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 포크2021년 11월 07일 22시 59분 2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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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없어."
"정말인가요."
공작님이 미소 지으며 승낙하자, 아가씨가 빛나는 표정을 짓는다. 실화냐.
나는 손으로 얼굴을 뒤덮었다.
"저기....... 저, 춤추는 법 이상한데 그래도 괜찮을까요......?"
"나는 이자크의 댄스가 재미있어서 좋아. 그리고 이상한 벌레가 달라붙는 것보다, 이자크 쪽이 훨씬 안심되고."
"그런가요."
댄스의 연습 중, 아가씨가 견학하러 온 공작님에게 파티의 대타를 나로 해도 되냐고 타진하자 손쉽게 허가를 내주었다.
"어머, 왕자전하의 대행으로 춤추려면, 이 수준으로 만족해서는 안 되겠네요!"
"히익, 부드럽게 부탁, 드립니다......"
"그 이전의 문제가 있습니다."
선 채로 한마디도 하지 않던 스승이며 집사인 하인츠 씨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잘 울리는 스승의 목소리에, 일동의 시선이 모였다.
"스승님?"
스승은 내 앞가지 와서 질문했다.
"이자크. 당신은 귀족의 파티를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까."
"맛있는 음식이 있는데도 배불리 먹으면 안 되는 곳?"
질문에 대답했더니, 스승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눌렀고, 공작님은 뒤를 돌아보며 부르르 떨었으며, 아가씨는 한심하다는 듯한 눈길을 보냈다.
"자크......"
"왜? 왠지 그런 아까운 듯한 느낌이잖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눈여겨볼 곳이 너무 한정이네요."
아가씨는 어이없다는 투로 그렇게 말한 것과 스승이 한숨을 쉰 것은 거의 동시였다.
".......당신은 먼저 그 말투를 고치고, 종자로서의 최소한의 예의범절을 몸에 익히도록 하겠습니다. 이제부터 훈련 시간을 교양 시간으로 바꾸도록 하죠."
"예!?"
"기초훈련만 거르지 않으면 문제없습니다. 정말 시간이 없습니다."
알겠지요? 라고 어두운 눈초리로 말해서, 나는 제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감사합니다!"
"훈련?? 그러고 보니, 왜 자크는 하인츠를 스승님이라고 부르는 건가요?"
깜짝 놀라는 아가씨를 보며, 스승이 아가씨에게 훈련의 일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나는 속으로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하며 입을 벌리려 했는데, 손을 짝짝 치는 소리가 연습실에 울렸다.
"이제 잡담은 괜찮겠지요. 시간은 유한합니다. 연습으로 돌아가죠."
""예!""
에라 선생의 말에 아가씨와 나는 자세를 바로하였다.
며칠 후 오크 님이 다과회의 참석에 초청해서, 나는 오랜만에 만나는 플로라를 무릎에 올리고 과자를 먹고 있었다.
장소는 수련이 그림처럼 피어오른 연못 가운데에 있는 정자다.
"이자ㅡ 군, 디아와 파티에 간다고요?"
"아, 예. 오크 님은 가지 않으시나요?"
"이자크 군이 간다면 가지 않아요. 플로라가 쓸쓸해해서요."
왜, 내가 기준??
"따르고 있는 이자크 군이 플로라를 돌봐준다면, 안심하며 파티에 갈 수 있겠지만요."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기대되니깐."
"기대요?"
파티에 가지 않는데도 오크 님이 기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렇지? 디아."
"저, 저는 딱히......"
"어머, 그렇니. 오히려 걱정이네."
눈치챈 것처럼 말하는 오크 님의 말에, 아가씨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는 서민이라서 여러 가지로 저지를 것 같다는 의미일까. 아가씨와 공작님께 민폐를 끼치면 안 되니, 힘내자.
"기합을 넣어서 치장해야겠네요."
도와줄게요, 라며 즐거워하는 오크 님. 아가씨는 말의 의미를 이해했는지, 눈썹을 약간 찌푸렸다.
"아가씨?"
"어니~?"
말을 걸어야 할지 말지 모르겠는지, 아가씨는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테이블에 팔꿈치를 댔다.
뭔가를 갈등하고 있던 아가씨는, 듬뿍 시간을 들인 뒤 오크 님에게 부탁했다.
".................... 어머님, 협력을 부탁드릴게요."
"그래요."
"항상 예뻤던 아가씨가 치장한다면, 대단할 거야."
"응. 어니, 예뽀~"
"!!"
얼굴이 새빨개진 아가씨는, 부들부들 떨었다. 아, 이거 화내는 것일지도.
