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5. 압화
    2021년 11월 03일 21시 30분 4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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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313ff/17/

     

     

     "항상 맛있는 차 고마워요."

     

     홍차를 모두 마신 류디아는, 메이드 카틀린에게 미소지으며 감사를 표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에요. 류디아 님의 입맛에 맞아서 기쁘게 생각해요."

     

     카트린은 기쁜 듯이 웃어주었다. 

     문득 테라스에서 정원을 바라보는 주인을 보며, 카트린은 위화감을 느꼈다.

     

     "류디아 님, 오늘은 산책하러 가지 않으시나요?"

     

     오후부터 시작되는 교습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평소였다면, 차를 모두 마신 시점에서 견습정원사 소년이 있는 곳으로 갈 터였다.

     

     "무엇을 말해야 좋을지 몰라서요......"

     

     지금까지는 자신에게 기뻤던 일이 있을 때마다 견습정원사 소년에게 보고했었다. 하지만 한 가지 말할 수 없는 것이 생겼다. 

     류디아가 주먹을 쥐며 고개를 숙이려던 때, 카트린의 말이 들렸다.

     

     "말하지 않으면 되지 않나요?"

     

     "네.......?"

     

     "말하고 싶지 않은 일은 말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말할 수 있는 상대에게 말하면 돼요."

     

     "하지만......."

     

     "류디아 님은 말해주고 싶은가요? 아니면 말하고 싶지 않은가요?"

     

     "양쪽 둘 다인데요....."

     

     "류디아 님, 실례 좀 할게요."

     

     카트린은 큰맘 먹고서, 류디아의 손을 양손으로 감싸쥐었다. 손에 전해지는 열기와 같은 온도의 미소가, 류디아의 눈앞에 있다.

     

     "류디아 님이 하시고 싶은대로 하세요. 저는 류디아 님의 옆에 있겠어요."

     

     "고마워요."

     

     그렇게 중얼거리고, 류디아는 미소지었다.

     카트린 덕분에 조금 각오가 생겼다.

     

     "......산책하러 갈게요."

     

     "조심히 갔다오세요."

     

     카트린이 말로 부추기자, 류디아는 정원으로 향했다.

     오늘은 테라스에서 보이는 장소에서 작업하고 있기 때문에, 얼마 안 지나 견습정원사의 근처까지 도착하였다.

     

     "자크......"

     

     "아가씨."

     

     "저, 저기......"

     

     "마침 잘 됐어. 아가씨, 함께 내 정원에 가지 않을래?"

     

     상대 쪽에서 볼일이 있다는 것은, 아직 제대로 말할 수 없었던 류디아에게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녀는 소년이 내민 손을 붙잡았다.

     광장에 도달하자, 여름 정도의 열기는 없지만 아직 눈부신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뭔, 가요..... 이건."

     

     광장에는 이전과 변함없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발치를 보고 한 곳이 크게 바뀌었음에 놀랐다.

     

     "씨앗을 사서 옮겨심었어."

     

     바꾼 본인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광장의 수풀이 전부 토끼풀로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이걸 자크 혼자서......?"

     

     "그랬는데?"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여 류디아가 물어보자, 오히려 뭐가 이상하다는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마음대로 걸어봐, 아가씨."

     

     류디아로서는 믿을 수 없는 말을, 다시금 웃으면서 한다.

     

     "그럼, 함께 춤출까?"

     

     "그렇게는 못해요, 자크가 모처럼 키운 것을.......!"

     

     "괜찮아, 괜찮아."

     

     그런데도, 당사자인 그는 웃으며 류디아의 손을 잡아끈다.

     

     "잠깐......"

     

     견습정원사 소년은, 류디아를 이끌더니 왈츠의 기본 스탭을 밟기 시작했다. 많이 연습했던 것이다.

     

     "역시 여기서는 춤추기 힘드네."

     

     "그건 당연하죠."

     

     쓴웃음을 짓는 그에게, 류디아가 대답한다.

     류디아는 화를 숨기지 않고 물어보았다.

