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 황수정2021년 11월 23일 17시 17분 4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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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어, 하지만."
식기를 주방으로 가져온 프랑크는 주점의 주인인 잉그리트한테서 영업 종료를 듣고는 당황했다.
이제 저녁이라서, 주점은 이제부터 혼잡해질 것이다. 인력은 많은 편이 좋다.
"전에도 말했지만, 넌 너무 일을 많이 하려 해."
낮에 일했는데 저녁에도 일하려 하는 프랑크가 걱정인 것이다.
"휴일에는 제대로 쉬고 있는데요."
"너, 쉬는 날에는 단골들의 이야기에 어울려주고 있잖아."
"손님들과는 우연히 만나서 조금 이야기했을 뿐인데요."
"반드시 마지막에는 우리 가게로 오라고 말하는게, 우연?"
잉그리트가 그 의도적인 부분을 캐묻자, 프랑크로서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일손이 부족하면 제대로 부탁할 테니, 이걸 그 형씨랑 먹고 빨리 자."
"예."
나무접시 위에 2인분의 식사가 있었는데, 잉그리트는 그걸 가리켰다. 프랑크는 그녀의 말에 따라 접시를 들고 빌린 방으로 이동했다.
칸막이가 없는 방에는 2인분의 침대가 있어도 충분한 넓이가 느껴진다. 간이침대가 방의 양옆에 있으며, 방의 중앙에 테이블과 두 의자가 있다.
테이블에 식사를 놓자, 바깥의 계단에서 발소리가 다가왔다.
"배고파~ 아 좋은 냄새가 나네~"
"먼저 몸을 씻고 와."
"그런 잔인한~"
"밥, 필요 없냐?"
"씻고 오겠슴다."
배고파서 못 견디겠다는 티모의 불만의 목소리를, 프랑크는 한번 노려보는 것으로 조용히 시켰다.
목욕을 끝낸 티모와 식사하던 도중, 그는 막 생각났다는 듯 품에서 한 통의 편지봉투를 꺼내 들었다.
"도련님, 로만 형님한테서 편지가 왔다고."
"그럼 빨리 넘겨."
프랑크는 즉시 티모의 머리에 꿀밤을 먹이고는, 그의 손의 편지를 뺏었다.
"정보는 신선도가 생명이라고 말했잖아."
"방금 떠올렸는데."
프랑크가 내용을 읽기 시작하자, 티모는 식사를 재개한다.
"형님, 뭐래?"
먼저 식사를 끝낸 티모가 묻자, 마침 모두 읽은 프랑크가 손에 있는 편지를 와락 움켜쥐었다.
"그 돌머리가......"
"잉그리트 아줌마의 밥, 식겠다."
"그래."
프랑크가 식사를 끝내고 목욕한 후에도, 그의 험악한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뭐래는데?"
"...... 형님들이, 아버지한테 바보 같은 말을 해버렸다."
이번에 편지의 내용은, 프랑크와 사이가 안 좋은 장남과 차남의 행동에 대해서였다.
"어떻길래?"
"내버려 두고 싶지만, 그 녀석들의 짓거리를 볼 때 여기에 있어도 조만간 뭔가 말할 것 같아. 귀찮네, 진짜."
깊은 한숨을 쉰 프랑크는, 양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 하지만."
프랑크는 약간 고개를 들었다. 눈동자에 결의의 빛이 깃든다.
"내가 말할 수밖에 없겠어."
"역시, 도련님!"
프랑크의 말에, 티모는 자랑스럽다는 듯 웃었다.
"넌 여기 남아도 돼."
"저야 도련님을 따라가는 게 당연하잖수."
"맘대로 해."
이 아펜트로드에 올 때도 그랬지만, 티모는 자기를 따라오는 것만큼은 결코 양보하지 않는다. 말해도 듣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프랑크는 순순히 수긍했다.
"도련님, 조금 변했구마."
"뭐?"
