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3. 백지
    2021년 11월 29일 16시 29분 5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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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313ff/65/

     

     

     4년 전인 13살 겨울, 공작님이 마력 측정을 받았던 사실 자체를 백지로 돌려달라고 듣고, 내 머릿속은 새하얗게 되었다. 

     나의 동요를 못 본 체 하며, 공작님은 미소를 지었다.

     

     "이자크가 이대로 입학하면 때에 맞지 않는다."

     

     ".......예?"

     

     공작님이, 내 마력 측정을 무효호 하고 싶은 이유를 말한 거라고 깨닫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의미를 알 수 없어서, 결국 의문이 담긴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이자크는, 모든 속성을 배우고 싶은 거지?"

     

     "예."

     

     "지금의 교육 과정에서는, 적성 속성밖에 배울 수 없어. 때에 맞지 않다."

     

     "저기.....?"

     

     "왕자 전하께서 2 속성 보유자라고 판명되자, 대신을 겸임하고 있는 마술성장의 영식도 적성 속성 이외의 마법에 흥미를 가진 모양이다. 그들이 입학할 무렵에는, 수업도 선택할 수 있도록 변경할 예정이다."

     

     현재는 적성 속성마다 반을 나누어서, 제각각의 분야에 특화된 수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머지않아 대학에 자주 있는 단위제 수업 구성으로 변경 예정이라고 가르쳐주었다.

     

     "전하의 입학에 맞춰서 운용을 시작되는 것이니, 동시에 입학한 평민이 배우는 것도 바뀔 거다. 그러니 이자크는 2년 동안 입학을 연기했으면 좋겠다."

     

     "...... 그거, 제게 너무 좋지 않은가요?"

     

     "배울 의욕이 있는 자에게 필요한 환경을 주는 못하면, 교육기관의 의미가 퇴색되니까."

     

     그렇게 말하며, 공작님은 장난치는 것처럼 윙크하였다.

     

     "그리고, 나한테도 좋은 일이고."

     

     화사하게 미소 짓는 공작님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학교에서는 호위가 최소한만 붙게 되니, 따로 디아를 지킬 자가 있으면 좋겠어."

     

     서 있던 집사&스승인 하인츠 씨가, 한숨을 쉬면서 공작님을 흘려본 느낌이 들었지만 보지 못한 것으로 하자.

     

     "디아는 공작가의 사람이기도 하지만, 전하의 약혼녀니까. 학교 안에서 질투받거나, 아첨해서 이용하려는 자한테 불이익을 당할지도 몰라. 그런 장소에서는 절대 배신하지 않는 자가 필요하다."

     

     "저기, 저..... 그렇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만."

     

     "너는 너로 있어주면 괜찮아."

     

     공작님은 그냥 학교를 다니는 것만으로도 된다고 한다.

     

     "어떻게 되든, 소중한 상대를 위해 행동하게 되는 법이지."

     

     "그런 법일까요.....?"

     

     "그래. 반한 사람은 그런 법이다."

     

     확신을 갖고, 공작님은 웃는다.

     반면, 나는 그렇게 잘 될까, 하며 애매하게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공부를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현재에 이르러, 나는 절찬리에 정좌 중이다.

     2년이 늦었지만, 무사히 입학한 학교의 건물 뒤에서 아가씨의 설교를 듣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아가씨가 물어보아도, 나도 어째서 이런 일이 되었는지 모른다.

     

     "사정을 듣지 않고 탓할 수도 없어요. 먼저, 드레스 백작영애와의 분수의 건은 뭐가 원인인가요?"

     

     "아가씨와 같은 뇌속성의 그 영애? 꽤 위력이 큰 낙뢰를 쓰려고 하길래, 분수가 부서지면 곤란하다며 막았던 것뿐인데?"

     

     설명을 하자, 아가씨가 관자놀이를 누르는 것처럼 손가락을 대었다.

     

     "...... 이 자리에 온 것도, 처음이 아니었네요."

     

     "수속성의 후작영식? 여기의 흙은 물 빠짐이 나빠서, 대량의 물이 나올 것 같으니"

     

     "같으니?"

     

     "그만두라고 말했어."

     

     "에델슈타인 후작영식한테서 들은 이야기와 조금 다르지만...... 뭐, 좋아요. 비트만 백작영식의 건은 어떻게 설명할 건데요?"

     

     "바람으로 벚꽃잎을 휘날리는 게 아까워서......"

     

     발동 전에 발을 걸어서, 다리를 접질린 것으로 하고는 영식의 마차에 내버려 두었다.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 말을 걸었지만, 인사도 안 하고 마법을 발동하려고 해서 벚꽃잎을 우선했다. 

