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1. <2장> 손수건
    2021년 11월 05일 22시 44분 0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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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313ff/22/

     

     20화는 1화의 제랄드 시점이라서 생략.


     일본인의 전생의 기억을 가진 내가 견습정원사가 된 지 1년이 지났다.

     

     "아가씨, 왜 그래?"

     

     공작영애인 류디아 폰 에룬스트는, 약간 미묘하다는 듯, 정원의 일을 하고 있는 나에게 다가왔다. 뒤에는 한 살배기 여동생을 품고 있는 메이드 카트린 씨가 있다. 여동생의 자그마한 손에는 아가씨의 옅은 금색 머리카락이 한웅큼 잡혀있었다.

     

     "플로라가 놓아주지 않아서....."

     

     난처한 표정으로 말하는 아가씨.

     나는 그런 아가씨의 여동생에게 다가갔다.

     

     "플로라는 오늘도 활기차네. 가끔만 만나지면, 날 기억하고 있어?"

     

     자신을 가리키며 묻자, 플로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크?"

     

     "그래, 이자크. 용케 외웠구나, 착하지."

     

     내가 웃자, 플로라도 따라서 웃는다. 시험삼아 입을 크게 벌리자 플로라도 입을 꽤 크게 벌렸다. 다음에는 입을 꽉 다물어 보았는데, 플로라도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럼, 이건 할 수 있어?"

     

     플로라의 앞에서 양손을 내밀며 주먹을 쥐었다 펴보았다. 그러자 꾹 움켜쥐었던 자그마한 손을 펴서 손바닥을 보였다. 그러자 움켜잡고 있던 금발이 떨어졌다.

     

     "잘했어요."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하자, 플로라는 "꺄아." 하며 기쁨의 울음소리를 냈다.

     

     "언니의 머리카락이 예쁜 건 알겠지만, 너무 곤란하게 만들지는 말라고."

     

     "......잘하네요."

     

     플로라를 품고 있는 카트린 씨가 그런 감탄 어린 목소리를 내었다. 아무래도 카트린 씨도 어떻게든 떼어놓으려고 시도한 모양이다.

     

     "이만한 나이에는 뭐든 따라 하는 법이라구요. 아가씨, 괜찮아?"

     

     얼마나 잡혀있었는지 알 수 없어서 피곤하지 않나 하고 아가씨 쪽을 보았는데,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침묵하고 있었다.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에요."

     

     내가 묻자, 약간 화난 듯한 기색을 보이며 고개를 돌렸다.

     이 이상 추궁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나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오늘은 플로라도 데리고 갈까?"

     

     "어, 괜찮나요?"

     

     "딱히 상관없어. 플로라도 아직 아가씨랑 놀고 싶어 하는 모양이고."

     

     그냥 품으면서 가기에는 거리가 좀 있어서, 나는 아가씨가 입구의 담장을 지나칠 때를 대비해 커다란 천의 일부를 일정한 폭으로 찢었다.

     

     "무슨......"

     

     "업을 수 있도록 할 뿐이야."

     

     간단히 대답한 나는, 카트린 씨한테서 플로라를 받아서는 등에서 양 옆구리 밑에 천을 지나가게 하며 업은 다음, 앞쪽에서 천을 교차시킨 뒤 뒤쪽으로 둘러서 아기의 하반신이 제대로 안정되도록 천을 감다가 허리 부근에서 남은 천을 묶었다.

     

     "좋아, 갈까."

     

     뒤쪽의 플로라가 안정된 것을 확인하고서 말을 걸자, 아가씨는 눈을 휘둥그레 떴고 카트린 씨는 박수를 쳤다.

     

     "훌륭해하네요."

     

     "응? 마을의 아줌마들이 더 빨라."

     

     "저기...... 괜찮으면 방식을 가르쳐줄 수 있나요? 옥타비아 님께서 요즘 팔이 빨리 저린다고 하셔서......"

     

     "그럼, 앞으로 안는 법을 다음에 가르쳐 드릴게요."

     

     부모의 얼굴을 못 보면, 아기가 싫어할 것이다.

     

     "감사합니다."

     

     카트린 씨는 안심한 듯 웃었다. 그러자 아가씨가 질 수 없다며 손을 들었다.

     

     "저도 배울게요."

     

     "여동생을 위해 뭔가 하고 싶은 것은 알겠지만, 하인의 일을 뺏으면 안 되잖아."

     

     제대로 아가씨가 납득할 이유를 들어 주의를 주자, 입을 꾹 다물며 물러섰다. 조금 분한 모양이다.

     

     "아가씨는 언니니까, 언니만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돼."

     

     "언니......"

     

     그 울림에, 아가씨는 눈동자를 빛냈다.

     준비가 되었기 때문에, 아가씨와 함께 자습용 정원으로 향했다.

     배경이 바뀌자 즐거운지, 플로라가 때때로 뒤에서 꺄아 거리며 운다. 가면서 내가 즉흥곡을 흥얼거리자, 아가씨가 혼냈다.

