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6. 카테시
    2021년 11월 08일 00시 28분 1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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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1313ff/28/

     

     

     

     에룬스트 공작부인 옥타비아는 미소 지었다.

     

     "저기, 디아. 꽃받침의 그대라고 알고 있니?"

     

     "꽃, 받침......?"

     

     잘 모르겠지만 어째선지 들어본 적이 있는 말에, 공작영애 류디아는 찻잔을 들던 손을 멈추었다.

     

     "꽃받침의 그대와 춤췄던 영애한테는 혼담이 들어온다지요. 실제로도 여태까지 혼담이 오지 않았던 남작영애가, 어떤 후작가의 자제한테서 구혼받았다지 뭐예요."

     

     ".......왜, 이름으로 언급하지 않나요?"

     

     "딱히 숨기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이름을 몰라서 그래요. 그리고, 모습도 모르고."

     

     모습도 모른다는 건 괴이하다. 댄스는 파트너가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다. 기묘한 이야기에, 류디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존재하는 분인가요?"

     

     "그래. 너무나 여성을 매력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주목이 여성 쪽으로 모였다고 하던데요. 신데렐라의 마법사처럼요."

     

     옥타비아는 동화 속 등장인물을 예로 들며 미소 지었지만, 류디아의 얼굴에는 경련이 일어났다. 그 인물이 누군지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조금 지나서, 옥타비아가 서 있는 메이드에게 눈짓을 하자, 메이드가 은쟁반을 들고 왔다. 그 쟁반의 위에는, 초대장이라고 생각되는 봉투가 작은 산을 이루고 있었다.

     

     "맞다, 디아에게 다과회의 요청이 왔어요. 모두들, 디아의 댄스가 훌륭했다던데요. 자기 딸도 본받게 하고 싶다고 하는 걸 보면, 대부분 댄스 덕분이네요."

     

     "....... 댄스는 되도록 사절하고 싶어요."

     

      지금도 에라 부인의 엄격한 지도를 받았음에도 댄스 실력에 자신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초청하는 구실이 더욱 허들을 높이고 있다.

     

     "ㅡㅡ영애들은 마법에 걸리고 싶고, 그 부모들은 유력자와의 혼담을 원해요. 정말 알기 쉽네요. 하지만 디아가 걱정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 더 악화된 것처럼 느껴져요."

     

     류디아는 진저리를 치며 어깨를 떨구었다. 존재가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돋보인다니, 기묘한 것도 정도가 있다.

     

     "어머, 이자크 군을 도둑맞는 것보단 낫잖아요."

     

     "도......!? 아니에요! 저는 그냥, 자크가 불미스러운 발언을 하지 않도록 주의했던 것뿐이며......!!"

     

     어머니의 오해를 풀려고, 류디아는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옥타비아는 딸의 주장을 단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들었다.

     

     "저기, 디아."

     

     "네."

     

     "독점욕이 강한 것은 나쁜 일이 아니랍니다. 사이좋은 아이가 다른 아이랑 사이좋게 지내면 섭섭하게 생각되는 것은 매우 당연한 감정이에요."

     

     "네."

     

     "그걸 이유로 상대를 속박하는 것을 정당화하면 숙녀의 수치랍니다. 하지만, 가지는 것까지 부정해서는 안 돼요."

     

     문제는 가진 감정을 어떻게 다룰까다.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감정을 억눌러서는 본인이 괴로울 뿐이다.

     그런 종류의 감정을 어머니가 긍정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류디아는, 잠시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고 나서, 류디아는 약간 화가 났다.

     

     "...... 제 말씀을 믿어주지 않는 거네요."

     

     "아니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잖아요? 디아는 정말 부끄럼쟁이네요."

     

     류디아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조용해졌다.

     

     "괜찮아요."

     

     "그는 하인이에요. 공작 가인 에룬스트 가문의. 우리 집안사람을 자기 이득을 위해 사용하려는 자가 있다니, 정말 어리석지 않나요."

     

     딸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흐뭇함이 느껴지는 광경이다. 그런데도, 류디아는 서늘한 기운을 느꼈다.

     

     "아. 하지만 몇 가지는 수락했어요."

     

     "어째서요!?"

     

     "...... 왜냐면, 저도 디아의 모습을 이 눈으로 보고 싶었던걸요."

