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 미래2021년 11월 26일 05시 37분 1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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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가 심해서, 난로의 불이 고맙게 느껴지는 계절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레드한 블루와 블루한 레드라는 말 알아?"
노랑과 녹색의 오드아이를 한 흰 곰인형에게 막 떠오른 질문을 던져보았다.
[뭐? 갑자기 무슨 말이래]
"전에 떠올랐는데 말야, 전생에 유우카한테서 들은 기억이 났는데....."
에르나는 이상한 소리를 내었지만, 몇 초가 지나자 생각이 났는지 곰 전화에서 발랄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이자크, 혹시 레미아스와 벨 군을 만났어!?]
"잘 아네."
[왜냐면 그거, 레미아스와 베르 군의 이야기를 할 때 썼던 예시였던걸]
전대물이라면 알고 있는 전생의 나에 맞춰서 알기 쉽게 설명해 준 거라고, 에르나가 말했다.
"레미아스와 벨은 혹시......"
[그래, 그대의 별의 공략 대상]
나로서는 흥미 없는 화제였기 때문에, 아 그래,라고만 대답하고 흘려보냈다.
[잠깐, 놀랐다던가 흥미를 더 보여봐~]
"하지만, 난 게임 시절의 두 사람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그, 격투 게임이나 퀴즈로 된 미니게임이 있었잖아]
"그거, 둘 다 네가 했던 거라고."
[맞다~!]
전생의 내가 도와줬던 것은, 어디까지나 여동생이 못해서 클리어할 수 없었던 종류의 미니게임뿐이다.
"근데 꼭 그대의 별이 아니라도, 서로 아는 녀석들이니 그냥 대화할 수 있잖아."
[그렇긴 하지만...... 그대의 별 이야기도 하고 싶은걸~]
"지금은 그 게임 속 세계에 있는데도, 정말 이야기하는 거 좋아하네."
[이것과 그것은 별개! 그대의 별은 게임으로서 좋아해]
"그렇사옵니까."
[레미아스는 전형적인 스포츠맨 캐릭터이고, 기사도 하나만 파고드는 모습이 인기였어. 기사단장인 아버지를 뛰어넘기 위해 밤낮으로 훈련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학사 바깥에서 마주치게 돼. 여자에 익숙지 않아서 거칠고. 그런데 히로인이 평민이라서 두려워하지 않고 그걸 지적하는 거야. 그렇게 조금씩 여자를 대하는 법을 바꿔나가다가, 히로인을 이성으로 인식해가는 것이......]
에르나가 희희낙락하며 말을 꺼냈지만, 정말로 흥미가 없어서 도중부터는 곰에서 라디오가 흐르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벨 군은 더 만나기 쉬운데, 기본적으로 도서관에 있어. 마법의 지식이 얕은 히로인에게. 마법에 흥미를 가졌다는 이유로 있는 힘껏 공부를 가르쳐주는데, 약간 연구 오타쿠 기질이 있는 것도 귀엽고 시험성적에서 상위였을 때는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 주는 순수함이 정말....... 그래서 석양 씬의 미소 좀 봐. 장난 아니라니까!?]
나는 그 장난 아니라는 신을 모르고, 볼 생각도 없다.
[두 사람이 소꿉친구라서 서로의 루트에서도 만나고는 해~ 타입이 반대인 점도 있어서, 파랑과 빨강 어느 파냐고 게시판에서 자주 키보드 배틀이......]
슬슬 그만두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더니, 에르나가 먼저 말을 끊고는 곰 전화기 너머에서 작은 한숨을 쉬었다.
[전생 따윈, 기억하지 않아도 좋았을지도.....]
"갑자기 왜 그래?"
[레미아스와 벨 군은 학교에서 라이벌과 싸우는 것만으로도 끝나지만, 게임대로라면 로이 오라버님과 크라우스 오라버님은 사이가 나쁜 그대로고, 니코 언니는 여성 혐오가 되는 일만 겪고, 그의 언니는 저주받은 채로 지내게 되잖아. 숨겨진 캐릭터는 이미 쓰라린 과거를 품고 있을 것이고...... 그런 거 알아도 아무것도 못하는걸]
그게 괴롭다며, 에르나는 낙담한 목소리를 내었다.