     

     "플로라한테 이상한 노래 가르치지 말래요?"

     

     "뭐~ 클래식은 잠들 때만 들으면 되잖아. 그리고 난 그런 노래 부를 줄 모르고." 

     

     "그냥 노래를 부르지 않는 건 어때요?"

     

     "소풍은 즐거운 편이 좋잖아. 글치, 플로라."

     

     "앙~"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플로라는 내 말끝에 추임새를 넣었다.

     

     "아가씨는 이런 거 싫어?"

     

     "시, 싫지는......."

     

     "그래."

     

     다행이다. 나는 안심했다.

     

     자습용 정원은 조금 거리가 있었지만,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가자 기분이 즐거웠다고 깨닫는 순간 도착했다.

     입구인 담장을 빠져나갈 때, 플로라를 앞으로 들어서 이물질이 닿지 않도록 신경 쓰며 들어갔다. 아가씨한테는 천을 뒤집어쓰게 해서 조심히 지나가게 하였다.

     

     "와아."

     

     뒤집어쓴 천을 걷은 아가씨가 무심코 감탄의 목소리를 내었다.

     

     "전에는 꽃이 필 시기가 아니라서, 다시 한번 했어."

     

     토끼풀의 섬모 같은 하얀 꽃이 구석에서 햇빛을 받고 있었다. 올빼미 분수의 주변은 꽃의 흰색과 세잎클로버의 녹색에 파묻혀 있었다.

     나는 그곳에 플로라를 내리고, 아가씨한테도 앉도록 권했다.

     

     "잎뿐만 아니라 꽃도 귀엽네요."

     

     마음에 들어 하니, 나도 기쁘다.

     아가씨는 꽃을 바라보고 있자, 플로라도 마음에 들었는지 근처의 흰 꽃에 손을 뻗으며 입을 열었다.

     

     "땠지. 뭐든지 입에 넣으려고 하지 마."

     

     플로라를 안아서는 책상다리 위에 앉힌다. 잡으려고 했던 토끼풀은 집어서 플로라의 손이 닿지 않을 높이로 들었다.

     

     "이건 먹으면 안~돼!"

     

     입에 넣는 것이 아니라고 주의를 줘도 의도가 전해지지 않은 모양이라서, 플로라는 계속 손을 뻗어왔다. 나는 탄식하면서 어쩔 수 엇다는 듯 아가씨에게 부탁했다.

     

     "아가씨, 손수건 갖고 있어?"

     

     "갖고 있는데요......"

     

     "세탁해서 돌려줄 테니, 좀 빌려줘."

     

     아가씨는 흰 레이스가 달린 손수건을 빌려줬다. 나는 미안하게 생각하면서 그 손수건을 한번 펼쳤다가 접었다.

     접은 손수건을, 플로라의 눈앞에 들고 가서 뛰어다니는 동작을 흉내 냈다.

     

     "자~ 프롤라. 이게 뭔지 알겠어?"

     

     "토. 토-끼."

     

     "그래, 토끼야. 갖고 싶어?"

     

     "응."

     

     플로라는 분홍색 눈동자를 빛내며 크게 끄덕였다. 손을 뻗는 대상이 바뀐 것을 확인하고서, 손수건으로 만든 토끼를 건네주자 곧장 귀의 부분을 물었다.

     

      "플로라!? 칠칠맞아요."

     

     "마음에 들었다는 증거이니, 용서해 줘."

     

     "자크는 정말 아이를 돌보는데 익숙하네요"

     

     "마을에서 서로 돕고 살았으니까."

     

     "그에 비해, 저는 언니로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네요......"

     

     풀 죽은 아가씨를 보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고 있잖아."

     

     "네?"

     

     "플로라가 함께 있고 싶다고 떼를 쓰면 응해주고, 걱정해서 혼내주고. 이미 언니의 일을 하고 있잖아."

     

     "그런가요......"

     

     "그렇다니까. 플로라는 언니를 좋아하지~?"

     

     "응. 조아~"

     

     내가 묻자, 플로라는 곧바로 대답했다. 이 반응으로 보아, 좋아한다는 의미는 제대로 아는 모양이다. 역시 공작님의 총애를 받을 만도 하다.

     

     "플로라......"

     

     "좋아, 플로라. 언니를 꾸욱 해줘."

     

     "꾸??"

     

     "이렇게, 좋아한다고 전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며 플로라를 살짝 안아주자, 기뻐하는 목소리가 들리며 자그마한 손이 나를 안아주었다. 방법을 알았는지 확인한 나는, 플로라를 뒤에서 옆구리를 들어주며 아가씨 쪽으로 내밀었다.

     

     "자."

     

     "어니, 꾸~"

     

     "!"

     

     플로라가 끌어안자, 아가씨는 약간 눈을 부릅뜨더니 처음에는 쭈뼛거리며, 그리고 마지막에는 제대로 안아주었다.

