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래도 좋으니까 돌아가게 해줘-11화]2021년 12월 04일 04시 09분 2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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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의 손끝에서, 붉은 핏방울이 떨어진다.
두터운 기사복이 아닌, 얇고 하얀 셔츠가 군데군데에 붉게 얼룩져 있다.
ㅡㅡㅡ다쳤어.
그 [타락한 영웅]과 상대했을 때에도 거의 피를 보이지 않은 채 태연하게 움직이던, 그 기사단장이.
이마에서 흐르는 그걸 닦으려는 몸짓도 보이지 않은 채, 태연히 이쪽을 향해 걸어온다. 하지만, 움직임이 우뚝 멎었다.
나를 흘끗 보고, 갑자기 천안룡을 향해 검을 들었다.
ㅡㅡㅡ답답한 중압감이 차올라.
"그녀한테 무슨 짓을 했지."
천안룡 님은 그 기세를 기분 좋게 받아들이더니, 미소를 지으면서 기사단장에게 대답한다.
《그녀가 여기에 친숙해지고 있다, 그것뿐이다》
단순하게 서술한 그 대답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기사단장은 온몸을 긴장시키며 대답을 무시했다.
그걸 불쾌하게 생각하는 일 없이, 천안룡 님은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 서두르지 마라. 그래, 그대는 반쯤 나였지. ㅡㅡ함께 올 텐가?》
"거절한다."
기사단장에게 있어 중요했을 출생의 비밀이 살짝 엿보였음에도, 바로 거절했다.
그리고 불타는 듯한 기세를 이쪽에도 보내왔다.
ㅡㅡㅡ지금의 내가 아니라면, 세상의 정보에 휩싸여있지 않았다면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농밀한 마력에 의한 기세다.
그걸 받았음에도 표정을 바꾸지 않은 나를 보고, 지금이라도 베어들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ㅡㅡ함께 가면, 루루리아 양은 원래대로 돌아가는가?"
《그건 아니다. 이 자리에 있겠다는 선택을 한다면, 그녀를 선택하겠다는 일과 마찬가지이니》
"......... 뭐냐, 그건."
말이 안 된다는 듯, 내뱉는다.
그는 검끝을 내렸지만 검집에는 넣지 않은 채, 성큼성큼 내 쪽으로 걸어왔다.
나와 몇 걸음 차이까지 다가온 기사단장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을 마주 보자, 그는 혀를 차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 이 인형 같은 것이, 루루리아 양이라고?"
악문 이빨 틈새로, 으르렁거리며 말한다.
그 모습에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 나를 보고, 더욱 얼굴을 찌푸린다.
《그대가 아는 반응이 아닐 뿐, 그녀는 그녀다. 그리고, 선택하는 자는 그녀다. 우리는 그걸 받아들일 뿐》
"........"
천안룡 님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아닌지, 기사단장은 말없이 이쪽을 빤히 쳐다본다.
그러다가, 갑자기 내 턱을 움켜쥐었다.
ㅡㅡㅡ머리 한쪽에서, 반사적으로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그것은 무의미 하다면서, 그만두었다. 나와 그의 신체능력의 차이는 분명하다.
저항해도, 그건 그에게 있어 저항조차 안 될 것이다.
가만히 그를 바라보자, 기사단장은 버릇없고 난폭하게 키스를 하였다.
그리고 움켜쥘 때와는 대조적으로, 손을 천천히 놓았다.
그 표정은, 어쩐지, 그래, 토라진 것으로 보인다.
....... 왜 저러지? 이 자리에서, 세상이 나아갈 길을 선택하는 이 국면에서, 뭐가 그의 기분을 해쳤다는 거야?
알 수 없어서 고개를 비틀자, 어째선지 원망스러운 느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기사단장.
"........... 설마, 녀석을 고를 셈은 아니겠지. 루루리아 양."
아, 그는 약간 착각하는 모양이다.
내가 쫓기고 있는 선택이, [천안룡 님] 인가 [기사단장]인가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 왜 한쪽이 그인지는 모르겠지만.
핏방울 떨어진다.
이마를 보니, 평소에 하던 반다나는 없고, 드러난 피부가 찢어진 상태다.
아파 보이는 상처임에도 불구하고, 닦으려고도 막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ㅡㅡㅡ분명 또 무모한 짓을 해서 여기에 왔겠지.
아직도 삐진 듯한 표정으로 내 대답을 기다리는 기사단장에게,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천안룡 님을 고른다 고르지 않는다가 아냐. 세상에 보다 좋은 선택을 해야만 해."
"??뭐야 그건."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세상의 정보에 닿아보지 않으면, 설명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어째선지 그걸 내버려 둘 기분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가능한 한 간소하고 알기 쉽게, 그에게 설명했다.
ㅡㅡㅡ선택되지 않았던 과거에 대해.
ㅡㅡㅡ영향을 끼친 미래에 대해.
그리고, 이제부터의 선택에 따라 펼쳐질, 미래에 대해.
