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 미소2021년 11월 04일 01시 42분 3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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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가을이 끝을 고하고 겨울의 기색이 짙어졌다. 요즘의 나는 낙엽 모으기가 주된 작업이다.
낙엽을 빗자루로 쓸면서, 한숨을 쉰다. 지금 모으고 있는 낙엽도 비료가 되어서 나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데, 나는 아가씨의 도움이 안 되어서 한심할 따름이다.
"정말, 너희들은 대단해."
정원을 바라보며 부러워한다.
"자크, 누구와 대화하고 있나요......?"
목소리가 들려서 돌아보니, 의아한 눈초리의 아가씨가 있었다.
"정원."
"적어도 새나 정령이라고 부르지 그랬어요......"
"그래서, 무슨 일인데?"
"저기...... 그."
아가씨가 말하는 것을 주저하는 모습을 보고, 예상이 된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한테는 딱히 꺼리지 않아도 되는데.
"내일이었지? 왕자가 오는 거."
"그래요. 연지색 쥐스트코르로 가을답게 차분한 장식이 어울려서......!"
"응."
계기를 주자 볼을 상기시키며 말하는 아가씨를 보며, 나는 미소지었다.
"로이 님도 밑에 왕녀전하......여동생이 있는데, 로이 님과 마찬가지로 금발 머리여서 정말 귀엽다고 하네요. 같은 여동생이라는 이유로, 저도 플로라에 대해 말해서......."
"응."
되도록 아가씨 쪽을 바라보면서, 낙엽을 치운다.
"왕자의 이야기를 하는 아가씨는 귀여워."
"!?"
"아가씨, 왜 그래?"
".......왜 그래는 이쪽의 대사라고요! 갑자기 무슨 말 하는 건가요!?"
"어, 내가 뭔가 말했었나??"
그냥 맞장구를 쳤을 뿐인데.
"이젠 됐어요......!"
"미안하다니까, 아가씨. 제대로 이야기 들어줄 테니 화 풀어. 응?"
"오늘은 이제 됐어요."
"이상한 말을 했다면, 미안했다니까~"
아가씨는 다른 쪽을 보고, 나는 눈썹을 내리며 사과한다.
결국, 그날의 아가씨는 그 이상 말하지 않고 돌아가고 말았다.
지정된 범위의 낙엽을 모두 모은 나는, 비료를 만들기 위해 오두막 근처에 만든 구멍에다 모은 낙엽을 넣으면서 아버지와 상담했다.
"아버지, 슬슬 아가씨가 와도 저택으로 돌려보내야겠지?"
요즘은 꽤 서늘해졌다. 왕도 부근은, 많지는 않지만 눈이 쌓이는 지역이다. 추운 바깥에서 아가씨와 서서 이야기하는 건 좋지 않다.
"온실."
"응?"
"그쪽의 작업을 해. 낙엽도 곧 사라질 테니."
"고마워, 아버지."
아가씨가 왔을 때는 온실의 작업을 해도 된다는 허가를 받았다.
"냉실에서 작업해도 돼?"
".......아직 멀었다."
"쳇~"
기대를 갖고 물어보았더니, 한 마디로 딱 잘라 거절당했다.
"아버지, 다음에는 뭘 하면 돼?"
작업이 끝나서 남은 반나절의 과제를 물어보았더니, 아버지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내가 이상하게 생각하며 반응을 기다리자, 아버지의 커다란 손이 뻗어와서 내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대로 머리를 벅벅 쓰다듬는다.
"가자."
쓰다듬는 일이 끝나자, 아버지는 먼저 걷기 시작했다. 다음 작업장으로 향할 테니 따라오라는 뜻일 것이다.
며칠 후, 전날에 눈의 기척을 느낀 나는 아버지한테 보고하여, 눈이 내리기 전에 필요한 작업을 하기 위해 이른 아침에 에룬스트 가문의 정원으로 향했다.
아버지가 화분을 옮기기 위해 짐마차를 끌고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자, 풀을 밟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토끼나 고양이일까. 어찌되었든 정원의 풀을 건드릴 테니, 포획해서 산에 풀어주던가 주인을 찾아야겠다.
소리난 쪽으로 눈길을 주자, 의외로운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가씨.......!?"
종종걸음으로 달려오는 아가씨는, 머리를 내린 채로 파자마라고 생각되는 원피스 차림이었다. 분명 막 일어났을 것이다.
"자크."
"이 바보, 감기 걸려!"
달려가서 아가씨의 말을 가로막으며 호통쳤다. 곧바로 나의 방한용 상의를 벗어서 입혀주었다. 소매가 남지만, 장갑 대신이 될 것이다.
"이러면 자크가......"
"나는 지금부터 작업할 거라 괜찮아."
납득할만한 이유를 말해서 아가씨의 항의를 가로막는다.
"그래서? 왜 왔어?"
"눈이 빨리 뜨여서...... 창 밖을 보니 자크가 있길래......."
무릎을 굽히고는 고개숙인 아가씨의 눈을 본다. 하늘색 눈동자가 조금 젖어있다.
"내가 있다고 해서 서둘러 나오지 않았어도 되잖아?"
"하지만......"
"하지만?"
"오늘은........만나지 못해서......."
아가씨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원래 오후에는 시간이 났어야 했어요...... 하지만 저택에서 어머님의 지인의 영애들을 불러서 내 생일 다과회를 하기로 해서......"
"아가씨, 오늘 생일이야?"
내가 묻자, 아가씨는 작게 끄덕였다.
이런,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어.
".......딱히, 언제든 만날 수 있잖아."
"하지만......."
"아가씨는 방금 내가 감기걸리지 않나 걱정했었지?"
아가씨는 또다시 끄덕인다.
"그럼 반대로 내가 아가씨를 걱정하는 것도 알 수 있지?"
".......이제, 안 할게요."
"잘 하셨습니다."
웃으면서 아가씨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바래다 줄 테니, 메이드들이 일어나기 전에 돌아가자."
몸이 식기 전에 따스한 저택 안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아가씨는 섭섭해한다. 그런 표정 짓지 마.
웃어줬으면 해.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막 떠오르기 시작한 하얀 태양의 옅은 빛이 정원 전체를 비춘다. 그 빛을 보고 떠올렸다.
"아가씨."
풀이 죽어서 고개를 숙이던 아가씨의 이름을 불러서, 고개를 들게 하였다.
"이거, 생일선물!"
나는 손에 물의 마력을 모아서, 그걸 입자형으로 만들어 하늘에 흩뿌렸다. 그러자, 태양빛을 받아서 우리들의 근처에 작은 무지개가 생겼다.
아가씨는 하늘색 눈동자를 한껏 열고는 무지개를 올려다보았다. 눈동자에 일곱 가지 색깔이 비춰지자 예쁘게 반짝거린다.
"예뻐......."
아가씨의 중얼거림은, 아마 내가 예쁘다고 생각했던 것과 다를 것이다.
"생일 축하해, 아가씨."
웃으면서 말해주자, 아가씨는 꽃이 피어오르는 순간과도 같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자크, 고마워요."
아가씨의 미소가 좋다.
"또, 내년도 보여줄래요?"
"그래, 물론."
그 정도야 쉽다. 아가씨만 웃어준다면, 얼마든지 무지개를 만들어 줄 거야.
돌아가자고 했더니 앞으로 조금만이라고 해서, 당분간 함께 아침 햇살을 받으며 무지개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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