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 해바라기2021년 11월 29일 02시 08분 4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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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9화 당시의 류디아 시점.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로이 님께서 말씀하신 사태가 되어버렸어요."
"내가 무슨 말이라도 했나?"
두 무릎을 모으고는 깍지 낀 손으로 이마를 덮으며 초췌한 모습을 보이는 류디아의 말에, 로이는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약혼녀와의 면회에서 녹초가 된 자신의 모습을 언급하지 않는 걸로 보아, 로이는 이미 다 꿰뚫어 본 게 아닐까, 하고 류디아는 느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천천히 홍차를 마시는 로이에게 보고한다.
"......로이 님께는 상담할 수 없는 일이 생겼답니다."
"그런가."
역시 자신으로는 안 되었냐며 유감스러워하는 기색 없이, 로이는 미소를 흘렸다.
"그럼, 어떻게 할까."
"그것 말인데요......"
"당분간, 기다려주실 수 없나요? 그..... 아직 냉정히 생각할 수 없어서요."
부끄러워서 점점 목소리가 사그라드는 류디아를 보고, 로이는 작게 웃었다. 류디아가 화내자, 로이는 미안하다면서 화나게 한 일을 사과했다.
"난 언제든 상관없다만."
"네. 제대로 로이 님과 대화하고 싶어서요."
"류디아 양은, 조금 손해 보는 성품이로군."
로이는 밀랍색 눈동자를 가늘게 하며 미소 지었다.
이런 때 정도는 자신의 소망을 우선해도 되었을 텐데.
무엇을 손해 보았나 하며 의아해하는 류디아를 보고, 로이가 말한다.
"기다리고 있으마."
로이는 그녀의 대답을 듣는 것 만이 아니라, 둘이서 대화하게 될 날까지도 기대되었다.
로이와 대화의 약속을 나눈 훗날, 약속을 파기하지 않기 위해서 류디아는 정원으로 향하고 있다.
여름 햇살이 강해서 양산을 쓰며 걸어가자, 사다리를 지탱하던 정원사와 가지치기를 하는 소년의 모습이 있었다.
"자크."
"아가씨."
부르자, 미소를 가득 지은 견습정원사 소년이 돌아보았다.
조금 지나자 떨어진 나뭇가지를 사제와 함께 모으기를 끝낸 소년이, 아버지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기다리던 류디아에게 다가왔다.
"오늘은 무슨 일이야?"
"!?"
"......류디아 님."
말을 걸자, 반사적으로 류디아를 따라오던 호위인 에밀리아의 등 뒤에 숨었다.
"이제 곧 시즌 오프잖아. 그전에 얀의 정원을 봐주지 않을래?"
소년의 제안에, 에밀리아라는 벽에서 고개를 조금 내민 류디아는 작게 수긍했다.
소년은 얀과 담소를 나누면서 앞서갔고, 류디아는 뒤에서 따라갔다. 에밀리아는 가장 뒤다.
"아가씨."
"꺄악!?...... 뭐, 뭔가요?"
갑자기 돌아보자, 그와 대치할 준비가 안 되었던 류디아는 무심코 이상한 소리를 내었다.
"도착했는데."
"그, 그럼, 얀이 어떤 정원을 만들었는지 보도록 하죠."
"알겠슴다! 잘 부탁드림다, 아가씨."
얀이 등줄기를 쫙 펴더니, 쾌활한 미소를 짓는다.
연습용 정원의 담장을 지나치자, 류디아는 말문을 잃었다.
눈앞에는 수많은 태양이 있었다. 아니, 태양을 모방한 것 같은 커다란 꽃이, 류디아의 시점보다 높은 위치에서 가득 피어있었다.
압권이라고 하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는 광경이지만, 류디아가 놀란 것은 꽃이 이유가 아니다. 분수가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 장소는, 위에서 보면 숲처럼 나무가 빼곡한 장소에 구멍이 뻥 뚫린 것처럼 올빼미의 분수만 있는 작은 광장이었을 터. 그런데, 지금은 그 분수에 앉은 올빼미의 석상도, 황색의 꽃들의 틈새로 겨우 보이는 정도다.
"어떻슴까?"
"...... 이건, 정원이 아니네요."
"그렇죠~!"
얀은 류디아의 지적에 긍정하면서, 그럼에도 밝게 미소 지었다.
"그만 밭을 갈 때와 같은 기세로 해버리고 말았슴다."
그렇다, 이건 어떻게 보아도 해바라기 밭이었다.
"심은 꽃도 식용으로 골랐음다."
"먹을 수 있나요!?"
"해바라기의 씨는 맛있다고."
"형님한테도 나눠드리겠슴다."
이렇게 커다란 꽃을 먹냐며 류디아가 경악하자, 견습정원사 소년은 나중에 생기는 씨앗을 식용으로 쓴다고 설명했다.
"얀이 만든 거, 재밌지?"
"뭐, 나쁘지는 않네요."
옆에 선 그는 이번에 자신과 마찬가지로 관찰하는 쪽이어서, 이쪽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즐거워하는 표정을 볼 수 있었다.