"예전이었다면, 도련님 쪽에서 큰 도련님을 만나러 가지 않았을 거잖수. 도련님은 원래도 강했지만 더 강해졌구나 해서."
티모가 알려준 의외로운 사실에, 자신의 일임에도 프랑크는 놀랐다.
"여기에 와서 다행이구나."
"그렇죠."
변한 것이 싫지는 않은 자신을 느끼면서, 프랑크는 미소 짓는 것이었다.
식욕을 당기는 향기가 풍기는 가게 앞에서, 소년과 소녀는 대화를 하고 있다.
"그래서, 전에 봤던 진짜 예쁜 남자가 사는 곳이라고 생각해."
"그래?"
"응. 분명!"
불만스러운 목소리를 내는 소녀에게, 소년이 맞장구를 치며 이야기를 재촉한다.
"같이 놀자고 말하려 했는데, 자크는 친구 집에 놀러 간다며 기쁜 듯이 말했던걸. 그런 표정을 지으면 말릴 수 없잖아."
"마리야하고 노는 일도 줄어들었고."
"맞아, 좀 더 날 상대해줘도 된다고 생각해."
"그러고 보니, 또 한 명의 멋진 남자가 있다고 말했었는데, 그쪽에 놀러 갔다는 이야기는 없었어?"
"없어. 자크는 레오와 사이좋다고 말한 것만으로도 이상한 표정을 짓는걸. 그리고 레오 쪽에서 와서 우리들과 함께 놀아주니까."
"역시 귀족의 집에서 일하고 있으면, 그쪽의 지인이 생기는구나."
마리야의 이야기를, 프랑크는 미소 지으면서 듣는다.
그녀의 상담이라기보다 불평을 들으면서, 프랑크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왜 본인이 아니라 타인 쪽이 정보가 더 들어오는 걸까.
정말 이상한 녀석이라고.
"다음 휴일에는, 반드시 자크를 붙잡아야겠어."
"힘내."
프랑크가 그의 평가를 끝냄과 동시에, 마리야가 스스로 해결책을 이끌어냈다.
프랑크가 잉그리트의 주점의 스윙도어를 열자, 마침 생각하고 있던 소년이 있었다. 있을 거라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프랑크는 눈을 부릅떴다.
"돌아왔습니다."
"어서 와라, 프랑크. 친구가 와 있단다."
"여어."
한 손을 들며 가볍게 인사하는 그를 보며, 프랑크는 왜 여기에,라고 내심 따졌다.
"잉그리트 아주머니, 잠시 나가도 될까요?"
"그래. 사양 말고 놀다 와."
"고맙습니다. 갔다 올게요."
"차, 감사합니다."
프랑크가 감사를 표하자, 그도 고개를 꾸벅 숙였다.
두 사람은 산책로까지 걸어가서, 놓여있는 벤치 중 한 곳에 앉았다. 겨울이라서 산책로에는 인기척이 없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늦었지만, 상담료."
방한용 외투의 주머니에서 꺼낸 꾸러미를 받아 들고 내용물을 확인해보자, 호두 등의 견과류가 들어간 쿠키였다.
"뭐야, 이거."
"그러니까, 상담료. 아가씨한테 제대로 사과한 거, 프랑크 덕분이니까."
"언제 적 일이야! 그리고, 왜 쿠키인데."
"비싸게 친다고 말해서, 견과류를 넣어서 호화롭게 했어."
"아아 진짜. 됐어. 줬으니 받아야지."
그렇게 대답하자, 그는 기쁜 듯이 웃었다. 너무 헤프지 않냐, 며 프랑크는 그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그래, 나 조금 있으면 고향으로 돌아가."
"뭐?"
다음에 언제 만날지 몰라서 덤으로 전해 두자, 그는 허를 찔린듯한 표정으로 변했다.
"그래. 그럼, 만나기 어려워지겠네."
"글치."
