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8. 다과회2021년 11월 01일 02시 31분 0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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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상황이지.
생글거리며 미소를 짓고 있는 옥타비아 님과 왠지 어색해하는 아가씨. 생후 몇 달 된 아가씨의 여동생만이, 옥타비아 님의 팔 안에서 혼자 평화롭게 손을 움직이고 있다.
"저기, 오늘은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괜찮다면 이후로도 와줬으면 기쁘겠구나. 디아가 전혀 소개시켜주지 않았으니, 적어도 제랄드 님의 몫 만큼은 만나봐야지 않겠니."
"어머님."
"가끔, 이라면 가능합니다."
"어머, 기뻐라."
아버지의 허가가 난다면 난 딱히 상관없다. 과자를 먹는 것도 기쁘고.
"네 덕분에, 최근에는 디아가 나와 똑같은 드레스를 입어주게 되었단다."
미소지으며 웃는 옥타비아 님과 아가씨의 드레스틑 같은 디자인이었다.
"전에는 끈질기게 거절했었단다. 네가 작업을 걸어서 정말 다행이지 뭐니."
"끈질......."
"작업이 아니에요!"
어폐가 있는 말투에 대해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몰랐고, 아가씨는 테이블을 양손으로 치며 새빨개지며 부정하였다. 옥타비아 님은 눈매가 고양이눈처럼 될 정도로 부드럽게 미소짓고 있었다.
"저기......옥타비아 님."
"부르기 힘들지? 비아라고 불러도 된단다."
싱긋 미소짓는다.
"부럽다면, 디아도 그렇게 불러달라고 하는 게 어떻겠니?"
"!? 전혀 부럽지 않아요!"
"그래? 그럼, 나만 애칭으로 불려야겠네."
아가씨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화를 참는 모양이다.
입을 열 것 같지 않아서,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고민하였다. 아가씨가 싫어하는 모양이지만, 약칭으로 불러야만 할 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아가씨가 싫어할 일은 피하고 싶다.
"저기, 그럼 오크 님."
타협안으로 다른 약칭이라면 어떨까 생각하였다.
두 사람은 깜짝 놀란 후, 한쪽은 생글거리며 웃었고, 다른 한쪽은 얼굴을 붉히며 화냈다.
"어머님한테 이상한 별명 짓지 마세요!!"
결국 아가씨는 화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좋았던 거지.
"후후후.......그렇게 불러도 괜찮단다......"
"아 예."
나는 왠지 힘이 빠져서 홍차에 손을 대었다. 과일의 상쾌한 향기와 단맛이 어우러져 맛있다. 따스한 것도 충분히 맛있지만, 방금 전부터 체온이 올라간 아가씨한테는 차가운 쪽이 좋을지도 모른다.
"아가씨, 그거 잠시만 빌려줘."
자신을 진정시키려고 하는지, 찻잔을 들던 아가씨를 제지한다.
"자기 몫이 제대로 있잖아요."
"일단 줘 봐."
의자에서 일어나서, 의아해하는 아가씨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아가씨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내게 찻잔을 건넸다.
나는 양손으로 찻잔을 감싸쥐고 몇 초 기다렸다. 이 정도면 될 듯한 느낌이 들어서, 아가씨에게 찻잔을 돌려주었다.
"자."
아가씨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받아들고는, 일단 홍차를 한 모금 마셨다.
옅푸른 눈동자가 번쩍 뜨인다.
"조금은 진정했어?"
"어떻게 된 건가요!?"
"음? 식혔을 뿐인데."
마법으로 조금 식혔을 뿐이다. 얼린 것이 아니라서 마력을 그다지 쓰지 않았다.
나 정도의 마력량으로도 되는 마법에, 왜 그렇게나 놀라는 걸까.
"왜 영창 없이 마법을 쓸 수 있나요!? 그리고 이건 얼음 마법이잖아요......"
"이자크 군은 2속성을 가졌니?"
아가씨 뿐만 아니라, 오크 님도 신기하다는 듯 물어보았다.
"아뇨, 다른 속성도 조금씩 배워놓았을 뿐입니다. 바람이 물 다음으로 마력치가 높아서 자주 쓰던 것 뿐이구요."
".......자기 속성 이외의 것을 쓰는 모습은 처음 봤단다."
몇 초 지나서, 오크 님이 감탄한 듯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면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타속성 마법을 보여준 것은 처음이었다.
"......그보다, 영창은!? 대가 없이 어떻게 마법을 발동시킬 수 있었나요?"
"그야, 정령한테 도와달라고 하면 되잖아."
내 대답에, 아가씨는 놀란 기색이다.
"정령한테.......? 마력을 대가로 불러내는 게 아니라.......?"
"나한테 정령소환을 할만한 마력이 있을 리 없잖아."
".......저기, 이자크 군. 귀족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마력을 대가로 어느 만큼의 정령을 소환하고 사역하는지가 신분의 상징란다."
그래서, 애초에 정령한테 돕게 한다는 발상 자체가 없다고 오크 님이 가르쳐주셨다.
"오~ 마력이 많으면 그런 식인가요."
힘으로 찍어누르기인가. 귀족들은 귀찮게 하는구나.
음? 그렇다는 말은.......
"난 이상해?"
자신을 가리키며 묻자, 아가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해요."
"평민이라 해도 그렇게까지 의욕적으로 마법을 쓰려고 하는 예는 없다고 생각하는걸?"
오크 님까지 긍정하신다.
정말이냐. 부모님은 아무말도 안 하셔서, 그렇게까지 전대미문의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정령한테 도와달라고 한다니, 어떻게요......?"
아가씨가 흥미로운 듯 물어보았다.
"......일상의 행동?"
"그게 뭔가요."
"전의 그, 기도라던가."
