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 푸른 하늘2021년 11월 06일 01시 24분 1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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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났다.
"들어와."
서류에 눈길을 주면서 로이가 입실을 허가했다. 그에 맞춰서, 종자가 로이의 집무실 문을 열었다.
"정말 로이 오라버님, 이런 좋은 날씨에도 서류만 바라보시기는......"
"피리네."
듣기 좋은 목소리에, 로이는 이제야 고개를 들며 미소 지었다.
"오늘은 빨리 일어났구나."
"언제 적 이야기인가요. 저는 제대로 일어나고 있어요."
"혼자서?"
"............. 시녀가 일으켜주고 있지만요."
솔직한 대답에, 로이는 키득거리며 웃었다.
"로이 오라버님, 너무 웃는 거 아닌가요."
"내 여동생은 토라졌어도 사랑스럽구나."
그런 아부는 통하지 않는다면서, 피리네는 볼을 부풀렸다.
"미안. 그래서, 무슨 일이야."
"장미원의 장미가 피기 시작했으니, 함께 보러 가요."
"그래."
오빠의 대답에 기뻐한 피리네는, 빨리 가자며 오빠의 손을 잡았다.
장미원 안의 정자에서 차를 들면서, 여동생을 바라본다.
"필은 장미가 좋은가 보구나."
"아닌데요?"
그럼 왜 장미의 개화에 민감했던 걸까.
"장미가 오라버님에 어울리니까, 오라버님과 함께 보는 것이 좋았을 뿐이에요."
자신도 충분히 꽃과 어울릴 외모인데, 자기는 그에 넣지 않는 건가.
"로이 오라버님은 백색, 크라우스 오라버님은 적색이 머리카락의 색과 잘 어울려서 예쁘......"
"필은?"
"네?"
"필은 어떤 꽃도 다 어울릴 걸."
"로이 오라버님. 혹시 나르시스트로 오해받지 않아요?"
"어째서?"
여동생을 칭찬하는데 왜 자기가 나르시스트가 되는 것인가.
오빠의 모르겠다는 기색에, 피리네는 탄식하며 말했다.
"저는 제 얼굴이 좋아요. 눈동자 색을 제외하면 로이 오라버님과 같은 얼굴이니까요. 외모를 칭찬받으면, 로이 오라버님이 칭찬받는 것 같아서 정말 자랑스러워요."
"확실히 얼굴은 닮았지만, 필은 내가 할 수 없는 표정만 짓잖아."
"예를 들면요?"
"토라졌을 때 재주껏 볼을 부풀리는 표정이라던가."
"부풀리지 않았어요."
둥근 볼을 부풀리면서, 피리네가 반론했다. 그걸 보고 웃는 로이의 표정을 보고 깨달은 피리네는, 양볼을 손으로 뒤덮었다. 손으로 가리고 있어도 볼이 빨간 것이 드러나 보인다.
"그런 면을 귀엽다고 느끼는 건, 자기애일까?"
".............. 로이 오라버님은 그런 이상한 표정 짓지 않아요."
로이는 만족스럽게 미소 짓는다.
"추켜세우는지 비하하는지 모를 칭찬은 그만두세요."
"솔직한 칭찬을 받아들이지 않는 필이 나빠."
오빠의 지적대로였기 때문에, 피리네는 못마땅을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었다.
"칭찬에 따지고 드는 사람은, 류디아 양과 필 정도야."
"....... 류디아 님이라면 로이 오라버님의 약혼녀 후보 분이네요."
"필이 관심을 갖다니 신기하구나."
정치에 관련된 문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피리네가 정략결혼의 후보를 신경 쓸 줄이야.
"신기한 것은 오라버님이에요. 다른 약혼녀 후보 분들은 언급도 안 하셨잖아요."
그랬었나, 라며 로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류디아 님이 어떤 분인지 신경 쓰여요."
싱긋 미소 짓는 피리네.
오빠가 말하는 것을 기다리는 피리네를 보고, 로이는 미소 짓고, 친구에 대해서 말했다. 장미원에서의 휴식은 그렇게 지나갔다.
오후에는 마침 화제에 올랐던 류디아 양을 만나러 갈 예정이었다. 에룬스트 저택을 방문하자, 류디아가 마중 나와서는 정원 어딘가로 갈 것인가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여동생과 성의 장미원에 갔던 것을 말하자, 류디아는 다른 장소로 안내했다.
"그럼, 푸른 하늘의 정원으로 가요."
"푸른 하늘?"
