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50. 라이벌
    2021년 11월 23일 20시 10분 1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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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313ff/52/

     

     

     

     추위가 풀릴 무렵. 새싹이 햇빛을 받고 자라고 있다. 이 모습을 보면, 이제 곧 봄이 온다는 실감이 난다.

     

     "형님, 요즘 무슨 일 있슴까?"

     

     "응?"

     

     "저쪽을 보고 가끔 멍하니 있지 않슴까."

     

     얀이 가리킨 방향은 남쪽. 

     

     "친구가 고향으로 돌아가서 말이야. 만나지 않게 되니, 조금 재미없어서......"

     

     전에 만난 다음의 휴일, 가족들과 점심식사를 하러 잉그리트의 주점에 갔지만 프랑크는 이미 없었다. 이른 아침에 마차에 타서는, 누구와도 인사하지 않고 티모 형씨와 갔다고 한다. 그렇게 잉그리트 아주머니가 가르쳐주었다.

     

     "그 녀석들도 그런 식으로 생각할까요......"

     

     생일 다음날에 가출을 한 얀은, 고향의 친구를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얀은 어떤데?"

     

     "그 녀석들과 놀 수 없는 건 조금 섭섭함다."

     

     "그럼, 얀의 친구도 그럴 거야."

     

     그 뒤 작업을 더 하고 나서 휴식을 취할 때, 얀에게 물었다.

     

     "얀, 스스로 정원을 만들어보고 싶지 않아?"

     

     "맞슴다. 감독의 작업을 보고 있더니, 저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슴다."

     

     얀이 말하는 감독이란, 아버지를 말한다.

     

     "알았어."

     

     나는 얀을 이끌고 숲처럼 빽빽한 지역으로 향했다.

     

     "형님, 보여주고 싶은 것이라니 뭡니까?"

     

     "이 안이다."

     

     나한송의 담장 안으로, 얀을 안내했다. 담장 안을 파고든 얀은, 부엉이의 석상이 자리 잡은 분수가 덩그러니 있는 작은 광장을 보고는 눈을 부릅떴다.

     

     "여기는......"

     

     "연습용 정원이다."

     

     지금은 잔디를 다시 갈았기 때문에, 거의 리셋된 상태다.

     

     "얀도 여기를 써서 연습해볼래?"

     

     "어, 괜찮슴까!?"

     

     "얀도 나와 같은 견습정원사니까."

     

     이 연습용 정원을 쓸 권리는 평등하다.

     

     "반으로 나눠서 연습하는 것보다 계절마다 교대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얀은 어때?"

     

     "예, 저도 그러는 편이 좋다고 생각함다!"

     

     "그럼, 봄가을과 여름겨울 중 어느 쪽이 좋아? 봄가을 쪽이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데."

     

     얀은 음~ 하는 신음소리를 내면서 연습용 정원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어떤 것에 눈길을 두었다.

     

     "이 화분은 뭠니까?"

     

     "아아, 그거. 깨진 거라서, 거의 공짜로 화훼점 아저씨가 팔아줬어."

     

     "그럼, 형님은 이미 봄에 뭔가 만들려 했던 검니까?"

     

     "어. 그건 그렇긴 한데......"

     

     "형님은 어느 쪽이 좋슴까?"

     

     "그러니까, 얀이 하고 싶은 쪽을."

     

     "형님."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은가.

     

     "...... 난 아가씨한테 보여주고 싶으니, 가능하다면 봄과 가을 쪽이 좋아."

     

     "그럼, 저는 여름과 겨울에 만들겠슴다."

     

     얀은 활짝 웃으며 승낙했다.

     

     "어...... 괜찮, 아?"

     

     "예. 여름 쪽이 친가에서 보던 것에도 가깝고, 겨울에 강한 화초를 어떻게 키우는지도 잘 알고 싶슴다."

     

     친숙한 식물이 기쁘고, 익숙지 않은 식물의 육성도 알고 싶다. 얀의 미소에서, 양쪽 모두 거짓이 아니라고 알 수 있었다.

     

     "봄과 가을은 꽃이  너무 많아서 외우기가 힘듬다. 그러니 형님이 만든 정원을 보고 공부하도록 하겠슴다."

     

     "얀은 형제가 있었지?"

     

     "동생이 둘이고 여동생이 하나임다. 귀엽지는 않슴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얀의 표정은 내용과 딴판이었다.

     

     "하지만, 왜 물어봄니까?"

     

     "아니, 형 답구나 하고 생각해서."

     

     자기주장이 확실한 얀이지만, 어쨌든 결국은 동생을 존중하는구나 하고 느꼈다.

     

     "얀, 고마워."

     

     "에이 됐슴다!"

     

     감사를 표하자, 얀은 여름의 태양빛을 연상시키는 미소로 대답해주었다. 그에게는 여름의 정원이 분명 어울릴 거라 생각한다.

     몇 개월 후, 얀이 어떤 정원을 만들지 기대된다.