"......그래서, 나는 세상을 위해 여기에 남는 편이 좋아."
"세상을, 위해."
되새기는 듯, 물어보는 듯 기사단장은 반복하여 말했다.
"이해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이후의 보다 좋은 세상을 위해서도, 모두를 위해서도ㅡㅡ"
"모두란, 누구냐?"
되묻자, 사고가 정지했다.
ㅡㅡㅡ그리고, 움직인다. ......나는, 틀리지 않았어. 나는.
".......물론,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말이야."
"얼굴도 모르는 녀석들을 위해서?"
"아니, 그렇긴 하지만, 내 주변의 사람들도 포함해서 그래."
"그래? 루루리아 양의 친구인 사라 양은 [데리고 돌아와]라고 위협했는데."
마치 스승님 같았다며, 기사단장은 어딘가 공허한 눈길을 하였다.
사라의 표정이 잠깐 떠올랐지만, 억눌렀다. ㅡㅡ흔들려서는 안 돼.
".... 아니, 그건 사라가 모르는 것뿐이고, 사라를 위한 일이기도 해. 그러니."
"내가 여기에 오기 위한 준비를 기다리는 동안, 소란이 계속 옆에서 [무사히 돌아오기 위한 이론]을 말했었다고."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하면서, 기사단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이 그대로 눈에 떠올라서, 이해되어서, 나오려던 부정의 말이 목에 걸린다.
"그런 것도, 옆에서 아이린 양이 잘 모르는 단어로 해설해준 덕분이었지, 알아듣지 못하는 데 더해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정기적으로 울먹이는 소리가 되어서 더욱 그랬었지...... 라며, 약간 아련한 눈길을 하는 기사단장.
또 전생의 단어를 써버렸구나, 아이린 양. 그것도 울면서 그러다니.
ㅡㅡㅡ모두, 여전하구나.
불쑥 중얼거리다가, 당황해서 입을 다문다.
하지만, 안 돼. 이건 달라. 나는, 틀리지, 않았어.
그 이상 말하고 싶지 않은데도, 분위기를 읽지 못하는 기사단장은, 이어나간다.
대규모 마법진을 전개하려고 조정과 정보수집을 하는 왕제 전하라던가.
이론이 달라서 서로 크게 싸웠다는, 마술사 단장과 부하인 레날드 씨. 를 중재하나 생각했더니 난입한 미셸 씨라던가.
어디에서 들었는지, 제국의 대사가 대량으로 보내준 드래곤에 관련된 자료라던가.
나는 냉정하게 있고 싶은데, 이론적인 대답을 하고 싶은데, 기사단장의 말 때문에 점점 흐트러져서 여유가 사라진다.
"루루리아 양의 부모님과 오빠가, 나란히 고개를 땅에 대면서 [데리고 돌아와 주세요]라고 요청받았을 대는, 꽤 초조했었지ㅡㅡ"
"ㅡㅡ내가!!!"
이젠,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억누를 수 없는 탁한 감정이 용솟음친다.
"내가 돌아가면, 모두가 괴로워지니까!"
냉정함 따위, 유지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눈에 선한 것은, 선택하지 않았던 과거의, 사라의 무표정한 얼굴, 소란 군의 절망한 얼굴, 아이린 님의 체념한 얼굴. ㅡㅡㅡ그리고 기사단장의, 야수처럼 미쳐버린 얼굴.
선택하지 않았던 과거였다고 안심함과 동시에, 나의 선택에 의해 '가능했던 과거였던' 것 자체가, 매우 두려워졌다.
"내가 있으면, 선택지가 생겨나."
쥐어짜는 것처럼 말한다.
그래, 나는 이제, 알아버린 나는 돌아갈 수 없어.
"그래서, 그래서, 나는 돌아가지 않아, 돌아가고 싶지 않아. 그런 선택은 하고 싶지 않아!!"
때리는 것처럼, 던지는 것처럼 외친 그 말은, 꽤나 제멋대로였다.
자기가 틀리고 싶지 않을 뿐인, 단순한 투정.
세상을 위한 일이야, 그러니 넌 틀리지 않았어ㅡㅡ그렇게 유혹하는 것처럼 목소리가 속삭인다.
그래, 이 목소리에 맡기기만 하면, 나는 냉정하게 있을 수 있는데. 난 고민하지 않을 수 있는데.
하지만, 정말 제멋대로고 약한 이 마음이, 기사단장 탓에 끄집어 나오고 말았다.
될 대로 되라는 듯 기사단장을 노려보자, 몹시 고요한 푸른 눈도 날 똑바로 바라본다.
"ㅡㅡㅡ그런가."
그렇게, 한마디만 중얼거렸다.
너답지 않다던가, 그 말대로라던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무심코 멈췄던 숨을 토해낸다.
그 순간, 기사단장의 말이 불쑥 들어왔다.
"나는, 괴로워질 일 따윈 없는데."
ㅡㅡㅡ끼익 하고, 또다시 마음이 삐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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