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 찻잔2021년 11월 23일 23시 55분 4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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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에서 들어오는 바람을 시원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다음에 에룬스트 가문을 방문할 때는 날씨와 관계없이 양산을 들고 가자고 생각하면서, 니콜라우스는 식후의 차를 들이켰다.
"그래서. 뭔데?"
눈앞에서는, 이 나라의 재상이며 아버지인 오이겐이 찻잔을 응시한 채로 침묵하고 있다.
"너희들에게...... 알려야만 하는 일이, 있다."
"어머, 뭔가요."
"그럼, 빨리 말하세요."
바로 대드는 니콜라우스와는 달리, 천천히 홍차를 즐기던 엘비라는 찻잔을 받침에 두고 물어보았다.
"생각하는 게 있어서 잉고에게 조사시켰다."
잉고란, 벽에 있는 저 남자이며, 재상 직속의 감찰부 중 한 사람이다.
시선을 받은 잉고는, 서류 뭉치를 우리 앞의 테이블에 놓았다.
"하겐 리스. 올해로 18살. 현재 왕립마도학교에 재적 중인 학생입니다. 모친과 둘이서 살고 있었지만, 입학 전에 모친이 병사했습니다."
서류의 가장 위에는 그 학생으로 보이는 사진이 1장 첨부되어 있었다.
니콜라우스가 대표로 물어보았다.
"누군데요."
"............ 너희들의 형이다."
"...... 그럴 배짱도 있었네."
숨은 자식, 다시 말해 아버지에게 애인이 있었다는 뜻이다. 설마 이 고지식한 아버지가 애인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오이겐의 부하인 잉고가 해명해준다.
"아니라구요, 도련님. 안주인님과 결혼하기 전에 사귀던 분과의 자식입니다."
"니콜라우스, 네가 그런 말투를 하게 되었기 때문에......"
"아. 후계자가 걱정이 되어서, 만일을 위해 조사한 거네요."
아직도 자식의 상태를 받아들일 수 없어서 오이겐이 내심 갈등하는 사이, 엘비라와 헤로이제는 소리 내었다.
"어머나, 가족이 늘어나는 거네요."
"저, 오라버니가 늘어나서 기뻐요."
"맞아. 이제는 오빠를 만들어 줄 수 없으니."
"어머님도 언니도, 지레짐작으로 떠들지 마세요."
니콜라우스가 주의를 주자, 두 사람은 네에~라고 대답하고서 입을 다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요. 마력은 높아 보이지만, 평민이잖아요."
"양자로 들이려고 생각한다."
"....... 상대는 뭐라는데요."
"이번 방학[각주:1]에 그를 저택으로 초대해 볼 거다."
그때 이야기해보마,라고 오이겐이 대답하자, 니콜라우스는 길게 한숨을 짓더니 일어섰다.
"정말 귀족다운 분이네요."
"무슨 의미냐."
"바보 아니에요? 그런 거야 스스로 생각하라고요."
니콜라우스는 아버지한테 그렇게 내뱉고는 방을 나갔다.
다음 날, 니콜라우스는 에룬스트 공작저를 방문했다.
"켁. 오늘은, 당신인가요."
류디아를 따르는 호위의 소녀를 보고, 니콜라우스는 못마땅한 소리를 내었다.
"페트라가 어째서요?"
"아니. 그냥 연속으로 그 얼굴을 보고 싶지는 않아서."
"아~ 아버지와 만났던 거네요~"
류디아는 의아했던 반면, 납득한 페트라는 미소 지었다.
"그러고 보니, 다마 백작가는 재상 직속이었지요?"
"네~"
아버지를 닮았나 보네요, 라며 미소 짓는 류디아에게, 맞아요~ 라며 페트라가 활기차게 수긍했다.
"뭐, 됐어. 빨리 자크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줘."
류디아의 안내로 햇살 밑으로 나오자, 그는 화단에서 그의 아버지와 사제와 함께 흙을 파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봉오리가 필까 말까 한 묘목을 심고 있다.
"여전히, 흙을 만지고 있네."
"니코. 우린 여름꽃으로 가는 중이야."
햇살을 피하기 위해 양산을 쓰고 말을 걸자, 햇살의 열기와 비슷한 미소가 돌아왔다.
"에키네이샤와 베르가못이야. 둘 다 품종과 색이 다양하게 있어서, 피어나면 예쁘다고."
"아 그러셔."
"조금 더하면 끝나니까, 기다려."
"그럼, 기다릴게. 디아 양을 놀리면서."
"저는 심심풀이용인가요!?"
니콜라우스의 농담에, 류디아가 무심코 항의한다.
"바로 끝나니까."
"딱히 서두르지 않아도......"