     

     

     며칠 후, 햇살을 쬐면서 온실에서 차를 드는 것도 이것이 마지막, 이라며 아가씨와 휴식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그러고 보니, 온실에는 니코를 부르지 않네?"

     

     "그, 그건......"

     

     아가씨는 어째선지 내 질문에 동요한다.

     

     "여기까지 오게 하는 것도 미안하잖아요."

     

     "아~ 조금 멀기는 해."

     

     내가 납득하자, 아가씨는 약간 안도한 모양이다.

     

     "...... 저만 있으면 따분하나요?"

     

     "그럴 리가 없잖아. 아가씨랑 온실의 꽃을 같이 볼 수 있다니, 나 혼자 봄을 독점하는 느낌이라서 미안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라고."

     

     "아.......!?"

     

     아가씨의 볼이 확 붉어졌다. 역시 온실에서 따스한 차를 마시는 건 그만두는 편이 좋을 시기 같다. 홍차를 차갑게 할까 제안했는데, 아가씨는 괜찮다며 거절했다.

     

     "정마, 자크는 왜 매번...... 그런 일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고요!"

     

     아가씨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화를 내었다. 왜지, 라며 난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아가씨는 이쪽을 가만히 보았다. 노려보는 기세로 바라보고 있다.

     

     "....... 자크, 왠지 기운이 없어 보이네요?"

     

     아가씨가 너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어서, 나는 무심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갑자기 폭소하는 나를 보고, 아가씨는 눈을 둥그렇게 뜬다.

     

     "아가씨, 대단해~......"

     

     "기분 탓이었던 모양이네요."

     

     "아니, 미안. 걱정해준 것이 기뻐서. 조금 쓸쓸했던 것뿐이었어."

     

     "쓸쓸하다니요......?"

     

     "친구가 고향으로 돌아가서, 당분간 만날 수 없어."

     

     "그랬었나요......"

     

     아가씨는 무엇을 생각했는지, 의자에서 일어나서는 내가 있는 곳까지 왔다. 뭘 하나 지켜보고 있자, 아가씨가 손을 뻗더니 내 머리 위에 놓았다. 그대로 머리를 쓰다듬는다.

     

     "또 만나면 좋겠네요."

     

     "그래."

     

     긴 듯도 하고 짧은 듯도 한 시간이 지나자, 아가씨는 손을 떼었다.

     

     "기운을 차렸어. 고마워."

     

     "이...... 이 정도야, 별 것 아니랍니다......!"

     

     홱 하고 고개를 도리는 아가씨는, 귀까지 붉다. 온실 안이 더운 걸까.

     아가씨는 의자에 다시 앉아서는, 뭐라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아, 그래. 연습용의 정원 말인데, 얀과 교대로 쓰기로 했어."

     

     "네? 그, 그런가요."

     

     "얀이 잡일만이 아니라 정원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해서. 얀이 어떤 것을 만들지 기대돼. 아가씨도 괜찮다면 얀의 것을 봐줘."

     

     "네."

     

     분명히 긍정하는 목소리인데, 왠지 공허하게 울린다.

     

     "아, 하지만 여름은 시즌 오프라서 무리인가. 돌아올 때에 얀이 어떤 걸 만들었는지 가르쳐 줄게."

     

     아가씨는 깜짝 놀라서는 말의 일부를 되풀이했다.

     

     "응. 얀은 여름과 겨울에 연습한대."

     

     "그...... 그런가요."

     

     아가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도대체 무엇을 안도하고 있던 걸까. 나는 잘 모르겠다.

     

     "자크, 기뻐 보이네요."

     

     "그래, 이제 얀과 마주 보며 대화할 수 있으니까."

     

     "정말 위기감이 전혀 없네요."

     

     "위기감? 무슨 위기감??"

     

     "이후에 얀이 추월할 가능성도 있잖아요. 초조하지 않나요?"

     

     "아, 그거. 얀도 라이벌 같은 건가. 그럼, 열심히 해야겠네."

     

     "........... 라이벌은, 저만 그런 거 아니었나요."

     

     아가씨가 불쑥 뭐라고 중얼거렸다. 뭐냐고 물어보았지만, 아가씨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둘러댈 뿐이었다.

     

     "나, 아가씨를 더욱 기쁘게 할 정원을 만들 수 있도록 할게!"

     

     아가씨의 얼굴이 갑자기 붉어진 것은, 뭔가 화나게 만든 탓인가. 아니면 역시 온실은 더운 건가.

     

     "~~ 기."

     

     "기?"

     

     "기대하고 있을게요......"

     

     "그래."

     

     일단, 눈앞의 과제부터 힘내자, 봄이 멀지 않았다.

     진짜 봄의 정원에서 아가씨의 미소가 피어나도록, 이제부터 정원을 가꾸자.

     

     나는 이때, 잊고 있었다.

     아가씨의 미소를 볼 수 있는 시간에는 한도가 있음을ㅡㅡ


     4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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