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 도심지2021년 11월 03일 18시 05분 1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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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의 중앙광장, 분수를 중심으로 돌바닥이 예쁜 원형의 문양을 그리고 있다. 교통의 요지여서, 마차와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간다.
나는 약간 불만스럽게 그 분수에 앉아있는 중이다.
조금 지나자, 달려오는 발소리와 함께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다.
"이자크! 벌써 왔는가, 기다리게 해서 미안."
"이 바보!"
나는 미소를 가득 지으며 달려온 소년의 머리를, 만나자마자 때렸다.
소년은 깜짝 놀라서 맞은 곳을 양손으로 부여잡았다. 뒤에 있던 형이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며 얼굴이 새파래졌다. 나는 그런 일에 상관치 않고 불만을 말했다.
"너, 그런 영문모를 편지 보내지 마!"
"바움가르트너 씨에게 편지를 보내고 말한 건 너잖아."
"그렇게 해서 올 거라고 생각했냐!"
내가 화내는 이유를 전혀 모르는 기색인, 갈색 머리의 레오.
레오는 내가 지정한 대로 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아버지한테서 열지 않은 편지를 받아들고 안을 들여다 본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읽지 못했다. 아니, 글자 하나하나는 읽을 수 있었지만, 내용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잠시 편지를 노려보아도 실마리조차 잡히지 않아서, 아가씨한테 부탁했다. 아가씨는 편지를 읽고 예쁜 필적이라며 놀란 후, 내용을 해독해주었다. 최근 배우기 시작한 시의 공부에서 나온 것이 인용된 모양이다. 귀족이라면 알고 있겠지만, 문장을 모르는 서민이 이걸 알 리가 없다.
그걸 알고서, 나는 시비를 걸고 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 탓에, 해독해 준 아가씨가 무슨 편지냐고 묻길래 그만 도전장이라고 대답하고 말았다. 하지만 곧장 아버지에게 일을 의뢰하는 거라고 고쳐말했다.
"서민의 문맹율을 얕보지 마!"
".......그건, 미안했다."
내가 불만을 다 말하자, 이해한 듯한 레오가 눈을 둥그렇게 뜨며 사과했다.
"정말이지 나는 아직도 시야가 좁구나......"
"잘 모르겠지만, 너는 이제부터 그걸 알기 위해 행동하고 있는 거잖아. 충분히 잘 했어. 편지의 일은 이제부터 알아듣게 쓰면 돼."
나는 서민의 모습을 하면서까지 서민의 생활을 알려고 하는 귀족을 처음으로 보았다. 생각이 유연하고 충분히 시야가 넓다고 생각한다.
".......선처하마."
레오는 어린애같지 않은 말을 하고서, 나이에 걸맞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전에도 보았던 호위같은 형 쪽을 보았다.
"제대로 호위를 데리고 왔네. 이번에는 헤어지지 마."
"그래, 이번에는 괜찮다."
레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먹을 꾹 쥐었다.
"잘 모르겠지만, 호위는 1명으로 충분해? 아니면 다른 데에 숨겨두었던가."
"아니, 마테우스 뿐이다. 이런 일에 어울려주는 자는 그 뿐이라서. 괜찮다, 그는 저리 보여도 실력이 좋다."
"저도 말리긴 했다구요? 하지만......레오 님을 따라가지 않으면 혼자서 간다고 말씀하시는 바람에."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는 형씨는, 평소에도 꽤나 고생하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힘들겠네요."
"그렇다니까요. 그 전에도 놓쳐버렸을 땐 제 목만으로 끝내기를 바라면서 제정신이 아니었다구요.....!"
"마테우스는 과장이 심해."
"그것도 가볍게 생각한 편입니다!!"
레오는 신분이 꽤 높은 모양이다.
"아, 그래. 전 이자크 바움가르트너입니다. 오늘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마테우스입니다. 레오 님이 무리한 말을 해서 죄송합니다."