     어느 정도 지나자, 아가씨가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조금 전부터 뭘 하고 있나요?"

     

     "응?"

     

     내가 근처에서 작업하던 소리가 신경 쓰였는지, 아가씨가 내게 물어보았다. 마침 다 만들어진 그것을 아가씨의 머리에 씌웠다.

     

     "자, 아가씨."

     

     토끼풀의 꽃으로 만든 흰 화관을 보자, 플로라가 분홍색 눈동자를 빛냈다.

     

     "음. 꽃의 정령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 거야."

     

     오늘의 아가씨는, 마침 흰색이 기조인 드레스면서 토끼풀의 꽃밭에 앉아있다. 내가 정령이 보인다면 이런 느낌일지도 모른다.

     

     "~~!"

     

     아가씨는 갑자기 입을 일자로 다물더니 볼을 붉혔다. 화내기 직전처럼 눈을 부릅뜨고 있다.

     

     "자~크, 나~도."

     

     플로라가 재촉한다.

     

     "함께 쓰는 게 좋겠지. 기다려 봐."

     

     나는 재빨리 작은 화관을 만들었다.

     

     "기다렸어, 공주님."

     

     옅은 금발의 위에 화관을 씌워주자, 플로라는 보이지 않는지 머리 위로 손을 뻗어서 꽃의 감촉을 확인했다. 그러고 나서 확인하려는 듯 아가씨를 올려다보았다.

     

     "어니."

     

     "그래요. 같은 거랍니다."

     

     플로라와 같은 화관이라며, 아가씨는 미소 지었다. 그 대답을 들은 플로라의 얼굴에 기쁨이 흘러넘쳤다.

     

     "겅듀다~"

     

     좋아하는 플로라를 보고, 아가씨도 귀엽다는 듯 작게 웃었다.

     

     "정말 귀여운 공주님이네요."

     

     "기여어~"

     

     "맞아요."

     

     "아가씨, 그거 달라."

     

     "네?"

     

     갑자기 내가 부정하자, 아가씨가 깜짝 놀란다.

     

     "플로라는 아가씨한테 귀엽다고 말한 거야. 글치?"

     

     "응. 어니, 기여어~"

     

     "....... 뭐 하는 건가요, 둘 다."

     

     그 후, 배고파하는 플로라에게 가져온 쿠키를 조금 먹여주자, 꾸벅거리며 졸기 시작했다. 그래서 저택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저도 업고 싶네요."

     

     플로라를 업을 준비를 하려고 생각하자, 아가씨가 손을 들며 그런 말을 해왔다. 아직도 포기하지 않은 거냐.

     

     "아니, 하지만."

     

     "조금이면 되니까요......!"

     

     "...... 알았어. 그럼 옆에 앉아봐."

     

     플로라를 아가씨의 등에 태웠다.

     

     "제대로 가만히 있어."

     

     아가씨와 플로라를 포대로 고정시켰다.

     

     "좋아. 이걸로 되었어. 아가씨. .......아가씨?"

     

     대답이 없어서 고개를 들자, 눈을 부릅뜨며 숨을 멈춘 아가씨가 있었다. 산소 결핍인지 얼굴이 빨갛다. 버티려고 하는지 주먹도 꾹 움켜쥐고 있다.

     왜 그런가 하고 생각하다가, 숨을 멈추는 이유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나는 정원의 작업을 한 뒤라서 땀냄새가 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미안, 아가씨. 나 냄새나?"

     

     "예?"

     

     내가 미안하다는 듯 물어보자, 아가씨는 눈을 부릅떴다. 일단 숨을 쉬워서 다행이다.

     

     "아뇨, 아아아무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아무것도 아니라면, 아닌 거예욧!"

     

     "알았어."

     

     강하게 말했기 때문에, 나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아가씨는 기분을 다잡고는, 플로라를 어은 상태에서 일어나려 했다.

     

     "후우......."

     

     하지만, 몇 번을 힘줘도 중심이 뒤로 고정되어서 일어설 수 없다. 그래서 업지 말라고 한 건데,

     

     "미안. 오크 님도 품는데 힘들어했으니, 아가씨가 업는 건 무리야."

     

     "으~"

     

     못하는 게 보통이라고 설명해도 포기하지 않았던 아가씨는, 드물게도 말이 아닌 신음소리를 내었다. 어쩌면 플로라의 것이 전염된 것일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내가 부들부들 떨 차례였다.

     

     "왜 웃나요.......!?"

     

     "아니, 아가씨가 너무 귀여워서."

     

     그 후에 결국 혼나고 말았다.

     저택에 도착해서 카트린 씨에게 도달할 무렵에는, 푹 잠든 플로라와 제대로 화난 아가씨를 인계하게 되었다.

     이렇게 여기가 여성향 게임의 세계라고 깨달았음에도, 나의 생활에 변함은 없었다.

     ㅡㅡ다만, 며칠 후 프로라에게 끌어안는 버릇이 생겼다며 기뻐하는 공작님의 포옹에 당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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