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 발소리2021년 11월 05일 17시 45분 1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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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은 17의 에피소드를 류디아 시점으로 이야기한 거라서 패스.
"전하, 요즘 즐거워 보이시네요."
"과제는 산더미같지만 말야."
서류에 눈길을 주고 있던 로이는, 종자를 흘끗 바라보고는 다시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에룬스트 공은, 아바마마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만만치 않아."
"아, 얼음의 귀공자님 말입니까."
"하지만, 봄에는 제1관문을 돌파할 수 있을 것 같아."
로이의 만족스런 미소에, 자료 모으기를 돕고 있던 종자는 그 제1관문이란 것을 떠올렸다.
"그겁니까. 잘 됐네요. 하지만 귀족 측은 몰라도 평민 측의 자료를 잘도 준비했네요. 에룬스트 공작도 확보하지 못하던 것이었죠?"
"어떤 사람한테서 들어서 말야. 나 자신으로 실험해봤으니 확실하다고 증명되었다."
"갑자기 수국의 색을 조사하라고 말씀하셨을 때는 모두들 의아해 했었지요. 저도 그 수국의 색이 변하는 것을 볼 때까지는 반신반의했었구요."
그렇게 말한 종자는, 창가에 있는 화분을 보았다. 화분의 나무는 잎이 다 떨어져서 죽은 나무 같았다.
"하지만 아직 피어있는 데도 잘라버린 것은 아깝네요."
"저건 시기에 어긋난 거라 겨울까지 버틸 수 있었지만, 빨리 잘라내지 않으면 내년에 꽃이 피지 않아. 피리네가 마음에 들어했으니 내년에도 보여주고 싶어."
"왕녀전하는 전하를 정말 흠모하고 계시니까요. 오빠의 색깔을 띈 것이 마음에 들었겠죠."
"속성은 나와 거의 같은데도 그래."
쓴웃음을 짓는 것 같은 음성이었지만, 로이의 표정을 보면 흐뭇해 한다고 알 수 있다. 그도 여동생에게 꽤나 너그럽다.
"그런데, 전하는 원예에도 해박하셨네요."
"아니, 전문가한테 기르는 법을 들었다."
"그러셨습니까."
"설명을 듣자마자 바로 기억했더니 기분 나빠했었지."
상대의 반응을 떠올리고, 로이는 재밌다는 듯 키득거렸다.
"저는 배움이 느려서 부러울 따름입니다......"
종자는, 왕자를 기분 나빠하는 인물이 있다고는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걸 받아들이며 웃는 주인의 심정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일은 건드리지 않은 채 자신의 정직한 부러움만 고했다.
"자, 이만큼 있으면 충분하겠지. 몸단장 하고 나가자."
"알겠습니다."
서류를 모두 훑은 로이는, 필요한 분량을 모아서 종자에게 건넸다. 종자를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부를 부르러 갔다.
로이는 외출용 옷으로 빨리 갈아입고 마차에 올라탔다.
왕자는 밀랍색 눈동자에 비치는 마을의 광경에, 즐거운 듯 미소짓는다.
"전하, 질리지도 않으십니까."
"질리지 않아. 그리고 매일 다른 모습이고."
그렇게 조금 달리고 있자 로이의 눈초리가 약간 달라졌기 때문에 종자가 시선을 쫓아가보니,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나 물어봐도 될까?"
"뭔가요."
"친구는 어떻게 만드는 거지?"
"어째서, 갑자기?"
"전에, 친구가 되어달라고 부탁했다가 거절당해서."
"말했습니까......?"
"그래."
"상대는 남자아이였지요?"
"그랬는데?"
".......저기 말이죠, 전하."
"뭔데."
"친구가 되어달라는 말을 들으면 기쁘겠습니까?"
로이는 몇 초 생각하고서, 표정을 찡그렸다.
"내가 말을 잘못했었나."
"친구로 적합한 상대와는 자연스레 함께 있는 법입니다."
"그런가?"
