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 보고2021년 11월 29일 04시 14분 0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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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 결혼할 수 없을지도."
저녁 식사 때에 보고해둘까 생각해서 말했더니, 아버지의 손이 뚝 멈추고, 어머니는 깜짝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아마, 이 이상 심장이 뛰는 애는 이제 없을 테니까."
그런 느낌이 든다. 아가씨 이외에 누군가를 좋아할 수 없다면, 난 분명 앞으로 결혼할 수 없다.
"그렇구나."
나의 보고에, 어머니는 놀란 기색도 없이 단지 긍정할 뿐이었다. 아버지는 식사를 재개하였다.
"괜찮아?"
내가 의아해하자,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다.
"자식은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니, 그런 일도 있을 수 있단다."
"정원사가 계승하는 것은 기술이다."
정원사는 꼭 피가 이어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자크는 후회하지 않잖아?"
"응."
아가씨를 좋아하는 일을 그만두는 편이 후회된다. 앞으로 평생 독신이 될 가능성에, 절망은 없다.
어머니는 내 대답을 확인하자, 재밌다는 듯 웃었다.
"역시 데니스를 닮았어......"
"....... 리에겠지."
아버지가 얼굴을 찌푸린다.
그날 저녁은, 어머니의 웃음소리가 잘 울렸다.
그날 밤에 곰 전화기로 에르나에게 연락했더니, 연결되자마자 외쳐댄다.
[어떻게 된 거야~!]
"뭐가."
[왜 라이벌 캐릭터 하고 사이좋아졌냐고~!?]
"뭐? 너랑 아가씨 말이야?"
[그게 아니라, 벨 군!]
"벨?"
적발 마법 오타쿠인 벨이 도대체 어쨌다고.
[벨 군과 레미아스의 라이벌은 공통되었어. 히로인이 어느 루트로 가느냐에 따라 질투의 대상이 바뀌지만.....]
"그 라이벌과 벨이 사이좋다?"
내가 뒤에 이어질 말을 먼저 말하자, 에르나가 그렇다고 했다.
"잘 모르겠지만, 그 라이벌은 히로인을 좋아하게 돼?"
[아니, 같은 후작가인데도 마력이 강한 벨 군을 멋대로 눈엣가시로 여기는 거야. 마력량이 많다는 이유로 로이 오라버님 같은 왕족이 눈길을 주고 있다는 이유로, 히로인도 싫어하게 되고]
아무래도 우수한 녀석을 혐오하는 전형적인 열등생 같다.
[벨 군과 레미아스가 라이벌을 상대도 안 해서, 학교에서 질투심이 폭발할 예정이었는 데에]
"그런 걱정이 필요 없을 정도로 사이가 좋은 거냐."
[응. 사이좋게 싸우고 있어]
그게 사이좋은 거 맞나? 라며 난 어리둥절하였다.
"그래서, 뭐가 불만인데?"
[아냐~ 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걸! 하지만, 또 모르는 새 로이 오라버님이 해결해버리길래~]
도와줄 수 없는 게 괴롭다며, 에르나는 비통한 목소리를 내었다. 이 녀석의 오빠사랑은 평생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레오의 결혼상대는, 아가씨처럼 네게 인정받지 않으면 어렵겠어."
[그, 그야, 언니가 진짜 새 언니로 된다면야 기쁘겠지만.....]
흔쾌히 승낙하나 생각했더니, 에르나는 말꼬리를 흐렸다.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여 고개를 갸웃거리자, 곰 전화기에서 우물 거리는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하지만, 이자크가 언니를 좋아한다면.....]
"좋아하지만, 그게 어쨌다고."
[............... 뭐!?]
이해하기 위해 듬뿍 간격을 두고서, 에르나는 얼빠진 목소리를 내었다.
[어, 잠깐....... 의미를 알고 말하는 거야!? 연애적인 의미라고!?]
"알고 있어."
[그럼, 왜 그렇게 손쉽게 포기해!?]
"아가씨, 인기 많잖아."
[엥. 응, 그래]
"그럼, 내가 좋아하지 않는 편이 이상하잖아."
[음??]
"아가씨가 나한테도 인기 있을 뿐."