"왜냐면, 너 화났잖아."
그러니 서두른다고 하고서, 그는 작업으로 돌아갔다.
조금 지나서, 작업을 마무리했는지 휴식에 들어간 친구는 아버지에게 양해를 구하고서, 연습용 정원으로 류디아와 니콜라우스를 초대했다. 페트라는 평소대로 담장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며,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내리쬐는 숲 속에 남았다.
"자."
들어가자마자 가죽 포대를 툭툭 치는 친구를 보고, 니콜라우스 쪽이 되려 주저한다. 류디아는 올빼미 석상이 자리 잡은 분수의 가장자리에 앉아서, 그가 귓가에 친 바람의 막에 의해 이쪽의 소리가 닿지 않는 상태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으랴아아아아아!!"
퉁, 하고 무거운 소리가 한번 울린다. 그 소리가 귀에 들린 순간, 니콜라우스는 고삐가 풀렸다.
그 뒤에는 계속 한결같이 주먹을 처박는다. 무거운 소리가 귀에 들리기 전에, 다음 주먹을 가죽 포대에 꽂아 넣는다.
무심히 그 작업을 반복하다가, 조금 지나자 호흡이 거칠어져서 그만두기로 했다.
"아가씨, 기다렸지. 고마워!"
끝낸 순간, 순식간에 류디아 쪽으로 달려간 그는 그녀의 귀에 손을 가까이하여 바람의 막을 해제했다. 그리고 기다려 준 감사를 류디아에게 전했다.
"근데, 말할 수 있어?"
류디아가 머뭇거리는 사이, 그는 돌아보더니 니콜라우스에게 물어보았다.
"들어줄래?"
분수 가장자리. 두 사람 사이에 니콜라우스가 앉았다.
"아버지한테 숨겨놓은 자식이 있었어."
"숨겨.......!?"
두 사람에게, 어젯밤 들었던 개요를 설명했다.
"그래서...... 그분을 만나게 되나요?"
"어머니나 언니보다는 내 쪽이 이야기가 빠르니까."
"하지만......"
류디아가 걱정되는지 고개를 숙이자, 니콜라우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니코는 좋은 녀석이구나."
류디아와는 대조적으로 명랑하게 웃는 친구의 말에, 그녀뿐만이 아니라 니콜라우스도 입을 다물었다. 어디에서 그런 감상이 나오나, 하고 류디아와 니콜라우스가 그를 응시하자, 깜짝 놀란 눈동자로 바라본다.
"엥. 하지만, 만나지도 않은 형을 걱정해서 화를 낸 것뿐이잖아."
"무슨 뜻인가요??"
"니코가 아버지한테 화난 이유는, 그 형에게 묻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만날 예정을 세우고 장래도 정해버렸기 때문이잖아. 방금 이야기에서, 난 니코의 형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 수 없었어."
"아...... 확실히, 니콜라우스 님의 형의 입장밖에 듣지 못했네요. 그분도 갑작스러운 일에 놀라셨겠네요."
"불러냈을 뿐이니, 어디까지 설명했을지도 의심스러워."
흥, 하면서 니콜라우스가 콧소리를 내자, 류디아가 지긋이 올려다보았다.
"....... 왜."
"정말, 니콜라우스 님은 상냥하네요."
"맞아."
"따, 딱히, 오빠라고 인정한 것도 아닌걸."
"그야 그렇지. 만나지도 않았고, 니코는 아버지와도 아직이잖아."
"네......?"
갑자기 아버지의 화제가 나오자, 니콜라우스는 당황했다. 하지만 그를 대신에 소리 낸 사람은 류디아 쪽이었다.
"아버지의 일을 말할 때만 다른 사람 같은 말투잖아. 니코는 웬만해서 아버지의 일을 말하지 않지만, 그게 보통이라는 걸 모르니까 그런 거 같아. 그래서, 아버지도 니코를 모를 것 같다고."
니콜라우스는 친구의 말에 부정하는 단어를 갖고 있지 않았다.
"재상인 루들슈타트 백작은 바쁘신 분이라고, 아버님께서 말씀하셨던 적이 있어요."
"일에 미친 사람일 뿐인걸......"
소중히 하는 사람은 어머니와 언니만으로도 충분하다.
"왜 그 사람 하고도 사이좋아지라는 거야?"
"아니, 싫으면 싫다고 직접 말하면 된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니콜라우스는 눈을 부릅떴다. 설마 싫어한다고 직접 말하도록 권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니, 니콜라우스 님이 꼭 아버지를 싫어한다고는 생각할 수 없어요."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좋아하지는 않아 보이는데."
"그, 그건......"