"아뇨...... 제안을 했던 저한테도 책임이 있어서요."
미안해하는 마테우스 씨한테, 나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숙인다.
"그건 그렇고, 마테우스 씨 쪽이 옷이 더 어울리네요."
마테우스 씨는 내가 입고 있는 옷과 소재는 별 차이가 없었지만, 정성이 들어가서 꽤 보기 좋은 옷을 입고 있다. 상인 가문이나 생활수준이 높은 평민이 이런 느낌이다. 이거라면 도심지에 있어도 위화감은 없다.
"저는 군인에서 올라온 단순한 기사라서 소박한 옷 쪽이 더 진정됩니다."
"그런데도, 나한테는 옷을 빌려주지 않아."
"큰일날 말씀을. 제 옷을 레오 님한테 빌려줬다간 경을 칠 겁니다."
일단, 옷을 빌려주기 위해 내 집으로 가기로 했다.
"또 헤어지지 않도록, 형이라는 설정인 레오하고 손을 잡아줬으면 하는데요."
나의 제안을 들은 순간, 마테우스 씨가 얼굴이 핼쑥해지며 전력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됩니다! 그런 송구스러운 일을!!"
"뭐~ 나도 나이가 비슷한 녀석과 손을 잡는 건 조금......"
"나도 손을 잡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그런 반응을 하면 상처입는달까......"
석연치 않아 하는 레오에게 사과했다. 나는 머리를 긁으며 한숨을 쉬었다. 어쩔 수 없지, 남자끼리 손을 잡고 싶지 않은 것은 서로 마찬가지니.
"가자. 마테우스 씨, 따라올 수 있죠?"
"예, 괜찮습니다."
내가 레오의 손을 잡아끌며 걷기 시작하자, 마테우스 씨가 경례와 함께 대답하고서 뒤를 따라왔다.
걸어가면서, 마테우스 씨한테 말을 건다.
"아, 저는 그냥 꼬마니까 존댓말은 필요없어요."
"그래. 그럼 나한테도 존댓말하지 않는 걸로. 마음대로 불러도 돼."
"앗싸. 그럼 마테우스 형으로 할게."
"그럼 나한테도......"
"레오 님은 이 이상은 무리입니다. 여차할 때의 연기는 할 테니, 좀 봐주십쇼."
"이자크한테만 그러다니 치사해."
"왜 부러워하는 거냐구요."
시장길을 지나가자, 레오는 흥미로운 듯 주변을 관찰하면서 나를 따라갔다. 나한테는 익숙한 풍경이지만, 이제 두 번째인 레오한테는 참신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자크는 교회에 다니는가?"
"교회? 왜?"
갑작스런 레오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교회에서는 성서의 가르침을 설파하기 위해, 평민한테도 읽고 쓰는 법을 가르치고 있잖아. 이자크는 글자를 읽을 수 있으니 그랬을 거라 생각했는데......아니었나?"
"오~ 교회에서 그런 일도 하는 구나."
"그럼, 어떻게......"
"나는 직장이 좋으니까."
"아, 그런가. 꽤 잘해주는 곳인가."
내가 그렇게 말한 것만으로도, 레오는 납득해주었다.
"오, 자크 아니냐. 마침 좋을 때 만났구만."
"화훼점 아저씨."
짐마차를 피하고 있더니, 그 짐마차가 멈추고는 아는 아저씨가 고개를 내밀었다.
"마침 부탁받은 것이 입하되었으니, 가져가."
"정말!?"
나는 짐마차의 뒤로 다가가자, 운전석에서 내려온 화훼점 아저씨가 자그마한 봉투를 꺼냈다. 나는 그걸 받아들고, 손에 넣었다는 기쁨으로 웃으며 인사하였다.
"고마워. 나중에 돈 내러 갈게!"
"이 정도에 고마워하다니, 자크는 아버지를 닮아서 예의바르구만."
"이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니까."
