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양지2021년 11월 01일 08시 53분 1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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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됩니다."
요리장에게 거절당한 류디아는 볼을 부풀렸다.
"어째서요? 하지만 자크는......"
"자크? 아, 꼬마 말입니까. 아가씨와 꼬마는 다릅니다."
올려다보는 고용주의 딸에게, 요리장은 겸연쩍은 듯 머리를 긁었다.
"그 녀석은 조금 상처입거나 아픈 꼴을 당해도 괜찮지만, 아가씨는 그렇게 안 되지요. 만의 하나 화상이라도 입게 되면, 제가 메이드들한테 혼나버립니다."
"알겠어요......"
"하지만, 그 꼬마한테 과자를 만들어주고 싶다니 아가씨는 기특하십니다."
"아니라고요! 답례를 해줄 뿐이라고욧!"
무뚝뚝해보이는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요리장에게, 류디아는 얼굴을 붉히며 전력으로 부정했다.
"실례했어요."
요리사의 따스한 눈길을 견딜 수 없었던 류디아는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잊었던 일을 떠올리고는, 다시 돌아와서 주방 입구에 얼굴을 내밀었다.
"무리한 말을 해서 죄송해요. 항상 맛있는 요리 감사해요."
아직 미소짓는 표정은 아니었지만, 말할 것은 다 말했기 때문에 요리장의 반응을 확인하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났다.
이러면, 어떻게 답례를 해야 좋아.......?
자신의 방문을 닫으며, 류디아는 한숨을 쉬었다.
.......무엇을 좋아하는 지도 몰라.
새삼스럽게 깨달은 사실에 아연실색한다. 자신이 아는 그의 정보가 너무나 부족하다.
정보가 부족한 것은 스스로 나서서 말하지 않는 그의 탓이라며, 류디아는 볼을 부풀렸다.
"류디아 님, 왜 그러신가요?"
방에서 대기하던 메이드 카트린이,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저, 잠시 산책 좀 하고 올게요."
그렇게 말하고 나가려던 류디아를, 카트린이 서둘러 멈춰세웠다.
"잠시만요......! 햇살이 강하니 양산을 들고 가세요."
흰 레이스가 달린 자그마한 양산을 류디아에게 건넨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이 시기에 그대로 바깥으로 나가면, 모처럼의 흰 피부가 타버린다.
"고마워요. 갔다 올게요!"
"조심하세요."
문의 옆에서 카트린이 인사를 하며 주인을 배웅했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주인의 뒷모습이 작아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안심의 한숨을 내쉰다.
"이자크 씨의 일인가요."
그럼 괜찮다, 걱정은 기우였다면서, 카트린은 미소지었다.
조금 지나, 류디아는 울타리 부근에서 정원사인 바움가르트너 부자를 발견했다.
말을 걸려고 했지만, 그보다 먼저 견습정원사 소년이 이쪽을 보았기 때문에 류디아는 놀라서 걸음을 멈췄다. 평소였다면 말을 걸 때까지 이쪽을 보지 않던 그였는데.
"아가씨."
거기다, 왠일로 미소를 가득 지으며 이쪽으로 달려온다. 평소였다면 기다리라고 하고서는 작업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던 류디아는, 반사적으로 양산을 든 손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잠깐 와 봐. 아버지, 괜찮지?"
류디아의 손을 잡고서, 동시에 아버지 데이스의 승낙을 구한다. 아버지가 수긍한 것을 확인하고서, 류디아의 손을 잡은 채로 견습정원사 소년은 걸어갔다.
정신차리고 보니 키가 큰 나무가 많은 장소였는데, 나무그늘 사이로 햇빛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어디로 가나요......!?"
"곧 도착해."
손을 마주 잡을까 고민하면서, 류디아는 작게 화를 내었다.
류디아의 기색을 눈치채지 못한 소년은 돌아보면서 말을 걸었다.
"여길 빠져나가면 도착해."
"잠깐....... 그곳은......"
울타리에 난 관목의 약간의 틈새를 비집듯이 파고 든다. 드레스로는 지나가기 어려운 통과점에, 류디아는 당황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눈동자를 빛내는 그를 보고, 차마 저항하지 못하고 양산을 접으며 함께 파고 들었다.
자기보다 약간 높은 담장을 빠져나가자 갑자기 눈부신 햇살이 덮쳐서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다. 눈을 감고 있는 사이, 오른손에서 온기가 사라졌다는 것에 일말의 섭섭함을 느꼈다.
눈부심에 익숙해진 것을 느끼고, 슬며시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태양의 아래에서 양손을 펼치는 소년이 있었다.
"여기, 내 연습장."
소년은 미소를 가득 지으며 선언한다.