그의 의견에 약간은 동의하는 류디아는, 반론할 수 없어서 우물쭈물하게 되었다. 니콜라우스의 말을 들으며, 류디아도 아버지와 거리가 있음을 느꼈다.
"푸, 하하하, 정말~!"
갑자기 니콜라우스가 폭소해서, 류디아는 어깨를 움찔거렸다.
"그거, 나한테 무슨 득이 있는 거야."
"음, 뭐라고나 할까...... 아가씨도 신분이 높은 귀족이라서 시기하는 녀석이 있지 않아?"
"그, 그건, 뭐......"
"그거, 몰래 뒷담 하는 거랑, 정면에서 싫다고 말해주는 거, 어느 쪽이 나아?"
"저는 뒷담 자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요...... 직접 말씀해주시는 편이 대처가 쉬워요."
"다시 말해, 무리하게 좋아할 필요 없이, 확실하게 싫다고 말해주는 편이 상대도 후련하겠다는 이야기."
서로가 가진 감정을 명백하게 해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 되는 거다.
"......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말야, 가족이라고 해서 전하지 않는 건 분명 후회하게 돼. 아마도."
그렇게 말하며 웃는 친구의 표정이, 순간 쓸쓸하게 보였다.
"그래. 확실히 하는 편이 나도 편한걸."
말해도 소용없다며 포기하는 만큼, 불만은 가라앉는다.
"이번 대화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하고 싶은 말은 하기로 할게."
"그래."
"힘내세요."
"둘 다 들어줘서 고마워."
두 사람의 응원에 힘입어, 니콜라우스는 싱긋 미소 지었다.
며칠 뒤 오후, 루들슈타트 백작저에 한 대의 마차가 찾아왔다.
"초대에 응해서, 감사한다."
"아뇨,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루들슈타트 백작님."
인사를 끝내고 응접실로 가서, 제각각 다른 소파에 앉았다.
청년은 검은 테의 안경을 썼으며, 렌즈 너머로 제비붓꽃의 눈동자를 조용히 내리깔고 있다. 검정에 가까운 청록색 머리카락은 방해되지 않을 길이로 정리되어있고, 입고 있는 왕립마도학교의 교복도 그와 어울리자 청결한 느낌을 준다.
"자네가, 하겐 리스인가."
"예. 백작님. 오늘 불러주신 이유는 무엇인지요."
역시 말하지 않았구나, 싶어서 니콜라우스는 내심 혀를 찼다.
"실은 클라라....... 자네의 어머니는 예전에 이 가문에서 일했었다."
"그랬습니까."
"그때, 자네의 어머니와....."
"이 아버지랑 했는데, 헤어질 다음 당신이 태어났다고 해요."
"니콜라우스!?"
"왜. 빨리 말하지 그랬어, 답답하게스리."
노골적인 말투에, 오이겐은 아연실색을 하였다.
"그보다, 먼저 말할 일이 있잖아요."
"무슨......."
"사과하세요, 망할 아버지."
"망할!?"
"거기 당신! 학교에서 왔다면 점심식사도 못 먹었겠죠? 그 나이에 멀미 때문에 식욕이 없다고는 말하지 않겠죠."
"예. 아, 확실히 배는 고픕니다만......."
하켄은 물은 대로 자신의 상태를 대답했다.
"어머님께서 준비시킨 음식이 있으니 일단 그거라도 드세요. 이야기는 먹은 후에도 되니까요."
그렇게 말한 니콜라우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하인이 샌드위치가 놓인 카트를 밀고 왔다.
하겐은 눈앞에 놓인 샌드위치를, 식전의 기도를 한 뒤 순순히 먹기로 했다.
"정말, 이런 점은 어머님 쪽이 잘한다고요. 평민이 상여도, 조금은 상대를 생각하라고요. 무신경."
"윽......."
"하지만, 그렇잖아요. 당신, 오늘 원래는 예정이 있지 않았나요?"
니콜라우스가 묻자, 하겐은 우물거리던 샌드위치의 마지막 한 조각을 삼켰다.
"그래. 도서관에서 장서의 정리를 할 예정이었지."
"학비의 최소한의 생활비는 나라에서 주잖아요. 그런데도 버는 이유는, 여자?"
"아니, 졸업 후의 생활자금은 조금이라도 많은 편이 좋아서......"
"이 망할 아버지가 일단은 돈을 줬다고 하던데, 그건요."
"그건 아마 어머니의 치료로 대부분 탕진했다."
"흐음, 올해면 졸업이잖아요. 취직처는 있나요?"
"입학할 때 집을 팔아치워서, 돌아갈 집도 없다. 신세 진 학교의 교사가 될까 생각하고 있다만."