류디아는 그가 만들지 않은 정원도 괜찮다고 느꼈다.
그 후, 위에서 피어있는 모습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고 부주의하게 중얼거리고 말아서, 견습정원사 소년이 들어올려주겠다고 제안하는 것을 류디아는 단호히 거절하게 된다.
시즌 오프가 끝날 무렵, 류디아는 화가 남을 느꼈다.
자신의 마음을 알 턱이 없으니 당연하지만, 견습정원사 소년은 평소 그대로다.
이쪽이 일방적으로 불만을 품고 있는 것을 밝힐 수도 없었던 류디아가 정자에서 니콜라우스와 이자크의 대화를 바라보고 있자, 구릿빛 눈동자가 갑자기 이쪽을 향했다.
"재미없었어?"
"재미없지는...... 둘만 아는 이야기를 해서요....."
그러자, 사과의 말과 함께 그의 손바닥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라서, 류디아의 심장은 펄떡이고, 동요하고 말았다.
그러고 있자, 류디아의 앞에 한 송이의 커다란 황색 꽃이 나타났다.
"이건...... 장미?"
무심코 흘린 질문에, 소년은 은행잎으로 만든 조화라고 밝혔다.
꽃송이를 본뜬 잎. 하나하나가 그가 자신을 생각해 준 증표 같아서, 류디아의 가슴에 기쁨이 차올랐다.
그날, 단풍이 끝나기 전에, 라며 어머니인 옥타비아가 권유해서, 류디아는 마당에서 차를 들고 있었다. 걸어갈 때 소리가 나는 것이 즐거운지, 여동생인 플로라는 낙엽 위를 걸어 다니고 있다.
그런 여동생의 모습을, 류디아와 옥타비아는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저곳은 청소하지 말아 달라고, 이자크 군에게 부탁했다지 뭐니."
정말 기운차네, 라며 옥타비아가 분홍색 눈동자를 가늘게 한다.
"....... 어머님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시네요."
문득 이상하게 생각하여, 류디아는 질문을 중얼거렸다.
옥타비아는 후, 하고 한숨을 쉬는 것처럼 웃었다.
"반대야."
"네?"
"디아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거란다."
조금은 상담해줘도 되는데 안 해준다며 볼을 부풀리며 바라보는 어머니의 귀여운 몸짓에, 류디아는 반응을 못하고 얼어붙었다.
"후훗, 애들은 알아서 큰다더니 정말이네."
"어머님은, 혼내지 않나요......?"
상호 합의라고는 해도, 세간에서 보기에는 제1왕자를 업신여기는 것과 같다.
귀족의 평민을 사랑한다고 드러나면, 공작가라는 신분이 높은 만큼 체면이 많이 손상될 것이다.
그런 일반 상식의 틀에서 벗어난 점 정도는 주의를 줘도 되지 않나 하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감정은 죽일 수 없는걸. 이제부터 승화시킨다 해도, 성취한다 해도, 고르는 것은 디아란다."
"네."
"그래서, 상담해 줄 거니?"
"아뇨. 어머님보다 먼저 밝혀야만 하는 분이 있어요."
"어머나, 아쉬워라."
각오가 담긴 눈동자를, 옥타비아는 사뭇 아쉽다는 기색도 없이 받아내었다.
류디아의 생일 파티는 오후에 이루어졌다.
정원에서 파티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계절이라서, 저택 안의 홀에 되도록 최소한의 인원을 초대했다.
일현의 인사가 끝나고, 적절한 때를 보았는지 약혼남이 로이가 류디아를 찾아왔다.
"류디아 양, 생일 축하한다."
"감사드립니다. 로이 님."
"피곤하지. 저쪽에서 쉬지 않겠나."
"로이 님 정도는 아니랍니다."
테이블에 앉자, 로이는 종자에게, 그리고 류디아는 호위 세 명에게 눈짓을 하여 말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망을 봐달라고 하였다.
"저, 로이 님의 약혼녀가 되어 좋았어요."
"그거 영광이다. 나 정도로 성가신 약혼 상대도 없을 거라 생각한다만."
"약혼한 덕분에, 이렇게 로이 님과 편히 대화할 수 있어요."
"나도, 류디아 양과 이렇게 말할 수 있어서 기쁘다네."
류디아는 한번 눈을 감고는, 슬쩍 눈꺼풀을 열었다. 그리고 로이를 바라보았다.
"로이 님."
"뭐지."
"저, 조........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 습니다."
약혼녀의 귀여운 반응에 미소가 흘러나올 뻔한 로이였지만, 여기서 웃으면 그녀가 불쌍하다 생각하여 어떻게든 참았다.
"역시 류디아 양 쪽이 먼저였군."
로이는, 마치 게임에서 진 것 같은 감상을 흘렸다.
"그럼, 약속대로 파혼인가."
"그 일 말인데요, 로이 님은 어떻게 되나요?"
"이제 조금 남았으니...... 뭐, 약혼의 권유를 계속 거절하는 게 힘들겠지만."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요?"
이제 조금, 이라는 말에는, 여태까지 뭔가를 해왔다는 뜻이 담겨있다. 도대체 무슨 준비를 하고 있는 거람.