"자크....... 파티에서는 [예뻐], [귀여워]는 금물이에요."
"알았어."
그랬구나. 귀족의 파티에는 이상한 룰도 다 있어.
"하지만 나는 입 발린 말을 못 해서 거의 말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데."
아가씨는 무슨 말하는 거냐 이 녀석, 같은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오크 님은 미소 지으면서 나한테 묻는다.
"그러고 보니, 오늘의 디아의 드레스는 제가 골랐답니다. 이자크 군, 어떤가요?"
"귀엽습니다."
나의 대답에, 오크 님은 뭐가 웃긴 건지 키득거리며 웃었다. 아가씨는 테이블에 얼굴을 파묻었다.
"....... 자크는 좀 조용히 있는 편이 좋겠네요."
아무래도 방금의 대화로, 내가 파티에서 제대로 존댓말을 쓸 수 있을지 불안해진 모양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다과회가 마지막 안식의 시간이었다.
에라 선생의 댄스 지도가 특훈으로 변한 것은 말할 것도 없었고, 스승의 종자 강좌도 단기로 압축되어 매우 엄격했다.
레오의 생일까지의 약 1개월은 질풍노도처럼 지나갔다.
당일에는 에룬스트 가문의 마차에 동승하게 되었는데, 스승이 가르쳐 준 것을 머릿속에서 복습하고 있었기 때문에, 바깥을 볼 여유가 없었다. 도착한 다음에는 먼저 내려서 조용히 아가씨가 내려오는 것을 도와줬다. 공작님도 내려서 아가씨를 에스코트해주었다.
"여전히 화려한 등장이구만, 제랄드."
"딱히 이상한 짓은 안 했잖아."
호탕한 목소리가 들렸다고 생각하자, 수염을 기른 귀족 형씨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공작님의 지인인 모양이다. 이런 와일드한 귀족도 있구나.
"첸바르카 님, 도르데리제 님, 오랜만이에요."
아가씨가 스커트를 쥐고 인사한다.
이것의 이름, 외웠었다. 카테시라고 하는 동작이다.
"이거 이거, 류디아 님. 오늘은 한층 더 아름다우십니다."
"오랜만이에요, 류디아 님."
"음? 이 녀석은?"
수염 형씨의 눈이 잠시 내게 머무른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는 집의 하인이다. 디아의 댄스 상대를 하고 있지."
"....... 너, 딸의 상대까지 자비로 마련하다니."
공작님의 대답을 들은 수염 형시는 어이없다는 기색이다.
"그보다 드문 녀석이 왔다고."
"누군데?"
수염 난 형씨가 손을 들어서 뒤쪽을 가리키자, 마침 언급한 사람이 이쪽에 도착하는 참이었다.
"아우구스트 후작은 여전히 발이 빠르군."
"무슨 말을 하나, 비트 후작. 딸은 이미 따라잡았는데? 귀공의 체력이 떨어진 게 아닌가?"
"그대는 한번 뒤를 돌아보는 편이 좋아."
수염난 형씨한테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한 자는, 다니엘 님이었다. 그의 말대로, 분명 아슬아슬하게 달리는 속도로 쫓아왔을 토끼 같은 딸은 미세하게 숨이 가파랐고 볼이 상기되어 있었다. 영애는 달려서는 안 된다는 룰이었으니, 성큼성큼 걷는 아버지의 뒤를 쫓아가기란 힘들었을 것이다.
"여기요."
마침 급사가 지나가고 있어서 사과와 홍차를 섞은 듯한 논알코올 칵테일을 받아서 토끼 같은 딸에게 건네주었다.
"아...... 감사해요."
"아뇨."
그녀는 약간 놀랐지만, 내가 아가씨의 종자라는 것을 깨닫고는 안도하며 마실 것을 받아 들었다.
공작님들은 온화하게, 아가씨들은 즐겁게 환담을 나누고 있자, 장엄한 음악이 흐르기 시작하여 모두가 계단 저편의 문을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 나도 그에 따르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면서 몇 명의 발걸음이 홀로 다가오더니, 듣기 좋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도록 말해서, 처음으로 보는 왕의 모습에 기대하면서 고개를 들었다.
악단이 파티의 BGM을 켜기 시작하자, 제각각 알아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과 만나는 것도 오랜만이군."
"전하, 축하드립니다. 1년 전보다 키가 자라셨네요."
"고마워. 키 이외에도 성장했다면 기쁘겠지만."
"겸손하시네요."
아, 잊고 있었다. 레오의 인사는, 공작님과 아가씨도 대상이었다.