하늘의 이름이 붙은 정원이란 어떤 것일까. 로이는 상상이 되지 않아서 정말 신경 쓰였다.
"어라? 아가씨, 왜 이쪽에 있어?"
장미원에 가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던 진행방향에서 다가온 견습정원사 소년이 작게 놀라고 있었다. 옆의 있던 그의 부친이 사과를 하며, 그 커다란 손으로 소년의 머리를 숙이게 하였다.
어쩔 수 없다며 작게 웃던 류디아가 문제없다는 취지를 전속 정원사에게 시선으로 전달하자, 소년은 그의 손에서 풀려났다.
"왕성의 장미원 다음에 또 장미는 좀 아니잖아요."
"아~ 뭔가 대단할 것 같아. 성의 장미원은."
류디아의 말에, 견습정원사 소년은 납득했다.
"푸른 하늘의 그곳, 손질이 끝났어."
"마침 잘 됐어요. 로이 님을 데려가려고 했어요."
"다행이다. 산책길이라며 후보에서 제외해서 아쉬웠었거든."
"지금은 그걸 말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매번, 로이에게 정원 중 어디를 보여줄지 고민하던 일을 본인의 앞에서 누설해버리자, 류디아는 볼을 상기시켰다.
"보여줄 수 없는 것을 아쉬워할 정도라니, 더욱 기대되는군."
"정말 멋진 곳이에요."
"아버지가 만든 정원은 대단하다고~!"
그 말을 들은 로이는 눈을 약간 부릅떴고, 정원을 만든 장본인은 딴 방향을 바라보았다.
"나중에 깔개를 갖고 갈까?"
"네, 부탁할게요."
앉을 장소가 없는 곳인 모양이어서, 견습정원사 소년의 제안을 들은 류디아는 수긍하고서 헤어졌다.
류디아의 안내로 잠시 걸어가자, 산책길의 폭이 좁아지며 화단의 면적이 넓어진 장소에 도착했다.
연청색의 니겔라, 정향풀과 보리지가 펼쳐진 가운데에 하얀 불두화가 구름처럼 산재해있다. 벽돌이 아닌 청자색 왜계정향화가 구역을 나누고 있어서, 수면에 비친 하늘 같았다. 또한 그 안에 산책길이 나있었기 때문에, 길을 걸어가면 하늘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거 재밌는데."
"그렇죠?"
로이의 반응에 만족한 류디아가 웃었다.
"이 정원은 자크의 제안이에요."
"그런가."
"뭐? 나??"
로이가 돌아보자, 마침 말린 돗자리를 품은 견습정원사 소년이 오던 참이었다. 어쩐지 본인은 기억이 안 난다는 모습이다.
"이 계절에는 하늘색의 꽃이 많다고 했던 건 자크잖아요."
"아니, 그것만으로?"
그 소년은 기억을 더듬는 듯 생각에 잠겼다. 해당하는 기억을 떠올린 모양인지, 약간 당황했다.
"...... 마법으로는 하늘을 날 수 없겠다고 말해서 그런가."
"아무리 전속 정원사라고는 해도, 우리 가문의 정원을 생일선물에 써버리다니..... 그런 점은 자크와 혈연관계라고 생각되네요."
자신도 마음에 드는 상관없지만요, 라며 류디아는 탄식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소년은 웅크렸다. 그 얼굴은 환희로 물들어있었다.
"이런, 진짜 기뻐."
"............ 데니스는 매번 자크를 기쁘게 하네요."
로이가 흐뭇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 견습정원사 소년은 류디아에게 장소를 확인받고는 돗자리를 깔고 말았다. 그의 역할이 끝나자, 류디아에게 끝나면 말해달라고 하고는 떠나려 했다.
"그러고 보니, 레오는 섀도우가 뭔지 알고 있어?"
"섀도우? 댄스의 그것?"
"맞아."
"잠깐, 자크. 왜 로이 님한테 물어보는 건가요!?"
"왜냐면 아가씨는 아무리 물어봐도 가르쳐주지 않았으니까."
로이는 당돌한 질문에 의아해하자, 류디아가 서둘러 소리 내었다.
"상대를 상정하여 연습한다는 뜻인데, 왜 이자크가 그런 것을 묻지?"
"아니에요!! 그냥 자크 쪽이 함께 연습할 기회가 많았던 것뿐이고, 로이 님하고는 단 한번뿐의 꿈같은 일이라서 상상하기가 어려워서......"
로이는 연습으로 두 사람이 춤췄었다는 사실을 알고서 깜짝 놀랐다.
"에룬스트 가문의 정원사는 다재다능하군."