"그건, 씨앗?"
손을 맞잡은 채인 레오가, 내가 든 봉투를 보고 물어본다.
"아마 기운이 없어서."
"?"
나의 대답같지 않은 대답에, 레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봉지 안의 씨앗 꾸러미를 보고 있던 나는, 그런 레오를 눈치채지 못했다.
무심코 레오가 짐마차의 내부에 눈길을 주자, 지금 계절에는 맞지 않는 신기한 꽃이 보였다.
"수국......"
"아, 정말. 아저씨, 저게 그거야?"
꽃의 이름에 반응한 내가 레오 쪽을 보니, 여름이 끝나가는 이 시기에 주황색으로 핀 수국의 화분이 있었다. 내가 물어보자, 화훼점 아저씨는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 아직 제대로 되지 않았어."
"장마철이 아닌 시기에 피어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주문받은 것은, 더 작고 계속 피어있는 꽃이었으니까."
"아니, 계속 피는 건 무리잖아."
"그래서 계절마다 피는 것을 최소한 4종류 만들던가, 차라리 수국의 특성을 다른 계절꽃에 줄 수 없을까 생각했지."
"역시 아저씨는 머리가 좋아."
그런 수가 있었구나. 어느 쪽이 편할지는 모르겠지만, 아저씨라면 조만간 주문받은대로 할 수 있을 거다. 지금부터 완성되는 게 기대된다.
내가 아저씨와 대화하는 사이에도 수국의 화분을 바라보고 있던 레오가, 아저씨에게 물어보았다.
"주인장, 저 수국은 파는 물건인가?"
"응? 아니, 진척 보고를 위해 보여주려고 갖고 갈 뿐인 시제품이다."
초본화의 주문을 직접 하였던 약술성에 시제품을 보여주고 돌아오는 길인 모양이다.
레오는 밀랍색의 눈을 아저씨에게 똑바로 향했다.
"주인장, 이 수국을 줄 수 없나? 부르는 대로 지불하마."
"도련님, 이건 개발 중인 물건이라서 팔 수는 없는 거라고."
"내 방에 두고 싶다. 집안 사람들은 입막음을 할 테니, 부탁한다."
레오는 계절에 맞지 않는 수국이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를 숙여서까지 부탁했다. 그 탓에, 마테우스 형이 또 새파란 얼굴로 당황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저씨, 내가 키우는 법을 가르쳐 줄 테니 양보하라고."
"이자크......"
내가 도와주는 말을 하자, 레오는 눈을 부릅떴다.
"자크가 가르쳐 준다면 괜찮겠지."
"고맙다, 주인장."
"고마워 아저씨."
우리들이 기뻐하자, 아저씨가 양손으로 우리들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뭐, 제대로 키우라고."
귀엽다는 듯 웃는 아저씨에게, 우리들은 제대로 고개를 끄덕여서 대답하였다. 수령의 절차 등의 교섭은 마테우스 형이 해주었다.
"이자크는 어린데도 믿음직하구나."
마테우스 형의 교섭을 기다리는 사이, 레오가 그런 말을 한다.
"너는 말투가 너무 틀딱같아....."
교섭이 끝내고, 다시 우리 집으로 향했다. 도심의 주택가 구역까지 오자 꽤 사람이 줄었다. 해가 떠 있는 동안은 대부분 일하러 나가서, 주부나 아이나 노인밖에 없다.
하얀 회반죽의 집이 늘어선 길에서, 수국의 화분을 사이로 둔 문을 열었다.
"엄마 나 왔어. 손님도 데리고 왔어."
"자크, 어서오렴."
"실례하겠습니다."
"실례합니다."
"어서 와요. 대접은 못해드리지만, 편히 쉬세요."
내 뒤에 따라들어온 레오와 마테우스 형을, 어머니는 따스히 맞이하였다.
"이런 곳에 귀족 친구를 데려올 줄이야. 손님이라고 해서 아가씨인가 생각했단다."