     

     "무슨 속셈인가요?"

     

     "음...... 아직 조금 비밀."

     

      아직 밝힐 수 없다며 웃는 그를 보며 눈을 치켜뜬다.

     그는 왜 이렇게 타이밍이 좋을까. 그의 치사한 점이다.

     그에게도 비밀이 있다고 알자, 막혔던 목이 뚫렸다.

     

     ".......자크."

     

     "응?"

     

     "저한테도, 아직 말하지 않은 일이 있어요."

     

     "응."

     

     ".......하지만 다음에 말할게요."

     

     "그래. 그럼 나도 다음에 가르쳐줄게."

     

     조금 목소리가 떨렸지만, 그는 그걸 눈치채지 못한 척 하며 이 양지처럼 따스한 미소로 류디아의 말을 받아주었다.

     거의 한 곡 분량의 왈츠로 올빼미 분수 근처를 몇바퀴 돌고 나서, 그날은 헤어졌다.

     

     

     이틀 후, 에룬스트 공작저에 한 손님이 찾아왔다. 류디아는 아버지인 제랄드와 함께 그 손님을 맞이했다.

     

     "잘 오셨습니다, 전하."

     

     제랄드를 따라서, 류디아도 스커트의 끝단을 쥐고 예를 표한다.

     

     "바쁜 와중에 미안. 공의 정원은 멋지다고 유명해서, 한번 보고 싶었다."

     

     "그럼, 류디아가 정원을 안내하도록 하지요."

     

     "아, 그 전에."

     

     제1왕자는 종자에게 서류를 들고 오게 하였다. 그리고 그걸 제랄드에게 건넸다.

     

     "삼성장인 공에게 검토를 부탁하고 싶다."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랄드는 내심 놀랐지만, 털끝만큼도 드러내지 않은 채 온화한 미소 그대로 서류를 받아들어서 훑어보았다. 개요를 파악한 제랄드는 약간 눈을 부릅떴다.

     

     "이것을 전하께서......?"

     

     "서두르는 면이 있다는 건 자각하고 있다. 하지만 조사기관도 설치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 의심스러운 자가 있다면, 조용히 만들 재료도 돼."

     

     "확실히,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일지도 모르겠군요."

     

     제랄드는 쓴웃음을 지었다.

     

     "급격한 변화는 반발을 살 테니까."

     

     "그럼, 귀성하실 때까지 대답드리지요."

     

     "잘 부탁한다."

     

     "디아, 나는 조금 할 일이 있으니 정원의 안내를 맡줄 수 있겠니?"

     

     "알겠어요."

     

     제랄드가 부탁하자, 류디아는 수긍하고서 가을꽃이 많이 핀 장소까지 제1왕자를 안내하였다. 편지가 먼저 왔기 때문에, 거기서 차를 들 수 있도록 테이블을 준비해놓았다.

     가을꽃이 흐드러지게 핀 광경을 본 제1왕자는, 감탄의 탄식을 하였다.

     

     "가을에도 이렇게나 꽃이 많이 필 줄이야......"

     

     훌륭다면서 꽃을 바라보는 제1왕자를 보며, 류디아는 내심 자부심을 느꼈다.

     

     "자연스러움을 남긴 꽃들이군. 이건 성에서는 따라할 수 없겠어."

     

     "전하의 칭찬, 당가의 정원사도 기뻐할 것이옵니다."

     

     메이드 카트린이 홍차를 내어주자,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제1왕자가 종자들을 물리쳤기 때문에, 둘이서만 대화하자는 뜻으로 생각한 류디아는 카트린에게 물러나도록 지시했다.

     가을의 정원에서 두 사람이 된 것을 확인한 뒤, 제1왕자는 미소지었다.

     

     "와, 이제야 편해졌네."

     

     "전하......"

     

     "류디아 양."

     

     수정을 요구하는 눈길을 받고, 류디아는 말을 고친다.

     

     "......로이 님."

     

     "응."