곰 전화기의 저편이 잠시 조용한가 생각했더니, 정말 정말 기나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맞긴 하지만 틀려~!!]
그날 밤, 에르나의 절규가 내 방에만 울려 퍼졌다.
레오가 곰 전화기에 해놓은 방음 장치의 업데이트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때만큼은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소리가 새어나가면, 이웃집에 민폐다.
며칠 후, 눈이 올해 처음으로 쌓였다.
적설량은 15~20cm 정도일까. 평소라면 정문 측의 눈을 치우기를 최우선으로 삼겠지만, 오늘만큼은 순위가 다르다.
나와 얀은 제설장비를 들고서, 정면 현관 앞에서 대기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면 현관의 문이 열렸다.
"안녕, 이자크 오라버님, 얀 씨."
문에서 고개를 빼꼼 내민 사람은 플로라였다. 방한을 위해 코트와 장갑도 제대로 입고 있다.
"플로라, 준비는 되었어?"
"응, 자."
그렇게 말하고, 플로라는 자기 발치를 가리켰다. 무릎 밑 5cm 정도의 스커트에서 뻗어 나온 다리에는, 두꺼워서 따스해 보이는 부츠가 신겨져 있었다. 외측이 가죽제여서 어느 정도의 방수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괜찮아 보이네. 좋아."
내가 문제없다고 허가를 내리자, 플로라는 바로 뛰어서는, 눈을 치우지 않은 바닥 위에 착지했다. 그러고 나서 눈의 감촉을 발로 확인하면서, 한걸음 두 걸음 걸어갔다. 그렇게 생긴 발자국을 뒤돌아서 확인한 뒤, 즐겁게 웃는다.
"정말로 일의 방해가 되지 않나요?"
걱정되는 듯이 아가씨가 물어본다. 아가씨도 코트와 장갑을 제대로 장비하고 있다.
"괜찮아. 나도 기분을 아니까."
무심코, 미소가 배어 나온다.
"그러고 보니, 아가씨는 괜찮아?"
"네......!?"
함께 놀지 않겠냐면서 아가씨를 보자, 아가씨는 이미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래서 시선이 딱 맞았다. 아가씨는 하늘색 눈동자를 부릅뜨며 잠시 얼어붙었다. 그리고 바로 재가동하여 기세 좋게 시선을 돌렸다.
"네, 네에. 눈 때문에 흥분할 나이도 아니라서요....."
"하지만, 아가씨도 같은 부츠 신고 있잖아."
"이...... 이건, 플로라가 같은 것이 좋다고 말해서...... 그리고 플로라가 넘어지면 바로 달려가야 해서요."
확실히 아가씨의 코트가 옅은 물빛임을 제외하면 같은 디자인이다. 옅은 금색의 머리카락과 어우러져서, 눈의 정령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눈의 정령도 있으려나."
"갑자기 왜 그래요?"
"아니, 아가씨를 보니 그럴 거라 생각해서."
"아........!?"
이유를 설명하자, 아가씨는 볼을 붉히며 말을 그만두었다.
"언니~ 이자크 오빠~ 이것 봐~"
플로라가 소리친다. 그녀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하트 모양의 발자국이 생겨나 있었다.
"귀엽지~"
"맞아요."
"그래."
옆의 아가씨를 보니, 상냥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정말로 여동생이 귀여워서 견딜 수 없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 뭐, 뭔가요?"
내 시선을 눈치챈 아가씨가, 조금 노려보듯이 올려다본다.
"좋은 언니구나 싶어서."
"~~ 그, 그 얼굴 그만두세요!"
"무슨 얼굴??"
결국 혼났는데, 난 도대체 무슨 표정을 짓고 있었던 걸까.
"그러니까, 어...... 음, 그 칠칠맞은 얼굴 말이에요......!!]
난 그렇게나 야무진 데가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던가.
"조심할게."
그러세요, 라며 아가씨는 흥 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이 약간 라이벌 영애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갑자기 신경 쓰였다.
아가씨도 커지려나......
분명 그대의 별의 라이벌 영애는, 제복 차림이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가슴이 컸다. 아가씨의 외모라기보다 성장 속도는, 그대의 별과 비슷한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시선을 아가씨의 목 아래로 내렸다. 코트를 입은 점도 있어서, 크기는 알 수 없다.