무슨 말인지 몰라 어안이 벙벙해진다. 류디아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올빼미 석상이 놓여진 자그마한 분수의 주변에 그냥 잔디가 펼쳐져 있는 광장이었다. 광장이라고 말하기 망설여질 정도의 넓이였는데, 분수에서 어른이 열 걸음을 걸으면 담장에 닿을 정도다. 숲처럼 나무와 담장으로 둘러싸여서 분수의 주변에만 햇빛이 내리쬐고 있기 때문에, 위에서 보면 뻥 뚫린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이게 무슨......?"
"아버지가 여기서 연습해도 된대!"
류디아가 묻자, 흥분한 기색의 견습정원사 소년이 설명하였다.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견습 시절에는 여기서 연습했대! 나도 여길 써도 된다고 허락받았어!"
여기는 바움가르트너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조경 연습장이라는 말이다. 스스로 정원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기쁜 모양이다.
"해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모아뒀던 용돈으로 씨앗을 샀어."
".......그거 제게 말해도 괜찮나요?"
"아."
귀족들은 보통 길이 없는 장소에 들어서지 않는다. 류디아도 그가 권유하지 않았다면 이런 장소가 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바움가르트너 집안은 독단으로 에룬스트 가문의 부지 내에 자습장소를 만들었다는 뜻이 된다.
"부탁해, 아가씨 비밀로 해줘!"
소년이 애원하자, 류디아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어쩔 수 없네요."
"고마워, 아가씨!"
"그, 그보다 왜 제게 가르쳐 준 건가요!?"
"왜냐면, 아가씨한테 보여주고 싶어서......"
"........!?"
혼나버린 강아지같은 그에게서 흘러나온 말에, 류디아는 볼에 열기를 띄는 것을 느꼈다. 그것을, 화가 났다고 오해한 그는 더욱 주눅이 들어버린다. 그리고, 드레스의 스커트에 붙은 이파리를 눈치채자 한쪽 무릎을 굽혀 죄송하다는 듯 떼어낸다.
"미안.......아가씨한테는 재미없었지......"
"......이, 이제부터잖아요?"
그 목소리에 반응한 소년은 얼굴을 든다.
"이제부터 자크가, 이 아무런 특징도 없는 정원을 바꿀 거잖아요? 그럼, 제가 마음에 들어할만한 정원으로 만들어보세요."
류디아의 말을 듣은 소년은, 이 양지와도 같은 미소를 보였다.
"그래! 좋은 정원을 만들 테니 기대해."
양산 밑이어서 그늘 속에 있을 터인데도, 류디아는 눈부심을 느끼고 올려다보던 그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이야, 정말 지금까지의 생일 선물 중에서 제일 기뻤다고."
기운을 차리고 나뭇잎 떼기를 재개한 소년의 중얼거림에, 이번에는 류디아가 당황했다.
"지금, 뭐라고......"
"응? 그러니까, 내가 견습으로서 일의 성과를 보인 다음에 주겠다며, 아버지한테서 이걸 받는 것이 늦어서....."
"그게 아니라! 생일이라니 도대체 언제였나요!?"
"5월인데.......?"
한 달 이상 전이다. 정말 묻지 않으면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는 남자라면서, 류디아는 화가 났다. 더욱 뭔가를 줘야 하게 생겼잖아.
"......자크는, 무엇을 해줘야 기뻐하나요?"
"뭐야 갑자기."
"괜찮으니까, 대답하세요!"
"음. 으~음......"
류디아의 기백에 압도되어서, 소년은 느낀대로 대답하려고 생각했다. 얼마 안 지나 대답이 나왔다.
"아가씨가 웃어준다면 기쁘겠어."
솔직한 기분을 드러내며 웃는 견습정원사 소년.
"!? 그런 것이 아니라!!"
"엥. 하지만, 기뻐할만한 일은......"
"무엇을 받으면 기쁘냐고 묻고 있잖아요! 물건으로 대답하세욧!"
"딱히 상관하지 않아도 되는데."
"신경쓰이잖아요."
화내는 류디아를 보고, 소년은 더욱 미소짓는다.
"아가씨한테서 벌써 받았으니 됐어."
"저는 아무것도......"
"그 편지. 정말 기뻤어."
유일하게, 류디아가 자신의 손으로 써서 주었던 물건.
"내 보물."
그런 생각이 아니었던 그것을, 그는 소중하다고 말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하나, 하고 할 말을 찾았다. 그리고, 아직 전하지 않았던 대사에 도달한다.
".......생일 축하해요. 자크."
"고마워. 아가씨."
자신은 잘 웃고 있었을까.
설령 실패했다 해도, 그에게 전해졌으니 괜찮다. 그렇게 생각되는 미소를, 견습정원사 소년은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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