     사과해야겠구나, 라고 반성하고 있자, 머리 위에서 긴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자, 아가씨가 질렸다는 듯이 나를 내려다본다.

     

     "정원을 좋아하는 것도 정도가 있어요."

     

     "죄송합니다."

     

     "마법의 발동을 전부 미연의 막은 덕분에 경관을 해치는 일은 없었지만, 그 탓에 자크가 일방적으로 협박했다고 오해받았어요."

     

     "아가씨가 광견을 기르고 있다고 소문났어요~"

     

     "왠지 아가씨가 강해 보여."

     

     "자기가 그 광견이라고 불린다는 쪽을 좀 더 신경 쓰세요!"

     

     아가씨를 따르고 있던 포메의 정보에 내가 감상을 늘어놓자, 혼났다.

     

     "그래...... 내 탓에 아가씨가 나쁘게 생각되면 곤란하니까."

     

     "그러니까, 제 일이 아니라, 자기 일을 제일로 생각하세요! 저는 자크가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걸 용서할 수 없어요."

     

     "아가씨......"

     

     나 따위를 위해 화내 주는 아가씨는 상냥하다. 이렇게까지 화내 줘서 기쁘기도 하지만, 미안하게도 느낀다.

     

     "아가씨~ 조용히 있으라고 말하면, 이자크 씨는 공격과 매도를 달게 받아버린다구요~"

     

     포메가 그렇게 아가씨에게 속삭였다.

     

     "그런 짓은 용서할 수 없어요!"

     

     "그런 이유로~ 이자크 씨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다음에는 아가씨가 움직이고 말아 버리니~ 이후로도 무슨 일이 있으면 참지 말고 저항하세요~"

     

     "알았어......"

     

     아가씨가 날뛰면 곤란하니, 제대로 대처하자.

     

     "그리고~ 소문이 퍼지는 것은~ 일부러예요~"

     

     "뭐라구요?"

     

     "정말 아가씨의 불이익이 될 정보라면, 제가 가만 놔둘 수  없어요~"

     

     그렇다는 말은, 일부러 소문이 퍼지는 걸 방치했다는 뜻이다.

     과연, 아가씨를 지키기 위해서 포메가 내 소문을 이용하는 건가. 나는 납득했다.

     

     "참고로~ 이자크 씨한테 시비를 건 분들은~ 다시 그러지 않을 테니 안심하세요~"

     

     미수에 그쳤을 뿐인 영식들에게, 포메는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그런 일은, 사전에 저와 상담하고 나서 하세요."

     

     "네~ 죄송해요~"

     

     "포메, 고마워."

     

     포메는 드물게도 미소 짓던 눈가를 작게 부릅뜨고는, 그 후에 정말 즐겁다는 듯 웃었다.

     

     "변변치 않았어요~"

     

     "아가씨도 고마워."

     

     "저, 저는 주의를 줬을 뿐이랍니다."

     

     "응, 그래서. 화내 줘서 기뻤어."

     

     감사를 전하자, 아가씨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홱 돌렸다.

     

     "애초에, 제가 화나지 않게 하려고는 생각하지 않나요!?"

     

     "조심할게."

     

     당연한 일을 말하자, 나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모르는 분이 말을 걸면, 혼자서 따라가지 말 것! 알겠지요?"

     

     17세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종자로서의 주의사항을 듣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공작님, 역시 저는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교실에 아가씨와 함께 돌아가는 도중, 옆의 교실에 인파가 생겨나 있었다.

     지나치면서, 뭔가 하고는 확인하였다. 아무래도 옆반에서 담소를 나누는 남자 2명에게 시선이 모인 듯하다.

     눈부신 금발과 짧은 연갈색 머리가 보이자, 못 봤던 걸로 하자는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눈을 돌리기 전에, 밀랍색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류디아 양 아닌가."

     

     이쪽을 보며 미소 지은 다음, 인파를 제치면서 시선 끝에 있는 아가씨의 앞에 도달한다.

     

     "로이 님? 왜 1학년 교실에 계신가요?"

     

     레오의 모습을 확인한 아가씨가 약간 눈을 동그랗게 뜬다.

     

     "류디아 양을 만나러,라고 하고 싶지만, 오늘은 그에게 슈테르넨제의 이야기를 들으러 왔다."

     

     "남국의?"

     

     아가씨의 반응에서, 슈테르넨제라는 것이 아벤트로트의 남쪽에 있는 나라의 이름이라고 추측한다.

     레오의 소개를 받자, 연갈색 머리의 남자가 아가씨에게 인사한다.