"너랑 체격이 같은 사람이 나 밖에 없었을 뿐이라고."
이렇게까지 씁쓸한 표정을 짓는 그가 신기해서, 로이가 물어보았다.
"이자크는 댄스를 못하는가?"
"못하다기보다....... 근본적으로 틀려먹었어. 엄청나게 혼나고 있어. 아가씨가 그렇게나 자신 없어했던 거, 이제 이해가 돼."
"하지만, 기술적인 지적은 줄어들었잖아요. 저는 자크보다 전부터 배웠는데도 아직 칭찬받은 적이 없는걸요......"
"아니, 아가씨는 더 잘하라는 느낌이잖아."
말할 때마다 아련한 눈길을 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가르치는 인물이 얼마나 엄격하길래,라고 로이는 생각했다.
"난 류디아 양이 제일 춤추기 쉬웠다. 연습이라고는 해도 그 류디아 양과 따라갔다면, 이자크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만."
"로이 님은 에라 선생님을 모르셔서 그런 말씀을 할 수 있는 거예요...."
"응."
"하지만 기술면에서의 지적이 줄었는데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건 무슨 뜻이지?"
"조연 같대."
"조연?"
"돋보이게 하라고 들었지만, 성격에 안 맞아서."
"대단해. 어떻게 해야 돋보이지 않을 수 있지?"
로이의 발언에, 류디아와 소년은 얼어붙었다.
"....... 너는 절대 무리."
"맞아요."
스스로도 그런 자각이 있었던 로이는, 아쉽게 생각하면서도 두 사람의 의견에 반박할 수 없었다. 대신 다른 제안이 떠올랐다.
"이자크도 파티에 나오면 어때? 그러면 실제로 사람들의 눈길이 있으니 개선하기 쉬울 거다."
"뭐??"
무슨 말 하는 거냐며, 견습정원사 소년은 로이에게 이해할 수 없다는 눈초리를 향했다.
"나는 아직 약혼녀를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후보자 전원과 춤추거나 누구와도 춤추지 않으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나이가 비슷한 친족이 없는 류디아 양이 곤란하겠지?"
마침 잘 됐다며 로이가 미소 지었다.
"로이 님은 성실하시네요."
"....... 아니, 귀찮았을 뿐이잖아."
"잘도 알았군."
"로이 님......."
화사한 미소로 긍정하는 로이였고, 류디아는 약간 놀란 뒤에 뭐라 말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인사하러 돌아다니는 것만 해도 상당한 노동이라서."
"확실히 그렇지만요......"
류디아도 경험한 적이 있어서 부정은 하지 않았다.
"검토, 해볼게요."
"그렇게 해줘."
"내 의견은."
참가하게 되는 분위기에, 소년은 매우 싫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자크는 참가하지 않아도 돼요. 아버님께 부탁할 테니까요. 그만큼 바쁘시겠지만......"
그의 이 정도까지 싫어하는 표정을 처음 본 류디아는, 내심 낙담하여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런 류디아의 모습을 보며, 견습정원사 소년은 당황했다. 신음소리를 내며 고민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아가씨, 정말 파트너를 찾을 수 없었을 때는 가줄게. 뭐, 공작님이 허가해준다면의 이야기지만."
"괜찮은가요.......?"
"아가씨를 홀로 둘 수는 없으니까."
일련의 대화를 보고 있던 로이는, 즐겁다는 듯 웃어제꼈다.
"넌 류디아 양에게 약하구나."
"네게 속는 느낌이 무진장 드는데?"
류디아에게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지적하자, 옆에서 같은 음량으로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생일선물이라 생각하고 받아주게."
"우와, 여태까지 중 제일 싫은 선물이야."
소년은 탄식한 뒤, 질렸다는 듯 말을 덧붙였다.
"애초에, 그런 것은 축하한다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괜찮다고."
로이는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수많은 물건을 받는 몸으로서는 축하의 말만 해주는 쪽이 이치에 합당하다고 느꼈다.
한방 먹었다고 생각한 로이는, 입을 열었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생일 축하한다."
"그래, 고마워."
"로이 님한테까지 추월당했어요......."
견습정원사 소년이 떠나간 뒤, 류디아가 어깨를 늘어뜨렸다. 아무래도 고민하다가 아직도 그에게 선물을 주지 못한 모양이다.
그 모습을 귀엽다고 느낀 로이는 웃었다. 사과의 뜻으로 선물의 상담을 해주기로 했다.
쾌청한 푸른 하늘의 정원에서, 로이는 친구로서 류디아와 대화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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