[...... 그래서 로이 오라버님이 니코 언니의 언니가 걸린 저주를 풀었다고 들었을 때, 놀랐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완전히 같지 않다고 해도 그래. 그대의 별에서 좋아했던 캐릭터와 겹쳐지는 것처럼 좋은 사람들이 점점 안 좋은 느낌으로 되어버리는 것을, 히로인이 도와줄 거라면서 게임 시작까지 방치하는 거, 왠지 싫었어]
에르나는 걱정되는지 탄식을 한번 하였다.
[기억이 있어서 좋았던 거라고는, 타이치를 만났던 것 정도밖에 없잖아]
조금 지난 뒤, 당황한 기색의 에르나가 말을 꺼냈다.
[아..... 아냐! 쌓인 불만을 직접 말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의미였어!!]
"그래. 나도 유우카를 만나서 다행이었어."
내가 솔직한 감상을 말하자, 에르나는 말문이 막힌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면, 에르나는 기억하지 못했어도 계속 함께였다고 생각해."
[뭐? 왜]
"너, 마음의 목소리 들리잖아."
[응]
"그 외에도 뭔가 할 수 있지 않아?"
[다른 거는...... 아. 이자크가 날렸던 바람의 새가 있었잖아? 난 그것과 시각을 공유해서 천리안처럼 쓸 수 있어]
이제 두 번 다시 쓰지 않겠다며, 에르나는 넌더리 났다는 기색으로 덧붙였다.
"아...... 뭐, 네 얼빠진 행동에 대해서는 제쳐두고, 그런 능력을 가졌다면 어차피 누군가의 고민을 알고 고민했을 거잖아. 전생의 기억이 있어봤자, 고민할 대상이 게임에 나오냐 안 나오느냐의 차이고."
[그런 일은...... 있을, 지도?]
"그렇지? 그러니, 우연히 남의 일기를 본 것 같다고 생각해 둬."
[음..... 어쨌든 내가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이잖아]
"아니라고. 나도 너도, 설령 아는 녀석이라 해도 아무것도 못 도와줄 수 없잖아? 대개의 문제는 결국 본인이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다."
도움의 손길을 뻗어도, 문제를 안은 당사자가 그 손을 잡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전에도 말했잖아. 부탁받았을 때 도와주는 정도면 된다고."
[앞으로도 부탁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
"그거라면 그거대로 다행이라고 생각해 둬."
내 의견에 어디까지 납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잠시 동안의 침묵 뒤, 에르나는 알았어,라고 중얼거렸다. 이날은 서로 충분히 말해버렸기 때문에 이걸로 끝내기로 했다.
휴일이었던 이튿날, 딱히 예정도 없어서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있자, 현관을 노크하는 사람이 있었다. 마리야였다.
"아, 자크 있다!"
"무슨 일이야?"
겨울 공기 때문인지 볼을 상기시킨 마리야는, 품고 있던 바구니에 씌우고 있던 천을 벗기고 안을 보였다.
"봐! 레몬 잼의 빵 버전. 내가 생각했어."
바구니 안에는, 직사각형의 데니시 빵이 세 개 있었다.
빵집을 운영하는 부모를 돕고 있던 마리야가, 처음으로 빵의 개발을 해봤다고 한다. 자기가 디자인한 빵이 상품이 되어 진열되면 기쁠 것이다.
"맛있어 보여. 이렇게 예쁘게 만들어지다니, 마리야는 센스가 좋네."
"그렇지? 손님들도 호평이야."
마리야가 자랑스럽게 빵을 내민다. 나는 그걸 받아 들어서 어머니한테 드렸다. 어머니가 물을 끓여서 차의 준비를 해주었기 때문에, 식탁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 셋이서 담소를 나누었다.
"자크, 오늘 예정 있어?"
