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 초대2021년 11월 01일 21시 04분 3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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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괜찮아, 라고 왕자님은 말했습니다."
".......자크, 너무 못 읽어요. 감정이 들어가 있지 않아요."
눈을 반만 뜬 아가씨는, 이럴 바에야 목소리가 작아도 카트린 쪽이 낫다고 말했다.
"그럼 아가씨가 읽어줘."
"그래서는 공부가 되지 않잖아요."
"그건 알지만....."
미세하게 빗소리가 들리는 객실에서, 둘이 소파에 나란히 앉아 그림책을 읽고 있다.
"다음은 이것이에요."
"윽, 또 읽어야 되냐고."
입이 조금 지쳤다고 생각하자, 카트린 씨가 조용히 홍차를 테이블에 놓았다.
따스한 홍차로 입을 달래면서, 나는 생각난 것을 물어보았다.
"아가씨, 왕자가 나오는 책 많이 갖고 있네?"
"공주의 저주를 풀거나 나쁜 드래곤을 쓰러트리는 모습이 멋지잖아요."
"왕자가 전부 금발인 것은 왜 그래?"
"그건 왕족의 상징이라서 그래요."
"왕족은 전부 금발이야?"
"네. 금발 중에서도 찬란할 정도의 금발은 순혈 왕족의 증표라고 불리고 있답니다. 눈동자도 금색에 가까울수록 왕족의 피가 짙다고들 해요."
"오, 그럼 공작님도?"
"증조할머님께서 당시의 왕녀전하였어요."
"음, 왕족은 겉모습도 화려하구나. 난 아가씨의 옅은 금색이 눈이 안 따가워서 좋은데."
공작님 이상으로 눈부신 금발이라면 눈이 너무 따가울 거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걸 읽으면 되는 거지?"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여 옆을 바라보자, 머리카락을 양손으로 움켜쥐고는 얼굴을 붉히는 아가씨가 있었다. 뭔가 매우 화내는 것 같다. 근데, 모처럼의 셋팅이 망가지지 않나?
"왜 그래?"
물어보자 말없이 노려본다. 나, 뭔가 기분을 해칠 말이라도 한 걸까. 아니면, 연습이라고는 해도 나의 국어책 읽기로는 그림책이 재미있지 않아서 그런가.
"미안. 다음에는 조금 더 대사처럼 말하도록 할게."
"......자크는 평생 그렇게 읽어도 괜찮아요."
"뭐야 그 저주는."
갑자기 불합리한 저주를 듣는다. 아가씨의 저주 탓인지, 결국 2권 째의 낭독도 시종일관 국어책처럼 읽어버렸다.
그런 대화가 있은지 며칠 후, 나는 콧노래를 부르면서 여전히 잡초뽑기를 하고 있었다.
"........그 노래 뭔가요?"
"아가씨."
노래부르다 말고 돌아보자, 양산을 쓴 아가씨가 기묘한 것이라도 보는 눈초리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평민들한테는 그런 거친, 아니 신나는 노래가 유행하고 있나요?"
아가씨는 들어본 적이 없는 곡조에 당황한 모양이다. 분명 클래식이나 오페라만 듣고 있겠지.
"일단은 전장에서 부르는 거라고 해."
"평민의 군가인가요?"
"아니 나도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전쟁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노래하는 게 낫지 않아? 라는 이야기라고 하던데."
"가극인가요?"
"글쎄? 나도 여동생이 가르쳐줘서 불러보았을 뿐이라서."
전생의 여동생이, 보지 않은 애니인데 노래만큼은 좋아한다고 하여 가라오케의 연습에 어울려줬었다.
"자크는 외동아들 아니었나요?"
의하해하는 아가씨의 시선에, 나는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동생 같은 애."
맞아. 이젠 피가 이어지지 않았지.
"흐음, 그런 애가 있었나요....."
아가씨는 양산을 든 손을 꾹 움켜쥐고는 입술을 삐죽였다. 왠지 토라졌나보네?
"아가씨가 더 귀여운데?"
"따, 딱히 저는.......!? 그보다, 자크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말 불쑥 해버리는 거 그만두세요!!"
"미안."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일단 사과해둔다. 아가씨는 정말이지, 라고 중얼거리면서도 어떻게든 화를 거두었다.
"그건 그렇고......정말로 정령이 기뻐하네요."
"아, 아가씨는 정령이 보인다고 했었지."
"음악을 바친다고 해도, 좀 더 신성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성가같은 것을 상상한 모양이었던 아가씨는, 흥이 나는 노래를 부르던 나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자기가 좋아하는 거면 괜찮아."
자기가 즐거워하면 뭐든 된다고 주장하는 나에게, 아가씨는 한숨을 쉬었다. 납득하고 싶지는 않지만 실제로 검증되었으니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오늘은 무슨 일이래?"
나는 잡초 뽑기로 돌아가면서, 무슨 보고인가 물어보았다. 평소라면 곧장 말을 꺼낼 아가씨가 웬일로 조용하다.
"아가씨?"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왜 그래?"
물어보자 아가씨의 눈썹이 팔자가 된다.
"음?"
조금 안심시켜주려고 웃어주자, 꾹 닫고 있던 입술이 풀렸다.
"어......"
"응."
"어머님을 통해, 제게 보내는 초대장을 받았어요......"
"응."
"1개월 후에 제1왕자의 생일축하 파티가 열린대요......"