"류디아 양은 며칠 만이군. 오늘은 한층 더 아름답구나."
"네. 오늘은 축하드려요, 전하. 칭찬해주셔서 영광이에요. 하지만 전하의 장식에 비하면 손색이 있답니다."
"고맙다. 일단은 이 파티의 주역이라서, 아름다운 영애들한테 묻힐 수는 없어서 조금 신경 써봤다."
얼른 다른 곳에 가지 않나 생각했더니, 레오가 내 쪽을 바라보았다.
"그가 오늘의?"
"네. 저희 가문의 하인이랍니다."
"그런가. 미안하지만, 잘 부탁한다."
저는 공손하게 보이기 위해, 깊게 인사하였다. 시야에서 눈부심이 사라져서 내심 안도했다.
"어울리지 않는 대역이지만, 힘껏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레오에게 존댓말을 쓰자, 위화감 때문에 등이 근질근질했다. 되도록 공적인 자리에서 레오와 만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마침 음악이 바뀌어서, 아가씨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가씨, 손을."
아가씨는 공작 영애다운 의젓한 모습으로 손을 포갰다. 댄스 구역까지 에스코트해주고, 곡에 맞춰서 스텝을 밟는다.
"............ 아가씨, 귀 괜찮아?"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는 성량으로 물어보았다.
"아직 파티 도중이니 그 말투는 그만두세요....... 하지만 솔직히 살았어요."
"아가씨는 귀가 약하니까."
"어폐가 있는 말투는 하지 말아 줄래요!?"
아가씨는 귀가 민감해서, 소리를 캐치하는 능력이 높다. 그 대신, 큰 소리에는 약하다. 파티장의 시끄러운 소리는 나 이상으로 대미지가 있었을 것이다.
"나도 레오한테서 도망칠 수 있어서 살았어."
"............ 뭐, 눈을 감지 않았던 것만으로도 자크 치고는 노력한 편이겠네요."
"귀족의 파티에는 눈부신 것이 많아. 이렇게 아가씨만 보고 있을 수 있으면 편할 텐데."
댄스를 추며 아가씨의 상태를 들여다보고 있자, 문득 목 근처에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부적, 써주고 있었구나....."
전에, 부적으로서 줬던 하얀 베이비 로즈가 부착된 리본을 목띠에 달아서 써주고 있다. 무심코 중얼거려서 기뻤는지 표정이 온화해질 것 같아서, 즉시 얼굴 근육에 힘을 주었다.
"....... 파티에서는 얼굴 근육을 많이 쓰네."
"네, 정말........... 나중에 두고 봐요."
뭐. 나, 혼나나?
한 곡이 끝나자, 박수갈채가 울렸다. 돌아가자, 공작님이 따스하게 맞이하였다.
"여전히 꽃잎을 지탱하는 꽃받침처럼 디아가 돋보이는 댄스였어."
공작님은 매우 만족한 모양이다. 나는 송구스럽다고 대답했다.
"그런 뜻인가...... 확실히 따라 할 수는 없겠군."
레오도 감탄한 듯이 중얼거렸다. 아직도 있었냐. 이미 다른 곳으로 인사하러 갔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아가씨에게 시선을 주자, 눈을 빛내며 흥분하는 영애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류디아 님, 정말 멋지세요. 저는 후작가의 에리카 폰 디스텔이라고 해요."
"저희 아버지가 마술성에서 근무하셔서, 제랄드 님께는 정말 신세 지고 있답니다. 백작가인 프로렌시아 폰 마우라라고 해요."
"어머니가 옥타비아 님께 잘 전해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백작가의 마르가레테 폰 레베렌츠라고 하옵니다."
"저는......."
아, 무리다. 기억 안 나. 스승님, 전 무리입니다. 모두들 이름이 어렵습니다.
"저, 저기...... 어떻게 해야 류디아 님처럼 될 수 있나요......!"
붉은 기운이 있는 금발 영애가 볼을 붉히며 무심코 묻는 듯한 어조로 물어보았다. 아가씨는 약간 눈을 치켜뜨며 놀라고 있다.
아가씨가 어떻게 반응할지 주저하는 사이, 반응이 둘로 나뉘었다. 주제를 알라는 차별적인 속삭임과, 질문한 소녀와 마찬가지로 아가씨의 대답을 기대하는 시선. 아마 주변의 분위기로 보아, 그녀의 신분은 백작 이하, 어쩌면 남작가일지도 모른다. 속삭임을 듣자, 그녀는 수치심에 볼을 붉혔다.