     

     윽, 하며 류디아는 기가 죽었다.

     

     "~아, 알겠어요."

     

     "정말."

     

     미소를 빛내는 어머니를 보며, 류디아는 어쩔 수 없다며 작게 미소 지었다.

     

     "기대되네요. 그때의 디아가 정말 멋졌다며 다른 부인들한테서 들었지 뭐예요."

     

     "앗, 그건......!"

     

     파티에서 시원하게 말해버린 일이 어머니의 귀까지 도달했다는 사실에, 류디아는 얼굴을 적색으로 물들였다.

     

     "............. 어머님의 말씀을 따라 했던 것, 뿐이에요."

     

     "디아는 그렇게 생각했으니 그 아이한테 말한 거잖아요?"

     

     그렇게 묻자, 류디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틀림없이 당신의 말로 그 아이는 용기를 얻었을 거랍니다. 자랑스럽게 생각하세요."

     

     "네......"

     

     여전히 미소 지으며 확실하게 말해주는 어머니에게, 류디아는 다른 의미로 볼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녀가 차를 마신 훗날, 잡초를 뽑고 있는 수습 정원사에게 이후로도 댄스의 대역이 되라는 건을 전하러 갔다.

     

     "꽃받침의 그대에? 뭐야 그게."

     

     "....... 당신을 말하는 거예요, 자크."

     

     얼빠진 목소리를 내는 수습 정원사 소년에게 경위를 설명하자,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영애들이 남자들을 홀린 것은, 본인이 애초에 귀엽거나 예뻐서 그런 거잖아? 왜 그런 걸로 내가 요괴처럼 된 거야??"

     

     "요괴라는 것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자크와 춤춘 것이 계기가 된 모양이더라고요. 자크, 그녀들한테 도대체 무슨 말을 한 건가요?"

     

     "음...... 나는 기본적으로 아가씨만 보니까 그다지 기억하지 않는 데에. 아가씨가 엄청 예뻤던 것은 잘 기억하고 있지만."

     

     "제 일은 됐어요!! 어쨌든,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해보세요......"

     

     류디아에게 혼나자, 소년은 눈썹을 찌푸리면서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그렇다고 해도, 시간을 때우려고 잡담한 정도라고? 어디...... 팔라이놉시스의 소녀는, 새카만 머리가 어두워서 염색하고 싶다고 말해서, 윤기 나는 검은색이 잘 어울리는데 아깝다고 말해줬어."

     

     "...... 다음은."

     

     "칼라의 소녀는 같은 나이의 남자보다 키가 커 보이는 것이 싫어서 등을 굽히고 있길래, 몇 년 지나면 아무리 키가 자라도 여성다움을 숨길 수 없게 되니 등을 펴는 쪽이 낫다고 했어."

     

     "...... 마지막은."

     

     "달리아의 소녀는 눈매가 날카로워서 귀엽지 않다고 말하는 것 치고는 웃을 때 눈꼬리가 내려오길래, 평소에도 웃으면 되지 않겠냐고...... 아, 아마 제대로 존댓말로 말했을 거야."

     

     "그게 아니라고요!"

     

     안심시키려고 덧붙인 정보에, 류디아는 NO를 외쳤다.

     

     "아가씨, 나 뭔가 해버린 거야......?"

     

     머리를 감싸는 류디아에게, 걱정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린다.

     

     "자크는 잘해줬어요. 저의 엉뚱한 말을 들어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하지만?"

     

     "............. 저기, 다른 아이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뭐?"

     

     예상외의 질문에, 어안이 벙벙한 수습 정원사 소년의 시선은 이리저리 방황했으며, 류디아는 시선을 떨구었다.

     

     "추...... 춤췄던 분들도 그렇고, 파티에는 귀엽거나 예쁜 분들이 많이 있었잖아요? 그, 저보다도......"

     

     "그야, 있었기도 했지만......."

     

     그의 긍정의 말을 듣고, 심장이 안 좋은 소리를 내었다.

     

     "아가씨."

     

     불러서 쭈뼛거리며 고개를 들자, 부드럽게 웃는 수습 정원사 소년이 있었다.

     

     "나, 말했잖아. 처음부터 아가씨만 본다고. 춤추는 상대도 방금 전까지는 생각나지도 않았잖아."