"적어도 저는 그랬지요. 함께 있어서 재밌다고 생각하는 상대하고는 오랜 기간 어울릴 수 있고, 가끔 만나게 되어도 변함없이 대할 수 있습니다. 싫어하는 상대와는 어떻게 해도 오래 지낼 수 없지요."
"그대는 좋은 친구를 가졌구나. 부러워."
설마 자신이 왕자한테서 선망의 눈초리를 받게 될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던 종자는 동요했다.
"제 경험이 참고가 되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니, 덕분에 내 잘못을 깨달았다. 고맙다."
"당치도 않습니다."
목적지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종자는 대화의 흐름에서 신경쓰인 일을 물어보았다.
"그 거절한 분과는, 그 후 어떻게 되었습니까?"
"때때로 만나고 있다."
"만나고 있습니까......?"
"그래, 내 일에 어울리게 하고 있지."
"만일을 위해 확인하겠습니다만, 그 일은 그 분이 아니면 무리입니까?"
"적임이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나도 익숙해졌으니 혼자서도 괜찮겠지. 하지만 그와 함께 하는 편이 재미있는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아."
조금 생각한 뒤 즐겁게 미소짓는 로이를 보고, 종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거, 이미 친구 아냐?
"그렇습니까. 전하께서 즐거우시다면 다행입니다."
"너도 만난 적이 있어."
"예!? 누구입니까!?"
정말로 알지 못하겠다는 모습에, 로이는 미소를 지으면서 가르쳐주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로이는 종자를 데리고 저택의 현관 앞에 섰다. 로이가 온 것에 맞추어서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 두 문이 열렸다. 열리는 속도에 맞춰서 로이가 걸어들어가자 이 저택의 영애와 집사가 맞이했다.
"전하, 평안하셨는지요."
"류디아 양, 오랜만이다."
"그런가요? 2주일 전에 만났었는데요."
"류디아 양은 꽤 충실한 나날을 보내고 있나보군."
"네......?"
"다른 자들이었다면 애타게 기다렸다고 말했을 거다."
류디아는 눈을 당황하여, 부끄러운 듯 볼을 붉히며 눈꺼풀을 내렸다.
"무례를 용서해주세요."
"아, 그게 아냐. 그대의 이야기를 듣는 게 즐겁다고 생각한 것이다."
류디아는 볼을 더욱 붉히며, "그런가요." 라고만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에룬스트 공작에게 줄 서류와 자료를 종자가 집사에게 건넨 뒤, 로이는 류디아의 안내로 홍차의 준비를 해놓은 정원의 한쪽으로 향했다.
"이야, 류디아 양은 정말 좋겠구나."
"다시 언급하지 말아주시겠나요?"
그녀는 매일의 공부에다가 친구가 된 도르네리제와의 교류 등으로 할 일이 많았고, 조금 전까지는 어떤 일로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에 로이를 기다릴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기뻤는데."
"기쁘다니요......?"
"서로 만나지 않는 사이에는 할 일이 있는 게 당연해. 하지만 다른 영애들은 가만히 내 말만 듣고 있어."
일방통행의 대화는 즐겁지 않은 법이다.
"로이 님의 이야기가 흥미로워서 그런 것은 아니고요?"
"그것만으로는 재미없잖아."
"......역시 저도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야 할까요."
로이의 말을 듣고, 자신을 반성하던 류디아는 고민하듯이 중얼거렸다.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로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쪽 일이에요."
류디아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어디를 보여줄 거지?"
"은엽 아카시아를 보기에 좋은 시기고, 근처의 목련도 봉오리가 져서 귀엽답니다."
"그런가. 그거 기대되는군."
안내받기로 한 장소에 도차가자, 은엽 아카시아의 노란색이 시야에 가득 펼쳐지며 봄의 방문을 알려주고 있었다. 전체를 관망할 수 있는 위치에 테이블과 의자가 준비되었고, 홍차를 든 메이드가 서 있었다.