빨강의 의미가 변하는 것을 본 아가씨의 연청색 눈동자에 험악한 빛이 깃든다.
"아가씨."
나는 살짝 아가씨의 귓가에서 중얼거렸다. 아가씨는 이쪽을 돌아보지 않았지만, 눈동자에서 험악함은 사라졌다.
질문한 영애에게 걸어가는 아가씨.
"만져도 되나요?"
"네, 네에......"
아가씨는 그녀의 머리장식에 손을 뽑고, 그걸 뽑았다. 머리카락이 풀린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두려움에 물든다. 하지만 아가씨는 그에 상관치 않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빗어주고, 머리장식을 옆면에 꽂았다. 그녀의 왼쪽 귀의 위에 진주색 꽃이 피었다.
"아......."
그녀는 당황하여 펼쳐진 머리를 묶으려 했다. 그 손을, 아가씨가 제지하면서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동자를 주시했다.
"당당해지세요. 당신은 충분히 아름다워요."
강한 어조로 말한 뒤, 아가씨는 푸근하게 미소 지었다. 심한 곱슬머리의 그녀는, 머리를 붉히며 눈물을 그렁거렸다. 아가씨, 멋져~ 주변에 있던 여자들, 전부 조용히 시켰다고.
"저처럼 될 필요는 없답니다."
"저기...... 그럼 적어도 류디아 님의 종자 분한테 댄스 상대를 부탁할 수 있을까요......?"
뭐? 나??
"저, 저한테는...... 댄스 상대가 없어서....."
신분이 낮은 종자인 나라면 상대해 줄 거라는 건가.
"분에 넘치는 영광입니다. 금잔화의 아가씨."
나는 상대를 안심시키려고 미소 지으며 인사하였다.
자기가 말을 꺼낸 일인데, 승낙을 받고 놀라고 있는 그녀를 에스코트하여 춤춘다.
"저기, 어째서......"
"아가씨의 의도에 따랐을 뿐입니다."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기색으로 춤추는 그녀가 묻자, 나는 대답했다.
"그리고 아가씨도 같은 고민을 갖고 계셔서일까요."
"같은?"
"당가의 사모님은 아십니까?"
"네. 멀리 서지만 뵌 적이 있어요. 올곧은 생머리가 정말....."
거기서 문득 눈치챘는지, 그녀는 하던 말을 멈췄다.
"제가 밝혔다는 것은 부디 비밀로."
혼난다며 쓴웃음을 짓자, 그녀는 어머, 라며 약간 놀라며 웃었다.
"그러고 보니, 류디아 님께 무엇을 말했나요?"
노래가 끝날 무렵에는 꽤 표정이 밝아진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내가 무엇을 속삭였는지 신경 쓰인 모양이다.
"꽃은 봉오리인 것보다 피어있는 편이 좋다고 했지요."
아가씨가 이 영애의 머리를 풀기 전까지, 그녀는 발레 무용수처럼 머리를 위로 틀어 올리고 있었다. 곱슬머리의 콤플렉스 때문이겠지만, 입은 드레스가 금잔화처럼 꽃잎이 겹쳐진 것처럼 풍성한 스커트였기 때문에, 실루엣의 밸런스가 나쁘게 느껴졌다. 아버지가 나무의 가지치기를 할 때는 전체의 실루엣을 의식해서 자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 이미지를 아가씨에게 전했을 뿐이다.
꽃봉오리처럼 위로 틀어 올린 것보다, 지금처럼 곱슬머리를 드러낸 편이 꽃이 피어난 것 같아서 좋다.
대답할 때에 마침 노래가 끝나서 아가씨에게 돌아가자 그 소녀에 대한 주변의 태도가 조금 바뀌었다. 생머리인 소녀들이 자신의 머리를 꼬면서 부러워하거나, 몇 명은 그녀를 흘끗거리며 신경 쓰고 있는 것이다.
일단 나는 주목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재빨리 아가씨가 있는 곳으로 갔다.
"지금 돌아왔습니다."
"너무 했어요."
아가씨에게 몰래 주의받았다. 도대체 무엇을?
"종자 분, 다음에는 저랑 춤추실래요?"
"치사해요. 다음은 저와......"
"아니요, 저랑!"
"저기, 진정해주세요. 팔레놉시스의 아가씨, 칼라의 아가씨, 달리아의 아가씨."
왠지 기백이 무섭다.
외모의 특징으로 부르자, 영애들은 잠시 멈췄다.
"그럼, 저는 무슨 꽃인가요?"
"과꽃의 아가씨?"