     

     "하지만, 그건......"

     

     "응. 내가 댄스의 대타로서, 에른스트 가문의 종자로서 간 것이니 그래. 그래서 난 에룬스트 가문의 하인이라서 행운이야."

     

     "네?"

     

     "계속 옆에서, 진짜 예쁜 아가씨를 봐도 된다니, 이득이잖아."

     

     수습 정원사 소년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었다.

     

     "하지만, 이상한 걱정 마. 영애가 하인을 상대할 리가 없잖아."

     

     "하, 하지만......."

     

     얼굴이 붉은 류디아는 말이 격해지려고 하여, 서둘러 양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 모습에, 소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가씨??"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알았어."

     

     일단 이후로도 대타를 뛸지도 모른다는 것은 알겠다며, 소년은 수긍했다. 그날의 산책은 쓸데없이 힘들었다.

     

     

     며칠 후, 친구인 도르데리제가 초대한 평범한 다과회에서, 류디아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것을 본 도르네리제는 미안하다는 듯 눈썹을 내렸다.

     

     "류디아 님, 죄송해요. 가능한 한 소규모로 할 셈이었지만......."

     

     "아뇨,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원인이나 마찬가지니까요."

     

     현재, 류디아 일행이 앉아있는 테이블에는 많은 시선이 모이고 있다. 이번에는 여성만 출석하는 티 파티다. 왕자의 생일파티 이후 류디아를 흠모하는 영애가 늘어나서, 또래임에도 불구하고 격이 다른 취급을 받고 있다. 친구를 많이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이상으로 경배되면 의지할 데가 없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종자 분이 함께 오지 않았네요."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보자, 류디아는 내심 뜨끔했다. 받침에서 찻잔을 드는 손이 미세하게 흔들린다.

     

     "그는 아버님이 고른 댄스의 대리니까요. 그리고 이번에는 여성만 모이는 거잖아요."

     

     "그런가요...... 대화해보고 싶었는데, 조금 아쉽네요."

     

     "어째서요......?"

     

     가족 이외의 남성과 대화하는 것이 꺼려진다고 말했던 도르네리제였는데, 대화하고 싶다고 하다니 드문 일이다.

     

     "그분, 류디아 님을 소중히 대하는 걸 보면 같은 동지라고 생각해서요."

     

     "도, 동지......!?"

     

     "네. 파티 때, 류디아 님의 말을 할 때면 표정이 부드러워졌던걸요."

     

     미소 짓는 도르네리제한테, 류디아는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몰랐다. 지금 바로 그를 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기, 류디아 님 오랜만이에요."

     

     "어머, 당신은."

     

     약간 상기된 목소리가 들려서 그쪽을 보니, 본 적이 있는 로즈골드의 곱슬머리가 있었다.

     

     "자스키아 폰 파이트라고 합니다. 남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먼저 말을 건 무례를 용서해주세요. 꼭 이전의 감사를 전하고 싶어서요......"

     

     "상관없어요. 그러고 보니, 자스키아 님은 약혼이 결정된 모양이네요. 축하해요."

     

     "넷!? 저기...... 아직이라서요...... 그분은 제게는 분에 넘쳐서......"

     

     하지만 그녀의 뜻에 반하는 약혼 요청은 아닌 모양이다.

     도르네리제도 자기소개를 끝내고 함께 차를 들려던 참에,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를 비웃는 듯한 목소리에, 류디아 일행은 눈썹을 찌푸리며 그쪽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주변을 바라보면서도 고개를 떨구고 있는 한 영애가 있었다. 같은 나이 같지만, 명백하게 초보자의 행도이었다. 류디아 일행의 나이대인데도 영애답게 행동하는 것이 조금도 익숙지 않은 것은 드문 일이다.

     아마 그것만으로도, 여러 억측과 불신감이 생겨나서 사람들이 속삭이고 조소하는 대상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 어이없네요."

     

     "네......"

     

     "저, 데리고 올게요!"

     

     ""예!?""

     

     류디아가 호스트인 도르네리제에게 어떻게 할지 상담하려던 차에, 자스키아가 투지를 불태우며 선언했다.

     자스키아는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영애에게 말을 걸어서, 선언한 대로 데려왔다.