"에룬스트 가문의 정원은 항상 다른 모습을 보여줘서 즐거워."
"네, 저도 이 정원을 정말 좋아한답니다."
류디아가 자랑하는 마음을 잘 알 수 있었다.
홍차가 나온 것을 확인하고, 류디아는 메이드를 물러나게 하였다. 그리고는 일단 온화한 공기 속에서 꽃을 바라보려고 두 사람이 돌아보자, 은엽 아카시아 중 하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크게 흔들릴 정도의 바람은 불지 않고 있다.
"무슨 일인가요......?"
불온한 소리에 겁먹으면서도, 류디아는 자신의 집의 일이라서 확인해보려고 흔들리는 나무를 향해 다가갔다.
"조금 거리를 두는 편이 좋아."
로이는 그렇게 말하며 류디아의 앞에 서고는, 만일을 위해 그녀를 등에 숨겼다.
두 사람이 흔들리는 은엽 아카시아를 가만히 바라보는 사이 수십 초가 지났다. 그러자, 갑자기 노란 꽃들 사이에서 꽤 커다란 무언가가 내려왔다.
"!?"
놀란 류디아는 입을 막으며 무심코 로이의 옷소매를 쥐었다.
"......."
들고 있던 나뭇가지 때문에 중심이 무너질 듯 하면서도 어떻게든 착지한 소년은, 가죽 덮개에 들어있는 가느다란 톱을 허리에 찬 채로, 노란 꽃이 피어있는 몇 개의 나뭇가지를 어깨에 짊어지며 일어섰다.
"왜 그런 곳에서 떨어졌나요!?"
"응? 아가씨?"
"어떻게 해야 나무 위에서 떨어지는 일이 생기나요!?"
"그게, 오크 님의 방에 장식할 것을 아버지가 내게 맡겼길래, 모처럼이나 양지바른 곳의 예쁜 녀석을 가져가려고 생각해서."
"그렇다고 해서 올라가다니, 위험하잖아요!"
화내는 류디아의 말을 듣고 눈이 휘둥그레진 그는,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걱정해줘서 고마워."
"전혀 반성하지 않네요....."
소년은 화내는 류디아의 머리를 쓰담으면서 달랬다.
"......놀래켰지."
그 목소리에 굳은 류디아가 딱딱한 움직임으로 쭈뼛거리며 돌아보자, 로이는 흥미롭다는 듯 밀랍색 눈동자를 빛내고 있었다.
"류디아 양한테는 이런 쾌활한 면도 있었구나."
"저기, 이건...... 그......"
"네가 로이 님이었다니."
류디아가 견습정원사 소년을 바라보자, 그는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반면 로이는 화사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서 아가씨한테서 듣던 이야기가 이상했던 거였어."
"저, 이상한 말은 한 마디도 안했는데요."
"아니. 이상한 것은 이 녀석인데."
견습정원사 소년은 로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류디아는 그 태도에 어안이 벙벙해지면서도 다그쳤다.
"로이 님은 왕자전하예요!! 무례해요!"
"......라고 하는데, 말투를 고치는 편이 좋을까?"
"아니, 비공식적인 자리라면 상관없어."
"내가 너랑 공식적으로 만나는 일이 생기겠냐고."
"앞일은 모르지."
"그렇게 되면, 네게 존댓말 쓰는 거 진짜 기분 나쁠 것 같아."
"나도 싫어."
견습정원사 소년과 즐거워하는 로이의 대화에, 류디아는 이번에야말로 어안이 벙벙했다.
".......아는 사이였나요?"
"이 녀석, 미아였어."
"그게 인연이 되어, 시가지를 시찰할 때 협력받고 있다."
"그런 일은 듣지 못했어요......"
"나도 아가씨와 레오가 아는 사이인줄 몰랐는걸. 불만이라면 레오한테 말해. 이 녀석 절대 일부러 그랬다고."
"그게, 만났을 때 설명하면 된다고 생각했었지만, 의외로 만나지를 못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도 정말 즐거워하는 로이를 보며, 견습정원사 소년은 어이없어하였다.