     

     제1왕자 로이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찾아와서 미안했어. 특히 에룬스트 공은 바빴을 텐데.

     

     "아뇨, 아버님께선 더 쉬는 편이 좋았으니, 좋은 기회였어요."

     

     "그럼, 나는 일거리를 늘려주고 말았구나. 역시 나중에 사과해둬야겠어."

     

     "그건 아버님만 가능한 일인가요?"

     

     "그래. 교육기관의 관리도 공......류디아 양의 아버지의 관할이니 직접 부탁했어."

     

     "로이 님은 그 나이에 국가의 교육에도 관심을 갖고 계신 거네요."

     

     "그거..... 사실은 내 고집을 그럴 듯 하게 쓴 것 뿐인데......"

     

     "네......?"

     

     "아마, 아바마마가 보면 바로 들킬 거야. 그래서 이번 약혼녀 후보의 상담을 하는 척 하며 에룬스트 공과 미리 의논하고 싶었어."

     

     "폐하께 들키면 안 되는 건가요......?"

     

     "응. 나는 확실하지 않은 일을 하려는 거니까."

     

     그래서 왕이 알게 되면 말릴 거라고 로이는 말했다.

     

     ".......나는 언젠가 왕이 돼. 그 권리와 책임을 포기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또 하나의 욕심이 생겨서, 조금 발버둥치려고 생각해."

     

     "발버둥......"

     

     "여기서, 협력자가 필요해."

     

     밀랍색의 눈동자가 똑바로 쳐다보자, 류디아는 눈을 부릅떴다.

     

     "저, 말인가요......?"

     

     "그래. 이번 방문은 생일축하의 답례를 칭한 내 약혼녀 후보와의 면담이니까."

     

     로이는 신하가 준 방문 상대의 리스트를 보았을 때, 너무 속뜻을 알기 쉬워서 웃을 뻔했다. 리스트의 상대들은 얼추 만났고, 류디아를 마지막 면담 상대로 만나고 있다.

     

     "에룬스트 가문은 예전부터 중립을 지키던 가문이었으며, 삼성장의 관직도 중립이어야만 맡을 수 있어. 그대는 격으로 보나 혈통으로 보나 약혼녀로서 최적이야. 나는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의 유예가 필요해. 그 사이, 신하가 조용해지려면 약혼녀가 필요해. 가능하다면 나의 이해를 해준 상대면 더욱 좋고."

     

     학교에 들어가는 일은 수 년 후의 일인데, 먼 미래까지 이미 꿰뚫어보고 있다는 점에 류디아는 말문을 잃었다.

     

     "그리고 나 개인으로서는 정략결혼을 한다면, 류디아 양.......그대가 좋아. 협력해 줄 수 있을까?"

     

     대답을 주저하는 류디아의 기색에, 로이는 쓴웃음을 짓던 눈매를 부드러운 것으로 바꾸었다.

     

     "지금 바로 대답하지 않아도 돼. 서로 더 알게 되고, 내가 믿을만한지 아닌지 판단해."

     

     "그런, 로이 님을 시험하는 짓은......"

     

     "괜찮아. 그대한테는 그럴 권리가 있어. 나는 그대를 이용하려 하고 있어. 그대도 과도한 불이익과 위험성을 짊어지게 되니, 그대도 나를 이용할 수 있다면 하도록 해."

     

     "생각 좀 할 수 있을까요?"

     

     "물론, 그럴 셈이야."

     

     싱긋 미소지은 로이는, 그걸로 충분하다며 홍차를 입에 대었다.

     

     "제가 거절했을 경우, 로이 님은 어떻게 되나요?"

     

     "다른 후보에서 고를 수 밖에. 하지만 류디아 양처럼 대화를 할 수 없으니 설명은 안 할 거지만."

     

     "......그러고 보니, 아직 후보인 단계에서 면담했다는 사실을 밝혀도 괜찮은가요?"

     

     "친구한테 숨길 일도 아니잖아. 그리고 이후로도 이 기회를 이용해서 에룬스트 공하고도 연락을 취하고 싶고."