다른 영애들이 흥미진진해하며 물어보자, 반사적으로 떠오른 꽃의 이름을 꺼냈다. 어째선지, 꺄아 거리며 기뻐하는 아가씨들. 또 몇 사람이 물어보길래, 일단 겉모습에 맞는 식물명을 말해주었다. 그것에 기뻐하는 영애들. 여자들은 잘 모르겠다.
"류디아 님은 무슨 꽃인가요?"
누군가가 물어보았다.
"어."
그렇게 중얼거린 사람은, 나인가 아가씨인가. 어느 쪽일까.
아가씨는 무슨 꽃이냐니.......
"아가씨 자신이 꽃이라서요."
아가씨가 갑자기 소매 너머로 팔을 잡아당긴다.
영애들은 어째선지 새된 비명을 질렀다.
그 후, 결국 몇 명과 더 춤추게 되었다. 나는 아가씨의 굿즈로 취급되는 건가.
예정보다 많이 움직인 나는, 파티 후반이 되자 배가 고파졌다. 이럴 거면, 오기 전에 많이 먹어둘 걸 그랬다.
토끼 소녀와 환담을 나누던 아가씨는, 일단 헤어지고서 거의 손대지 않은 모습의 음식대로 향했다. 아가씨도 많은 사람들과 대화해서 지친 것일까. 과일이라고 먹을까 생각하여, 접시와 포크를 대신 들어주었다.
"어느 쪽으로 하시겠습니까?"
"저것과 저것....... 음, 이것도......"
아가씨의 지시대로 샐러드와 고기와 생선 등을 담았는데, 문득 눈치채고 보니 접시가 풍성하다. 아가씨도 배고픈 걸까.
"여기요."
포크를 손에 든 아가씨는 샐러드를 조금 먹고, 딸기를 조금씩 음미했다.
그것만 먹고 포크를 놓았다. 내가 내심 고개를 갸웃거리자, 냅킨으로 입은 닦은 아가씨는 흥, 하고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제 됐어요. 처분하세요."
잠시, 눈이 번쩍 뜨이고 말았다.
"고맙습니다."
아가씨는 상냥해.
나는 식사의 인사로서 잘 먹겠습니다라고 중얼거리면서, 포크를 들고 먹기 시작했다.
"잠깐....... 그건......"
맛있다고 느끼면서 음미하고 있자, 아가씨가 초조한 목소리로 뭔가를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가씨는 등을 돌리면서도 내가 모두 먹는 것을 기다려주었다. 덕분에 나는 돌아갈 때까지 배에서 소리가 나지 않은데 더해,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공작님과 합류하여 돌아가려고 왕성을 나서자, 태양이 기울어서 하늘이 주황빛으로 물들어있었다. 에룬스트 가문의 마차에 마지막으로 올라타자, 조금 지나서 마차가 달린다.
이제야 끝났다면 안도하면서 긴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공작님이 재미 반 격려 반이라는 느낌으로 미소 지었다.
"수고했다, 이자크."
"아, 죄송합니다. 아직 저택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요."
서둘러 자세를 바로 하자, 공작님이 상관없다고 허락해주었다.
"옷도 익숙지 않았겠지. 편히 쉬도록 해."
"그럼, 그렇게 할게요."
넥타이를 풀고 셔츠의 버튼은 두 개 정도 풀어서 숨을 쉬기 쉽게 하였다.
"...... 아가씨?"
시선을 느끼고 아가씨 쪽을 보자, 깜짝 놀란 아가씨는 기세 좋게 창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창문은 커튼으로 가려져서 바깥이 보이지 않는데 괜찮은 걸까.
"이런 것을 매번 하다니, 공작님들도 힘들겠네요."
"하지만, 오늘은 재미있었다."
공작님은 미소를 더욱 반짝거렸다. 나는 솔직하게 한쪽 눈을 가늘게 하였다.
"그 런 가 요."
나, 그렇게 이상한 일을 했던 건가.
"아. 아가씨, 잠깐만요."
"? 뭔가요??"
중요한 일을 잊고 있었다. 아가씨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오늘의 아가씨, 무진장 예뻤어."
공작님은 그렇지, 라며 만족스러운 듯 연이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가씨는 분노를 참은 탓인지, 얼굴만 아니라 온몸이 새빨개져서는 나를 혼냈다.
"자크는 바보인가요!?"
이것도 저것 도라면서 아가씨가 투닥거렸지만, 그게 무엇을 가리키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당분간 아프지 않은 아가씨의 타격을 받고 있었지만, 마차의 흔들림이 지친 몸에 기분 좋았던 우리들은 어느새 잠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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