".......혹시 나를 놀래키고 싶었어?"
"이자크가 어떻게 반응할지 기대되었던 것은 맞아. 하지만 놀라지 않았잖아."
"네 신분이 꽤 높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어느 쪽이냐고 하면, 네가 틀딱같은 이유에 납득했어."
"그것 뿐인가?"
"그것 뿐인데?"
"그런가."
"으엑. 너, 그 쓸데없이 눈부신 거 그만둬. 아가씨 좀 도와줘."
"저를 방패로 삼지 말아줄래요!?"
눈부신 미소를 짓는 로이를 보고, 견습정원사 소년은 류디아의 뒷편으로 피난갔다.
"아가씨는 마력이 강하니까 마방도 높잖아. 아가씨라면 가능해."
"뭔가요 그 논리는!? 마력하고는 관계없잖아요."
그렇게 대화하는 옆에는, 이질적인 광경을 목격하고 얼어붙은 자가 있었다. 그 모습을 눈치챈 견습정원사 소년.
"얼라? 마테우스 형이잖아."
그의 시선을 쫓아서 돌아본 로이는, 종자의 모습을 확인했다.
"뭐야. 아직 시간은 있을 텐데, 급한가?"
"아뇨....... 조금 소란스러워서 무슨 일이 있나 하고 와 보았을 뿐입니다."
종자의 말을 듣고, 류디아가 사과한다.
"이거 정말 죄송해요. 저희 가문의 하인이 무례하게 굴었어요."
"어, 나?"
"자크가 나무 위에서 떨어져서 그렇잖아요."
"아, 그랬지. 소란피워서 죄송했습니다."
"아뇨, 아무 일도 없었다면 괜찮습니다."
"나는 괜찮으니 돌아가도 돼."
"마테우스 형은 걱정되어서 와 줬잖아."
"그게 그의 일이니까. 그리고 마테우스가 있으면 너희들과 제대로 말할 수 없고."
"흐음~ 너도 아이 같은 말을 하는구나."
아이들만의 자리에 어른이 개입하는 것이 싫다니, 그 치고는 드물게도 아이다운 행동이다.
"가, 갑자기 뭐야......?"
로이의 갑작스런 변화에, 견습정원사 소년은 흠칫거렸다. 소년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말이었지만, 그 지적은 로이에게 있어 큰 충격이었다. 어른 같은 취급을 받고 그렇게 행동하는 일에 익숙한 자신에게도 이런 면이 남아있었을 줄이야.
"아!"
"뭐, 뭐야!?"
이번에는 종자가, 견습정원사 소년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 목소리에, 소년과 류디아가 놀랐다.
하지만 종자는 두 사람을 배려할 수 없었다. 이제야 마차 안에서 주인이 말했던 대답의 의미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로이와 종자의 대화를 모르는 두 사람은 당황했다. 손가락질 받고 있는 소년은, 특히나 더 당혹스러워했다.
"하하하핫."
자신이 왕자였다는 일은 흘려보냈는데, 이런 일에는 놀라는가. 처음 보는 그의 놀라는 모습이 재미있어서, 로이는 소리내어 웃어제꼈다.
"........아가씨, 어떻게 된 거야 이거??"
"제게 묻지 마세요. 일단, 자크 탓이겠죠."
"엥~?"
".......뭐, 로이 님은 즐거워 보이니 잘 됐네요."
"나, 개그 같은 건 하지 않았는데~"
미소 짓는 공작영애와, 고개를 갸웃거리는 견습정원사 소년.
봄의 발걸음이 다가오는 정원에서, 왕자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여성향 게임의 세계라는 것과 관계 없이, 그들은 매일을 거듭하여 살아간다. 그러던 나날에 완만한 변화가 일어난다고 눈치채지 못한 채ㅡㅡ
1장 끝.
728x90'연애(판타지) > 여성향 게임의 엑스트라조차 아닙니다만'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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