"그거, 말인가요?"
내가 합장해보이자 아가씨도 생각난 듯 했지만, 납득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콧노래를 부를 때도 조금 감사한 마음을 담으면 기뻐해. 아가씨도 악기를 배울 때 그런 느낌으로 연주하면 알거라 생각해."
"그런 일만으로......?"
정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아가씨에게, 어떻게 하면 납득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다 한가지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아. 공물."
"공물??"
"이걸 봐."
난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작은 접시에 나눠담은 쿠키 3개를 향해 양손을 두번 쳤다. 그리고 합장한 채 눈을 감고 빌었다.
몇 초 기다린 다음 눈을 뜨자 이미 쿠키는 절반 정도 사라져 있었고, 보는 사이에도 공기에 녹아드는 것처럼 나머지가 사라졌다.
"어때? 아가씨는 정령 보였어?"
쿠키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 그 접시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아가씨가 조용히 수긍했다.
나는 과자를 받았을 때, 절반이나 3분의 1을 남기고 정령에게 공양하고 있다. 더 어렸을 적, 어머니가 정령은 보이지 않아도 존재한다고 가르쳐 주어서, 과자를 먹나 시험해보았다. 실험은 성공했고, 정령이 있다고 확인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공양하는 사이에 버릇이 되어버렸다.
"대단하네요......"
"아가씨도 해보는 게 어때?"
자기도 해도 된다고 들은 아가씨는, 등을 쑥 바로 세웠다.
"여기 드세요, 라는 느낌으로 생각하면 전해져."
내가 간단하게 방식을 가르쳐주자, 아가씨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기 몫의 쿠키를 바라보았다.
아가씨는 나보다 조심스레 양손을 마주치고는, 쿠키를 향해 작게 인사하였다.
조금 지나서 살짝 한쪽 눈을 뜨고 모습을 지켜본 아가씨는, 쿠키가 사라져가는 모습에 두 눈을 뜨며 표정을 빛냈다. 분명 아가씨한테는 정령이 쿠키를 먹는 모습이 보일 것이다. 그것은 그림책의 세계같아서 흐뭇한 광경일 거라고 생각한다.
"해, 해냈어요......."
쿠키가 사라진 접시와 나를 교대로 바라보면서, 아가씨가 성공을 보고하였다.
"살찌면 안 되니 적당히 해."
너무 주지 않도록 말하자, 아가씨는 다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자크 군이 있어서 잘됐구나."
부끄러워하는 아가씨를 바라보면서, 오크 님이 중얼거린다. 딸이 즐거워하는 것 같아서 기쁜 것은 나도 똑같으니 알겠지만, 왜 나의 유무가 관계있는 걸까.
이상하게 생각하여 오크 님 쪽을 보다 눈치챘다.
"저기, 아기를 안아도 될까요?"
오크 님이 있는 곳까지 가서, 양팔을 아가씨의 여동생 쪽으로 뻗는다.
"그러렴."
"고맙습니다."
천천히 받아든 아가씨의 여동생을 품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저도 안을 수 있어요."
"아가씨는 아기가 목을 가눌 수 있게 되고 나서 하는 편이 좋아."
치사해, 라고 얼굴에 쓰여진 아가씨가 손을 올리며 주장했다. 아가씨의 물리공격력을 알고 있는 나는, 여동생의 머리를 지탱하기에는 체력과 힘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말렸다. 하지만 아직 안아본 적이 없는 아가씨는 볼을 부풀렸다.
"이자크 군은 형제가 있니? 익숙한 모양이던데."
"아뇨, 없어요. 이웃 분한테 부탁받은 적이 있어서요."
"이자크 군은 좋은 신랑이 되겠구나."
글쎄 과연 어떨까. 전생의 기억으로는, 나이=여친 없는 나이였으니까 어려울 듯한 기분이 든다.
일단 칭찬이라고 생각하여 감사를 말해야하나 생각하던 참에, 내 배가 꼬르륵 하고 울렸다.
"아."
메이드가 나와 아가씨의 접시에 쿠키 3개를 다시 나눠줬지만, 난 움직이지 않았다.
아가씨가 자연스레 자기 몫을 먹으려 하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좋겠다~ 맛있어보여.
"..........뭔가요."
내 시선과 뱃소리에, 먹기 어려운 듯한 아가씨가 쿠키를 들던 손을 멈춘다.
"그거 줘."
아가씨 쪽을 향해 입을 떠억 벌린다.
"!?"
눈을 부릅 뜬 아가씨가 얼굴을 붉힘과 동시에, 바보 취급을 했다고 깨닫고는 부끄러워졌다. 영애인 아가씨가 그럴 짓을 할 리가 없는데.
"미안......."
수치심으로 볼을 붉히면서 작게 고개를 숙였다.
"......프, 플로라 때문이니까요."
어쩔 수 없다는 듯, 아가씨가 얼굴을 돌리면서 쿠키를 내밀었다.
"어, 하지만......"
왠지 미안해서 거절하려고 생각하자, 또 나의 배가 울린다.
몇 초 간 주저하다가, 위장을 거스를 수 없었던 나는 아가씨의 손에 있는 쿠키를 덥석 먹었다.
"맛있어. 고마워, 아가씨."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먹으려고 생각했더니, 아가씨가 내 접시에서 쿠키를 또 하나 들어서 내민다.
"괜찮겠어?"
얼굴을 돌린 채로 불만인 표정을 짓고 있는 아가씨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그리고 쿠키를 또다시 입에 넣었다.
결국, 아가씨는 그런 식으로 나에게 몇 개 더 주었다.
그 날의 다과회에서, 아가씨는 쿠키를 그다지 먹지 못한 기분이 든다. 다음에 사과의 뜻으로 뭔가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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