     

     "처음 뵙겠습니다, 에룬스트 공작영애. 슈테르넨제 국의 제5왕자, 콘스탄틴 프랑크 폰 데아라고 합니다. 로이 전하께서 말씀하신 대로 어여쁜 분이길래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수줍어하는 모습은 본 기억이 난다.

     

     "칭찬해주셔서 영광이에요, 콘스탄틴 전하."

     

     "전하는, 교류의 일환으로 유학하러 왔다."

     

     "두 사람, 전하라니 그만 두시죠. 왕자라고 해도 다섯 번째이고, 우리들이 그런 딱딱한 호칭을 써버리면 학생들이 학교의 방침에 맞출 수 없게 되니까요."

     

     "그것도 그렇군. 콘스탄틴이면 될까?"

     

     "스탄이면 돼요, 로이 선배. 음, 류디아 씨로 불러도 될지?"

     

     "네. 콘스탄틴 님."

     

     "류디아 씨는 성실하네요."

     

     아가씨 나름의 양보를 이어받아서 불쾌하지 않게 우는 남국의 남자는, 구경꾼까지 통틀어 이 자리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아가씨는 예의 바른 사람이라서, 나처럼 간단히 약칭으로 부르지 않는다.

     남국의 왕자의 주황색 눈동자가 이쪽으로 향했다.

     

     "그들은?"

     

     "제 집안사람들이에요. 이 자는 견습정원사라서, 약간의 착오로 입학이 늦은 바람에 동급생이 되었답니다."

     

     "저는~ 단순한 메이드이니 신경 쓰지 마세요~"

     

     "이자크다,......입니다?"

     

     "존댓말 쓰지 않아도 괜찮아. 잘 부탁해."

     

     남국의 왕자가 손을 내밀었다. 악수라고 깨닫고는, 나도 그 손을 붙잡았다.

     

     "잘 부탁해."

     

     "정원사라니 마침 잘 됐어. 이 나라의 정원에 흥미가 있으니, 다음에 시간이 맞을 때 안내해주지 않을래?"

     

     "목요일 2교시라면 비어있지만......"

     

     "그럼, 목요일에."

     

     내가 승낙하자, 약속이 성립되었다며 악수하던 손이 떠나갔다.

     그 뒤 휴식시간이 끝나자, 작별의 인사를 한 로이가 떠난 것을 계기로 구경꾼들도 흩어졌고, 나도 아가씨와 함께 자기 교실로 돌아가게 되었다.

     

     목요일, 1교시가 끝나자 약속한 대로 남국의 왕자가 찾아왔기 때문에, 나는 아는 범위에서 학교 안의 정원을 안내하기로 했다. 벤치가 있는 분수의 광장은 날씨가 좋은 날의 점심식사에 안성맞춤이었고, 봄의 이 시기의 화단은 선명한 꽃의 안을 나비가 날아다녀서 좋고, 숲은 기분 좋은 햇살을 맞으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 정원의 일은?"

     

     "엥. 진짜로 듣고 싶었어?"

     

     숲을 걷고 있는 도중에 언급하자, 나는 눈을 부릅떴다. 대뜸 흥미가 없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바보야, 그렇지 않았다면 빈 시간에 일부러 남자랑 어울렸겠어?"

     

     "아. 역시 프랑크였구나."

     

     "이름을 댔으면 깨달으라고."

     

     "아니, 콘.....머시기로 말한 것은 기억나지만......"

     

     "거의 기억을 못 하는 거잖아."

     

     프랑크는 어이가 없다는 듯 실눈을 떴다.

     

     "왕자였구나."

     

     "그래도, 너네 나라의 왕자님과는 달라. 격이 낮아. 우리 아버지는 여자를 좋아해서 우리 엄마가 넷째 부인이고, 왕자라고 불리는 녀석을 썩을 정도로 많다고."

     

     남국의 왕가는 전형적인 일부다처제인 모양이다.

     

     "하지만, 왕자잖아."

     

     "그래, 아버지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생각했으니, 제대로 마음먹을 수밖에 없잖아."

     

     왕자는 이름뿐인 것 치고는 제대로 왕자답게 행동한다는 사실을 지적하자, 프랑크는 떠들썩한 말투로 꽤 대단한 사실을 말했다.

     

     "............. 프랑크, 왕이 될 거야?"

     

     "아버지의 뒤를 잇겠다고 말했잖아."

     

     프랑크는 입가를 들면서, 당돌한 태도로 웃었다. 아니, 난 프랑크의 아버지가 왕이라는 건 몰랐으니까.

     

     "그럼, 여행을 갈 수 있는 정도로는 돈을 모아야겠네."

     

     "자크~ 만나고 싶었어~!"

