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래도 좋으니까 돌아가게 해줘-9화]2021년 12월 04일 01시 28분 1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8337dy/75/
※※※※※※※※※※※※※※※※※※※※※※※
ㅡㅡㅡ문을 빠져나온 곳은, 무한히 넓은 공간이었다.
위를 올려다보니 돔 모양의 천장은 투명해서, 수억 개의 별이 빛나고 있었다.
켜졌다 사라지는 별하늘의 아름다움에, 시선이 빨려 들어간다.
거울처럼 이쪽에 비치는 바닥을, 숨을 가라앉히며 나아간다.
그리고, 중앙에 도착했다.
《잘 도달했구나, 선택의 아이여》
ㅡㅡㅡ천안룡 님이, 그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평소의 소년 모습이 아니라 본성인 드래곤의 모습이었던 그것은, 정말 다가가기 어려운 위엄에 휩싸여 있었다.
별들을 간직한 그 날개는, 그렇게 크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품을 정도로 넓게 느껴진다.
...... 정말, 발걸음이 불안하다.
모르는 사이에 다리가 제멋대로 움직여서, 천안룡 님의 앞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며 눈을 조금 가늘게 한 천안룡 님은, 그 기다란 목을 내리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취해있구나. 인간의 몸으로는 약간 힘든 장소이니ㅡㅡ자, 고정시켜주마》
그렇게 말하고는, 천안룡 님이 나에게 숨을 불었다ㅡㅡ그 찰나, 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 아아, 맞다, 돌아간다고, 모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려고 여기까지 왔던 거였다.
약간 정신을 차린 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는 천안룡 님을 올려다보았다.
《진정된 모양이구나. ㅡㅡ그럼, 묻겠노라. 무슨 일로, 나의 앞에 섰는가》
조금 전까지의 아득했던 감각이 사라진 만큼, 그 위엄에 닭살이 돋았다.
이가 딱딱거려서 애태우다가 가까스로 참아낸 나는, 마지막으로 남겨두었던 소원을 쥐어짜냈다.
"ㅡㅡ선택, 을, 하러 왔습니다."
《그럼, 비늘 없는 아이여. 그대에게 [선택의 길]을, 보여주마》
선택은 이제부터라는 듯, 천천히 날개를 펼쳤다.
그 날개의 안쪽에 있는 별들의 반짝임이 흡수되더니, 따가울 정도로 강한 빛이 눈을 찔러서.
ㅡㅡㅡ눈을 깜빡였다.
지금보다 훨씬 낮은 시선 끝에, 어린 시절의 사라가 있었다.
여기는 분명, 사라의 집의 마당에서 처음으로 만났을 때다.
인형처럼 무기질 한 그 검은 눈으로, 사라는 자그마한 입을 열고는 "이 나라를 멸망시키려고 생각해."라고 말했다.
...... 분명, 그때의 나는 [그거 재밌어?]라고 대답했었나?
하지만, 내 입이 멋대로 움직인다. "너, 무서워."라고. 오들오들 떨면서.
그러자 사라는 그 검은 눈을 더욱 어둡게 물들이고는, 아무 말 없이 내게서 등을 돌리고는 떠나갔다. ㅡㅡㅡ잠깐, 아니야, 나는.
손을 뻗었는데, 그것은 야위어있는 다른 사람의 손이었다.
촛불이 일렁이는 어두침침한 방 안에서, 사라는 따분하다는 듯 등받이 의자에 앉아있다.
그 발치에는, 무수한 사람이 겹겹이 쓰러져 있다.
부릅뜨인 그들의 눈에는 생기가 없었고, 피 냄새가 진동하는 그 공간에서 눈을 돌리고 싶었지만 돌릴 수가 없다.
깔끔함을 좋아해야 할 사라의 얼굴에는 피가 튀어있는 채였는데, 그걸 신경 쓰지 않고 무표정하게 와인잔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자 소란스러운 발소리가 들리더니, 방문이 거칠게 열렸다...... 왕제, 전하다.
증오로 일그러진 그 표정은, 내가 아는 왕제 전하가 가졌을 자신감과 여유가 모두 결여된 것처럼 수척해져 있다.