"아니, 화훼점을 보러 갈까 생각을 정도야. 어머니, 뭔가 사 갖고 올까?"
"그래? 뭐가 좋으려나......"
"나도 함께 가도 돼?"
어머니가 심부름 보낼 것을 생각하는 사이, 마리야가 동행을 요청했다. 가는 길이 같아서 동행을 승낙했다.
부족한 식자재를 어머니가 말해준 다음, 마리야와 함께 화훼점까지 갔다. 가는 중에 요한 일행은 뭐 하고 있나 물어보니, 제분소의 요한은 분말을 옮기는 짐마차의 말과 사이가 나빠서 조종의 특훈을 하고 있다고 했고, 대장간의 파울은 가마의 온도조절을 아버지한테서 배우고 있다고 한다. 마리야가 말과 싸우고 있는 요한을 보았을 때의 모습을 자세히 말해주었는데, 말한테 얕보여서 열 받아하는 요한의 얼굴이 떠올라서 웃겼다. 파울은 광석 상태의 철과 동의 구분을 지을 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마리야뿐만이 아니라 두 사람도 가업을 배우느라 힘쓰는 모양이다.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면, 파울한테도 밥을 쏴줘야겠네."
"도?"
내 말에 걸리는 것을 느낀 마리야가 신경 쓰이는 부분을 복창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마리야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오늘은 마리야 차례."
점심식사는 사준다고 듣고는, 마리야의 표정이 환해진다.
"자크, 통도 크셔~"
"잉그리트의 주점이면 될까?"
"거기 맛있는 곳 아냐!? 전부터 가보고 싶었어."
눈에 띄게 발걸음이 가벼워진 마리야를 보고, 나는 웃었다.
화훼점에서 볼일을 끝낸 우리는, 잉그리트의 주점으로 갔다. 바깥이 추운 점도 있어서, 따스한 시츄와 감자 그라탕을 주문한 마리야는 행복한 듯 음식을 입에 가득 넣고 있다. 나는 구운 닭고기와 양파 수프를 부탁했는데, 이것도 맛있었다. 수프에 생강이 들어있었는지, 다 먹고 가게를 나선 후에도 몸 안이 따스했다.
"자크는 언제 교회에 가?"
"생일이 되면."
질문에 대답하자, 마리야는 흐응, 하면서 애매하게 대답했다.
나 정도의 나이에서 교회에 가는 목적은 한정되어있다. 두 번째의 마력 측정이다. 서민은 근처의 교회에서 5살이 되면 마력 속성의 적성검사를 받고, 13~14세 안에 마력량의 측정을 받는 것이 관례다.
일정치 이상의 마력량이 확인되면, 훗날 나라에서 통지가 와서 왕립마도학원에 입학할 자격이 주어진다.
"만일...... 만일에 말이야? 학교에 합격되면 어떻게 할래?"
"공부하고 싶으니, 가야지."
전부터 정해두었던 대답을 한다.
"그럼, 합격되면...... 같은 나이의 애들을 많이 만나겠네?"
"아, 맞아."
학교에 대한 기대감을 늘려준 감사를 말하려고 마리야 쪽을 바라보자, 마리야는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마리야를 기다리자, 갑자기 그녀가 비통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본다.
"혼기를 놓치니까?"
"뭐?"
"여친이 필요해서 학교에 가는 거야!?"
"뭐어??"
처음에 공부가 목적이라고 말했는데, 어떻게 비약하면 그런 결론에 도달하는 건가.
마리야에게 진정하고 생각하도록 말하고서, 스펙상 무리라는 것을 설명하자 이제야 진정해주었다.
"그럼, 자크는 들어가든 안 들어가든 혼기를 놓치겠네?"
"그럴지도."
"자크가 혼기를 놓치면, 내가 부인이 되어줄까?"
"저기 말야, 그, 런......"
농담이라도 자신을 가벼이 여기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할 셈이었다.