니콜라우스는, 사전에 훑어본 조사자료에 기재되지 않았던 본인의 사정과 의향을 확인하고는,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면서 찻잔을 받침으로 되돌렸다.
"이런 일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양자의 이야기를 꺼내려했다니, 무신경이 아니면 뭐라고 하는 건가요."
오이겐은 대답할 말을 찾을 수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충격적이기는 했지만, 아들이 말한 내용은 올바른 것이었다.
그리고 사과해야 한다고 질타받은 것은 당연하다며, 거머쥔 양손에 힘을 주었다.
"...... 내가 아버지라는 것을, 클라라, 네 어머니한테서 들은 적은 있나?"
"아뇨. 하지만 병으로 눕고 나서 당신에 대한 원망을 많이 입에 담으셨습니다."
"임신한 사실을 몰랐다고는 해도, 너희들 모자를 방치해버려서 미안하다."
"알고 있어도 똑같았겠죠."
하겐은 빈정대듯이 표정을 찌푸렸다.
"그런데, 내가 이런 꼴이라서, 제대로 된 아들이 필요한 모양이던데. 당신, 귀족이 되고 싶어?"
"그, 건......"
하겐의 손에 힘이 깃들자, 샌드위치에서 토마토가 튀어나온다.
"손."
니콜라우스가 지적하자, 손에 전해지는 힘을 눈치챈 하겐은 서둘러 먹던 샌드위치를 접시에 되돌리고는, 냅킨으로 손을 닦았다.
"이번 일, 자네의 사정을 확인하지 않고 부른 점도 미안했다. 하지만 내 피를 이은 자네도, 이 가문을 이을 자격이 있다. 체면상 자네의 마력을 높이 사서 양자로 들였다고 하겠지만, 필요한 교양은 충분히 전수 하마."
"저, 는....... 아버지, 따윈......"
어머니의 원망이 머리에 떠오른다. 어째서, 어째서라고 자신의 얼굴을 통해 탓하던 목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남아있다.
이제 와서 아버지 행세를 하다니 너무 뻔뻔하다.
나는 1년 이상 간호하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안심하고 싶지 않았다. 제대로 슬퍼하고 싶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하겐의 냅킨을 쥔 손이 하얗게 될 정도로 힘이 들어가 있었다.
"우물쭈물 대지 마!"
퍽 하는 소리가 났다고 생각하니, 하겐의 시야에 별이 날아들었다. 그다음에는 볼이 뜨겁다는 것을 눈치챘다.
고개를 정면으로 되돌리자, 팔을 휘두른 자세의 니콜라우스가 근처에 서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은 얻어맞은 모양이다.
"당신, 나이도 있으면서 뭘 멍하게 있어. 눈앞에 악의 근원이 있으니, 본인에게 말하란 말이야."
그 입과 주먹은 장식이냐고, 연하의 소년에게 질타받는다.
"....... 주먹이라니, 귀족인데도 뒤숭숭한 말을 하는구나."
"난 망할 아버지처럼 귀족다운 귀족이 싫거든."
"귀족인데도, 귀족이 싫다니.......?"
의외로 느꼈는지, 하겐은 맞아서 흐트러진 안경을 고쳐 썼다.
"태어나는 장소는 선택할 수 없어. 당연하잖아."
누구나 태어난 환경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다. 생활수준만 높으면 행복한 것이 아니다. 하켄은 그제야 깨달았다.
"그래서. 안 때려?"
"네게 맞아서, 잊었어."
힘이 빠진 듯 웃는 하겐의 말에, 니콜라우스는 어깨를 들썩였다.
"어라라, 이래 뵈어도 봐준 편인걸."
잊었다면 어쩔 수 없다며, 니콜라우스는 남은 홍차에 손을 대었다. 하겐도 남은 샌드위치에 손을 뻗었다.
하겐의 머리에 남아있던 어머니의 저주의 말은, 이제 어디론가 사라졌다. 분명 말하고 싶은 것도 때리고 싶을 정도의 분노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보다 먼저 그 상대를 매도하는 소년이 있던 탓에, 아무래도 상관없게 되고 말았다.
두 사람의 대화를 볼 수밖에 없었던 오이겐은, 묘하게 태평해 보이는 광경에 현기증을 느끼고는 머리를 감쌌다.
결국, 하겐은 그날 양자의 이야기를 거절했고, 오이겐도 그걸 승낙했다.
하겐이 학교로 돌아갈 때, 니콜라우스는 그가 탄 마차를 후련한 표정으로 배웅하였다. 그 옆에서는 두통을 견디려는 듯 관자놀이를 짚은 오이겐이 서 있었다.
다음에 에룬스트 저택을 방문했을 때, 니콜라우스는 정말 좋은 미소를 지으며 후련하다고 친구에게 보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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