     

     "저는 류디아 폰 에룬스트예요. 괜찮다면 차를 같이 하시겠나요?"

     

     "아....... 저, 저, 저는 슈테파니에 폰 비팅이라고 합, 니다....."

     

     꾸벅 인사하는 것은 영애의 동작이 아니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녀가 귀족 출신이 아니라고 알 수 있었지만, 이름을 댄 성별 쪽이 신경 쓰였다.

     

     "어머, 비팅 백작은 자식이 없던 걸로 아는데요......?"

     

     '저기...... 봄에 제 어머니와 비팅 백작님께서 재혼해서, 저는 그에 따라...... 저기, 양녀예요."

     

     "그랬었나요. 어머님의 재혼, 축하해요."

     

     "가, 감사합, 니다......?"

     

     "그건 그렇고 대단하네요."

     

     "예?"

     

     류디아의 감탄한 듯한 중얼거림에, 슈테파니에는 고개를 갸웃하였다.

     

     "몇 개월 만에 그 정도까지 자세를 유지할 수 있게 되다니, 정말 노력했네요."

     

     "맞아요. 드레스를 입은 채로 등을 곧추세우는 것도 힘들겠네요."

     

     "네, 슈테파니에 님은 대단해요."

     

     "........!!"

     

     백작에게 받은 드레스에 조금이라도 어울리도록 하라는 예절교육을 떠올리며 등만큼은 세우고 있었는데, 그걸 인정받자 슈테파니에는 무심코 눈이 부릅뜨였다.

     

     "하지만, 카테시는 다음번 다과회까지 기억해두는 편이 좋겠어요."

     

     "카~?"

     

     "영애의 인사법이에요. 슈테파니에 님."

     

     자스키아가 카테시의 설명을 해주자, 슈테파니에는 눈을 빛냈다.

     

     "그렇구나. 예, 조금이라도 류디아 님께 다가설 수 있도록 힘낼게요......!"

     

     "!? 왜, 저인가요......?"

     

     갑작스러운 선언을 듣고, 류디아는 눈을 휘둥그레 하였다.

     

     "글 치만, 류디아 님은 그야말로 영애라는 느낌이라서 동경되잖아요."

     

     "그렇지요!? 저도 류디아 님을 본받아서 그분에 어울리는 영애가 되고 싶답니다."

     

     "류디아 님은 훌륭하시니까요."

     

     슈테파니에의 의견에 공감하는 두 사람을 보며, 류디아는 정말, 하고 화가 났다.

     

     "...... 우리들은 같은 나이인데, 왜 저만 목표로 하나요?"

     

     작게 중얼거린 것뿐이라서 들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세 사람에게는 들렸던 모양인지 동작을 멈췄다. 그 반응을 확인한 류디아는 부끄러운 듯 볼을 붉혔다.

     

     """................ 귀."""

     

     "귀?"

     

     """귀여워......!!"""

     

     세 명이 동시에 합창을 하자, 류디아는 움찔하였다.

     세 사람은 눈동자를 빛내며 류디아에게 다가갔다.

     

     "류디아 님, 너무 귀여워요."

     

     "이렇게나 귀여운 일면도 있다니, 치사해요."

     

     "저로도 상관없으면, 친구로 입후보할게요."

     

     "네? 네??"

     

     "어떻게 하면 류디아 님께 섭섭한 생각을 하지 않게 할 수 있을까요?"

     

     "잠깐....... 저는 섭섭하다고는......"

     

     "그렇네요. 서민의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서로 별명으로 부르는 건 어떤가요?"

     

     "별명?"

     

     "저, 슈테파니에는 너무 길다며 엄.....머니께서는 파니라고 부르고 있어요."

     

     "아, 애칭을 말하는 거네요. 저는 도르데."

     

     "저는 키아."

     

     애칭을 서로 가르쳐준 다음, 세 사람은 일제히 류디아 쪽을 바라보았다.

     

     "저는, 디아라고 해요......."

     

     """네, 디아 님."""

     

     왠지 부끄러워진 류디아는, 볼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걸 본 세 사람은 만족한 듯 미소 짓는 것이었다.

     훗날 방문한 왕자 로이는, 류디아 양이 인기가 많다고 평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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