"아가씨를 데려올 리가 없잖아. 귀여우니까 여기 오면 위험하다고. 그리고 친구 아냐."
"어라라."
나의 부정에, 어머니가 웃는다.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모르는 레오를 불러서, 2층의 내 방으로 안내했다. 침대 위에 준비해두었던 옷가지를 가리킨다.
"저걸 입어. 입기 불편해도 불평하지 말고."
"알겠다."
"그럼, 문 바깥에서 기다릴 테니 무슨 일이 있으면 불러."
나는 그렇게 말하고서 자기 방문을 닫았다.
"저기, 이자크."
"왜?"
문 너머로 불러서 대답하였다.
"그대는 사람이 너무 좋은 것 아닌가?"
"뭐?"
"왜냐면 우리들은 본명일지도 모르는 이름을 대었을 뿐인데 이자크는 풀네임을 가르쳐줬잖아. 거기다 친구도 아닌 나를 돌봐주고 집까지 안내해주다니 너무 부주의한 거 아닌가?"
무슨 말하는 거야, 이 녀석.
"그걸 물어보는 시점에서, 넌 나쁜 녀석이 아니라고. 그보다 내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면 마테우스 형이 가는 걸 반대했을 거잖아."
그리고 만일 본명을 가르쳐줬다 해도, 너무 길 것이 분명한 이름을 외울 자신이 없다.
"그리고, 처음 만났을 때는 네가 그냥 서 있으면 길이 막히니 방해되어서 그랬던 거야."
"방해......하하핫, 그런가, 방해인가......."
우습다는 듯 웃는 레오의 목소리가, 문 너머로 들려왔다.
"진짜 희안한 녀석."
"기탄없는 의견을 말하는 그대는, 정말 귀중한 존재로군. 만났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어."
옷을 다 갈아입은 레오가, 문을 열고 나왔다.
침묵하는 나를 보는 레오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그래? 어딘가 이상한가?"
"......잠깐, 사회의 격차에 대해 생각했었어."
전생에서 여동생이 말했던 단어의 의미에 납득하였다.
여태까지 외모를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지만, 비슷한 옷을 입자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오는가 하고 실감했다. 흰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도 미남이 입게 되면 멋지게 보이는 현상이란 이런 것이었나. 미남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지만, 은근히 되고 싶어졌다.
"이자크도 정치에 흥미가 있나?"
"아니, 전혀."
우리들은 2층에서 돌아오자, 마테우스 형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레오, 이제부터 꼬맹이들과 노는 거랑, 도심지를 안내하는 것 중 어느 쪽이 좋아?"
내가 물어보자, 레오는 조금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그냥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놀고 싶군."
그 후에 꼬맹이들을 불러서 기사놀이를 했는데, 레오의 압승이었다. 꽤 진심으로 했었는데 져버려서 분했다.
레오는 검술이라도 배웠는지, 움직임에 각이 잡혔고 쓸데없는 움직임이 없었다.
그 후 숨바꼭질을 하게 되었는데, 레오만 주변 지형을 잘 몰라서 나와 함께 숨기로 하였다.
"반드시 한번에 찾아낼 거야."
"들키지 않도록 노력하자."
레오를 가리키며 선전포고를 하는 요한에게, 레오는 온화한 미소로 대답하였다.
요한이 백까지 세기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들은 흩어져서 제각각 숨을 장소를 찾았다. 요한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오자, 나와 레오는 일단 멈췄다.
"그럼, 어디로 숨을까."
"우리들이 제일 큰데다 두 사람이라서 숨을 곳이 얼마 없겠어."
좋은 장소가 없나 하고 둘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요한이 찾기 시작하면, 뒤를 쫓아서 그가 찾았던 곳에 숨는 건 어떨까."
"너, 왜 그렇게 진심이냐고......."