프랑크는 벤치에서 엉덩이를 떼서는, 발아래의 지면을 손으로 팠다. 그렇게 파낸 몫의 흙을 양손으로 퍼올리더니, 손에 힘을 주며 덩어리로 만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마찬가지로 벤치에서 일어난 그는 옆에 웅크리고는 프랑크의 손을 들여다보았다.
"진흙 경단이라도 만드는 거야?"
"뭐야 그게......."
아니었냐, 라며 동색의 눈동자가 의아해한다.
프랑크는 어느 정도 뭉쳐진 흙덩이를 양손으로 감싸면서, 마력을 담았다. 그러자 희미한 빛이 나면서 손 안의 흙덩이는 변질되어 더욱 작은 돌멩이로 변했다.
그것은 주황색을 담은 황수정이었다.
"토속성의 마법은 이런 일도 가능하구나."
그의 감탄 어린 감상은 그것뿐이었다.
"돈을 손에 넣고 싶을 뿐이라면, 이것만 하면 한방이라고. 하지만."
"피를 돌게 해야만 한다?"
계속하려던 말을 빼앗기자, 프랑크는 허를 찔렸다.
"맞아. 이건 돈을 번다고 할 수 없어."
보석을 만들어내면, 일시적인 이득은 얻는다. 하지만 이것을 무제한으로 되풀이하면 보석의 가치 자체가 내려가고, 경우에 따라서는 폭락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부는 자신이 죽으면 간단히 끝나고 만다. 그래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거다.
"이런 것을, 형들은 몰라."
그래서 이 힘을 형제들에게 보인 일은 없다.
"그래서, 난 형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려고 돌아가는 거야."
"형제싸움, 힘내."
형제싸움이라는 한마디로 끝내자, 화가 나기보다는 우스워진 프랑크는 큭큭대며 목을 울렸다.
"작별 선물로 주마."
프랑크는 그의 손바닥에 황수정을 올렸다.
"땡큐. 소중히 할게."
순수한 미소로, 그는 프랑크에게 감사를 말했다.
프랑크는 일어나서 기지개를 켰다. 그도 일어나서는 상의의 주머니에 황수정을 넣었다.
"...... 자크."
"왜?"
"너, 조금 더 욕심을 부려도 된다고."
"나, 진짜 내 맘대로 살고 있거든?"
"아냐. 뭐라고 말해야 좋을까...... 너, 자기가 원한다고 생각한 것을 다른 녀석이 원하면 줘버릴 것 같다고나 할까."
고집도 포기도 아닌, 그냥 타인의 이익을 우선해서 자신의 이익을 원하지 않는다. 그런 기질이 그에게서 느껴진다.
"출세하고 싶다던가, 여자한테서 인기를 끌고 싶다는 것도 좋아. 그런 걸 조금이라도 생각하면, 넌 포기한다고."
"뭐~ 난 딱히 성공하고 싶지 않은데."
의욕이 없는 대답에, 프랑크는 점점 열불이 났다.
"사나이라면, 더 달라붙으라고!"
"하지만, 엑스트라도 아닌걸."
그의 중얼거림에, 프랑크는 뭔가 걸리는 것을 느꼈다. 엑스트라가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자신은 무대의 위에 올라가지도 않았다는 듯한 느낌이다. 그의 의욕이 없는 원인은 이거라고 프랑크는 생각했다.
분노 때문인지, 프랑크의 안에서 뭔가가 뚝 끊어졌다.
"좋아, 내가 증명해주겠어!"
"뭐?"
"형들을 누르고, 내가 아버지의 뒤를 이을 거다. 그러니, 자크도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포기하지 마!"
프랑크 자신도, 처음부터 대상 외라고 생각해서 아버지의 뒤를 이으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의욕 없음에 열받음과 동시에 자신도 포기하기 이전의 상태였던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의 선언에, 그는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
"알았어."
얼떨결에 약속을 강요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기쁜 듯이 웃었다.
남몰래 싹튼 그들의 결심에 감화된 것처럼, 옆의 화단에서는 머위의 꽃대가 움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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