올해는 왕자의 나이에 맞춰서, 오후부터 저녁까지는 어린애 취향의 파티가 열린다고 한다.
그래서 나이가 비슷한 귀족 자제들을 초대하다가, 아가씨한테도 초청장이 왔다는 것이다.
"왕자의 생일에 불렸다니 잘 됐잖아. 좋아자는 진짜 왕자님을 볼 수 있다고."
"그럴 때가 아니라고요.....!"
느긋하게 말해주자, 즉시 부정하는 목소리가 돌아온다.
"저,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거 처음이라고요......!? 처음 나오는 곳이 왕자전하의 생일파티라니.....댄스도 잘 추지 못하는데......"
"괜찮다니까."
"왜 괜찮다고 말하는 건가요!?"
"왜냐면, 아가씨는 예쁘잖아."
"!?"
"괜찮아. 공작님과 오크님의 자랑스런 공작영애니까."
"정말로......? 부모님을 실망시키지 않을까요.....?"
"그래. 오히려 자랑스러워 할 거라 생각해."
"정말, 괜찮을까요?"
"괜찮아. 아가씨는 평소대로만 하면 돼."
아가씨가 제대로 믿어줄 때까지, 괜찮다고 웃으며 반복한다.
"정말......?"
"괜찮아. 아가씨는 멋있어."
"그건 칭찬이 아니에요."
"뭐~ 대단한 칭찬인데."
"정말이지 자크는......"
어쩔 수 없다며, 아가씨는 작게 웃었다.
"응, 평소의 아가씨야."
"!!"
말을 듣고서야 깨달은 모양인 아가씨는, 얼굴을 붉히며 소리없이 당황한다.
"뭐, 즐기고 와."
그렇게 말하자, 아가씨는 내 손을 붙잡았다.
".......자크도 따라오세요."
"공작님도 함께 있지 않아?"
아가씨는 수긍했다.
"그럼 괜찮아. 최강의 아군이라고."
"하지만......자크가 있으면......"
"아가씨."
말하려 하는 아가씨를 말린다. 제대로 마주 보며 전한다.
"난 귀족이 아니라서 무리야."
아가씨는 잠시 반박하려는 몸짓을 보였지만, 큭 하며 참았다.
"그리고, 답답한 귀족의 옷은 내게 어울리지 않고."
".......풋, 그렇네요."
내가 쓴웃음을 짓자, 상상한 모양인지 아가씨가 웃었다.
"죄송, 해요......"
"그래서, 뭐가 그렇게 불안해?"
".......아마, 가문의 격 때문에 한번은 왕자전하와 춤울 기회가 생겨요."
"댄스에 자신이 없어?"
"아직 선생님한테서 칭찬받은 일이 한번도 없었어요......그래서 제가 왕자전하의 상대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앞으로 한 달이나 있어. 연습하면 돼."
"하지만, 부모님들한테 들키고 싶지 않은걸요."
어딘가 몰래 연습하기 좋은 장소는 없나?
"아."
있다.
잠시 생각하다가, 적당한 장소를 떠올렸다.
"좋아, 아가씨. 몰래 특훈하자."
"어떻게 몰래 하는 건가요??"
"좋은 곳이 있어."
나는 빙긋 웃고는, 아가씨의 손을 잡고 서쪽으로 향했다.
서쪽에는 본저에서 복도로 연결된 장소가 있다.
복도는 연못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계속 나아가면 정자에 도착한다.
"어때? 여기라면 괜찮지?"
"확실히, 그렇네요."
정자 중앙까지 안내하자, 아가씨는 주변을 확인하려는 듯 둘러보았다.
"그럼, 힘내! 아가씨."
"지, 지금부터 하나요!?"
"어. 뭐, 일단은?"
갑자기 춤추라고 생각한 모양인지, 아가씨가 놀랐다. 나는 단순히 응원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지금부터 연습할 거면 난 돌아갈......?"
춤추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나 생각해서 작업으로 돌아가려고 했더니, 뒤를 붙잡혔다. 돌아서자, 옷소매를 붙잡은 아가씨가 있었다.
"뭔데? 아가씨."
".......응원해줄 건가요?"
"응."
"그럼, 연습상대가 되세요."
"응!? 나, 춤출 수 없는데?"
"제가 최소한은 가르칠게요."
"뭐~"
나를 가르친다니 본말전도잖아?
"키가 비슷한 상대가 있는 편이 연습이 잘 돼요."
"으...... 알았어. 그럼 내일부터 하자."
"어째서요?"
"앞치마를 갖고 와야하니까. 아가씨의 예쁜 드레스를 더럽힐 수는 없잖아."
당겨지는 감각에 이끌려 시선을 주자, 조금 전보다 더욱 강하게 소매를 쥐고 있다.
".......아가씨, 딱히 상관없지만, 소매 엄청 구겨졌는데."
"아.......!"
고개를 숙이던 아가씨는 놀라서는 당황하여 손을 놓았다.
"일단 돌아갈까."
무심코 손을 내밀었다.
아가씨의 작은 손이 내 손바닥 위에 올려진다.
"......뭔가요?"
"아니~ 아무것도."
의아한 표정을 짓는 아가씨에게, 웃으며 대답한다.
손을 잡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작업을 빼먹고 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큰일났다.
어차피 아버지한테 혼날 거라면, 하나 더 부탁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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