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래도 좋으니까 한방 먹여주게 해줘 - 에필로그】2021년 11월 24일 15시 17분 5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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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감각이 멎었다.
천천히 눈을 떠보니, 햇빛이 눈부셔서 실눈을 만들었다.
실낱 같은 물의 향기가 났고, 귓가에 첨벙거리며 액체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일어났나, 영웅님."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노를 젓고 있는 녹색 머리의 부하, 이오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배의 위인 모양이다.
"다른 거성에서의 연락이 없나. 아마 루메일 녀석들이 박살 냈겠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내뱉는다.
그런가, 박살 났나.
"이제 당신과의 계약도 끝이로구만."
"....그럼, 왜, 구했나."
오도카니 중얼거리자, 이오는 이제야 눈치챘다는 듯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글쎄."
그렇게 말하고는 입을 다문다.
공중을 올려다보니, 마물의 기척이 하나도 없다.
본래의 계획이 성공했다면, 이 올려다보는 하늘 가득히 마물로 들끓고 있었을 텐데.
ㅡㅡㅡㅡ아아, 나는 져버렸는가.
한숨을 쉬고는 눈을 감는다.
뇌리에는, 우리에게 굴하지 않았다고 말했던 그 소녀의 얼굴이 선하다.
그런 눈은 오랜만에 보는군. 그리운 감각이 되살아난다.
그렇게 있으려니, 지금까지 생각하지 않았던 얼굴이 계속하여 떠올랐다.
충성을 맹세한 옛 주군.
목숨을 맡긴 옛 친구.
이 손으로 구한 선량한 사람들.
그리고, 무참하게 살해당한 나의 부인과 아들.
언제부터, 나는 잊고 있었던 걸까.
[대륙의 수호자] 이라며 찬양받았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싸움의 열기에 취해있었다.
그럼에도, 나에게는 [대의]와 [지켜야 할 것]이 있었다.
그래서 괴롭기는 했지만, 저쪽으로는 가지 않았다.
그랬는데.
경애하던 주군은 말했다. [너는 이제 이 나라 사람이 아니다. 사라져라, 괴물]
신뢰하던 친구는 말했다. [네가 샘이 나고 부럽고, 그리고 무엇보다 무서워]
배신당해 절망하는 나에게 찾아온 것은, 폭도로 변한 사람들이 죽인, 시체로 변한 모자.
그 순간, 나는 가까스로 지키고 있던 무언가를 잃었다.
지켜야 할 나라를, 사랑하는 자들을 잃고, 이후의 나날을 야수처럼 보냈다.
복수 때문에 나라를 멸망시키고, 원한 때문에 사람을 죽이고, 발광하는 마음 그대로 모든 것을 파괴하려 했다.
그리고 어느 사이엔가, 모든 것을 잃었다.
다만 남은 것은, 공허한 자신과, 모든 것을 부수려는 충동, 그것뿐이었다.
이번 계획으로 세계를 파괴할 수 있다면, 그걸로 모든 것이 끝난다면,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조하면서 일어나려다가, 오른팔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아, 그 청년한테 베였었지.
광기에 사로잡혀 싸우는 모습은 나와 변함없었는데도, 결코 이쪽은 아니었다.
... 그 소녀 덕택인가.
매우 유쾌한 기분이 들어서, 웃으려다가 기침을 한다.
어째서일까. 정말 피곤하다.
숨을 깊게 내뱉고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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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단장이 바다를 건너 루메일에 도착하자마자, 우리 집에 먼저 들르게 하였다.
폐하께 보고하기도 전에.
여전히 기사단장이 들쳐 매는 바람에 몸을 움직일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잖아!
그동안은 저의 다리 역할, 잘 부탁드립니다!! 기사단장!
"무슨 일입니까, 아가씨..... 우와아아!! 엉망진창이잖아요!"
그 시절보다 조금 더 성장한 소년이 눈을 둥그렇게 뜨며 외친다.
일단은 우리 집의 수습 정원사다.
.... 딱히 내가 고용한 게 아니라, 우연히 정원사인 톰 할배가 찾아서 데려온 것 뿐이라니까!
".......그 녀석한테, 한방, 먹여줬어."
주먹은 아니었지만 말이야, 라며 내가 힘들게 웃자, 소년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부릅뜬 후, 입을 일그러뜨렸다.
"바보 같잖아요, 아가씨. 그런 옛날 약속을 지키다니요."
"응."
".... 누나도 기뻐하지 않을 거라구요. 위험한 짓을 했다면서."
"응."
".... 고마, 워요.... 약속, 지켜, 줘서."
"그래."
지금도 울보인 것은 변함없네.
머리를 쓰다듬으려 하니, 손이 닿지 않는 것을 깨닫는다...... 기사단장의 어깨, 높아!
라고 생각했더니, 기사단장이 조금 웅크려주었다. 이거라면 닿는다.
"나는, 나의 약속을 지켰을 뿐인걸."
소년을 쓰다듬는다.
그랬더니, 문득 누군가가[각주:1] 웃어준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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