유령처럼 천천히 사라에게 다가가더니, "...... 나라를, 돌려내." 라면서 검을 휘두른다.
사라의 목을, 노리고. ㅡㅡㅡ사라, 빨리 피해, 위험하니까, 부탁이니.
그런데도, 사라는 피하려 하지 않고 따분함에 젖어든 눈으로 그냥 가만히 바라볼 뿐.
그 마지막 순간에, 작은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렸다.
"딱히, 즐겁지도 않았어."
ㅡㅡㅡ눈을 깜빡인다.
과도한 마력에 의해 왜곡된 공간의 중심에, 소란 군이 있다.
여기는 마술을 배울 때 갔었던 수련장이고, 소란 군이 마력 폭주를 일으키던 참이다.
...... 나는, 그래, 소란 군한테 박치기를 하면서 [아이린 님한테 매달리지 마]라고 말했었지.
하지만, 역시 여기 있는 나는, 흘러나오는 소란 군의 마력과 이쪽을 바라보는 허무한 눈이 두려워져서, 아무 말도 못 하고 물러났다.
소란 군은 그대로 나를 바라보는 일 없이, 절망한 듯 "아이린."이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눈앞이 하얘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ㅡㅡ어떻게 된 거야? 소란 군은 무사해?
눈부심에 눈이 익숙해지자, 주위는 온통 새하얀 눈이었다.
그중에서 한 곳만, 더러운 덩어리가 보인다. 뭔가를 질질 끄는 것처럼, 회색이 되어버린 하얀 머리가 흔들린다.
...... 저것은, 소란, 군이다.
그 소란 군의 앞에서, 칙칙한 붉은색을 띈[각주:1] 마술사단장이 "소란!! 너 돌아와!!"라고 외친다.
단신으로,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온 모양이다.
머리카락도 옷도 숨도 거칠어진 상태에서 외치는 목소리에서는, 소란 군에 대한 애정이 배어 나온다.
........ 그런데도, 소란 군은.
그렇게나 존경하고 있었을, 좋아하고 있었을 마술사단장(아버지)에게, 모든 것을 거절하는 눈으로 대규모 마술을 주저 없이 쏘았다. ㅡㅡ아아, 그런 짓을 하면 안 돼.
펼친 손 끝에서 지면이 쪼개지더니, 그 앞에 있었을 모든 것의 형체가 사라졌고, 누구도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치켜들었던 손은 검게 불타버렸고, 조금씩 밑으로 늘어뜨린다.
그것들 모든 것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소란 군은 약간 흘러내린 아이린 님을 남은 한쪽 팔로 소중히 끌어안는다.
깊은 눈 속에서 몸 전체로 헤집으면서, 천천히 몇 걸음 나아간다. 무언가한테서 멀어지려는 것처럼,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그러는 사이 체력의 한계를 맞이하여 쓰러진 소란 군은, 잠든 것처럼 조용한 아이린 님의 얼굴을 떨리는 손가락으로 슬며시 어루만졌다.
"이제 나만의 아이린이 되었다."
ㅡㅡㅡ눈을 깜빡인다.
"루루리아 타르포트 백작 영애!!"
휘황찬란한 샹들리에의 아래에서, 왕태자 전하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여기는, 그 졸업파티의 회장이다.
....... 나는 이렇게 불렸으니 앞으로 나와서, 아이린 님의 무죄를 증명했었지만.
이 나는, 나서는 것을 주저하고는 왕가의 권력에 굴하여서는, 누군가의 시선을 피하는 것처럼 고개를 숙이며 "네."라고 대답했다. ㅡㅡㅡ그렇게 말했더니, 아이린 님이.
나의 그 대답에, 주위가 조용해진다.
쭈뼛거리며 숙였던 고개를 들자, 시선 끝에 있던 아이린 님이 삶을 내던진 것처럼 포기하고서 눈을 감았다.
다음 순간, 아이린 님을 붙잡으려는 자와 도와주려는 자로 소란이 일어나는 흐름. ㅡㅡ그렇게 나는 노호성을 지르는 민중 속에서 서 있었다.