"왜 그래요?"
"...... 왠지, 미안."
"뭐가요??"
그런 것이 신경 쓰이는 시점에서, 흑심이 있다는 증거다.
"언니도 함께 걷자."
일단 돌아온 플로라가, 아가씨의 팔을 품었다. 놀자고 권유받은 아가씨가 당황한다.
"저는......"
"언니의 몫, 남겨뒀는데?"
몇 초 동안의 주저함 뒤, 나온 대답은 처음과 반대였다.
"알았어요."
"언니 것은 여기!"
플로라가 아가씨의 손을 이끌면서, 아직 발자국이 나지 않은 부근까지 안내한다. 따라가는 아가씨는 약간 부끄러워했지만, 싫어하지는 않았다.
"이자크 씨도 남자 아이네요~"
갑자기 그런 말이 튀어나온다. 목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니, 코트와 머플러를 가득 두른 포메라니안이 있었다. 상의를 무겁게 입은 걸로 보아, 꽤 추위를 타는 모양이다.
"아가씨한테는 말하지 않았으면 고맙겠어."
"어쩔 수 없네요~"
재미있어하면서, 포메는 승낙해주었다.
시선을 아가씨 쪽으로 돌리자, 아가씨가 쭈뼛거리며 눈을 밟기 시작하는 참이었다. 몇 걸음 걷고서 돌아보자 발자국이 예쁘게 남은 것을 확인하자, 눈동자가 빛난다. 이런 아가씨를 볼 수 있는 것은 내가 이 가문의 견습정원사이기 때문이다. 다시금 자신의 위치를 실감한다.
여동생인 플로라와 서로 웃는 것을 보고, 조금만 더 눈 치우기를 미루었다.
태양에 녹기 시작한 눈을 얀과 함께 치우고 있자, 스승이 찾아왔다. 아가씨는 벌써 교습을 받으러 돌아갔다.
"스승님, 무슨 일이신지요?"
"제랄드 님께서 하실 말씀이 있는 모양입니다."
"아. 저도 공작님과 대화할 것이 있는데 마침 잘 되었네요."
내가 기뻐하자, 스승님은 회중시계를 꺼내 들고 일정을 확인했다.
나는 작업이 끝나는 저녁 무렵에 하면 좋겠다는 취지를 전하자, 시계의 바늘을 바라보던 스승은 조용히 승낙의 뜻을 전했다. 분명 공작님의 일정을 뇌내에서 확인하고 있었을 것이다.
"네가 할 보고가 있다는 말도 전해두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작업을 끝낸 뒤, 아버지한테 공작님의 부르심이 있었다고 보고하고서, 걸리는 시간에 따라 얀과 함께 오두막에 머문다고 전했다. 아버지는 먼저 돌아가고 얀은 오두막으로 돌려보냈다.
나는 스승의 안내로 저택에 들어가서, 어떤 방에 들어가도록 안내받았다. 실례합니다,라고 하며 안에 들어가자. 정면의 탁자에 공작님이 있었다.
"여어, 이자크. 오랜만이네."
"오래간만입니다."
공작님이 내게 말을 걸어준 것은 1개월 전일까.
인사를 교환하자, 공작님은 미소 지었다.
"내 이야기는 약간 길어질 테니, 이자크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둘까."
먼저 보고하도록 듣고, 나는 자세를 바로하며 보고했다.
"전, 아가씨...... 류디아 님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것만 보고하자, 공작님은 놀랐다.
내가 반응을 기다리자, 공작님은 몇 번 눈을 깜빡이면서 이쪽을 바라보았다.
"디아한테는?"
"아직 안 말했습니다."
"왜 내게 처음으로 보고했지?"
"공작님께서 아가씨를 소중히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작님의 한쪽 눈이 가늘어진다.
"내가 어떤 처분을 내려도 따를 건가?"
"예. 가능하다면 계속 에룬스트 가문을 모시고 싶지만, 각오는 되어있습니다."
짧은 듯한, 긴 듯한 침묵이 흐른다.