하지만 마리야를 보니, 힘이 너무 들어가 부르르 떠는 주먹과 각오에 의해 부릅뜨인 눈매를 하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이쪽이 아닌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내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 것을 참을 수 없었는지, 마리야가 기세 좋게 고개를 들고는 내가 품고 있던 로즈마리의 화분을 양손으로 받아 들고는, 품었다.
"집이 얼마 안 남았으니, 이젠 괜찮아. 고마워."
"어어."
반사적으로 대답한 맞장구는, 목에 걸렸다.
"그럼, 나중에 봐."
굳은 미소의 마리야가 이별을 고한다. 내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마리야는 발걸음을 돌렸다.
"새, 생각해 봐......"
한걸음 내딛기 전에 남긴 말에, 나는 다시 말문이 막혔다.
나는 마리야가 빵집의 문으로 사라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고백받는 것은, 더욱 기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처음으로 여자의 고백을 받았다. 전생을 합하여 처음이다.
"아직 빠르다고 생각했던 참이었는데......"
그 후로 1개월 가까이가 흘러, 신년을 맞이했다.
그 이후, 마리야는 만나지 못했다.
"자크, 감기라도 걸렸나요?"
"예.......?"
멍하게 수면을 바라보고 있자니, 아가씨가 걱정스러운 듯 물어보았다.
지금은 온실 작업의 휴식시간이어서, 아가씨와 메이드 카트린 씨와 차를 들고 있다.
"왜?"
"목소리가 쉬었고, 왠지 조금......"
"이거, 변성기."
"변성기요?"
목소리 탓이라고 내가 설명하자, 아가씨는 변성기를 모르는지 눈을 둥그렇게 떴다.
"난 성장기라서, 당분간은 이런 목소리를 내어도 신경 쓰지 말아 줘."
"목소리가 바뀌나요?"
"응. 낮아져."
"낮게......"
아가씨는 어떻게 상상한 건지, 눈썹을 찌푸렸다.
"병이 아니더라도, 목은 괴롭겠네요. 꿀을 넣을래요?"
카트린 씨가 걱정해주면서, 꿀이 들어간 도자기를 들어 보였다.
나는 괜찮다면서 거절했다.
"자크, 역시 몸상태가 나쁜 것 같은데요? 가끔씩 멍하게 있잖아요."
"익숙지 않은 일을 생각했을 뿐이야."
"뭔가 고민이라도 있나요?"
"고민하지 않으니, 괜찮아. 그리고 이건 내가 생각해야만 하는 일이고."
이미 대답은 나와있다. 그걸 어떻게 전달할지가 문제다.
"걱정해줘서 고마워."
"앗....... 따, 딱히 저는, 걱정 따위......!"
이렇게 걱정을 끼치고 마니까 조금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편이 좋겠다고, 나는 생각을 고쳤다. 만났을 때 말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스스로 만나러 가기로 하자.
그렇게 결심한 뒤의 휴일, 마침 예정도 없어서 마리야의 빵집에 가려고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방한복의 상의를 입던 차에, 현관문을 노크하는 사람이 있었다.
"자크, 있어~?"
"요한?"
무슨 일인가 하며 내가 현관으로 향하여 문을 열자, 의외로운 광경이 보여서 눈을 부릅떴다.
어째선지 생채기가 많이 난 무뚝뚝한 얼굴의 요한과, 그 요한에게 손목을 잡혀 연행되어 온 마리야가 껄끄러운지 내게서 시선을 돌리며 서 있었다.
"싸우기라도 한 거야......?"
"내 상처는 아무것도 아냐. 응."
요한은 내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마리야를 내 앞에 떠밀었다.
"잠깐.....!?"
"방금 전의 기세는 어떻게 된 거냐고."
"그렇게 말해도, 마음의 준비가."
"너, 정말 귀찮구만."
"뭐야~!?"
상황을 이해 못 한 내 앞에서 갑자기 입씨름을 시작한 2명.
"자크, 이 녀석 성가시니까 데려가. 난 리에 아주머니의 차를 마실 테니까."
"엥."
"어머, 부상의 소독을 먼저 해야겠네."
요한은 놔두면 치료된다고 주장했지만, 어머니가 안 된다고 주의를 주었다.