활기차고 밝아야 할 왕도가 무참하게도 무너지고 불탔으며, 하늘은 연기에 의해 회색으로 물들었고 불길로 인해 주위가 환했다.
소란스러운 것과는 무관했을 터인 그들이 외친다. "아이린을 죽여!" "반역자에게 정의의 철퇴를!"이라고, 증오와 원한을 담아 주먹을 거머쥐면서.
외치는 그들의 앞에, 광장에 없을 터인 처형대가 세워져 있다.
사람들의 열기와 발소리에, 간소하게 만들어져서 조잡한 그 처형대는 무너질 것처럼 흔들리고 있다.
그 위에는, 소란 군과 학원장, 디라벨 공작, 아이린 님의 아군이었을 사람들이, 목만 남은 채 효수되어 있다.
같은 처형대 위에, 아이린 님이 올라간다.
손을 묶이지도 않았는데, 재촉하기도 전에 쓰러지는 것처럼 무릎을 꿇은 아이린 님은, 목을 내미는 것처럼 고개를 숙였다. ㅡㅡㅡ도망쳐, 도망치라고, 아이린 님.
울보였을 아이린 님의 눈을 메말라 있었고, 양손은 기도도 하지 않은 채 무기력하게 내던진 채.
미친 듯한 민중의 환희의 목소리에 휘감겨서, 아이린 님은, 쉬어버린,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오도카니 중얼거렸다.
"나, 살아가면 안 되는구나."
ㅡㅡㅡ눈을 깜빡인다.
"저 녀석을 죽여."라고 증오에 찬 나의 목소리가 났다.
저 녹색 남자를 보고 부풀어 오르고 만 그것이, 견디지 못하고 목소리에 배어 나온다.
그래도 좋냐고 묻는 연청색 눈동자에게, 나는 분노에 몸을 맡기고 응해버린다. ㅡㅡㅡ그게 당연하다며, 그게 정의라며.
외친 뒤, 그 말의 참혹함에 전율했다.
아니라고 말을 고치려던 나의 눈앞에서, 기사단장은 당연하다는 듯이 수긍했다.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주저 없이 등을 돌린 기사단장에게 손을 뻗었지만 닿지 않는다.
무너져가는 동굴 속에서, 죽을 상을 한 [타락한 영웅]과 [사령의 이오]를 상대로 피에 물드면서도 싸우는 기사단장.
누구의 것인지 알고 싶지 않은 광기 어린 목소리가 울렸고, 마술사단장에게 붙잡힌 채, 뻗은 손이 닿지 않는 채로 멀어져 가서ㅡㅡㅡ시야가, 검붉은 연기에 휩싸였다.
저곳에 있는 것은, 무표정 따위는 조금도 없는, 피에 젖어서 취해버린, 미쳐버린, 야수 같은 기사단장이었다.
배어든 피는 마를 틈도 없이 왼쪽을 베고 오른쪽을 때려눕히고, 피하는 틈을 노려서 찔러 죽이고 걷어차서 죽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거짓말처럼 마물의 맹공이 멈춘 바람에 주변은 어느새인가 조용해졌다.
사람도 마물도 누구도 없이, 마치 세상이 멸망한 것처럼.
평소의 기사단장이라면 하지 않을 완만한 동작으로 느릿하게 들어 올린 그 얼굴과, 눈이 맞는다. ㅡㅡ아냐, 이제 기사단장이 아니라, 저것은.
"ㅡㅡㅡ다음은 누구냐?"
※※※※※※※※※※※※※※※※※※※※※※※
- 동상 혹은 분노 [본문으로]
728x90'연애(판타지) > 아무래도 좋으니까 돌아가게 해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무래도 좋으니까 돌아가게 해줘-11화] (0) 2021.12.04 【아무래도 좋으니까 돌아가게 해줘-10화] (0) 2021.12.04 【아무래도 좋으니까 돌아가게 해줘-8화] (0) 2021.12.03 【아무래도 좋으니까 돌아가게 해줘-6화] (0) 2021.12.03 【아무래도 좋으니까 돌아가게 해줘-4화] (0) 2021.12.03 다음글이 없습니다.이전글이 없습니다.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