나는 가만히 공작님의 분부를 기다렸다.
"...... 풋, 하하하!"
"고..... 공작님?"
"이야, 설마 일부러 신고하러 올 거라고는 생각 못해서......"
너무 순수하다며, 공작님은 유쾌하게 웃었다.
"저기, 화내지 않습니까......?"
"사랑은 다른 사람이 말해서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냐. 그러니 이자크도 내게 보고한 거겠지."
"그렇긴 합니다만. 저, 탐탁지 않은 사내 아닙니까?"
"그런 자각은 있는 건가?"
"흑심이 있어서요."
공작님에게 있어서는 해충이 아닙니까,라고 확인했더니, 공작님은 다시 내뿜으며 웃었다. 도대체 뭐가 웃긴 거지.
한껏 웃고는, 공작님이 말했다.
"우리 집안사람들은, 디아의 매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그 이해하는 방식이, 이자크의 경우는 사랑이었을 뿐이다."
"...... 저, 아가씨를 좋아하는 채로, 여기서 일해도 좋을까요?"
"그래."
"고맙습니다."
안도와 기쁨에 젖은 내가 미소 짓자, 공작님이 슬쩍 말했다.
"이자크는 정말 디아를 좋아하는구나."
왜일까. 스스로 신고했을 때보다 훨씬 부끄럽다. 무심코 얼굴이 화끈거린다.
"자, 내 이야기인데."
"아, 예."
"이자크는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있나?"
"음, 바빠서 힘들겠구나 하는 정도밖에....."
분명 삼성장이라는 자리라고, 스승님의 종자 특훈을 받을 때 배웠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뭘 하는지는 모른다.
"뭐, 여러 성의 중개역인데, 제각각의 성에서 필요한 것이 인재의 확보다. 그 때문에, 내 관할에는 교육기관도 포함되어있지."
"예에."
"다시 말해, 이자크의 마력 측정의 결과도 내게 보고되는 거다."
"예?"
그러고 보니, 신부님이 아직 결과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저, 합격했나요?"
학교에 다닐 수 있냐고 불안과 기대감을 담아 물어보았지만, 공작님은 대답하지 않고 미소 지을 뿐이었다.
"그전에, 내 쪽의 사정을 설명해두마. 이자크는 마력량이 유전되지 않는다는 학설을 알고 있나?"
"예. 그래서 서민한테도 마력 측정은 운을 시험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일정량을 넘는 마력을 가진 평민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속성에 관계없이 마력 측정이 가능하도록 새로운 시험법을 개발하거나, 개선하는 작업은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렇게 말하며, 공작님은 탄식했다.
"반대로, 귀족의 평균 마력량은 조금씩이지만 내려가고 있어서..... 사실 그에 맞춰서 매년 합격점을 낮추고 있지."
그런 착실한 일을 해나가고 있었다니, 공작님의 일도 힘들겠구나아.
"그래서, 이자크도 합격선에 도달해 있어."
"엥."
아무래도 매년 합격선이 내려간 탓에, 내 마력량이 아슬아슬하게 합격선에 도달한 모양이다.
"정말, 입니까?"
"그래."
합격이라고 듣고, 내 표정은 빛났다.
"그건 그렇고, 비아한테서는 이자크가 풍속성 사용자라고는 들었지만, 설마 전속성을 쓰려고 시도했었을 줄은."
"문제였습니까?"
"아니? 우리들 귀족이 놓치고 있던 관점을 깨닫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이라고 공작님은 이어서 말한다.
"그건 나 개인의 감상이다."
세상이, 태반의 귀족이 공작님처럼 나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인정할 리가 없다.
"내가 내리는 처분에 따른다고 말했었지."
"예."
"이후로도 에룬스트 가문을 모시는 것을 허가하는 대신, 하나 조건이 있다."
"뭐지요......?"
내가 쭈뼛거리며 물어보자, 나와는 대조적으로 화사하게 미소 짓는 공작님.
"이자크의 마력 측정을 없었던 일로 하고 싶다."
"얘?"
제시된 조건에,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때 공작님이 즐겁게 웃었던 이유를, 나는 꽤 나중이 되어서야 알게 된다ㅡㅡ
5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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