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2. 황혼
    2021년 11월 03일 01시 33분 4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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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313ff/14/

     

     

     

     나는 저택 뒷편에 있는 수풀이 난 장소에 있다. 세탁물 건조대를 세울 예정인 장소여서, 그다지 사람이 오지 않는다.

     

     "자세가 좋아졌군요."

     

     "그런가요?"

     

     체술의 지도가 끝나자, 스승이며 집사인 하인츠 씨는 내가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것을 말해주었다.

     

     "예. 그대로 두면 등이 굽을 것 같아서, 교정해주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럴 수고를 덜었다고 스승은 말했다.

     

     "뭔가 했습니까?"

     

     "음..... 아, 근력운동을 하기 전에 스트레칭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가요. 이후에도 그렇게 하세요."

     

     "예."

     

     어떻게든 언급하지 않고 끝나서, 내심 가슴을 쓸어내렸다.

     자세가 좋아진 이유는, 아마 아가씨의 연습에 어울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기, 스승님."

     

     "......뭔가요."

     

     "전부터 신경쓰였는데요, 스승님 처럼 하인이면서도 싸울 수 있는 사람은 많나요?"

     

     "많지는 않지만, 기사의 가계에서 고용하고 있지요. 정규 호위를 붙일 수 없을 경우에도 대처할 수 있으니까요."

     

     "오~"

     

     "조만간 류디아 님께도 몇 명 붙여야겠군요......"

     

     "그건 아가씨와 나이가 비슷한 녀.......사람이 늘어난다는 뜻인가요?"

     

     "확실히 가까운 또래의 자제들로 갖춰놓을 예정이지만, 그게 어째서?"

     

     "아뇨, 아가씨한테 깐......친구가 생기는구나 싶어서요."

     

     "참 느긋하네요......."

     

     아, 스승이 어이없어한다. 스승이 표정을 드러내니 드문 일이다. 나, 그렇게나 이상한 말을 한 걸까.

     

     "잡담은 여기까지입니다. 일하러 돌아가세요."

     

     "예! 오늘도 감사했습니다!"

     

     반사적으로 경례하며 인사하자, 스승의 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하지만 곧장 조용한 표정으로 돌아가서는, 발걸음을 돌려 저택으로 돌아갔다.

     나는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아버지가 작업하는 곳까지 돌아가서 잡일을 하였다.

     

     "음......?"

     

     나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다. 저택 안에서 창문을 닦고 있는 메이드들이 있는 정도다.

     요즘, 저택 부근에서 작업하고 있으면 이상한 느낌이 드는 때가 있다.

     

     "정령이 장난이라도 치고 있나??"

     

     나는 원인불명의 감각에 그렇게 납득하고서 작업으로 돌아갔다.

     

     

     아가씨의 연습에 어울렸던 1개월은 의외로 빨리 지나갔다.

     일단, 파티의 전날을 마지막 연습날로 삼았다. 나는 마지막까지 아가씨의 상대를 해주는데만 신경써서, 제대로 춤추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연습날 마지막이 되어서야 걱정이 되어 물어본다.

     

     "나로도 연습이 되었어......?"

     

     "네. 배울 때는 혼자여서, 실제로 상대가 있을 때야 눈치채는 일이 있답니다."

     

     아가씨가 만족스럽게 말해서, 나는 안심했다.

     

     "그래. 다행이다......"

     

     "저기, 자크......."

     

     아가씨가 주저하면서 입을 연다.

     

     ".......저기, 연습에 어울려줘서, 고...... 고마웠어요. 저......음, 그래서......"

     

     눈을 돌리는 아가씨는, 일단 입술을 닫고 나서 이쪽을 보았다.

     

     "고마워요."

     

     피어나는 꽃봉오리처럼, 아가씨가 미소지었다.

     

     "파티 힘내."

     

     응원의 말과 함께 준비해두었던 종이봉투를 건네주자, 아가씨는 놀라서는 받아든 그것을 바라보았다.

     

     "이건......?"

     

     "함께 가지 못하니까, 그 대신의 부적."

     

     아가씨는 약간 눈을 부릅뜨면서, 종이봉투의 내용물을 꺼내들었다.

     안에서 나온 것은 흰 색상의 베이비로즈의 장식이 달린 하늘색 리본.

     

     "싸구려니까, 무리하게 갖고 가지 않아도 돼."

     

     내일은 아가씨에게 있어 발표회나 수능같은 것이라서 합격을 기원하는 의미로 만들어 보았지만, 쓸데없던 일이었을까. 조금 전부터 리본을 바라본 채로 반응이 없다.

     

     "미안, 그대로 주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 생각해서 봉투에 넣었는데....."

     

     아직도 반응이 없다. 마음에 안들었나, 화려한 것을 고르고 싶었는데.

     

     "만일 마음에 안 든다면, 버려도......."

     

     "절대 버리지 않아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감싸려는 듯 리본을 숨긴다.

     일단 리본을 감싼 아가씨의 경계심을 풀기 위해, 나는 양손바닥을 보이며 적의가 없다는 몸짓을 보였다. 갖고 가지 않을 거라고 이해한 아가씨는 경계를 풀어주었다.

     품고 있던 손을 펴고는, 다시 손 안의 꽃을 확인한다.

     

     "예뻐......아름다워......"

     

     아가씨는 기뻐하는지 미소를 지었다.

     

     "내일은 힘낼게요."

     

     "너무 긴장하지 마. 모처럼의 생왕자니까."

     

     "왜 '생' 자를 붙이는 건가요..... 이걸 보면 자크를 떠올려서 힘이 빠질 테니, 괜찮을 거예요."

     

     "뭐~ 나 왠지 욕먹은 듯한 기분인데?"

     

     "어떤 의미로는 칭찬하고 있답니다."

     

     어떤 의미라니 뭐야. 뭐, 부적이 쓸모없지는 않았던 모양이니, 잘 됐다고 치자.

     황혼 무렵, 석조 정자와 연못의 수면 모두가 주황색으로 물든 와중에, 우리들은 평소의 대화를 하며 웃었다. 석연치 않은 끝맺음일지도 모르지만, 우리들은 이걸로 괜찮다는 느낌이 든다.

     그 날, 돌아가려고 저택을 나서기 전에 본 메이드의 눈가가 붉었다. 여름인데도 아직 꽃가루 알러지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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