요한이 집에 들어가는 것을 무심코 눈으로 좇은 뒤, 현관 앞으로 시선을 돌리자 마리야는 고개를 숙인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마리야, 둘이서 대화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내가 물어보자, 마리야는 어깨를 움찔거렸다. 그리고 몇 초 생각하고 나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깥으로 나갈까 생각하다가 갈 곳도 없었기 때문에, 어머니가 내어준 차를 두 잔 들고 집의 안뜰에서 대화하기로 했다.
"제대로 생각했다."
마리야는 입을 다문 그대로다.
"....... 나, 마리야와 결혼할 수는 없어."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아니."
"그럼! 신부 후보로 해줘도 괜찮잖아!?"
"마리야."
자포자기의 발언을 하는 마리야를, 이름을 불러 제지한다.
"제대로 마리야의 일만 생각했다."
나보다 세 살이나 아래인데, 미래를 선택할 용기가 있는 대단한 여자다.
"마리야는 행복했으면 해."
제대로 말로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서, 머그컵을 든 손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그건 나 이외의 다른 누군가하고다."
마리야는 나와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어도, 나로서는 마리야의 옆에 있는 자신을 상상할 수 없다.
그것은 확실히 연애감정이 아니다. 그래서, 마리야에게 있어서는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 자크, 너무 해."
"응."
"치사해."
"응."
마리야는 눈물을 흘린다. 그 눈물과 함께 떨어지는 비난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인다. 마리야는 비난을 늘어놓을 때마다, 차를 마셨다. 마치 흘린 눈물 몫의 수분을 보충하려는 듯.
"내가 괜찮은 여자가 되면, 나중에 후회해도 몰라."
식탁으로 이어지는 문을 열고, 마리야는 그렇게 내뱉은 뒤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
나는 긍정하며 웃었다.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여자는, 틀림없이 괜찮은 여자다.
올해는 2월이 되어도 눈이 내리지 않았다. 강설량이 적은 지역이라서 어쩔 수 없다고는 해도, 약간 아쉽다.
그 후로, 마리야와 만날 때는 어색한 대화가 되었다.
거절해 놓고서 싫어하면 섭섭할 거라 생각하는 것을 보면, 마리야의 말대로 나는 너무한 인간인 모양이다.
내쉬는 숨이 하얗게 되어 공중에 녹아드는 것을 바라보며 걸어가자, 온실 앞에 도착했다. 온실에 들어가면 보이지 않게 되니까, 다시 한번 숨을 마시고 크게 내뱉는다.
빨아들인 차가운 공기가, 폐의 열을 머금고 바깥으로 나온다. 그 흰색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자, 왠지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아~ 피곤하다."
팔을 주욱 뻗으며 내뱉는다. 입으로 말하자, 피곤하다고 자각했다.
"수고했어요."
혼잣말에 격려의 말이 돌아온다.
뒤를 돌아보자, 하늘색 눈동자와 마주친다.
아가씨는 말 그대로의 감정을 실어서 미소 짓고 있다.
자연스레 미소가 피어난다.
"아가씨."
"자크, 목이 나았네요."
듣고 나서야, 목소리가 제대로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병이 아니라고 말했잖아."
"조금, 낮아졌네요......"
"그래? 이상해?"
"이상하지는...... 오히려."
"오히려?"
아가씨의 말을 되묻자, 제정신을 차린 기색의 아가씨는 볼을 상기시켰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빨리 들어가자고요, 카트린이 준비한 차가 식어버려요."
"그래, 오늘의 과자는 뭐야?"
먼저 온실에 들어가는 아가씨에게 물어보면서 뒤따른다.
오늘의 과자는, 내리지 않은 눈 대신에 만들었다는 스노우 볼이라는 것이었다. 눈덩이의 모양을 한 그 과자를 그냥 둥근 쿠키라고 말했더니 혼나고는, 아가씨한테 과자의 종류에 대한 설교를 들었다.
과자의 종류도 구별하지 못하는 내게, 연애를 할 수 있는 날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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