     

     미래가 기대된다고 말하자마자, 난 등 뒤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넘어지지 않도록 버티고 있자, 두 팔이 목을 끌어안는다.

     

     "니코!? 수업은?"

     

     "실습이라서 바로 끝냈는걸. 한가해서 몰래 빠져나왔어."

     

     돌격하는 기세로 끌어안은 사람은 3학년인 니코였다.

     

     "근데, 뭐야 이 녀석."

     

     내 목에 팔을 두른 채, 니코가 프랑크를 내려다보았다. 니코는 180cm 이상이라서, 자연스레 170대의 프랑크보다 시선이 위다.

     

     "하아? 뭐냐, 넌. 갑자기 들어와서는 뻔뻔하게."

     

     "니야말로, 자크한테 무슨 볼일? 수상해."

     

     "볼일이 없었다면, 이런 쓸모없는 녀석한테 말을 걸겠냐고."

     

     "뭐? 지금, 뭐라고 했냐, 임마."

     

     "몇 번이라도 말해주까. 이런 덩치만 커다란 녀석을 편드는 녀석의 마음을 모르겠다고."

     

     "대가리 깨지고 싶은 거냐......"

     

     "핼 수 있으면 해바라."

     

     무섭다.

     일단, 나는 오해를 풀려고 니코의 어깨는 가볍게 쳤다.

     

     "니코. 프랑크는 일단 왕자니까, 다치게 하면 위험해."

     

     "그럼, 몸통에 먹여주면 돼."

     

     "그게 아니라! 말투가 나빴지만, 프랑크가 쓸모없다고 말한 뜻은, 타산 없이 어울린다는 좋은 의미로......."

     

     "너, 뭘 재수읍는 해석하고 앉아쌌노!!"

     

     "하지만, 그렇게 말하고 나서 자주 놀게 되었잖아."

     

     "아, 아이다! 그건, 티모가."

     

     "맞다. 티모 형씨도 와 있어?"

     

     "당연히 고향에 놓고 오지 않았겠노? 그아가 오면 장사 다 말아 묵는다 아이가."

     

     내가 묻자, 프랑크가 화를 내며 부정했다.

     프랑크의 해명에 납득하고 있자, 그는 턱에 손을 대며 고개를 숙이더니, 기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이자크랑 대화하고 있으면, 참말로 피곤해진다."

     

     "왠지, 미안한데?"

     

     사과하자, 프랑크는 또다시 한숨을 쉬었다.

     나와 프랑크의 대화를 지켜보던 니코가, 이제야 목에서 팔을 빼내었다.

     

     "정말로 자크의 지인이구나."

     

     "응, 친구."

     

     "...... 이젠, 따질 기분도 안 나는구마."

     

     화내다 지쳐서 진저리를 치는 프랑크를 의아하게 바라보면서, 니코는 일단 납득을 해준 모양이다.

     다음 수업까지 아직 시간이 있어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생각했다.

     

     "아, 도서관에 가볼래?"

     

     마도학원은 규모가 커서, 도서실이 아닌 도서관이 있다.

     

     "여기의 도서관 [메아의 바다]가 전권 있다는데."

     

     "오, 최신권도 있는 거냐."

     

     아직 사지 않았다면서, 니코가 흥미를 보였다.

     

     "그거, 우리 이야기."

     

     "엥."

     

     "뭐?"

     

     프랑크의 당돌한 말에, 나와 니코는 의아해하였다.

     

     "그 이야기, 우리 왕족이 모델이라고. 해적에서 왕족이 된 거니까."

     

     남국의 왕족의 시조 이야기를 재미있게 각색한 것이 메아의 바다 시리즈라고 프랑크가 가르쳐줬다.

     

     "스포하지 마, 섀꺄!"

     

     "뭐!? 모르는 쪽이 나쁜 거라고.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한 일이란 말야, 쨔샤!"

     

     "아~ 그래서."

     

     야쿠자 같았던 건가. 하며 나는 혼자서 납득했다.

     

     "그러고 보니, 왜 둘 다 처음부터 민낯이야?"

     

     둘 다 첫 대면의 사람에게 갑자기 민낯을 보이는 짓은 안 한다. 평소에 하지 않던 짓이어서, 이상했다.

     

     "왠지 짜증 나서."

     

     "열 받는 상판대기라서."

     

     둘 다 직감적으로 사이좋아질 수 없다고 느낀 모양이다.

     

     "잘 맞는 것 같네."

     

     ""뭐?""

     

     둘 다 합창하면서, 동시에 불쾌감으로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어떤 의미로, 의기투합하고 있다.

     결국, 셋이서 도서관에 가서 메아의 바다 시리즈를 읽기로 했다.

     나의 학교생활은 이런 느낌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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