사단장을 노려보고 만 그 순간.

     

     ㅡㅡㅡ기사단장이, 웃었다.

     

     무진장 기쁜 것처럼, 이 이상 없을 정도로 행복한 듯ㅡㅡㅡ기사단장이 웃었다.

     

     그걸 직관하고 말아서, 내 심장은 비틀어질 정도로, 소리 내어 꾸우욱 하고 움직였다.

     필사적으로 눈을 돌리며 기사단장이 보내는 시각적 폭력을 견디고 있자, 실눈을 뜨며 지켜보던 금강룡 님이 슬쩍 천안룡 님에게 다가갔다.

     

     

     《오랜만이구먼, 천안》

     《ㅡㅡ그래, 오랜만이구나. 금강》

     《확정되었구먼ㅡㅡㅡ이 세계가》

     《그래, 그런 모양이다》

     

     

     간결한 말일 텐데도, 그 이상의 정보가 교차되는 듯한, 몇 겹으로 울리는 말을 교환하는 천안룡 님과 금강룡 님.

     그것은, 감정이 일절 담겨있지 않아서, 겁 많은 내가 고개를 내밀려 하자ㅡㅡㅡ마음을 읽은 것처럼 천안룡 님이 이쪽을 돌아보았다.

     

      《――말했을 텐데. 선택에 선악은 없다고. 그렇기 때문에, 옳고 그름도 없다는 것을》

     

     

     ㅡㅡㅡ그렇게 말한 천안룡 님은, 왠지 섭섭해하는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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