     

     "저를 빌미로 말인가요."

     

     "류디아 양과 대화하는 것은 즐거우니, 공과의 연락은 어디까지나 덤이야."

     

     로이의 말에 거짓은 없다고, 표정에서 알아챘다. 그래서 류디아도 표정을 풀었다.

     

     "어쩔 수 없네요. 그 정도는 이용당해드릴게요."

     

     "고마워."

     

     일부러 탄식하면서 말하는 류디아에게, 로이는 진심어린 감사를 고한다.

     

     "로이 님은 더 온화한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 나는 싫어?"

     

     "싫지는 않아요."

     

     "그래. 나도 나한테 나이에 맞는 감정이 있다고 알게 되어 정말 기뻤어. 고집부리는 것도 재미있고."

     

     평범한 방식이 아니라고 류디아는 생각했지만, 로이의 미소를 보며 가만히 있었다.

     

     

     약혼녀 후보의 면담이 끝난 며칠 후 류디아가 산책에 나서자, 견습정원사 소년이 맞이해주었다.

     

     "오늘은 가르쳐주는 거죠?"

     

     "그래."

     

     류디아가 묻자, 그는 쉽사리 비밀을 밝히겠다고 해주었다. 그의 아버지에게 양해를 구하고서 올빼미의 분수가 있는 광장으로 둘이서 갔다. 담장을 빠져나오자, 여전히 토끼풀의 융단이 펼쳐져 있었다.

     먼저 들어간 견습정원사 소년이, 유디아가 들어옴과 동시에 돌아보았다.

     

     "나, 아가씨한테 행복을 주고 싶었어."

     

     "네.......?"

     

     류디아는 갑작스런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다. 행복이란 물건처럼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

     

     견습 정원사 소년은, 류디아에게 무언가를 씌웠다. 커다란 그것은 머리를 지나쳐서 어깨에 떨어졌다. 토끼풀로 만든 고리였다.

     

     "네잎......"

     

     토끼풀로 된 목걸이는 전부 네잎이었다. 그가 말한 행복, 행운의 상장이라고 깨달았다. 하지만 희귀할 터인 네잎클로버가 왜 이렇게 많은가, 류디아는 그 점에 놀랐다.

     

     "또 있어."

     

     그를 따라서 웅크리자, 세잎의 둥근 잎 사이에 섞인 네잎클로버가 여기저기 보였다.

     

     "어떻게......"

     

     믿을 수 없다. 전에는 세잎 뿐이었다.

     

     "아가씨가 걸어가서 그래."

     

     그의 말 뜻을 이해할 수 없어서, 옆에서 함께 웅크린 그를 보았다.

     

     "나도 잘 모르겠지만, 춤추거나 해서 놀래키면 잎이 늘어난대."

     

     그래서 전에 그렇게나 토끼풀 위에 자신을 걷게 만들고 싶었던 거구나. 이유를 알자 약간 어이없었다.

     

     "제가 아니라 자크만 했어도 충분하지 않았나요?"

     

     "아가씨가 걸어야만 했어."

     

     "어째서......"

     

     "왜냐면, 그렇게 하면 아가씨가 걸었던 자리에 행복이 생기잖아. 아가씨가 왜 기운이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아가씨가 제대로 땅을 디디고 걸어간 길이라면 괜찮아."

     

     깜짝 놀랐다.

     내 고민을 깨달은 것 뿐만 아니라, 이런 식의 격려를 해준 것에. 자신이 결단한 행위의 결과가 두려웠다. 하지만 그는 이 걸음 끝이 행복으로 이어진다고 눈에 보이는 형태로 증명해주었다.

     로이와 대화해서 용기를 얻었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던 불안감을 그가 없애버렸다. 볼에 뜨거운 것이 흐른다.

     

     "어!? 아가씨!?"

     

     한 방울이 흐르자 멈출 수 없게 되어, 니겔라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줄줄 흐른다. 그걸 본 견습정원사 소년은 깜짝 놀라서 당황하였다.