"아바마마와 신하들을 납득시킬 재료를 모으고 있었다. 가능하다면, 류디아 양한테 흠이 없다고 증명한 상태에서 파혼하고 싶어서 말이다. 그리고......"
"그리고?"
"물에 빠져도 죽지 않도록, 이랄까."
보험을 드는 것 같아서 꼴사납다고 느꼈는지, 로이는 작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류디아로서는 왕족의 속박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최대한의 자유를 구가하려는 로이에게 존경심을 느꼈다.
"로이 님 혼자서 해내려고 했나요?"
"아니, 주변에 부탁만 했지. 물론 류디아 양한테도."
"저한테도?""
"류디아 양은, 류디아 양으로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내 도움이 되어줬지."
"그, 런가요."
"그래."
저 모습으로 보면, 일부러 자신에게 사정을 알리지 않은 모양이다.
"그럼, 현 단계에서 파혼을 안 하는 편이 로이 님의 도움이 되는 거네요."
"그건 그렇지만...... 이 이상 류디아 양을 내 고집에 휘말리게 할 수는."
류디아의 확인에, 로이는 약간 당황했다.
"사실은, 제게도 유예가 필요해요. 아직 각오가 되지 않아서......"
"각오?"
"휘말릴 각오요."
류디아가 선택하는 길은, 버릴까 휘말릴까의 두 가지다. 류디아는 공작영애임을 버리지 않는다. 그가 격려해 준 지금이 있으니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꿈을 알게 된 이상, 휘말리게 하는 일에 주저하고 만다. 그의 꿈도 소중하니까.
"...... 전부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오만하네요."
"기우로군. 나도 그렇다."
서로가 비슷한 자라고 알자, 어느 쪽이 먼저랄 것 없이 웃고 말았다. 한껏 웃은 뒤, 로이가 물어본다.
"그럼, 조금 더 내 고집에 어울려주겠나?"
"빚은 비싸게 쳐둘게요."
"선처 하마."
류디아가 일부러 오만하게 굴자, 로이는 재미있다는 듯 수긍하는 것이었다.
파티가 끝나고, 류디아는 방한을 위해 코트를 입고 서쪽 정자로 향했다. 호위인 에밀리아가 램프를 들고 따라와 줘서, 정자로 이어지는 복도도 걷기 쉬웠다.
정자에 도착하자, 견습정원사 소년은 조명도 없이 안쪽 벤치에 걸터앉아 있었다.
친구가 많음의 화제가 나온 뒤, 약속했던 무지개를 보여주기로 되었다. 아무래도 밤의 무지개는 조명이 있으면 안 보이는 모양이다. 램프가 불필요해져서, 정자에 빛이 닿지 않는 장소까지 에밀리아를 물리게 했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자, 달빛이 의외로 눈부시다고 알게 된 류디아. 별빛이 어두운 수면에 반사되어서, 마치 별의 바다 안에 있는 느낌이었다.
이 광경만으로도 환상적인데, 견습정원사 소년은 무지개까지 보여준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견습정원사 소년이 물을 조종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 달을 올려다보도록 하길래 그에 따랐다. 그러자, 구름을 만든 그가 어째선지 자신의 뒤에 서서, 약간 고개를 내리며 얼굴을 가까이했다.
"앗, 왜 얼굴을 가까이 하나요!?"
"하지만, 아가씨가 안 보이면 의미 없잖아."
이유를 듣자, 류디아는 거절할 수 없게 되었다.
류디아는 부끄러움에 무심코 고개를 숙였다. 이쪽의 고동이 빨라짐을 들킬까봐, 내심 조마조마했다.
어느 정도나 그 상태를 견뎠을까, 소년은 준비가 끝났다고 말을 걸었다.
그의 기척이 조금 떨어진 것에 안도한 류디아가 다시 한번 달을 올려다보자, 무지개의 링이 그곳에 있었다.
둥근달보다 한층 더 커다란 칠색의 원이, 달을 빙글 두르고 있다. 그가 만든 옅은 구름이 달빛을 받아서 반짝이는 것만으로도, 이러한 광경이 보이는 것인가.
"생일 축하해. 아가씨."
"자크, 고마워요. 정말 멋지네요......!"
달 무지개에 감격하는 차에 그의 축사를 듣자, 류디아는 솔직하게 감사를 전했다. 생일 마지막에 가장 기쁜 축사를 받았다.
"그렇구나."
견습정원사 소년은, 잠시 놀란 기색을 보이다가, 여태까지 없었을 정도로 싱글벙글하며 온화하게 미소 지었다.
달빛의 아래인데도 따스한 열기를 품은 미소를 접하자, 류디아의 심장이 놀란다.
무엇에 놀랐는지도 알지 못한 채, 류디아는 실없는 말로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는 여태까지 보지 못한 미소를 지은 채, 물음의 답이라기보다는 자신의 감상을 토로했다.
"나, 역시 아가씨가 웃는 게 좋아."
류디아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얼굴뿐만 아니라 전신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면서, 어떻게 하면 그의 입을 다물 수 있을까 하며 어찌할 바를 몰라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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