"그는 진심으로 도전했다. 이쪽도 진심으로 받아쳐야만 해. 하지만 지형에 맞게 전략을 바꿔야만 하는 이 숨바꼭질이란 놀이는 재미있군."
어찌되었든 요한이 다 셀 때까지는 어딘가에 숨자면서 다시 둘러보자, 레오의 표정이 약간 굳었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을 보니 순회하던 병사가 3명 있었다. 조금 지나면 우리들 쪽으로 올 것이다.
만일을 위해, 소리 낮춰서 레오에게 물어보았다.
"아는 사람?"
"........한 명. 다른 두 명도 내 얼굴을 알고 있을지도 몰라."
"레오, 이쪽으로."
나는 아이가 지나갈 정도의 틈이 나있는 집 사이의 그늘진 장소로 레오를 재촉했다. 레오를 웅크리게 하고서, 나는 무릎을 굽히고 양손을 벽에 대었다. 그렇게 하자, 내 팔 사이에 레오가 들어갔다.
"지나갈 때까지, 소리내지 마."
그렇게 말한 나는, 유일하게 쓸 수 있는 흑마법을 썼다. 그늘에는 조금이지만 어둠의 정령이 있으니, 우리들을 감싸는 그림자의 막을 치는 것을 도와줄 것이다.
레오는 마법의 기척을 느낀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들은 가만히 길가 쪽을 바라보았다. 얼마 안 지나, 병사들의 말소리가 다가왔다.
"대장, 맛있는 거 많이 드셨습니까?"
"나는 경호로 갔었어. 먹고 마셨을 리가 없잖아."
"음~ 그렇습니까? 눈앞에 맛난 음식이 있었는데 그거 완전 고문......"
"왕족의 파티라면 분명 좋은 술도 나왔을 텐데."
"너희들...... 지금은 순회 중이다. 더욱 정신차려."
"하지만, 이 부근은 평화롭지 않습니까."
"그리고 오늘은 그 무뚝뚝한 사람이 있는 날이잖아요. 그런 날에 나쁜 짓을 하는 녀석은 없다니까요."
병사들이 지나가는 사이, 레오는 가만히 있었다.
병사들의 말소리와 발소리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서 마법을 풀었다. 푸하 하며 둘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어느 사이엔가, 두 명 모두 숨까지 멈추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 지나간 모양이네."
"미안. 덕분에 살았다."
병사들이 떠나간 쪽을 바라본 채로 내가 중얼거리자, 레오가 물어본다.
"이자크는 암속성이었구나."
"아니, 수속성."
"하지만, 지금 것은......."
내 대답에, 레오는 깜짝 놀라며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속성 이외라 해도 완전히 못배우지는 않잖아. 마력이 높은 네 쪽이 더 자세히 알 텐데?"
"그런가..... 응, 가능하지. 다음에 시도해보마."
납득한 레오는, 나의 마법을 돌이켜보고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자크와 함께 있으면 배울 점이 많구나."
"무슨 말하는 거야. 지금은 노는 중이라고."
"그랬었지."
레오는 꽤 기쁜 것처럼 웃었다.
술래잡기 결과는, 레오가 너무 잘 숨어버려서 요한이 화가 나 울기 시작하였기 때문에, 이쪽에서 나와서 달래주게 되었다.
놀고 있었더니 저녁 무렵이 되었기 때문에, 꼬맹이들을 돌려보내고 원래의 옷으로 갈아입은 레오를 중앙광장까지 배웅하였다.
"그럼 이만, 이자크."
기념품인 파이가 들어있는 종이봉투를 끌어안으며 손을 흔드는 모습은, 제대로 나이에 걸맞은 모습으로 보였다.
"다음부터는 알아듣게 쓰라고."
레오와 마테우스 형이 보이지 않게 된 것을 확인하고서, 나는 발걸음을 돌렸다. 집이 있는 방향과는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
"그럼, 아저씨한테 외상을 갚으러 가볼까."
지금부터 가면, 아직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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