     

     "자, 잠깐........ 나, 그렇게나 무신경했어.......!? 아무것도 몰라서 미안!! 아가씨가 기운차리게 해주고 싶었는데......"

     

     "저."

     

     그가 사과하는 것을 가로막으며, 눈물을 흘리는 채로 류디아가 입을 열었다.

     

     "전날, 파티에서 전하를 만났어요."

     

     "으, 응."

     

     "전하, 로이 님은 훌륭한 분이셨어요. 댄스의 리드도 정말 잘하고, 부드럽고 지성이 넘치는 분이었어요."

     

     "응."

     

     "그리고 저는 로이 님의 약혼녀 후보 중 한 명이 되었어요."

     

     "응."

     

     "그 후 다시 한번 로이 님을 만났는데, 유력후보가 되었다고 들었어요."

     

     "응."

     

     "저는 확실히 그림책에서는 왕자님의 공주님이 되는 이야기를 동경했었어요. 하지만 자신이 그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응."

     

     "깜짝 놀라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서...... 귀, 귀족의 영애로서 영광스러운 일일 텐데......"

     

     "그야, 깜짝 놀라는 게 당연하지."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올려다보자, 구리색의 따스한 눈매와 마주쳤다.

     

     "아가씨보다 연상인 나도 결혼은 커녕 연애도 생각해보지 않았는걸. 아가씨는 지금도 배움에 그렇게나 노력하고 있으니, 분명 허용량을 넘어선 거라고."

     

     당연하다고 긍정하자, 진정되었다. 자연스레 눈물도 잦아들었다.

     

     "그건 바로 확정된 거야?"

     

     "로이 님은, 이제 만난 참이니 생각해보라며....."

     

     "그럼 천천히 생각하면 되잖아."

     

     왕자가 착한 녀석이라 잘됐네, 라며 그는 웃었다.

     

     "아가씨는 아직 아이니까 갑자기 어려운 일은 생각하지 않아도 돼. 눈앞의 일을 하다보면, 그러는 동안 알게 돼."

     

     "그......렇네요. 아직 후보인걸요."

     

     "맞아."

     

     초조해하지 않아도 생각했더니, 마음이 꽤 잔잔해졌다.

     

     "아가씨가 행복해지면 그걸로 됐어."

     

     "왜 제가 기준인가요?"

     

     "나는 왕자를 모르는걸. 모르는 녀석보다, 아가씨가 웃어주면 그걸로 됐어."

     

     ".......자크, 이 네잎 클로버, 몇 개 따서 돌아가도 되나요?"

     

     "괜찮아."

     

     돌아가서 압화를 만들자. 그리고 부모님에게 감사의 마음과 행복의 기원을 선물해주자고 류디아는 결심했다.

     그에게는 어떻게 해줄까. 이 토끼풀은 그가 기른 것이고, 압화를 준다 한들 그는 책을 소지하지 않은 상태다. 어떻게 감사를 전해야 할까 고민하며 토끼풀을 바라보고 있자, 옆에서 그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런가......"

     

     "자크?"

     

     "나, 바보였구나. 계속 아가씨한테 보여주기 위해 정원을 만들려고 생각했었어. 어쩌면 내가 어엿한 정원사가 되는 것 보다 먼저, 아가씨가 다른 가문으로 시집갈지도 모르겠어."

     

     그것은, 류디아도  막연하게 계속 이어질 거라 생각하고 있었던 일상.

     그것에 끝이 있다고 알게 되자, 류디아는 눈을 부릅떴다. 자신이 두려워했던 것이 바로 이거다. 이 나날이 계속되지 않는다고 알게 되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또 눈물이 나오려 했지만, 그가 보여주는 따스한 미소에 눈물이 사그라든다.

     

     "나, 빨리 정원사가 되어야겠어."

     

     그가 자신을 생각하여 말해준 대사가, 정말 기뻤음과 동시에 매우 슬펐다.

     행복으로 가득 찬 정원에서 미세한 쓸쓸함을 담아, 소녀와 소년은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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